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75
제374화
374화
놈의 토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놈의 계획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것이다.
게임에서도 한 번은 일어났던 멸망.
놈은 더욱 강해진 힘으로 이 세상을 멸망시키려 했고, 아마 그걸 정면에서 저지하는 일은 불가능하겠지.
‘가장 큰 문제는 놈이 방아쇠를 쥐고 있다는 거야.’
놈의 계획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은 시늉을 하는 모양이지만, 딱 봐도 그것만은 명확했으니.
놈은 무엇을 생각할까.
‘한껏 유리한 상황에서 거들먹거리면서 세상을 멸망시킨다. ……그런 걸 꿈꾸고 있겠지.’
참 최종 보스다운 꿈이네.
그리고 악당의 꿈은 반드시 망쳐 줘야 하는 법.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상식 따위는 논하지도 말고.
‘기습으로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는다. ……그건 아무래도 힘들겠지.’
기습으로 일격에 해치울 수 있다면 애당초 이렇게 곤란을 겪지도 않았을 테니.
무엇보다 성가신 건 놈이 불리하게 되면 바로 터트려 버릴 것이라는 점.
‘그럼 그걸 완전히 차단해야 할 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방법이 없었다.
적어도 놈이 제도를 깔아뭉개고 그곳에 고립되어 있던 초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차단할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야 게임에서는 반드시 일어나는 이벤트 같은 것이었으니.
‘정말로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기대하며 밑밥이라도 깔아야 하나 고민했지.’
그러나 그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개발자가 남긴 가이드북.
그 역시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 그것이라고 명시해 두었고, 그에 대한 한 가지 해결법을 제시해 놓았다.
제국 부유 계획.
‘어이가 없는 방법이라서 나도 진짜 이 짓을 해야 하나 고민하긴 했지만…….’
정답이었다.
“……무엇을 한 거지?”
“뭐긴, 보면 알잖아.”
녀석은 제대로 된 판단도 못 할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그것은 꽤 큰 수확이군. 괴물이라도 사고 패턴이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명백한 증거이니.
“네가 일으키려는 멸망은 지맥을 통해 대량의 마나를 네 성질로 물들여서 전부 집어삼키자는 것이었지.”
잘 알고 있는 사실.
오로지 놈을 약 올리기 위해서 나는 친절하게 가르쳐 주기로 했다.
무엇으로 엿을 먹인 것인지 자세히 말이다.
“까놓고 말해서, 내 능력으로 그걸 저지하는 건 어려웠어. ……대신 다른 방식으로 차단하는 건 됐지만.”
“지맥의 분단…….”
“정답.”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일이다.
놈이 저 지맥을 장악하는 게 문제라면?
“뽑아 버리면 아무것도 못 하지.”
그 연결을 끊어 버리면 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랜선 뽑는 거랑은 난이도는 물론이고, 그 규모부터 차원이 달랐으니까.
“근데 그게 되더라고~.”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게 그 가이드북에 있는 어떤 술식의 기초 이론이었다.
“제국 부유 술식.”
이름 그대로 제국의 전 영토를 공중에 띄운 후 각각의 영지별로 쪼개어 물리적으로 분단하는 방법.
그것을 통해 놈이 지맥에 마나를 접속하려는 것을 완전히 끊어 버렸다.
“지금쯤이면 제국 각 지점에서 내 부탁을 받고 다들 그걸 전개하느라 열심히 힘쓰고 있을 거고.”
“그렇다면 그 저항을 끊어 버리면 될 뿐이다.”
놈은 내가 말한 것을 이해하고 분한 듯 주먹을 움켜쥐더니, 이내 그것을 펼쳐서 바깥을 향해 무언가를 쏘아 낸다.
분신.
“요컨대 분신을 보내서 그 술식을 끊어 버리겠다?”
적절한 대응 방법이지.
공중에 뜬 영토를 바닥으로 가라앉힌다면 다시 지맥에 접속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전에 널 없애 버리면 그만이야.”
남은 것은 시간과의 싸움.
이제는 작정하고 놈을 없애기 위해 공격해야 할 때다.
나는 본격적으로 놈을 향해 강한 적의를 드러내며 선언했다.
* * *
에타니올 제국 소속의 검은 탑.
제국의 새로운 마탑이자 시안 알케우스가 직접 관여하는 탑.
그리고 지금은 황녀 미네이울을 중심으로 제국의 임시 수도의 역할을 하는 요충지.
“이, 이거 괜찮은 거죠?! 정말로 괜찮은 거죠, 네?”
그곳의 최상층에서 황녀는 눈에 보이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덜덜 떨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하는 일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황녀라는 신분 때문에 이 위에 앉아서 명령을 내리는 시늉이나 할 뿐.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지금 벌어지는 작전은 전부 황녀의 인가를 받고 하는 것이다.
요컨대?
잘못되면 세상은 가장 먼저 그녀를 비난하리라.
“그건 아무래도 좋은데요…….”
그런 입장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스스로 무능하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으며, 써먹을 게 이름뿐이라면 딱히 아까울 것도 없다.
