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50
열일하는 과금 기사 449화
거침없이 인류제국을 떨치고 나아간 검의 황제가 이기어검을 쏘아 냈다.
콰득.
손을 뻗어 잡는다. 날아든 검은 단순히 영기(靈氣)만을 휘감은 이기어검이 아니라 극도의 강기가 함께 압축된 권능기였지만 신이 쏟아 내는 공격을 끝없이 버텨 오던 내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나는 빛의 태극으로 강기를 흘리고 육체 능력으로 검을 잡아챘다.
우우웅–!!
이기어검이 요동친다. 본체의 경지를 일부 반영하는 이기어검의 물리력은 산을 매달고 대기권도 돌파할 정도였지만…… 권능의 영역에 도달한 근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더 강해졌군.”
“오. 강해졌나? 진짜?”
기꺼운 소리에 웃는다. 다크스타와의 전투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시간도 엄청나게 썼음에도 그만큼의 성장을 이뤄 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고생한다고 강해지기엔 지금 수준이 너무 높긴 하지.’
신체 요소가 천문을 열었고 광태극을 12성 대성했다. 속성력 제어가 월등히 상승했고 마법 수준도 현격하게 늘었다. 저주 저항이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스트레스 블레이드도 더욱 강렬해졌지만.
그럼에도 내 레벨은 1도 늘지 않았다.
다크스타를 만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싸운다면 승률은 60퍼센트를 넘지 못할 것이다.
비등비등하다는 말로 내가 백수십 년을 고생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역대급으로 느린 성장이다.
쉬며 보냈으면 또 몰라 고통과 시련으로 보낸 시간이니 더더욱 그러하다.
“이 와중에 그런 걸 신경 쓰는 건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다. 남궁일검을 보며 다시 웃는다.
배은망덕한 배신자라며 비분강개하는 신하들이 많지만…… 사실 나는 녀석에게 별다른 악감정이 없다.
녀석이 일종의 ‘실험체’로 자원했기에…… 인류제국은 다수의 황제 클래스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추가적인 황제 클래스를 얻을 방법도 생겼지.’
하모니를 황제 클래스로 만드는 데 성공하며 업데이트와 패치를 통해 황제 클래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종적으로 9명 제한에 걸리겠지만…… 그것은 98지구에, 또 대우주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남궁일검이 인류제국을 벗어나 독립했다 해도 녀석은 매일매일 바쁘게 [일]하고 있다.
하긴 제것이 된 남궁제국을 어찌 내팽개치겠는가?
녀석은 현실에서 매일 싸우고 미궁에서도 미친 듯 던전을 클리어 하고 있다. 미궁이야 특성을 얻기 위해 깨는 것이겠지만 녀석의 존재는 틀림없이 대우주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엄밀하게 말해 녀석은 내 부하로 있던 남궁일검이 아니다.
[폐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그때 밖에서 목소리가 전달된다. 남궁일검이 답했다.
“별일 없다. 휴식을 취해야 하니 접근하지 말도록.”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나를 바라본다. 나 역시 그를 보았다.
‘또 다르군.’
무림맹주 시절의 남궁일검은 야심만만한 사내였다. 권력을 위해 명 황제에게 붙었고 세력을 위해 비겁한 짓도 서슴지 않던 간웅(奸雄).
신화 카드를 받은 남궁일검은 허허로운 분위기의 노인이었다. 모든 것에 초탈한, 생각보다 제 역할을 잘 수행하던 초월자.
그리고 지금은.
“남궁일검. 나를 어떻게 기억하지?”
“괴물.”
녀석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태산을 압도할 기세와 거대한 살기를 갈무리한, 살아온 인생보다 훨씬 더 긴 기억을 전승받은, 멸망한 대륙에서 영원히 몬스터와 싸우던 복수자.
최후의 검황, 남궁일검.
“괴물이라니. 너 검신 때는 나름대로 잘 따랐잖아.”
녀석을 보니 신기하다. 안 그런가? 고작 백수십 년을 살았을 검신보다 수천 년은 살아온 검황이 더 혈기 넘쳐 보이는 상황.
이를 악문 남궁일검이 말한다.
“너는…… 대체 뭐냐?”
“뭐가?”
“무릉도원을 지탱하던 신석(神石)을 삼켰다. 후회는 없어. 어차피 멸망할 운명이었으니까. 수천 년을 투쟁했다. 오직 검에 대해 궁구했어! 나는 인류의 종점이고, 극점이다. 나는 아르데니아의 역사이자 신이었다고!”
그것은 황제 클래스 검황의 인물 배경이다. 그의 창조주인 사랑이에겐 ‘어떻게 하면 인간이 황제 클래스가 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그럴싸하게 짜낸 설정일 뿐이지만.
