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6
제36화
36화
“한 명이서 처리할 수 있는 전술은 한계가 있어. 하지만 세 명이면 분담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나니까.”
공격이나 방어, 정찰, 회복 등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항목이 늘어난다.
특히 게임에서도 초반에 육성의 기반이 부족할 때 가장 안정적으로 싸우는 요령은.
주로 화력을 담당할 캐릭터를 내세우고 보조나 버프 혹은 지원 공격을 할 서브 딜러를 두거나.
오로지 회복이나 소모형 아이템을 사용하여 쓰러지지 않게끔 지원하는 후방 회복에 힘써야 한다.
어지간한 보스전을 제외하고는 포진을 짜서 전투에 임하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웬만한 전투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
게임과는 이유가 달라도 지금 아카데미 수업에서 굳이 조를 짜서 전투 실습을 시키는 것은 이와 비슷한 맥락 때문이다.
‘……무엇보다 곧 그 요령이 필요할 때가 올 테니.’
특히나 메인 스토리 2장의 사건이 시작되는 곳에서는 풀 파티로 전투에 임하는 상황이 많다.
그만큼 위험한 상황도 늘어나고.
가능한 동료들과 협력하는 자세는 익히게끔 도와주고는 싶군.
“대충 이런 거다.”
나는 5층에 재도전을 하기 전에 둘에게 그 몬스터를 잡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지극히 일반적인 공략법.
“……그걸로 괜찮은 겁니까?”
“시안의 말은 이해했는데…… 정말로 작전은 그거면 돼?”
반신반의하는 둘.
이해는 가는 반응이다.
내가 말하는 공략이란 게임 시절의 지식을 근거로 한다.
그 사실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의 주장이겠지.
“다시 말하지만, 강제는 아니야. 뭐, 해 보고 안 되면 그때 불평을 실컷 들어 주마.”
대략적인 지시를 내리고 난 뒤 우리는 슬슬 재도전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미 그사이에도 다른 조의 학생들이 몇 번이고 도전했다가 깨져 나간 모양이다.
일부 통과한 조도 그사이에 나온 것 같고.
가장 첫 번째로 몬스터를 해치운 것은 수석 엘시아를 필두로 한 조.
기록은 7분 30초.
그다음 통과한 것이 셀리디아가 속해 있는 정령술 클래스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조.
기록은 8분 24초인가.
‘양쪽 다 우수한 성적인가?’
적어도 감독하던 교수가 흡족함과 감탄이 뒤섞인 얼굴로 기록하는 걸 보면 아마 평균 이상인 모양.
오케이, 저 녀석들만 뛰어넘으면 되겠군.
“자~, 그럼 슬슬 시작하자. 목표는…… 5분. 다른 녀석들의 입이 딱 벌어지게 할 결과를 내 보자고.”
“……마음대로 해라.”
“할 수 있으면 좋겠네.”
할 수 있고말고.
내가 씨익 웃으며 먼저 앞으로 나섰고, 나머지 둘도 따라오듯 걸어 들어왔다.
해당 층에 들어오자마자 분위기가 바뀐다.
《기록을 재현합니다.》
《재현 몬스터 : 크리스털 터틀》
눈앞에 보랏빛의 안개가 일렁이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몬스터가 천천히 걸어 나오며 모습을 과시한다.
크리스털 터틀.
레벨은 20 정도였던가.
물리 마법의 방어력이 높고 축적한 대미지를 받아치는 특수 스킬까지 갖추어서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녀석들을 애먹이는 타입의 몬스터.
“아까 말한 대로 움직여.”
“확실히 기억해 뒀습니다! 안심하고 맡겨 주세요!”
양 페이가 먼저 돌진하였다.
하지만 처음과는 기세가 달라졌다. 그저 저 혼자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게 아니라 아군을 의식하며 속도를 맞춘다.
그 뒤를 이어서 리니아 역시 검을 쥐고는 내달린다.
‘우선 리니아의 오러 유저 계열 스킬.’
지극히 안정적인 타입의 전투를 구사한다.
어지간해서는 약점에 꿰뚫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반대로 말하면 개성에 치우친 몬스터에게는 고전하기 쉬운 빌드.
“하아아앗!”
리니아가 속도를 높여 페이를 제치고 측면으로 빠져 거북이에게 참격을 휘두른다.
-페인 엣지.
1턴째에 한해서 대미지가 2배 효과를 볼 수 있는 선공용 스킬이다.
카카캉!
그리고 추가 효과는 어그로.
거북이의 고개가 자연스레 리니아 쪽으로 향한다.
“다음!”
