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0
제100화
100화
“약은 준비했어. 명백하게 전해 주러 왔고. 그런데 그걸 못 받겠다고 한 건 댁들이잖아.”
“글쎄요…….”
“이봐, 개소리 그만 집어치우지? 집사 영감, 댁 같은 놈들이 어디 한둘이라고 생각해? 연금술협회의 규정에도 이딴 경우는…….”
“이 의뢰가 협회를 거친 것이면 그렇겠지요.”
케롯 씨의 말이 딱 멈춘다.
“어디까지나 이건 당신의 스승과 제 가주님의 계약입니다. 정식 의뢰도 아닌데, 과연 그들의 도리가 통할까요?”
“개소릴……. 야! 꼬맹아! 돌아가자!”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었다. 그 사실을 바로 이해한 케롯 씨는 일단 이 자리를 뜨고자 했다.
우선은 여기서 나가야 한다.
그 판단은 정확했으리라.
“또 하나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돌려보내는 것도 썩 내키지는 않는군요.”
“처맞고 싶으면 버티고 있던가.”
“그건 사양하고 싶으니 이렇게 하도록 할까요?”
집사가 고개를 까닥인다.
그러자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척들이 물밀듯 들어온다.
병사들.
백작가의 사병들이다.
“의뢰는 취소하겠습니다. 대금도 돌려받아야겠군요. ……안됐지만 당신들도 돌려보낼 수 없습니다.”
“무슨 개수작을…….”
“안타깝게도 저희 가주님께서는 가문의 약점에 대한 이야기가 밖에 나도는 걸 내켜하지 않으십니다.”
요컨대 입막음.
비록 해결되었다고 해도 그 가문의 약점을 아는 자를 그냥 놔둘 수 없다는 뜻일까.
“그리고…… 제자입니까? 이 소년도 마찬가지겠죠.”
어머나, 나도 살생부에 오른 모양이네.
하긴, 그렇겠지.
설사 누군지 모르는 애송이라고 해도 여기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그냥 돌려보내 줄 수는 없으니.
“안타깝게도 두 분 다 이곳에서 내보내 드릴 수 없겠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으리라.
* * *
토사구팽.
이 업계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결국 우리는 사이좋게 나란히 감옥행.
백작가의 지하에 마련된 감옥에 얌전히 갇히는 꼴이 되었다.
“개자식! 다음에 보면 냄비에 처박아서 녹여 주마!”
“케롯 씨……. 시끄러워요.”
목소리 한번 크시네요. 가뜩이나 소리가 울려서 그 여파는 제가 받습니다만.
“야! 화 안 나게 생겼어?! 대체 그 영감 뭐야! 사람을 이딴 곳에 처박아 두기나 하고!”
“뭐, 흔히 말하면 그거죠. 넌 이제 쓸모가 없으니 킥!”
“……꼬맹아, 이거 우리 일이거든?”
안다.
잔뜩 열 받아서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버둥거리는 케롯 씨와 달리 나는 냉정하게 감옥의 내부를 둘러보면서 하품 중.
“너, 왜 그렇게 침착한 거냐?”
“뒤통수 쳐놓고 감옥 정도면 양반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 자리에서 바로 싸우는 것보다는 백배 낫죠.”
“역시 일부러 붙잡힌 거냐?”
내가 묘하게 반항하지 않는 게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그러는 케롯 씨도 잡힐 때는 순순히 잡혀 줬으면서요.”
“상관없어. 나중에 전부 아궁이에 처박아 줄 거다.”
“그때는 저도 돕도록 하죠. ……일단 순순히 잡힌 이유 말입니다만, 도주는 가능할 거 같은데 영 내키지 않았단 말이죠.”
“너 무슨 소릴…….”
“아무리 그래도 귀족이지 않습니까. 괜히 주먹 날렸다가 없는 죄까지 뒤집어쓰는 건 귀찮아요.”
“……그런 거군.”
그제야 조금 머리를 식혔는지 케롯 씨는 내 말을 이해했다.
“거기에다 수상쩍지 않습니까?”
“엉?”
“애초에 약을 못 가져올 거라고 확신한 듯 말하잖아요. 그런 주제에 재촉은 하고.”
내 지적에 케롯 씨는 입을 다물었다.
위화감을 뒤늦게야 알아챈 것이다.
“이상하군. ……아니, 생각해 보면 왜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의뢰를 재촉하러 온 거지?”
“확언은 어렵습니다만, 아무래도 수상쩍고 수상쩍단 말이죠.”