적어도 녀석에게는 직접 겪은 자신의 과거일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그런데도…… 이 몸에 깃드는 순간 너와 대적하겠다는 생각조차 없어지더군.”
인류제국이라고 반란이나 소요 사태가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귀족 세력과 그 후계자들이 집단을 형성해 독립을 외친 적도 있고 내가 잘 활동하지 않던 시기에는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반란을 모의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당연히 모두 실패했다.
아니 실패하는 수준을 넘어 정도 이상으로 사건이 커지지 않는다. 나를 아는, 초월자 이상의 존재는 절대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 이상하게 다들 내가 수련하고 싸우는 걸 보면 학을 뗀단 말이지. 일반인도 아니고 초월자인데.’
내심 신기해하는 내게 남궁일검이 말했다.
“너는 뭐냐? 사람이 맞나? 어떻게…… 세상에 너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지?”
“…….”
나는 흔들리는 남궁일검의 눈을 보았다.
‘제멋대로 독립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남궁일검은 도망갔다.
황제 클래스의 드높은 프라이드는 자신이 ‘압도’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지만, 거대한 태산은 하늘을 찌를 듯 고고하지 고개를 숙일 줄 모르는 까닭이다.
태산이 고개를 숙일 때는 그것이 무너져 내렸을 때뿐이다.
“흠. 적당히하고 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후웅.
마음속에서 무검을 꺼내 든다. 단숨에 주변을 짓누르는 압력에 남궁일검은 발작적으로 두 개의 이기어검을 더 불러냈지만…… 결과는 이미 판가름 난 것이나 다름없다.
같은 황제 클래스라지만…… 남궁일검과 내 전력 차는 그야말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너.”
다시 말하지만 녀석에게 악감정은 없다.
교수 밑에 있던 학생이 노벨상을 탔다면 교수가 아무리 위대한 존재라 해도 독립시켜야지 영원히 아래에 두는 건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
그러나.
뻑!
“컥!?”
광속펀치에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서는 남궁일검을 보며 웃었다.
“세계관을 제대로 확장해야겠다.”
독립시킬 때 독립시키더라도.
제 잘난 맛에 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게 하면 안 될 일이었다.
* * *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하는 법.
그 난세가 우주적인 규모라면, 등장하는 영웅 또한 우주적인 규모다.
“황금용제(黃金龍帝)! 맙소사. 전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원의 마법 소녀. 강보람이 새로운 황제 클래스가 되어 활약하기 시작했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절대 권능, [황금용의 인도]로 우주에 흩어져 있던 용족들을 드래고니아로 던지는 등 활약하는 것.
“창황(槍皇)? 말도 안 돼. 괴상한 녀석이긴 하지만 녀석에게는 재능이 없었어. 사실 초월자도 말이 안 되는데…… 당연히 [떠밀림]에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녀석은 안 죽지.”
“……아니 그러고 보니?”
창황, 랜슬롯은 현실에서 거의 활동도 안 하고 미궁에서 살았다. 그는 로그인&로그아웃 능력을 가진 재연과 다른 방식으로 끝없는 지구력을 가진 존재.
지치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면 그만이다.
[미궁이…… 리젠되지 않아. 제거하면 끝이다!]-오오 살았어……
당장이라도 멸망할 것 같던 대우주가 천천히 안정을 되찾아 간다.
이미 대우주로 나간 던전과 몬스터는 어쩔 수 없었지만…… 몽환의 미궁에 생성된 던전들이 100배의 시간 속에서 처리되자 한결 여유가 생기는 것.
심지어 그 누구보다 미궁 활동에 적극적인 인황(人皇)이 고작 돈. 그것도 노동력만 있으면 생산 가능한 마나 코인을 받고 우주를 누비기 시작한다.
과거라면 영능력자만이 생산 가능한 마나 코인을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몽환의 미궁을 돌아 특성 [마나 각성]을 습득하면 그만인 근래는 상황이 다르다.
점점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는 우주.
그리고 그 와중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용신(龍神)이 탄생했습니다.”
“대상은?”
“당연히…… 용황이지요. 응룡은 늙은 데다 명망이 부족하니까요.”
“우주가 위기는 위기군. 신의 탄생이라니.”
온 우주가 술렁인다.
신의 탄생.
과거에도 드물었고, 창조신이 세계의 시나리오에 관여하지 않은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신이라는 존재는 대부분 타고나거나 창조신의 시나리오에서 탄생하지 하위의 존재가 도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
“그럼 이제 언터쳐블급 던전도 안심인 건가?”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기대했지만 막상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용신은 미궁에 들어가지 않고 드래고니아만을 지켰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명이 파괴되고 심지어 제국급 세력도 상당수 멸망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쪼개진 세력은 우주 곳곳으로 흩어져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기도 했고 혹은 자신이 기댈 새로운 피난처를 찾았다.
