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6
제16화
물론 영지전에 참가시키려면 따로 돈을 주기는 해야 한다.
만일 계약한 두 달의 기간이 끝나면 500골드씩을 추가로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건 고용비였다.
용병들이 잡는 몬스터의 급에 따라 포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계약할 때 나는 특약을 하나 넣었다.
용병대를 이끌 대장과 마법사는 내가 지목한다는 거였다.
이걸 넣은 이유는 몽크, 페온, 그리고 마고까지 포함시키기 위함이었다.
[마고 바리스병과:마법사
피지컬:D
정신력:C
감응력:C
특성:불 마법]
몽크와 페온은 이전에 내가 말했고, 마고는 수습 마법사인데 아인스탑의 용병 사무소에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데 다행히 있었다.
운이 좋았다.
솔직히 이 캐릭터로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는데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원래 마법사는 귀한 존재라 쓰려면 비싼 값을 내야 하지만 마고는 아직 수습에 불과했기에 따로 돈을 안 내고 함께 고용할 수 있었다.
“계획이란 게 이거였군요.”
이자벨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콜록콜록. 네.”
“아버지의 금고는 언제 발견했어요?”
“당신하고 얘기하기 전이죠.”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아버지가 남긴 돈으로 몬스터를 토벌하는 거잖아요?”
나름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난 이 질문이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
“콜록콜록. 나도 알아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몬스터인 빅자이언트는 혼자 잡으려고 해요.”
“네?”
이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이었다.
“자이언트 전부를 내가 혼자서 죽일 수는 없잖아요. 그건 인정하죠? 숫자가 한둘도 아닌데.”
“그렇죠.”
“콜록콜록. 그래서 제일 중요한 몬스터인 빅자이언트만큼은 나 혼자서 잡을 생각이에요. 그럼 누구든 날 인정하겠죠.”
“하! 그게 가능해요?”
이렇게 말하며 이자벨은 날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고작 이 몸으로?
이런 눈빛이었다.
“꼭 몸으로 싸워서 이겨야 이기는 건가요? 내 말을 못 믿는 것 같은데, 그럼 나랑 내기할까요?”
“무슨 내기요?”
“콜록콜록. 내가 빅자이언트를 잡으면 결혼해서 아이 낳아 주기?”
씰룩.
이자벨의 두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굳게 다문 입술까지.
화가 난 표정이었다.
당장 죽일 것 같기도 했다.
“미, 미안해요. 농담이 지나쳤죠? 사과할게요.”
목숨을 위한 빠른 태세 전환이었다.
“콜록콜록. 내가 빅자이언트를 잡으면 지금 잘못은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한 번은 용서해 주기. 어때요?”
은근슬쩍 그녀의 복수를 풀어 보고자 했다.
“무슨 잘못이든이라고요?”
다시 그녀의 양쪽 눈썹이 올라가려 했다.
“콜록콜록. 고의로 한 건 용서받을 자격이 없으니까 그건 제외할게요.”
그녀의 가문에 대한 건 반다이크의 잘못이지 내 잘못은 아니니까 고의는 없는 거였다.
“이 정도… 안 될까요? 빅자이언트를 잡아도?”
흥!
“잡는다면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는지 이자벨은 콧방귀를 뀌며 승낙했다.
‘됐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기쁜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써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각혈은 안 하네요? 언젠가부터는 기침도 많이 줄었고요. 혈색도 좋아진 것 같아요.”
“아! 그게 어제요…….”
난 실버훈에게 받은 가문의 물약 이야기를 해 주었다.
“콜록콜록. 그걸 마시니 신기하게 더는 각혈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 기침도 줄고요.”
“오호~ 그래요?”
“몸도 꽤나 건강해졌고요. 아직 손발은 차갑고, 피로하기도 하지만 이전에 비하면 하늘과 땅만큼이나 바뀌었습니다.”
각혈은 벌써 나은 거지만 이번에 나은 걸로 둘러댔다.
좋아하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말하면서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들뜬 목소리가 되었다.
그동안 몸이 약해 너무 힘들었는데, 그게 사라지니 날아갈 것만 같아서였다.
“…당신은 복이 참 많군요.”