“확실히 기억해 두고 있습니다.”
양 페이가 지시에 맞춰 뛰어올랐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으깨 버리겠습니다.”
조금 전 실패에 대한 분함을 곱씹듯 기운차게 공중에서 몸을 틀어 발차기를 휘둘러서 타격을 가한다.
-멸화곡정(滅火曲靜).
다리에 휘감긴 기운이 마치 검은 불길처럼 몰아치며 그대로 얻어맞은 거북이의 표면에 들러붙는다.
저 기예는 위력 자체는 다른 스킬보다는 약한 편이지만, 다른 부가 효과가 있다.
얻어맞은 상대에게 특유의 기운이 들러붙어 민첩을 저하시킨다.
(그런데 시안, 조금 전부터 위화감을 느꼈는데 저 아이의 기예는.)
‘맞아. 양 페이가 구사하는 무공이라는 기술을 지탱하는 기운의 근간…… 저건 마기야.’
내가 구사하는 마기와는 성질이 다르지만.
마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나 보더라고.
무공이긴 하나, 본래 그 일족은 그들의 무예를 이리 불렀다고 하니까.
마공(魔功)이라고.
(기운을 저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
‘오러 같은 것도 흔히 봤잖냐.’
(달라.)
에밀리는 단언했다.
(너희가 말하는 오러는 마나를 장악하고 그것을 날카롭게 깎아 무기로 쓰는 느낌일 거야.)
나무를 깎아 뾰족하게 다듬어 나무창을 만드는 것처럼.
(하지만 저 아이의 기술은 기운의 본질 자체를 이용하네. 마치 인간의 몸으로 마기를 품어 그 본질 자체가 되려는 걸까.)
“흠…….”
어쩐지 에밀리가 흥미로워하는 점이 신경 쓰였지만, 추가 설명은 다음 기회에 요구할까.
지금은 나도 할 일이 있으니까.
“그럼 내 쪽도 일하는 시늉을 내 볼까.”
바로 흑마법을 영창하며 거북이를 향해 쏘아 낸다.
다만 공격 마법은 아니다.
“우선 시야와 감각을 빼앗지.”
마법진을 완성하자, 그곳에서 흘러나온 것은 농밀한 검은 안개.
-카오스 마인드.
3서클 정신 간섭 흑마법.
일정 확률로 적과 몬스터에게 혼란 상태를 안겨 주는 정신 간섭 계열의 흑마법이다.
그 안개가 빨려 들어가자, 거북이가 휘청거리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혼란과 마비가 중첩되어 꼼짝도 못 한다.
(효과가 크네?)
‘크리스털 터틀은 상태 이상 내성이 지극히 낮아.’
대신 물리방어, 마법방어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 평범하게 사냥해서는 고전하게 된다.
딜이 박히지 않으니까!
요컨대 단순히 패기만 해서는 셀리디아 수준의 고화력을 쏟아부어도 8분 이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물며 반사 패턴까지 겹치면 더욱 성가시고.
“우선은 놈이 패턴을 보이기 전까지는 큰 움직임은 없을테니 적당히 놈의 주의를 끌면서 공격해.”
“응!”
“알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려는 것은 그렇게 몹이 단단할 때에 딜을 박기 위한 기초적인 요령.
슬슬 패턴을 보일 조짐이 보인다. 충분히 체력이 깎인 것이다.
“의논했던 대로의 기술을 써라. 먼저 양 페이부터!”
“맡겨 주세요!”
기운차게 양 페이가 돌진하며 기술을 구사한다.
-이혹타법(二惑打法).
파팟! 경쾌하게 내지른 두 손바닥이 차례로 거북이의 표면을 강타한다.
효과는 대상의 크리티컬 저항력의 대폭 저하.
거기에 시전 속도가 빠르기에 잘만 노리면 2중첩까지 가능.
그대로 또 한 번 같은 기예를 구사하는 사이, 리니아 역시 그 타이밍에 끼어들어 요정 검을 휘둘러 기술을 구사하였다.
그것 또한 사전에 약속한 대로.
검을 휘두르자 평상시와는 다소 다른 느낌의 칼바람이 몰아치며 거북이의 등딱지를 긁는다.
-부식의 칼바람.
오러 클래스 2성의 공격 스킬로, 마찬가지로 위력보다는 디버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스킬.
대상의 HP 회복량 감소.
‘저 거북이가 단단한 이유는 방어력도 방어지만 자체 스킬로 회복력을 가지고 있거든.’
각종 디버프와 놈의 특성을 약화시킬 스킬로 사전에 밑밥을 깔아 둔다.
