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74
제373화
373화
종언의 흉성을 화나게 하는 데 어떻게든 성공한 모양이다.
“고작 인간 따위가……. 어리석은 존재 중 하나에 불과한 주제에……. 어디까지고 몇 번이고 방해하는가.”
놈의 노기가 담긴 목소리가 울리며 주변의 공기가 떨리는 거 같다.
도발, 참 쉽네.
“의외로 인내심이 없군. ……생각하던 것보다 도발에 잘 넘어오는데?”
종언의 흉성.
저 최종 보스의 모든 살의가 내게 집중되었다는 것은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압도적인 힘에 섞인 감정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뚜렷하니.
“열 받는 꼴 보아하니 작정하고 덤비겠군.”
“그래도 시안이 바라던 대로 되었잖니. 처음부터 화나게 하는 게 목적이었으면서.”
“……뭐, 그렇지.”
에밀리가 말한 대로다.
굳이 대놓고 시비를 걸어서 열받게 한 것은 단순히 내 심보가 고약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필요하니까.”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작전 중 첫 단계이기에.
놈을 열받게 하여 온전히 내게 집중하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쿠구구구구궁.
바람대로 놈은 나 하나를 족치기 위해 원래의 목적조차 잊은 듯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래, 제대로 싸워 보자고 최종 보스. ……그때처럼 맥없이 밀리지는 않을 테니.”
“어리석긴. 너무나도 어리석다.”
분노하면서도 놈은 여전히 나를 얕잡아 보고 있었다.
그것은 딱히 나쁘진 않네.
과대평가보다 과소평가해 주는 편이 싸우기 더 좋으니.
“그럼 필사적으로 싸워 보자고, 에밀리.”
“흐음, 마지막까지 고생이네.”
에밀리가 씁쓸하게 웃으며 일단은 모습을 감춘다.
놈의 허점을 노리기 위해.
“덤벼 봐. 최종 보스.”
내가 손을 까딱이자, 놈은 그에 호응하듯 힘을 아끼지 않고 끌어낸다.
조금 전 쏟아 낸 화염이 내게 막혔으니 이번에는 다른 것을 쓰겠지.
파지지직.
놈의 주변이 새하얗게 번쩍이더니 곧 대량의 하얀 번개가 폭풍처럼 몰려든다.
“백뢰의 숨결. ……하여간 공격력은 더럽게 높은 기술만 써 대는군.”
의외로 고화력의 기술이 취향인가.
번개를 다루는 최상위 마법으로, 드래곤의 브레스와 비슷한 위력의 폭풍이라고 했던가.
이 주변의 공기를 삼키듯 태워 버리는 새하얀 불빛이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무섭게 휘몰아친다.
“저건 단순한 회피는 어렵나.”
회피 루트는 보이지 않았다.
힘으로 뚫어야 한다.
“번개라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준비는 철저하게 해 두었다.
“우선 교회에서 빌린 걸 써 볼까.”
이때를 위해 교회나 지혜의 숲을 비롯해 가능한 여러 단체에서 뜯어 온 보물들.
아직 잔뜩 남아 있거든.
“극찬의 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는 것 같은 관을 꺼내어 그 아이템의 특수효과를 발동시킨다.
“소환. 극찬의 검.”
새하얀 철로 된 대검 다섯 자루가 소환된다.
교회의 보물 중 하나의 극찬의 관의 효과인 극찬의 검.
무려 성검과 같은 재질의 대검을 자유자재로 불러내어 공격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가라.”
검들이 내 손짓에 따라 앞으로 뻗어 나가며 복잡한 궤적을 그리면서 저 새하얀 폭풍과 맞부딪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막기에는 부족하겠지.
하지만 내가 노리는 것은 이 대검의 재질인 철이라는 점이다.
번개와. 철.
그것이 의미하는 효과를.
“날아다니는 피뢰침 대용으로는 쓸 만하겠지?”
다섯 자루의 대검이 어지럽게 날아다니자 번개의 흐름이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비록 한순간에 불과하지만.
그 한순간이라도 그 흐름이 흩어지면…….
“보였다.”
발동해 두고 있던 전투 예지 스킬. 선견의 흑안을 통해 그 한순간의 틈이 보인다.
재빨리 다음 아이템을 사용한다.
천목의 팔찌.
지혜의 숲에서 뜯어 온 비장의 아이템 중 하나.
그것을 사용하자. 이번에는 고밀도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나무 넝쿨이 쭉 뻗어 나간다.
흐트러진 번개가 그 마력의 나무 넝쿨과 부딪히며 한순간 내가 빠져나갈 틈을 만들어 준다.
전신에 방어 결계를 친 채 그 틈을 향해 달려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다.
