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99)
심판창
본인들의 실력에 자신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알량한 숫자를 믿고 그러는 걸까?
중국인 아저씨들은 제법 당당하게 나에게 접근했다.
“으음.”
뭐, 가까이 오는 거야 좋다.
근데.
“이거 냄새가 너무 심하잖아?”
내가 본능적으로 코를 막으며 중얼거렸다.
“와, 피비린내가 무슨……. 방금 먹은 독버섯보다 지금 이 냄새가 더 고약한 것 같은데…….”
중국 사람 특유의 냄새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이건.
이건 최소.
일주일 안에 사람 몇은 죽인 자의 냄새였다.
‘살인자들.’
나는 마음속에 본능적인 경계심을 세웠다.
동시에 신기한 감정도 들었다.
나도 이제 점점 베테랑이 되어가는 건가?
냄새만 맡아도 살인자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다니.
무언가 씁쓸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이.”
내가 당황 없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그들 중 한 명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날 불렀다.
“냄새는 제법 잘 맡는 거 보니, 개 코인 것 같은데. 상황 파악 능력은 영 제로인가 봐?”
“상황 파악?”
“피비린내 맡았다며? 그 피 냄새가 네 피가 될 거란 상상은 안 해봤냐?”
칵, 퉤!
아저씨가 길바닥에 침을 뱉으며 낄낄거렸다.
“뭐, 좋아. 네크로맨서쯤 되면 본인 실력에 자신감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 맞아.”
“…….”
“근데 형씨. 혹시 이런 생각은 안 해 봤어?”
“무슨 생각?”
“형씨가 네크로맨서인 줄 알고, 또 여태 독버섯 수십 개를 먹고도 멀쩡할 수 있는 존재란 걸 알았는데도 우리가 앞에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 말이야.”
“……그러게. 왜 그랬을까?”
우우웅!
나는 대답하면서 천천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스슷! 스스슷!
내 신호에 따라 주변에 있던 뼈다귀들이 내가 있는 위치를 원형으로 포위했다.
“나라면 안 그랬을 것 같은데.”
엘드린과 엘드린의 부하들은 나뭇가지 위에.
나머지는 나무 기둥 사이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쿵! 쿠웅!
뼈사가 이끄는 방패병들.
창! 챠아앙!
뼈일이와 태양이가 이끄는 근접 공격수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조하는 힐러 뼈칠이까지.
이들 모두가 A급, B급의 몬스터들이었다.
“기분이 참 묘하네.”
눈앞의 A급으로 보이는 네 명의 헌터를 보자, 옛 생각이 떠올랐다.
‘암살자 고재영이었나?’
날 죽이려 했던 암영단의 멤버 중 하나.
‘기소율 덕에 운 좋게 목숨을 구했었지.’
그때만 해도 A급 헌터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토록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게, 감회가 새로웠다.
그만큼 많이 성장했단 거겠지?
“이, 이봐.”
내 소환수들의 살기가 제법 거셌는지 아저씨 중 한 명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일단, 싸우기 전에 대화부터 나눠보는 건 어떨까? 신이 사람 조동아리에 구멍을 뚫어놓은 데는 다 이유가 있어서 아니겠나? 왜 이리 성질이 급해?”
“……나도 그러려 했는데. 너희들 중 하나가 내 피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분명.
먼저 협박한 쪽은 저쪽이었다.
“와우, 한국 출신인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가? 급한 것도 그러고, 살짝 선비 기질이 보이는 것 같고. 그냥 인사잖아, 인사. 사나이들끼리 만났을 때 하는 터프한 인사.”
글쎄.
우리나라에선 그런 걸 인사라 안 하고.
개념 밥 말아 먹었다 하는데.
뭐, 그 정도면 문화 차이일 수도 있으니 인정해 주자.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팀에 들어올래?”
“팀?”
이는 또 의외의 접근 방법이었다.
뻔히 내가 독버섯 섭취하는 거 보고, 포인트 뺏으려고 온 놈들이 팀 제안을?
방심할 때 처리하겠다는 속셈인가?
“갑자기 팀이라고? 구린내가 심하게 나는데.”
“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거, 인정해. 갑자기 나타나서 이런 제안 하는 게 웃기기도 하겠지. 근데, 형씨도 굳이 이곳까지 와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을 거 아냐?”
저 중국인 아저씨.
