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55
제254화
254화
베일론 위스티닐.
지혜의 숲 최고 마법사 중 한 명이자 미셀 위스티닐의 조부가 되는 노인.
“우선은 미셀의 학우에게 변변찮은 환영밖에 해 주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말하고 싶군.”
“괜찮습니다. 이따금 신세 진 게 있기에 거기까지 바라면 염치가 없는 거겠죠.”
“그렇군. 미셀, 그 녀석이 제국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긴 하다만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지.”
지금은 철모르는 천재의 조부가 아니라 숲의 대표 중 한 명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니.
“보아하니 이전부터 숲에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계속 표한 거 같더군.”
“아카데미나 마탑에 전해지지 않는 지식도 이곳이라면 있을 테고. ……뭐, 지금은 그 일과는 다른 이유로 찾아뵙고자 한 것이지만요.”
“그래, 금악룡인가?”
베일론 위스티닐의 미간에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우리라고 바깥 사정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고말고. ……하물며 그것의 낌새를 모를 리가 없지.”
어쩐지 난처하다는 말투.
“그리고 거기 뒤에 있는 시종은 이 늙은이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니면…….”
“예. 다크 엘프 키르실아울리엔이라고 합니다.”
“키르실은 제 시종 일을 하고 있고, 이번 다크 엘프들의 일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가.”
그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물었을 뿐.
“다크 엘프 중 한 명을 굳이 이곳에 데려온 것은…… 역시 알고 있는 것인가?”
“예. 물론.”
다른 의미심장한 질문을 할 뿐.
“하필이면 흑마법사인 자네가, 그것도 다크 엘프를 대동하고 올 줄이야.”
어쩐지 곤란하다는 식의 탄식.
당연히 당사자인 키르실은 의아해하는 시선만 보낼 뿐.
“그렇다면 시안 알케우스, 자네의 용건은…….”
“예상하셨겠지만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요청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강한 요구에 가까운 것.
“우선은 금악룡 사태가 끝날 때까지 자유로이 숲의 지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허가할 거라고 여기는가?”
“그렇습니다. ……아니, 숲의 마법사분들이 책임감을 느끼신다면 응당 그 정도는 허락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편지에 써 갈긴 것은 긴말이 아니었다.
책임을 지라고.
“…….”
“금악룡. 그게 지금 제국에서 날뛰고 있는 것은 숲의 과실도 있을 텐데요.”
뒤에서 키르실이 흠칫 놀라며 입을 가린다. 참견하지 않기 위해서인가.
금악룡과 악연이 있는 자들은 다크 엘프다.
그런데 그 다크 엘프들이 인제 와서 그 괴물을 끌고 나오는 것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을 텐데.
나는 지금 그 책임이 지혜의 숲에게 있다고 말했다.
“일단 말해 두는데, 이자들이 원흉은 아니야. ……원인일지어도.”
키르실에게는 그렇게만 일러두고 나는 베일론에게 알고 있는 사실을 폭로한다.
“저 금악룡은 정확히 말하면 2세라고 해야겠죠. ……그렇죠?”
“…….”
금악룡의 새끼.
“정확히는 환생? 그렇게 말하는 게 옳겠군요.”
“그 괴물에 대해 잘 아는군.”
“제가 옛일에 좀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조금 이유가 있어서 이것저것 캐고 다니거든요. ……참견도 하고.”
금악룡의 설정과 DLC 구입 시 어떤 경위로 그것이 부활하여 지금의 시대에서 날뛰고 있는가.
이를 대강의 시나리오로 알고 있었다.
“금악룡은 토벌을 하더라도 알로 발견되어서 다시 부활하는 괴물인 모양이더군요.”
환생하는 드래곤.
“그래, 자네의 말대로야. 틀림없이 그런 끔찍한 괴물이지.”
베일론도 인정했다.
요컨대 지금 날뛰는 것은 과거에 토벌된 드래곤이 다시 환생한 것.
“그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오해 말게, 다크 엘프여. 토벌 당시에는 우리 역시 알지 못했던 지식일세.”
이미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는지 베일론은 순순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마 나를 부른 시점에서 이런 사실을 밝힐 것을 각오하고 있었겠지만.
“자네들이 그 각오를 하고 괴물을 토벌한 뒤의 일이었네. 숲에 어떤 무리가 찾아왔지.”
“……드래곤.”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베일론이 감탄한 듯 눈을 크게 뜬다.
“그래, 어떤 알을 가진 드래곤의 무리였네. 그들은 우리들에게 끔찍한 알을 봉인하도록 맡겼지.”
그것이 바로 금악룡의 알.