화들짝.
“제, 제가요?”
갑자기 이자벨이 마음을 바꿔 날 죽일까 봐 당황했다.
“사생아로 태어나서 어렵게 자랐지만 아버지를 찾았고, 영지로 오자마자 영주가 되었고, 이제는 몸까지 치료받았네요?”
“콜록콜록. 그렇긴 하죠. 하지만 아직 몸이 다 나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아직도 기침이…….”
젠장, 좋은 기분이 싹 사라졌다.
이자벨에게 어떻게 말해야 내가 불쌍해 보일까 고민하며 머리를 굴렸다.
“복을 받을 만하긴 했죠.”
“네?”
“레아 아버지의 빚이 2만 골드나 된다면서요? 이자도 있고. 그걸 갚아 주겠다고 했잖아요?”
끄덕끄덕.
“콜록콜록. 그렇죠.”
“반다이크 영주님이었다면 절대 안 하셨을 것 같아요.”
“제, 제가 아버지 성정까지는 잘 몰라서… 그럴 만한 시간도 없었고…….”
“2만 골드가 장난도 아닌데 누가 감히 하겠어요? 영지가 부유한 것도 아닌데.”
“콜록콜록. 맞습니다.”
“그런데 진짜 왜 갚아 준다고 하셨어요?”
이 상황에 그게 궁금한가?
“어… 레아는 친구이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고…….”
“마음에도 드나요? 레아가 결혼 상대자인가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자벨이 나만 아니라 약혼녀가 되리라 여겨지는 레아까지 죽이는 상상.
“콜록콜록. 아직 정하진 않았습니다. 순수하게 친구로서 도운 겁니다.”
피식.
“에이, 그걸 누가 믿어요?”
“다, 당신이 빚이 있다고 해도 난 갚아 줬을 겁니다.”
“진짜요?”
“콜록콜록. 그럼요. 나중에 영지가 커지고 그러면 영지도 나눠 드릴 수도 있는데요?”
이자벨의 가문이 망한 걸 알기에 한 말인데, 당황해서 한 말이라 실수였다.
“…….”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이자벨.
“왜 그렇게 보시나요?”
“…순수하단 생각이 들어서요. 당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제가 너무 속물인 거죠?”
“콜록콜록. 아닙니다. 전 그런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습니다.”
“영주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볼 거라는 거죠. 존경스러워요.”
이자벨은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
용병 사무소를 나와서 향한 곳은 무기점.
그동안 반다이크는 영지병들의 무기나 방어구는 제대로 갖춰 주질 않았다.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걸 계속 수선하며 쓰도록 했다.
기름칠을 해 주긴 했겠지만 녹슬고 낡아서 당장 버려야 할 것들도 많았다.
장비가 이따위인데 어떻게 최대의 전력을 내겠나!
앞으로 나와 함께 많은 전투를 해야 하니 장비부터 업그레이드를 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살아남을 테지.’
무기점에서 영지병들을 위한 무기와 방어구를 잔뜩 샀다.
무려 6,000골드씩이나.
섬머가 들으면 뒷덜미를 잡고 쓰러질 액수였다.
영지의 1년 치 운영비니까.
이걸 보면 용병 계약금이 무척이나 적게 여겨질 거다.
하지만 용병들은 계약금 외에 잔금도 받으며, 따로 포상금도 받는다.
또 장비라는 건 좋으면 좋을수록 가격이 올라가며, 개수도 무척 많았다.
아버지와 세 형이 이끌고 간 영지병들 중에서 살아서 돌아온 이들이 대략 2천 명이나 되었다.
그렇기에 6,000골드를 썼다고 해도 풀 세트로 갖춰 줄 정도는 아니었다.
무기는 모두 창이었다.
방어구는 가죽으로 된 갑옷 상의와 가죽으로 된 투구, 나무로 만든 원형 방패, 가죽으로 된 신발이 다였다.
마음은 다양한 무기를 사고 싶지만 돈이 많이 들기에 창만 선택했다.
창은 공격 거리가 길고, 두 손으로 잡기에 안정적이며, 특별한 훈련이 없이도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검은 근접전에서 쓰는데 상당한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고, 활도 만만한 게 아니었다.