“……꼬맹아, 너 의외로 머리가 돌아가는 편이다?”
“의외가 아니라 이거밖에 믿을 게 없는 놈입니다. 아, 얼굴도 있군.”
“…….”
결국은 핑계지만.
내가 태연한 것은 조금 전 말했던 것처럼 논리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 퀘스트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
‘애초에 납품 퀘스트가 아니었으니까.’
내가 잡혀 준 것은 ‘추진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예정대로의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우선은 여기서 나가죠.”
“그래야겠군……. 조금만 기다려 봐라. 이 정도 창살이라면…….”
케롯 씨는 조금 전부터 이 감옥의 창살을 어떻게 할지 궁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가진 도구나 장비는 전부 몰수당했으니까 맨손으로 저걸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지.
마법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도 채워 둔 수갑은 아티팩트인지 제대로 마기가 순환하지 않는다.
게임에서도 감옥 같은 데 투옥되면 마법이나 스킬을 쓸 수 없었지.
“아, 그거라면 걱정 없어요. 이미 찾아온 모양이니까요.”
“뭐?”
“잊었습니까? 케롯 씨? 우리 둘뿐인 게 아니잖아요.”
내가 느긋하게 설명만 하고 있던 것이 아니다.
기다리고 있었을 뿐.
“시안, 필요한 거 찾아왔단다~.”
곧 에밀리가 돌아왔다.
이 녀석이 내내 조용했던 건 조금 전부터 실체화시켜서 돌아다니게 했기 때문.
마법은 쓸 수 없지만 사역마를 실체화시키는 건 예외인지 가능하더라고.
영 허술하네.
“찾았어?”
“후후, 물론이란다. 아, 겸사겸사 너희 짐도 찾아왔어. 근처에 대충 팽개쳐 놨지 뭐니.”
수고를 덜었다.
에밀리가 가져온 것은 우리의 소지품과 이 창살의 열쇠.
“후후후, 어떤 나쁜 아이부터 꺼내 줄까?”
“놀 시간 없어. 죄수 놀이라면 다음으로 미루자.”
“어머~, 아쉽네.”
키득거리며 에밀리는 감옥의 창살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죄수보다는 간수가 끌리걸랑.”
“……적어도 안 보이는 데서 해라. 이 썩을 것들.”
그러도록 합죠.
뭐, 지금 해야 할 건 죄수 놀이가 아니니까요.
* * *
헬릭 백작가의 집사.
그는 확보해 둔 연금술사와 그녀의 제자로 추정되는 소년을 가둬 두라고 병사들에게 지시를 하고는 그 자리를 뒤로했다.
“그들을 처리하지 않는 것입니까?”
병사들 중 한 명이 의아한 듯 묻자, 집사는 지금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우선은 감시하십시오. 그들을 놓친다면 큰 해가 될 터이니 실수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예, 옛!”
병사들에게 엄하게 당부를 했다.
감옥은 특수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그곳에서는 마법을 쓸 수 없고, 게다가 그 연금술사의 소지품은 이미 압수해 두었다.
“신경이 쓰이는 건 그 소년이지만……. 반항하지 않았다는 것은 고작 실력이 그 정도라는 소리겠지.”
거슬린다면 처리하면 그만일 뿐이다.
“어디까지나 명하신 것은 연금술사 케롯의 확보뿐이니…….”
판단은 나중에 따로 해도 늦지 않으리라.
집사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저택의 3층.
백작가 일족의 방이 있는 복도를 쭉 지나쳐 집사는 어느 방 앞에 서서 잠시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노크를 했다.
“……지시하신 것은 끝내 두었습니다.”
잠시 기다리자 문 안쪽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여성의 목소리.
“예상보다 조용하여요. 반항은 하지 않았던가요?”
“고작 일개 연금술사입니다. 함께한 동행도 별다른 방해물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동행……. 소년을 데리고 있다고 들었사와요. 이상하여요. 정보대로라면 제자를 둘 만한 성격은 아닐 텐데.”
“처리를 해 두는 게 좋겠습니까?”
“별 힘이 없다면 놔두세요. 인질로 써먹으면 그만일 테니.”
누군지도 모르는 소년 따위에게는 흥미가 없다는 듯 그녀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고작 스승이 한 약속 때문에 수지에도 안 맞는 의뢰를 수행하려 들다니……. 쿠후후, 덕분에 목적을 쉽게 이루게 되었어요.”
“정말로 의뢰품을 들고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만.”
“덕분에 귀찮은 일 없이 구속할 수 있었어요.”
처음부터 의뢰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함정을 파는 것.