거기에 놈과의 거리를 좁힐 수도 있다.
“간파한다 해도 의미 따윈 없거늘.”
내가 약 30미터 정도까지 접근하자, 놈은 다음 공격을 위해 팔다리를 움직이며 자세를 취한다.
근접.
알고 있다. 저 주먹으로 내지르는 일격도 위험하다는 걸.
“확실히 이 거리면…… 네 주먹이 먼저 명중하겠지.”
짐작대로 놈의 주먹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무지막지한 압력이 덮쳐 온다.
“……안 맞으면 그만이지만.”
내가 씨익 웃는 것과 동시에 내 모습이 사라진다.
아마 놈의 눈에는 한순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대신 나타난 것은 에밀리.
다른 위치를 점령하고 있는 에밀리와 마법을 사용하여 위치를 바꾼 것이다.
사역마를 부리는 흑마법사의 전술 중 하나.
“그리고 내가 피하지 못할 일격은 에밀리가 어떻게든 흘려 내서 놈의 발을 묶는다.”
“……있잖니? 이거 그렇게 쉬운 거 아니거든, 시안?”
불평하며 에밀리는 나 대신 놈의 일격에 대응한다.
지난번에는 단 일격에 실체화를 유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큰 대미지를 입었던 공격.
하지만 경험을 쌓은 지금이라면 똑같은 결과는 일어나지 않는다.
“흡!”
짧은 기합과 함께 에밀리가 펼친 마기가 복잡한 궤도를 그리며 놈의 팔을 붕대처럼 감싸고.
“욥!”
묘하게 맥 빠지는 두 번째 기합과 함께 비스듬히 흘려 낸다.
“……?!?!”
놈이라도 이 결과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거기에 놈이 놀라는 사이 에밀리는 추가로 마기를 뻗어 포박한 범위를 놈의 날개까지 넓힌다.
이걸로 일시적이지만 둔해질 것이다.
“방심했군.”
역시 싸움 자체는 잘하지 못하는군.
습득한 스킬과 마법 중 그저 위력이 강한 것만 골라서 쓸 뿐이다.
“그럼 치사한 싸움이란 게 뭔지 한 수 가르쳐 주마.”
바로 마법을 캐스팅한다.
-붕괴의 말뚝.
내가 쏘아 낸 것은 공격용 마법이 아니라 디버프용 저주.
해골의 형상을 한, 추가 달린 일곱 개의 말뚝이 소환되어 움직임이 더뎌진 놈의 몸통에 정확히 꽂힌다.
“무슨 짓을 한 거지?”
의아하겠지.
관통했으나, 대미지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을 테니.
“저주야. ……네 운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궁금해서 말이야.”
저주의 효과는 심플하다.
말뚝이 흑마법 공격에 반응하여 터질 때마다 일정 확률로 체력의 4할의 비례 대미지를 주는 공격.
“하지만 발동 확률은 말뚝 한 개가 터질 때마다 약 5퍼센트…….”
게임에서는 자주 웃음거리가 되는 기능이었지.
잘 안 터지거든.
거기에 전부 빗나가면 엄청나게 뻘쭘하걸랑.
“자~, 그럼 넌 어떨까.”
내 짓궂은 악의를 알아챈 듯 놈의 눈동자가 한 차례 수축한다.
“시작.”
재빠르게 주변을 배회하며 나는 잇달아 흑마법 공격을 퍼부었다.
마법 공격을 간단히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말뚝은 파괴된다.
“한 개……. 이런, 꽝이군. 두 개……. 두 번째도 꽝인가?”
원래부터가 잘 터지지 않는 마법이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도 불발.
“다섯 번째도 아니군. ……실은 나 운이 없나?”
남은 말뚝은 이제 두 개.
그리고 곧 있으면 놈도 에밀리가 건 포박에서 풀려날 것이다.
“뭐~ 대충 터트려 보자고.”
어차피 운이니.
망설이지 않고 남은 두 개의 말뚝도 내가 잇달아 날린 흑마법 공격에 명중하여 부서진다.
…….
…….
…….
조용하군.
“역시 다 빗나가나? 하아……. 내 팔자야.”
“시안, 웃을 때가 아니잖니? 한 개도 안 터졌는데?”
아니, 웃어야지.
역시 쓸모없기로는 게임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는 마법이군.
종언의 흉성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이미 포박의 효과가 다했는데도 멍하니 몇 초 정도 서서 이쪽을 노려본다.
일단은 예상했던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의외로 이런 장난에 쪼네?”
“……감히!!”
내 혼잣말은 틀림없이 놈에게도 들렸을 것이고, 어쩌면 그의 자존심을 긁어 놓았을지 모른다.