“에드워드, 피난민이야.”
“몇 명?”
“인구는 3억 7천만…… 명? 아니 이건 마리라고 해야 하나?”
“마리?”
“루테 행성에서 온. 그러니까 루테인이야.”
“아, 주토피아. 레온하르트 제국도 엉망이긴 한 모양이네.”
다수의 황제 클래스가 존재하는 98지구는 대우주에도 몇 없는 피난처였기에 수많은 피난민들이 문명의 모든 인력과 재산을 가지고 투신했다.
98지구 입장에서도 나쁜 일은 아니다.
피난민이라곤 하지만 하위 문명의 난민과는 상황이 다르다. 우주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온 이들은 대부분 거르고 걸러진 존재.
새로운 개척지나 다름없는 98지구는 자본도, 인재도, 인구도 부족하니 미래를 위해서라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의 힘이 98지구에 위협이 된다면 또 모르겠지만 98지구에는 두 명의 대천사와 한 명의 마왕이 있지 않은가?
자아를 지키기 위해 [계승]을 불완전하게 받아 황제 턱걸이나 다름없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황제 클래스고 무엇보다 클래스로 인한 막대한 보정이 있다.
경지가 황제 턱걸이지 실질적인 전력은 그렇지 않다는 소리.
그러나 문제가 있다.
그 피난민을 추적하고 있는 무지막지한 규모의 몬스터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황제급이 여섯.”
“돌겠네…….”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이벤트. 몽환의 미궁이 안정화되어 한 번 정리하면 리젠이 없다는 건 다행이지만…… 당장이 문제다.
“전부하고 싸울 수는 없어. 일부는 받고 일부는 방향을 돌려 몬스터 무리를 나눠야 해.”
우우우웅—!!
에드워드의 등에서 열두 장의 날개가 펴진다.
황제 클래스 대천사.
‘늘 어색하단 말이지.’
마법을 익히다 마왕 클래스를 각성한 레드나 그랜드엔젤의 기억을 가지고 찬트를 중점적으로 수련하다 대천사로 각성한 하모니와 그는 상황이 다르다.
그는 무인.
에드워드라는 동일 인물에서 뻗어 나간 존재라곤 하지만…… 대천사 에드워드와 무인인 에드워드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
스펙 업은 당연히 있지만 대천사로서의 힘과 무인의 힘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전과 수련이 필요하다.
“아!”
그리고 아마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에드워드보다 하모니가 상황을 먼저 파악한 것은.
“……아!”
차분하던 하모니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에드워드는 대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오셨구나?”
한편 98지구로 향하는 우주선 안.
붉은 기운이 온몸을 휘두는 청설모가 초조한 표정으로 레이더를 보았다.
“마중. 마중은 없어?”
“없습니다. 거리가 너무 멀어요!”
“안 돼…… 이러다 따라잡히겠어!”
“썬더. 지금이라도 피난민 일부를 떼어야 해. 속도에 제한이 걸린다고.”
“워터! 거의 다 왔다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다섯 마리의 다람쥐가 털을 빳빳이 세운 채 논쟁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의 바로 뒤에 하나하나가 그들의 문명을 멸망시키고도 남을 괴물 여섯과 스물이 넘는 초월급. 그리고 셀 수도 없이 많은 몬스터 군단과 그들을 태우고 있는 수백 척의 전함이 추격 중이었기 때문이다.
“끝장이야…… 설사 도착해도 98지구가 이만한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을까?”
“제길. 이럴 거면 차라리 방향을 꺾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애꿎은 문명을 끌고 들어가는 걸 수 있다고.”
“1년 넘은 도주의 결과가 겨우 이거라니…….”
우주선 안에 침중한 분위기가 흐를 때였다.
“그래도 기특하네. 피해를 끼치느니 다시 방향을 꺾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다니.”
“……!?”
“무슨!?”
난데없는 목소리에 파워포스 멤버들이 기겁해 몸을 돌린다.
거기에는 루테인과 완전히 다른 외향의 인간 하나가 앉아 있다.
“적!?”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런 기척조차 없이 우주선 안으로 침입한다고!?”
모두가 기겁하는 순간. 전격을 일으키던 썬더가 멈칫한다.
“어? 당신은…….”
“오랜만이에요. 썬더.”
씩 웃으며 손을 뻗어 그의 동글동글한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무례라면 무례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파워포스의 리더 썬더는 항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표정에는 기쁨이 차오른다.
“한재연 님!?”
“네. 접니다.”
피식 웃는 순간 전면에 있는 디스플레이어에 우주에 떠오르는 수백 수천 개의 꽃잎이 떠오른다.
“애쓰셨어요.”
그리고 이내.
그 꽃잎들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