하지만 벌이는 짓이 너무 터무니없었다.
“……이거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요?”
“걱정 없습니다. 황녀 전하.”
이해는 한다는 표정을 지은 채 설명하고 있는 사람은 검은 탑 소속의 마법사.
작전의 보조를 위해 붙인 인물이다.
그는 몇 번이고 불안해하는 이들을 다독이기 위해 지금 제어하는 대규모 술식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대규모 중력의 제어 마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어를 끊으면 자연스레 원래대로 돌아올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곤란한데요…….”
“그, 그렇겠죠.”
그 시안이 걱정 없다고 단언했으니 별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거기다 딱히 발안자인 시안의 말만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협조한 뛰어난 인재들 역시 나름 신중히 검토했으니.
“걱정해야 할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예. 그렇겠네요.”
황녀가 벌벌 떠는 것은 딱히 술식의 불안한 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현재 검은 탑은 이 터무니없는 술식을 제어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량의 마력을 제어 공급하며, 지금도 다수의 마법사들이 연계하여 복잡한 술식을 제어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방해를 받게 된다면?
외부의 공격으로 탑이 파괴된다면?
끝장이다.
시안이 그 괴물을 쓰러트릴 때까지 끝없이 이것을 유지하는 게 조건이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순식간에 세상은 멸망하고 만다고 시안이 신신당부했으니.
“……오네요. 방해.”
“역시 그렇군요.”
담담하게 말하는 것과 달리, 검은 탑 주변에 쳐 놓은 결계는 다급한 신호를 보내며 깨지고 있었다.
상공으로부터 무언가가 낙하하고 있었다.
무수한 유성과도 같은 것들이 낙하했고, 그것들은 곧 괴물의 형상을 띠며 검은 탑을 향해 몰려왔다.
종언의 흉성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뿌린 분신들.
“목적은 이곳을 파괴하는 것.”
“즉시 대응해 주세요.”
“알고 있습니다.”
이곳을 사수하는 것 또한 맡은 소임.
지시대로 탑을 부수기 위해 접근하는 괴물들을 막을 병력을 내보낸다.
검은 탑의 마법사들.
그리고 다크 엘프…….
마지막으로 아카데미의 학생들 중 일부.
시안의 입김이 닿는 이들 중 그의 계책에 협력할 수 있는 자들을 모아 검은 탑을 사수하도록 부탁했다.
그들에게 적의 대응을 직접 명하면서 황녀는 이것을 꼭 당부한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을 사수해야 합니다. ……이곳이 무너지면 제국, 아니 대륙의 명운도 끝이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아 주세요.”
이것은 개인적인 생각이 담긴 당부.
황녀의 명령과 함께 탑을 사수하기 위한 이들은 접근해 오는 괴물들을 향해 먼저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싸워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시안이 승리할 때까지라는 것.
* * *
무슨 수를 써서라도 종언의 흉성을 쓰러트린다.
지금부터는 놈을 섬멸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싸워야 한다.
그 사실을 뇌리에 떠올리며, 나는 사력을 다해 공격을 가했다.
-암흑용융.
최고 단계의 흑마법 중 하나를 발동시킨다.
질척거리는 검은색 용암이 소환되며 종언의 흉성을 향해 쏟아지더니 놈을 온통 뒤덮는다.
일반적인 생물이라면 닿는 즉시 녹아 버릴 만큼 흉악한 저주가 응축된 흑마법.
“크아아아아아아악?!”
그것을 놈은 온전히 강한 육체만으로 버텨 낸다.
“질긴 자식…….”
“이대로는 끝이 안 나겠네. 저런 저주에도 버틸 줄이야.”
“나도 알아. 화력이 더 필요해.”
에밀리의 말대로다.
지금 우리가 놈을 밀어붙이는 것은 단순히 더 압도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투 경험의 차.
그리고 머릿수.
2:1이라는 상황을 이용하고, 놈보다 더 많이 싸워 본 경험을 살려서 놈을 두들기고 있는 것뿐.
“……그것도 한계가 오겠지.”
놈이라고 계속 미숙하지는 않을 테니까.
공격하는 만큼 그것에 대응하는 방법을 학습할 테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감당하기 성가시게 되겠지.
“할 수 없지. 두 번째 수단을 쓸까?”
“그거 말이니? 역시 좀 안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러쿵저러쿵할 여유는 없어. 어서 준비나 해.”
우려의 말을 꺼내려는 에밀리의 뜻을 무시하고, 반쯤 강압적으로 두 번째 수단을 쓰고자 한다.
우선은 조금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마법과 그 외의 온갖 수단을 통해 종언의 흉성의 주변을 맴돌며 공격을 퍼부었다.
“무의미한 짓이다.”
놈은 자신의 힘을 휘둘러 퍼붓는 공격을 차단하기 시작한다.
“이해했다. 네놈은 힘이 부족하다.”
싸움에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 깨닫고 있겠지.
아직은 힘에서 자신이 더 위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어리석은 자. 아니, 시안. 그것이 안쓰러운 발버둥이라는 것인가?”