처음엔 센 척하더니 왜 이리 혀가 길어졌을까?
“솔직하게 까놓고 말할게. 독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비법. 그것만 알려줘라. 그럼 이 시련 동안 무조건 네 안전은 책임져 줄게. 형씨도 느꼈다시피 우린 이곳에 오기 전부터 살인자였어. 사람 죽이는 거? 밥 먹듯 해왔지. 그 말은 형씨를 위해 얼마든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해줄 수 있기도 하다는 거야.”
아이고.
사람 죽인 게 자랑이다, 자랑.
“내가 거절한다면?”
“그럼 우리도 어쩔 수 없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그냥 물러설 정도로 자존심이 없진 않거든.”
스윽!
살인자들이 위협하듯 무기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끈적한 살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역시 어쩔 수 없나?’
저런 질 나쁜 것들과 함께 팀을 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거절하고 싶은데, 팀을 안 해주면 싸우겠단다.
그럼 어쩌나.
싸워야지.
알다시피 내 신조는.
날 건드는 놈은 가만히 놔두지 않는 것.
똑같이 되돌려 주는 것.
“…….”
빙긋 웃는 내가 뼈다귀들에게 공격 신호를 보내려 하는 순간이었다.
“음?”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무언가 강렬한 것이 시야 밖에서 날아오는 듯한 감각.
‘무언가.’
무언가가 있다.
저들 말고 다른 존재.
저들과 급이 다를 만큼 강한 존재가.
“찾았다. 이 더러운 살인자들.”
수풀 뒤에서 무뚝뚝한 음성이 흘러나온 것은 그때였다.
‘맞네.’
저 남자다.
태청심법의 기운이 위험하다가 경고할 정도의 남자.
“너, 너는?”
살인자 무리가 당황했다.
왜, 쟤가 누군데 다들 그렇게 당황하는데?
“시, 심판창, 장웨이……?”
장웨이?
“너희는 최근 들어 사람 셋을 죽였군……. 사유는 그저 [쾌락]과 [욕심].”
남자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에는 감정이란 게 없어 보였다.
그저 기계적인 말투로, 죄지은 자를 심판하는 느낌이랄까?
“젠장. 맞네. 심판창, 저 새끼가 있었어.”
“미친놈이. 우린 그저 이곳의 규칙을 지켰을 뿐인데 또 왜 저 지랄이야?”
“타국도 아니고 같은 나라 사람끼리 꼭 이래야 해?”
살인자들이 황당하다는 느낌으로 몸을 틀었다.
나 역시, 그저 한발 물러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제법 상황이 흥미롭게 흘러가는데.
‘심판창, 장웨이라…….’
나는 살인자들이 외친 그 이름을 곱씹었다.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었던 자다.’
랭커는 아니라, 머릿속에 오래 저장하진 않았지만, 언뜻 떠올랐다.
별칭이 악의 심판자라 불릴 정도로.
이유 없는 살인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자.
게다가 그가 가진 스킬.
[탐색 (S급)]은 상대방이 최근 어떤 사유로 어떤 사람을 죽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지?물론.
그것보다 그를 표현하는 더 유명한 수식어가 있다.
바로.
중국이 낳은 희대의 천재이자.
세계 랭킹 10위.
창왕(槍王) 진자의(陈子毅)의 하나뿐인 제자.
“……시끄럽다.”
남자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 내 억울하게 죽은 자들을 대신하여 너희를 심판하리라.”
차르륵!
살인자들이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파앗!
심판창이 움직였다.
후웅!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지는 창이 중국인 아저씨들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흐읍!”
티잉! 타아앙!
기겁한 살인자들이 무기를 맞서 꺼내어 들어 막아냈다.
“어쩔 수 없지. 다들 무기 들어!”
“예, 형님! 어차피 심판창 저 새끼도 묻고 갔어야 했습니다.”
“살인자들의 살인자 새끼. 더러운 위선자 새끼. 저 새끼가 죽인 사람이 우리보다 훨씬 많을걸?”
같은 중국인이다 보니.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저들 사이에 더 있는 것 같긴 한데.
스윽!
나는 손을 들어 스켈레톤들을 뒤로 물렸다.
굳이 남들 싸움에 낄 이유는 없었으니까.
‘다만.’
궁금한 것 하나.
‘창왕의 제자면 창술을 얼마나 잘할까?’
내가 손짓하자, 태양이가 다가왔다.