토벌된 금악룡은 대륙 어디선가 다시 알로 발견되었고, 그것을 회수한 드래곤이 지혜의 숲에 맡겼다.
“어째서 이곳에…….”
“그들의 판단으로는 이곳이 가장 속세와 닿지 않는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모양이더군.”
“그건 추측이죠? 실제 이유는 말하지 않았고.”
베일론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멋대로 맡기고 그 위험성을 알린 후 가 버린 것이다.
“우리는 기꺼이 그것을 맡아서 봉인했네. ……그 사실 또한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압니다. 아마 그 사실을 아는 건 지혜의 숲의 고위 마법사 그리고 어르신들뿐이었죠?”
미셀도 그 사실을 몰랐다.
본래 게임에서는 그 진실을 알아내고 숲으로 돌아와서 제 할아버지에게 따지는 게 녀석의 역할이었지.
“덧붙여 제국도……. 황제조차도 몰랐고.”
“보아하니 누구에게도 그 진실을 말하지 않았나 보군.”
“예. 그편이 이야기하기 한결 편할 거 같아서요.”
나는 딱히 질타하러 온 것이 아니다.
아는 사실을 무기로 삼아서 저 노인과 협상을 하기 위해서지.
“이 사실은 세간에 묻어 둘 테니 협조해 달라는 것입니다.”
질타해 봐야 딱히 얻을 이점이 없었다.
지혜의 숲은 내가 적대해야 할 세력이 아니다. 마탑과 다르게 그들은 세상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거기다 당신들도 금악룡 문제로 잠을 못 이루고 계시겠죠?”
이들이 알을 맡았으나 지금의 금악룡을 부활시킨 당사자들은 아니었다.
“……무슨 변명을 하겠나.”
“아니, 하셔야죠. 당신들이 맡은 것은 위험한 것을 봉인한 것일 뿐. 솔직히 그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나쁜 건 아니지.
나쁜 놈은 따로 있을 뿐.
“훔쳐 간 건 유일하게 숲에 드나드는 외부인. ……어느 행상인 아닙니까?”
“……그렇다네. 참으로 안일했지.”
자책이라도 하듯 탄식하는 노인이었다.
일개 행상인에게 털린 것이 아니었다.
“그 상회는 마탑의 일부 마법사들이 긴 시간 동안 신분을 세탁한 채 위장한 곳입니다.”
“약 150년을 거래해 왔다네.”
“참 길게도 준비했죠.”
분명 숲의 전력은 마탑과 비등하지만 은둔한 그들이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르면 당하는 법.
“어째서 숲의 치부를 말하는가? 젊은 흑마법사여.”
“제가 해결할 것이니까요.”
“……무슨 말을?”
“지금 숲은 곤란한 상태 아닙니까?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정작 나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그들의 실책이긴 해도 섣불리 참견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숲의 마법사들은 틀림없이 내로라하는 고수들이었지만.
그들은 결코 세상 밖으로 나설 수 없었다.
어떤 제약이 있었으니까.
“필요하다면 깰 것이네.”
“아뇨~, 아뇨~. 고작 도마뱀 때문에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당신들이 나서는 건 훨씬 중대한 위기가 닥칠 때다.
“토벌은 제가 할 겁니다. ……협조만 아끼지 않으신다면요.”
“무모하군. 거기 시종은 그 끔찍한 괴물과 싸운 당사자이면서 조언하나 하지 않은 것인가?”
“……이 소년이라면 가능하다고 여겼을 뿐입니다.”
“뭣이?”
키르실에게 나를 말리라고 말하고 싶었던 그는 그녀의 입에서 생각도 못 했던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그는 생각보다 어리……. 아니, 어리긴 합니다만. 분명 역량은 당시의 저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평가하는 건가?”
적잖게 당황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 괴물의 힘은 보통이 아니네.”
“예. 이대로 싸우면 지겠죠. 거기다 다크 엘프들도 있으니 더욱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온 것이다.
이들은 알을 봉인만 한 게 아니라 금악룡이라는 지식도 연구했다.
어디에 쓰기 위해? 딱히 목적은 없었겠지. 존재하면 해석하고 일단은 기록으로 남기는 게 한가한 지식인들의 습성이니까.
“그러니 금악룡의 대응 수단을 고안해 낼 겁니다.”
“불가능하네.”
“가능합니다.”
뭐, 현시점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 있게 외치는 것뿐.
“불가능하면 결국 숲의 어르신들께서 수습을 위해 나서면 되는 거 아닐까요?”
기껏해야 무모한 애송이 하나가 죽을 뿐인데.
내가 절대 실패할 리 없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논의가 필요하네.”
“그럼 기다리도록 하죠. 그럼 두 번째 요구입니다만.”
하나는 금악룡 토벌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한 것.