또 창은 병사들이 진형을 갖추고 전투를 해야 하는데 이에 알맞은 무기이기도 했다.
장거리 행군을 할 수도 있기에 신발은 꼭 필요했다.
전투 시에 급소가 모여 있는 머리와 상체는 가려야 하니 투구와 갑옷 상의도 있어야 했고.
방패는 가장 가격이 싼 원형 방패로 했다.
이 정도 무장만 해도 남작령에 불과한 영지에서는 꽤나 대단한 거였다.
반다이크는 평생 뭐 하나 바꿔 준 게 없을 거다.
갖춰 준 적도 없고.
영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제대로 훈련만 시킨다면 영지전에서는 적을 깜짝 놀라게 만들 수 있을 거다.
싱글벙글.
큰돈을 벌게 된 무기점 상인은 좋아서 죽으려 했다.
“하하,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여유분까지 모두 꺼내야겠습니다. 그런데 사신 장비는 어떻게 가져가시겠습니까?”
“콜록콜록. 영지까지 배달은… 돈을 주어야겠지?”
“그럼요. 죄송하지만 지역이 어디신가요?”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는 상인의 물음에 내 영지를 말해 주었더니 1,500골드를 부른다.
절레절레.
젠장, 물건 값의 4분의 1이나 달라고?
심하잖아!
대한민국은 말이야, 응?
배달의 민족이고, 응?
요기요, 하면 전국 팔도 구석구석을 빠르면 하루, 늦어도 2~3일이면, 응?
2,500원… 아! 무게에 따라 달라지긴 하는구나.
하여튼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하잖아!
물량이 많아 족히 10대의 마차에 나눠서 실어야 하고, 혹시나 강도들이나 산적 떼를 만나면 빼앗길 수 있기에 호위로 용병들도 100명 이상은 고용해야 하니 1,500골드라는 가격이 나오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건 거품이 너무 심했다.
“콜록콜록. 물건은 직접 가져가겠다. 내일 가지러 오지.”
“그렇게 빨리요?”
“왜? 준비 안 되나?”
“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무기점을 나오니 할 말을 참고 있던 도든이 급히 입을 열었다.
“영주님.”
“왜?”
“비싼 돈 들여서 사신 건 그렇다 쳐도 저 많은 장비들을 어떻게 저희 영지까지 가져가시려고요?”
“콜록콜록. 마차와 말을 사야지.”
“네에? 또 사요?”
이런 대답은 전혀 예상을 못했기에 도든의 눈은 튀어나올 듯 커다랗게 변했다.
“마부는… 호위병들이 하면 될 테고.”
데리고 온 호위병이 30명에 불과하지만 영지로 돌아갈 때까지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았다.
게임에서도 이런 식으로 영지까지 가지고 갔었는데 습격하는 놈들은 없었다.
아무리 헬 난이도라고 해도 이제 초반인데 벌써부터 죽이려 들진 않는다.
나, 정식으로 영주 된 지 고작 하루 됐다.
시장을 돌면서 구입한 장비를 옮길 짐말 20필과 마차 20대를 구입했다.
여기에 들어간 돈이 4,000골드나 된다.
뭐 이리 비싸냐고?
이 세계에서 말은 엄청 비싼 동물이다.
마차도 물론이고.
그걸 하나도 아니고 20필과 20대나 구입했으니 당연히 이 정도 돈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소렌 상단 사무소.
제국 내에 여러 개의 상단이 있고, 백작령에 오가는 것도 몇 개 되는데 우리 영지까지 오는 건 딱 하나 소렌 상단이었다.
상단에 들어서서 신분을 밝히니 아는 척을 해 왔다.
“아! 베르게르 남작 가문이시군요. 그런데 반다이크 영주님은…….”
소식이 전혀 전해지지 않았나 보다.
“콜록콜록. 아버지께선 몬스터 토벌 중에 돌아가셨다.”
“아! 그, 그런 일이…….”
“내가 새로운 영주가 되었지.”
“축하드립니다.”
“콜록콜록. 상단에 주문을 넣고 싶어서 찾아왔다.”
“어떤 주문을요?”
“밀을 최대한 많이 사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