“주군.”
“자, 우린 여기 앉아서 팝콘이나 튀기자고.”
“팝콘…… 말입니까?”
고개를 갸웃하던 태양이가 이내 내 옆에 쪼그려 앉았다.
과거, 엘드린과의 혈투에서 김진아가 팝콘을 씹던 걸 떠올린 모양.
“그래, 우린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쌈 구경이나 즐기는 거야.”
“명 받들겠습니다.”
후웅!
시선을 돌리자, 심판창이 유려하게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타앙!
살인자 중 하나의 무기를 튕겨낸 후.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발바닥을 복부에 꽂았다.
“크헉!”
심판창의 움직임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모든 움직임이 연계 동작으로 이어졌다.
마치 살아 있는 것과 같은 창술.
“대단한 경지입니다.”
“오?”
나는 깜짝 놀랐다.
태양창이 누구던가.
전생에, 창 하나로 한 세계의 절대자를 먹어낸 희대의 괴물 아니던가.
그런 태양이가 대단한 경지라 칭한다고?
“아직 미숙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창술의 마지막에 어떤 모습이 보일지 훤히 보입니다. 또한, 그것을 이행할 수 있는 만큼 창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그 스승이 누구일지 궁금해지는군요.”
“그으래?”
창술은 계속됐다.
기세 좋던 살인자들의 투지가 점점 꺾일 정도로, 심판창의 움직임은 매서웠다.
“시, 시발!”
“어, 어이. 우리가 잘못했으니까 그만해! 다 이유가 있었다고!”
살인자들의 만류에도 심판창의 움직임은 지속됐다.
머리, 가슴, 다리.
어디로 쏘아질지 모르는 공격 위치.
푸욱!
이내, 살인자 하나의 목에 구멍이 뚫렸다.
“크, 크어얽!”
목을 두 손으로 부여잡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
“젠장!”
“혀, 형님! 이거 튀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머지 살인자들이 기겁했다.
동료 하나가 죽었음에도, 그들에게 분노 따위는 없었다.
그저, 본인 목숨의 안위만이 중할 뿐.
“혀, 형님?”
퍼억!
심판창의 정강이가 살인자의 종아리를 훑고 지나갔다.
순간적인 마비에 중심을 잃고 주저앉는 그의 목으로.
푸욱!
심판창의 창이 꽂혔다.
“커헉!”
벌써 둘의 죽음.
지금까지 걸린 시간이 총 1분이 안 될 만큼 압도적인 전력 차였다.
“이, 이건 아니야. 형님, 전 튀겠습니다!”
결국, 동생 중 하나가 무기를 던지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 이 새끼가?”
당황한 중국인 아저씨가 눈을 부릅떴지만.
이미 심판창이 그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미친.”
1:4도 안 되는데, 1:1이 될 리 없을 터.
신속하게 무기를 들어, 빗겨내려 했지만.
푸욱!
그라고 별수 있겠는가?
단박에 심장이 뚫렸다.
피하고자 해도, 피할 수 없는 궤도로 날아드는 턱에, 어쩔 수가 없었다.
“커, 커으윽!”
생명을 앗아가는 행사에도 심판창의 눈빛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저 무심하게 살인자의 배를 밟은 후.
박혀 있던 창을 매섭게 뽑아냈다.
푸화악!
시뻘건 피가 허공을 수놓았다.
동시에.
밟은 배를 지지대 삼아, 창을 힘껏 던졌다.
후우웅!
얼마나 강한 힘인지.
거의 포물선 없이 일직선으로 날아간 창이 도주하던 마지막 살인자의 등에 꽂혔다.
“…….”
그야말로 영화 같은 장면.
화려한 액션씬이었다.
스윽!
단박에 넷을 처리한 심판창이 고개를 돌려, 날 응시했다.
‘와우.’
과연, 살벌한 눈빛.
나는 동시에 생각했다.
만약, 나를 제외하고 이에서 랭커가 되어 나갈 사람이 있다면 저 사람이 아닐까?
‘나랑 싸우면 누가 이길지 기대되는데.’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앉아 있는 내게 말을 꺼냈다.
“괜찮나? 괜한 실례가 아니었을지 모르겠군.”
히야?
방금 사람 넷을 작살낸 사람치고는 굉장히 스윗한 말투.
그렇다.
그는 과연 이명답게.
딱 심판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