“이후의 처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부 제게 일임하셔도 괜찮습니다만.”
“심문은 제가 직접 하겠사와요. 그러니 괜한 짓은 하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시어요.”
집사는 더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럼~ 그녀가 제가 바라는 ‘답’을 가지고 있기를 기대해 볼까요.”
즐거운 듯,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듯.
기이한 악의가 가득한 목소리가 방 안에서 작게 울렸다.
집사는 그녀가 명한 감시에 집중하기 위해 다시 아래로 내려가고자 발길을 돌리려던 참이었다.
“허어?”
“어……. 어?”
의문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저택 아래층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
“아무래도 성미가 난폭한 모양이군요. 야만스러워라.”
“면목이 없습니다. 그러나 염려치 마시길. 직접 제압해 두면 그만일 뿐입니다.”
“그럼 맡기겠사와요.”
“아무쪼록 염려 놓으시고 기다려 주시길.”
적의와 살기.
수련을 하지 않은 인간도 오한을 느낄 법한 섬뜩한 기운을 흩뿌리며 집사는 소동이 일어난 아래층으로 향한다.
* * *
《헬릭 백작가의 저택》
《해당 필드가 일시적으로 변질됩니다.》
《특정 서브 퀘스트가 종료될 때까지 해당 필드에서 이탈할 수 없게 됩니다.》
네, 퇴근 못 한다고 하네요.
앞장서서 냅다 달리던 케롯 씨가 위화감을 느끼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 뭔가 지나치게 넓지 않냐?!”
진즉에 저택을 빠져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현관에 도달하지 않는다.
“갇혔네요.”
“……마법이냐?”
“……에밀리?”
확인해 보라는 듯 에밀리에게 살펴보게 시켰다.
“으음~, 이 누나가 보기에는 일시적으로 저택의 건물 경계면이 이계화가 되었네.”
“야, 그거 마법으로도 쉽지 않을 텐데.”
“거기 연금술사 언니의 말대로 인간의 기술은 아니네.”
인간의 기술이 아니다. 바로 그 의미를 이해한 케롯 씨의 눈매가 무섭게 일그러진다.
단순히 귀족의 횡포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님이 명백해졌으니.
“어지간히 성가신 일에 얽히게 된 모양이군.”
“하하……. 그런 모양이네요.”
“지금 웃을 때냐?”
네, 웃을 때입니다.
“이 정도 장난을 쳤으니 깡그리 불태워 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명백하게 일개 귀족이 저지를 수 있는 폭거의 선을 넘어섰다.
“아니면 변명이라도 하러 왔냐?”
내가 물은 것은 발소리도 내지 않고 우리가 날뛰고 있는 층에 내려온 집사.
백작가의 집사.
그는 그저 뒷짐을 진 채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리석은 짓을 하는군.”
“하하, 그거 아냐, 집사 양반? 그 말을 하는 놈은 대충 몇 분 뒤면 목이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거든.”
내 도발에 넘어가지는 않는다.
“흑마법사……. 그리고 너와 계약한 것은? 그런 거로군. 용케도 내 눈을 속였군.”
“네 눈이 삔 거지.”
역량을 알아보지 못한 시점에서 놈의 수준을 물을 것도 없으리라.
“우선은 지저분한 감옥에 처박아 준 답례 인사를 해야겠군.”
나는 본 스피어를 영창.
허공에 소환된 골창을 곧바로 그 집사의 심장을 향해 정확히 날려 꿰뚫어 주었다.
푸슉!
썩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닌가.
“야……. 꼬맹아, 아무리 그래도.”
“뭘 쫍니까, 케롯 씨. 잘 보세요. 저거.”
살육은 내키지 않는지 떨떠름한 목소리를 내던 케롯 씨는 그제야 알아채고는 경악했다.
“설마……. 저 영감님…….”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골창에 꿰뚫리고도 움직이는 것을 결코 평범한 인간이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하물며 그렇게 꿰뚫리고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면야 더더욱.
“가차 없군요.”
“사람이 아닌 놈을 봐줄 필요는 없잖아.”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놈의 정체를 지적한다.
“내 소견으로 보아하니…… 아마 하급 악마인가? 그것도 고작 시체 따위에 의태하는 잡것이군.”
놈은 그 말에 마치 발끈한 듯 눈을 부릅뜬다.
악마라는 말에 에밀리도 키득거렸다.
“어머, 의외로 동족이었네. 너무 하찮아서 긴가민가했잖니.”
악마.
의태하고는 있지만, 틀림없는 악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