“정답이야. 괴물 자식아. ……그리고 이제부터 할 게 진짜거든.”
필사적인 발버둥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마.
나는 놈을 몰아붙이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화력.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극단적인 수단을.
“……가라.”
아공간 아티팩트의 개방.
그 안에서 어떤 것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지팡이.
다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과 달리, 등급이 두 단계 정도 낮은 것들이다.
예비용이 아니었다.
고작 예비 무기라면 그것을 천 개나 준비할 필요가 없다.
“우선 배치를. 세세한 배열은 네가 해, 에밀리.”
“……정말로 할 거니? 뒷일은 누나도 모른다?”
“됐어.”
채근하자 에밀리는 허공에서 쏟아지는 지팡이들을 미세한 마기로 간섭하여 공중에 날리며 배열한다.
놈을 중심으로.
둥글게 포위하듯.
마치 수많은 총구가 놈을 향하듯.
“무슨 짓이지?”
놈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시킬 필요도 없었다.
“당해 보면 알 거야. 이 괴물 자식아.”
마법의 발동 준비를 잽싸게 끝낸다.
내가 발한 신호를 토대로 공중에 배열된 지팡이가 빠르게 마기를 회전시키며 마법진을 전개한다.
“마법의 멀티캐스팅. 본래라면 일개 마법사의 재주로는 이정도 양의 연산처리는 어림도 없지만.”
아티팩트를 사용하면 된다.
팔찌를 하나 꺼내 왼팔에 끼고는 발동시킨다.
영창의 목소리.
지혜의 숲의 두 번째 보물.
뭐, 효과는 의외로 수수한 편이지만.
“발동하는 마법을 특정 매개를 이용하여 복사, 그리고 동시 발동을 가능하게 해 주지.”
이론상 단 한 명의 마법사가 한순간이지만 수백 수천 개의 마법을 난사할 수 있다.
물론 보통은 그러다가 죽겠지만.
“각각이 대충 7서클 위력의 마법이야. 그리고 준비해 놓은 것이 천 개. 이게 한 번에 터지면 어떻게 될까?”
“발동할 리가 없다.”
종언의 흉성은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렇겠지. 정답이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것을 온전하게 써먹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
보통은 발동에 실패한다.
“근데 이거 누가 온전히 발동시킨대?”
내 적의와 악의에 종언의 흉성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뜻을 알아챈다.
각각의 지팡이에 심어진 마력의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폭주라고?”
“정답. 심어 놓은 마법을 전부 폭주시켜서 한 번에 터트리는 거야.”
결론만 말하자면 저것 하나하나가 고위력의 폭탄인 셈.
그것을 한 번에 폭발시킨다.
“가능할 리가 없다. 그런 짓을 한다면…….”
“아~, 나도 작살난다고? 하핫! 그야 당연하지!”
그렇게 마법을 폭주시키면 당연히 사용한 마법사도 같이 터져 나가기 마련.
자폭.
“처음부터 자폭기로 설계한 전법이거든!”
그것을 기꺼이 써먹을 셈이다.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의 화력을 끌어내려면 목숨 정도는 내다 버릴 수단을 쓰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것을 위해 딱 한 번 사용 가능한, 말 그대로 목숨을 내다 버리는 한 수.
“……!!”
“튀려고 해 봐야 이미 늦었어.”
이미 언제든 터트릴 준비가 되어 있으니.
놈이 반응하기 전에 나는 완성된 자폭기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발동한다.
기이한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로 주저 없이.
“그럼~ 일단 같이 뒈지자고, 최종 보스 씨.”
시안 알케우스 오리지널 자폭기.
적당히 이름을 붙이자면.
-천흑폭멸탄.
끓어오르는 대량의 마기가 고열로 치환되며 미친 듯이 발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힘에 닿은 것은 증발하기 시작하며, 종언의 흉성 역시 그 힘에 집어삼켜진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은 구체의 형태로 부풀어 오르며, 탑 형태의 건축물의 중층까지 집어삼키며 전부 증발시킨다.
쿠구구구구구…….
떨림과 열기가 일대를 뒤흔들고 난장판을 치고 난 뒤 그 구체는 빠른 속도로 수축한다.
녹아내리는 눈 뭉치처럼.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 따위는 없다.
괴물도.
하물며 그것을 사용한 인간조차.
당연히 나 역시 예외는 아니겠지.
스스로의 목숨을 대가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자폭기의 본질이니.
……그러니까
“……진짜 뒈지는 줄 알았네. 아니, 뒈졌나. 한 번.”
한 차례 녹아내려 엉망진창으로 굳어 버린 잔해 더미 위에 엎어진 채 나는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보유한 스킬이 조건부로 발동합니다.》
《검은 생명의 가호.》
《스킬의 발동으로 사망 단계에 이르는 대미지가 1회 무효가 됩니다.》
보험.
부활 스킬의 존재.
내가 미쳤다고 내 목숨을 내다 버릴 리 있겠냐.
“유감이지만, 나는 부활하거든. 망할 자식아.”
죽음을 무시하고 생환하는 건 너희 같은 놈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