“어리석은 미물에 불과한 것 따위가!”
“무서운 거 아니면 당당하게 맞든가. ……뭐, 이미 늦었지만.”
내가 중얼거린 것과 동시에 종언의 흉성의 움직임이 한 차례 멎는다.
주변을 탐색하듯.
그리고 무언가 알아차린 듯했다.
내가 조금 전 성공 확률도 낮은 마법을 가지고 장난을 친 진의를.
눈속임이다.
“그래. 진짜 공격은 이거다, 얼간아.”
놈의 주변을 계속 배회하며 자잘한 공격을 퍼붓던 내가 아래를 가리킨다.
동시에 마기의 검은 광채가 퍼지면서 바닥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진다.
“처음부터 확률 장난에는 기대도 안 했어. ……뭐, 그래도 터졌으면 좋았겠지만.”
노리는 것은 확률에 의존한 장난이 아니었다.
장난질을 하면서 준비하고 있던 마법진.
의미도 없이 공격하고 배회하면서 틈틈이 마기를 흘려서 그려 낸 이 마법진이야말로 진짜 노리던 공격 수단.
“발동해, 에밀리.”
“언제든지 할 수 있단다. 시안.”
내 신호에 에밀리가 그려 낸 마법진에 바로 마기를 흘려 넣어 점화한다.
설치형 대위력 흑마법.
-죽음을 씌우는 늪.
꾸르르르르륵!
마법진의 안쪽에서 지독한 마기가 넘실거렸다
그것은 곧 불길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공격으로 치환되며 맹렬하게 위로 치솟는다.
그것의 중심에 있던 종언의 흉성은 고스란히 그 공격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
“……!!”
제아무리 놈이라도 한순간에 이만한 공격을 방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지 저항하려 했으나 그대로 휩쓸리고 만다.
먹혔을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며, 나는 다음 수단을 모색한다.
‘이제 장난질을 가장한 함정은 통하지 않을 테고. 음, 남은 수단은…….’
쓸 만한 공격 패턴을 궁리하는 동안, 마법진에서 치솟던 마기가 멎는다.
그 속에서 신체가 절반쯤 녹아내린 종언의 흉성의 모습이 보인다.
“보였어. 역시 그게 중심부인 거냐?”
이전에 싸울 때 얼핏 본 놈의 핵.
그것을 노려서 내가 마력광을 쏘자, 놈은 재빨리 팔만을 우선 수복하여 막아 낸다.
“역시 거기가 약점이겠지?”
내 지적은 정확하리라.
놈이 팔로 바닥을 내리친다.
제 성질을 못 이겨 난리를 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매몰되어 있는 것을 끄집어내기 위해서.
마치 전선과도 같은 것.
그것을 한 움큼 쥐어 막무가내로 그 핵 속에 쑤셔 넣는다.
“대륙에 흐르는 마력. 지맥 안에 흐르는 마력을 그 선을 통해 끌어올린 건가.”
놈의 목적.
세계에 파멸을 주고. 또한 이 별을 장악하기 적절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
대륙 아래의 마력을 놈의 존재와 같은 것으로 바꿔 별 자체를 녹여 삼키려는 것.
놈이 세운 이 던전은 그것을 일으키기 위한 설비인 셈이다.
그리고 놈은 막무가내로 지맥과 자신을 연결시켰다.
아마 목적은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서.
“꽤 무리하고 있는 거 같은데? 정곡이지?”
“상관없다. ……시안 알케우스. 나는 확신을 얻었다.”
“무슨 확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네놈만을 소멸시키면 방해될 요소가 없다는 것을.”
“아아~ 그렇게 되나.”
적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천적으로도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놈의 할 일은.
무리를 해서라도 나를 없애겠다는 선언.
쿠구구구구궁.
무리하여 힘을 끌어낸 반동인지 주변이 마구 흔들린다.
종언의 흉성의 몸 역시 괴기하게 부풀어 오르고 수축하기를 반복한다.
놈은 괴기하게 뒤틀린 몸을 질질 끌고, 두 팔을 내밀며 날개를 펼친다.
무엇을 하려는지 알기 쉽다.
나를 없애기 위해.
“나도 대처하지 못할 위력의 공격을 퍼부을 힘을 모으는 건가.”
“시안, 어찌할 거니?”
“……깨부숴야지.”
저지하기에는 늦었다. 이미 놈은 언제든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상태다.
단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내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런다고 내가 쫄겠냐.
“내가 처음에 말했지? 덤벼.”
나는 지팡이를 고쳐 쥐고 놈을 향해 그것을 겨누면서 선언한다.
맞부딪쳐 주지.
“어휴……. 무모한 소리나 하네.”
“됐고. 도와. 나 혼자선 못 버텨.”