그리고 두 번째.
실은 내심 이걸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나는 남몰래 키르실 쪽을 의식하고는.
“어떤 마법사와 만나고 싶습니다.”
“마법사? ……설마?”
이미 숲의 치부까지 꿰뚫고 있는 나를 두고 그는 내가 무슨 요구를 하는지 이미 알아챈 모양이었다.
“예. 이 숲에서 또 하나의 극비 사항.”
어떤 의미로는 금악룡의 알에 관한 것보다 더욱 비밀로 해 두고 있는 일.
“이 숲에 있는 유일한 흑마법사와 만나고 싶습니다.”
* * *
“지혜의 숲에 흑마법사가 있는 것입니까?”
“응~. 있어. 생각해 보면 없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
숲의 노인 베일론과의 이야기를 끝마치자마자 나는 그에게서 바로 어떤 열쇠를 받아 가지고 나왔다.
지식의 열람 건은 아직 답변을 기다려야 했지만, 두 번째 용건은 곧바로 허가를 받은 것이다.
“숲의 노인들만 아는 사실이지만, 실은 이곳에 단 한 명의 흑마법사가 있어.”
“그럴 수가? 그런데 어째서 그것을 시안 님이 아시는 거죠?”
“적당히 들을 만한 곳이 있었거든.”
일부러 수상쩍은 듯 말한다.
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받은 열쇠를 보란 듯이 흔들었다.
“다음 이야기는 그 흑마법사와 만난 뒤에 해 줄게.”
“굳이 제게 설명하실 일은…….”
“아니, 알아야 하긴 할 거야. 특히 키르실, 너와 다른 다크 엘프들도.”
아직 그 진의를 짐작하지 못한 키르실은 멍하니 내 뒤를 따라올 뿐이었다.
“우선은 그 흑마법사의 은신처를 찾자.”
“아는 것이 아닙니까?”
“몰라. 열쇠만 주고 내쫓았잖아. 알아서 찾으란 소리지.”
일종의 시험 같은 거겠지.
허가는 해 주지만 찾지 못한다면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에밀리, 슬슬 찾았어?”
“으음~. 시안이 말한 대로 이 누나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단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렴.”
잠시 나타나서 그 말만 하고 에밀리는 다시 모습을 감췄다.
“그렇군요. 찾는 것은 마기.”
“유일한 흑마법사면 나나 키르실 외에 마기를 감추고 있는 존재를 찾으면 되니까.”
감이 좋은 악마, 특히 서큐버스 계통의 악마족이라면 그 기운을 감별하는 데 뛰어났다.
시간만 들이면 에밀리가 그 꼬리를 밟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찾았어. 시안. 도시의 우측 외곽에 희미하게 마기의 잔재가 남아 있네.”
예상대로 에밀리가 그 흔적을 잡아내었다.
쾌재를 부르며 바로 찾아낸 곳으로 당도한 뒤 나는 열쇠에 마기를 흘려 넣었다.
이곳이 입구라면, 여기에 반응하여 통로가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마기로 가득 찬 열쇠가 검은빛을 반짝이자, 아무것도 없는 벽에서 검은 화염이 일어나더니 벽을 태우고는 안에 감춰진 문을 드러내었다.
“여기야.”
경계할 필요도 없었다.
문안으로 내가 성큼 들어가자, 키르실도 잽싸게 따라서 들어온다.
통로 안쪽에서 느껴지는 마기.
“정말로 있군요.”
“그래. ……일단 말해 두는데 키르실, 아마 넌 그 흑마법사를 알아볼지도 몰라.”
“신경이 쓰였습니다만, 대체 무슨 말씀을…….”
설명은 그 흑마법사와 마주한 다음에 할 생각이다.
지하로 쭉 내려가자, 마침내 도달한 곳은 널찍한 방이었다.
마법사 공방의 일부.
그리고 그 안쪽에 흘러나오는 마기의 중심이 되는 자가 있었다.
내가 찾는 흑마법사.
“놀랐군! 놀랐어! 카하하하하핫! 설마 베일론 그놈이 열쇠를 내줄 줄이야. 하물며 찾아온 게 흑마법을 수련하는 어린것인가! 이 무슨 기연인가!”
폭소하며 말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서 희미하게 달그락거리는 소음이 들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리치?”
경악한 키르실이 답을 중얼거렸다.
우리를 맞이한 것은 검은 해골.
정확히는 죽은 자의 육체를 가진 흑마법사라고 해야겠지.
“어서 오게! 어린 흑마법사! 그리고 다크 엘프!……거기다 흠? 악마도 있나. 자아! 어서 오게!”
리치가 두 팔을 벌리며 열렬히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