기본적으로 파티를 조작하여 행하는 전투에서 가장 초반에 익히게 되는 요령.
무작정 대미지만을 주는 것보다 밑밥을 깔아 두고 놈의 패턴을 파악하여 가장 최적의 순간 최고의 대미지를 낸다.
“5…… 4…… 됐어! 지금 퍼부어!”
가장 아슬아슬한 시간을 계산하여 지시를 해 바로 폭딜을 꽂아 넣자.
본 스피어를 캐스팅하여 그대로 골의 장창을 불러내어 녀석을 향해 날린다.
페이 역시 최고 위력의 기예를, 그리고 리니아도 자세를 가다듬고 가장 위력이 큰 스킬을 펼치려 한다.
“단번에 끝내겠습니다!”
“이걸로!”
-오귀타멸격.
-비팅 블레이드.
쏟아지는 폭권과 칼바람을 휘감은 요정 검이 차례로 꽂힌다.
콰지지직.
지금까지와 다르게 스킬이 적중한 순간, 무언가에 금이 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대미지가 제대로 꽂혔다.
크리티컬 저항력이 대폭 낮아짐에 따라 지금 명중하는 공격은 높은 확률로 치명타로 들어갔을 터.
공격을 끝낸 둘이 물러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내가 날린 본 스피어도 적중.
콰지직!
단단한 껍질을 깨부수는 소리와 함께 골창이 깊숙이 몬스터의 몸통에 파고든다.
“……디버프 종료.”
계산해 둔 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행동 불능 상태에 빠진 거북이를 감싸던 디버프 특유의 광채가 사라진다.
녀석이 휘청거린다.
본래라면 예의 대미지 반사 패턴에 들어가겠지만.
“이미 끝났어.”
휘청거리던 거북이가 그대로 주저앉으며 고개를 땅에 처박는다.
그대로 절명한 몬스터의 형상이 흐릿하게 사라져 간다.
어디까지나 재현된 몬스터이니 그 생명이 다할 정도의 손상이 입으면 소환이 해제되는 것뿐.
“하아앗…… 하……. 정말로 쓰러트린 겁니까?”
“하아……. 겨우 해치웠네.”
리니아와 양 페이는 숨을 고르며 이쪽을 바라본다.
나는 문제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녀석들을 데리고 탑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오늘의 훈련 과제는 5층까지.
아직 6층은 저 애송이들에게는 이르니까.
나오자마자 나는 측정하고 있던 교수에게 기록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번 기록은 어떤가요?”
“어……. 4분 56초……. 놀랍군. 설마 크리스털 터틀의 능력이 발동되기도 전에 쓰러뜨릴 줄이야.”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감탄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통솔력이었네.”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고수라면 그깟 거북이를 힘으로 찍어 누르면 간단하겠지만.
현시점에서 아카데미에 갓 입학한 햇병아리 셋이 그것이 가능할 리 없었으니까.
놀라는 것도 당연하지.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20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레벨업 보너스 스킬 포인트 5pt를 획득합니다.》
《패시브 스킬 : 집단 지휘를 습득합니다.》
큰소리를 친 만큼의 성적도 냈으니 두 사람에게 불평을 들을 이유도 없겠지.
이래저래 생각에 잠긴 듯한 두 사람이지만 각자 뭔 생각을 하는지는 딱히 흥미가 없었다.
‘짐작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양 페이는 어째서인지 반짝이는 눈동자로 이쪽을 응시하고.
한편 리니아는…….
그녀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요정 검.
어쩐지 그것을 주시하며 묘한 혼잣말을 하는 그녀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지 못할 것도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확신을 얻었다.
리니아 벨튼.
그녀에 대한 고찰의 결론을 얻었다.
‘그녀는 아니야…….’
실력을 관찰하고 그동안 들었던 평판을 조합하여 나는 그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 세상을 ‘게임’으로 접해 본 누군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리니아 벨튼.
요컨대 리니아라는 인물의 설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저 녀석은 플레이어가 아니야.
이 세상을 게임으로 기억하고 있다면 반응해야 할 요소에도 전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것.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이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거고?’
앞으로 그녀의 인생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일어나겠지.
잘만 하면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바람직할 거라고 맹신하는 건 위험한가.’
우선은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리니아라는 인물은 존재하지만 내가 바라는 결과를 내기에는 다소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
‘저 녀석의 일을 대신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아마 리니아는 많은 요소들을 놓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적극적으로 내가 그것들을 회수해도 상관은 없겠군.
‘그럼 요긴하게 써 주지…….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이 아닌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