에밀리도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쉬며 내 어깨에 손을 댄다.
받쳐 주려는 것처럼.
내가 마구잡이로 끌어올리는 마기를 에밀리가 낭비하지 않게끔 보조하며 받아칠 준비를 마친다.
“말해 두지만, 절망하는 건 너다. 망할 최종 보스.”
놈은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
적잖게 자존심을 건드렸을 것이다.
놈은 응축한 마력을 전부 토해 내듯 쏘아 낸다.
단순한 마력 방출이 아니었다.
놈의 악의에 반응한 마력은 고유의 성질이 뒤틀려서 닿기만 해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극독 그 자체로 바뀌었다.
금속은 녹고, 생물은 썩어서 죽음에 이르는 일격.
새하얗게 발광하는 마력의 기둥이 나를 향해 쏘아진다.
“어림도 없어.”
가볍게 조소하며 나는 맞부딪치기 위해 끌어낸 마기를 전부 토해 내듯 발산하였다.
두 개의 마력이 부딪치며 서로를 갉아먹듯 밀어내기 시작한다.
“……큭, 빡세긴 하네.”
조금이라도 힘을 느슨하게 준다면 단숨에 밀려 버린다.
그리고 죽겠지.
필사적으로 최악의 가능성을 떠올리며 온 힘을 다해 그리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밀어붙인다.
“꺼져 버려!”
파아아아아앗!
무언가 파열하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지며, 내가 발산한 마기가 놈의 일격을 뚫고.
“……!!”
그대로 놈을 강타하며 밀어낸다.
놈이 무리하면서까지 힘을 끌어낸 일격이 깨졌다.
남은 것은 비참한 몰골을 한 채 넋이 나간 얼굴로 몸을 일으키는 종언의 흉성.
있을 리가 없는 것을 본 얼굴.
“역시 쫄았잖아. 멍청한 놈.”
겁을 먹고 있다.
부활하여 난생처음으로 힘으로 두들겨 맞고, 그 고통과 공포를 체감한다.
반대로 나는 승기를 가늠하고 있었고.
“어쩔래? 항복한다면 받아는 주마. ……처형은 해야겠지만.”
“고개를 조아릴 것 같으냐! 어리석은 욕망만을 지닌 생물 따위에게!”
놈은 격분하며 핵에 연결된 마력의 관을 움켜쥔다.
조금 전 공격과 같은 것을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다른 발악을 위해서.
“늦었다.”
“……뭐가?”
“발동을 앞당길 뿐. ……이것을 사용하여 목적을 이룰 뿐이다.”
놈의 목적.
이 별의 파멸.
별 자체를 녹여서 모든 생물을 몰살하려는 행위.
그것을 억지로라도 발동시키고자 한다.
“저지할 수 없을 것이다. 본래부터 언제든 발동할 수 있었으니.”
“……그렇겠지. 원래는 나를 때려눕히고 죽이기 전에 사용할 셈이었겠지?”
“그렇다마다.”
그 악의를 이해 못 할 리가 없었다.
“어리석은 오만함이 파멸을 맞이하게 되었구나.”
놈은 광소하며 연결된 마력에 자신의 존재를 흘려 넣는다.
게임에서의 묘사대로라면, 저 방식을 통해 마력을 감염시키고 붉은색의 물과 같은 물질로 바꾸어 모든 것을 집어삼켜서 녹인다고 하였지.
그것은 발동되면 저지할 수가 없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뭐, 기적도 필요 없지만.”
나는 짧게 중얼거리고.
놈은 승리를 확신한 듯 조소가 섞인 한숨을 내쉬었지만.
“뭐라고?! ……어째서? 어째서 지맥의 연결이?! 어째서 침투가 되지 않는 것인가!”
의문으로 바뀐다.
뜻대로 발동하지 않는다.
놈이 꾀하던 멸망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놈은 단시간에 자신의 의도가 실패한 원인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 원인이 내게 있음을…….
“내가 미쳤다고 네가 할 짓을 다 아는데, 그걸 그냥 놔뒀겠냐?”
나는 바깥을 보라는 듯 손으로 가리켰다.
조금 전 공격으로 벽이 부서지고 주변의 풍경이 보인다.
그 너머에 보이는 것은.
하늘.
“아까보다 조금 높아지지 않았냐? ……내게 정신이 팔려서 깨닫지 못했지?”
나는 숨기지 않고 놈의 계획을 말아먹게 한 비결을 공개하였다.
떠 있었다.
에타니올 제국의 모든 영토가 상공에 떠 있었다.
“제국 부유(浮流) 계획.”
그것이 내가 손에 넣은 공략집에 나와 있던 가장 중요한 작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