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63
〈 63화 〉 [교단의 사생아] 울프힐데 – 3
으로 땅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보어’, 멧돼지들은 한 방에 급소를 처리한 후 적당히 고기로 가공했다.
고블린들처럼 둘러싸고 두드려 패면 경험치를 더 얻을 수 있겠지만 먹을 걸로 장난치는 건 좀 그렇기도 해서 내가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
“……왠지 남 같지가 않아.”
“그 때 교수가 죽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바로 죽었겠네.”
으로 속박당하고 깔끔하게 그 명을 다하는 멧돼지들을 보며 텟샤와 모리건이 멧돼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때의 격렬한 섹스가 떠오른 건지 괜히 제 발 저리듯 민망해했다.
“멧돼지 고기는 각자 나눠서 챙겨갈래? 제법 상급의 고기네.”
“고기는 언제든지 옳지요! 감사히 받을게요!”
내 말에 루시아가 눈을 반짝였다. 의외로 고기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전에 샌드위치도 꽤 아낌없이 고기가 들어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인상만 보면 케이크니 디저트니 좋아할 것 같은데 의외로 육식이다.
나는 스킬을 이용해 멧돼지를 빠르게 정육점에서 파는 것 같은 고기로 만들어갔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적당한 천 주머니를 꺼내 담아서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꼭 배급을 받는 것 같습니다.”
고기가 담긴 천 주머니의 내용물을 바라보며 유에가 감상을 말했다.
“동방연맹은 배급제를 실시하는 거야?”
“지역을 통치하는 가문에 따라 다릅니다만, 진 가문에선 굶주린 이들에게 정기적인 배급을 실시했습니다. 저도 진 샤오님을 모시기 전에는 몇 번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건 괜찮네. 교단이라고 하면서 굶어 죽든 말든 내버려 두는 어디와는 다르네.”
유에와 이야기를 나누던 텟샤가 무심코 말했다가 아비의 존재를 뒤늦게 깨달았다. 아비는 조금 심란한 표정이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잘못된 이야기도 아니니까 괜찮아요. 한심한 꼴이죠.”
텟샤의 사과에 아비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크로이츠 교단은 각 성당의 개인적인 구호도 금지하고 있다. 그것을 허가했다가 추종을 받는 새로운 세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크로이츠 교단의 시작은 부패한 영주를 습격해 식량 창고를 연 것이었다는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듯한 꼴사나운 모습이다.
“지금의 교단이 부패한 건 사실이니까요. 인정하지 않으면 더 좋아질 수 없을 거예요.”
“……그렇지. 아비는 다른 교단 사람들보다 말이 통하네.”
예상과는 달리 교단을 부정하는 말을 꺼내는 아비에게 텟샤가 놀랐다.
“둘이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 앞으로 교단을 개혁하는 데 있어선 아비의 역할도, 그노시스 제국의 역할도 클 테니까.”
“개혁? 교단을 개혁하겠다는 거야?”
내가 꺼낸 ‘교단의 개혁’이라는 말에 텟샤가 되물었다. 원하던 반응이다.
“그래. 지금의 썩어빠진 교단은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할지 모르잖아? 갑자기 이단심문관들을 선두에 세우고 성전이라며 침공해와도 이상할 것 없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었다. ‘황건적’이라는 별명답게 교단의 폭주로 시작된 전쟁은 그노시스 제국과 동방연맹에게 명분을 주었고 그 결과 대륙은 난세로 접어들게 된다.
루트에 따라서 조금씩 흐름은 다르지만 난세의 시작은 언제나 교단이었다. 물론 종교개혁 루트를 제외하면 순식간에 진압당하고 말지만.
“지독한 이야기지만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슬픈 일이네요.”
짚이는 구석이 있는지 아비가 느리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텟샤는 아비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무언으로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외부에서의 압박으로 개혁을 강요해 스스로 올바르게 만들자는 거야. 그노시스 제국의 국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그거 재미있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텟샤는 ‘종교혁명’에 대해 흥미를 드러냈다. 의도한 대로 반응해줘서 한숨 돌렸다.
“‘천하통일’을 하고 싶은 것 아니었어?”
“당장 무력으로 침공한다고 될 일은 아니잖아? 인생을 걸고 해도 모자랄 대업인데.”
슬쩍 떠본 의견에도 마음에 드는 반응이 나왔다. 짧은 대답이지만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견해였다.
‘그노시스 제국의 이미지가 나빠서 그렇지, 사실은 그렇게 전쟁광도 아니니까.’
흔히 텟샤는 전쟁광이라느니 잘 모르겠으면 전쟁하고 본다느니 하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론 교단이 명분을 만들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았다.
교단이 피할 수 없는 명분을 만든 데다가 ‘천하통일’을 숙원으로 여기는 아버지의 기대, 그리고 텟샤의 제2후계자라는 위치에선 전쟁 이외의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국민부터가 전쟁을 원하는 나라니까. 저 상황에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질 권력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없지.’
여기서 크로이츠 교단이 개혁되어 먼저 성전이랍시고 전쟁을 일으키는 명분을 주는 짓거리를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노시스 제국과 우호적인 관계가 된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개혁을 어떻게 하는가가 가장 중요하지만, 일단 텟샤의 협력은 얻었어.’
아버지에게 주입된 ‘천하통일’의 의지를 텟샤가 쉽게 버릴지는 알 수 없는 문제이지만, 최소한 시국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난세로 접어드는 흐름은 피할 수 있다.
‘그 사정에 대해선 그노시스 제국의 흑막을 어찌 하는 것으로 해결을 볼 수 있겠지.’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이 있다. 하지만 이로써 제4의 루트의 시작점에는 확실히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종교혁명’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같이 회의하자. 헤이젠도 불러서.”
“헤이젠이라면 그 신부? 놀라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스파이가 다 되어있었네. 역시 교수는 대단해.”
“스파이라고 하니 어감이 나쁘네. 싸움보단 평화가 좋을 뿐이야.”
정확히는 섹스가 좋다. 싸우지 말고 섹스나 하자.
“모리건은 어떤 조리법을 좋아하나요? 촉촉한 레어도 좋지만 가끔은 푹 익힌 웰던도 좋죠! 양이 많으니 베이컨이나 육포로 만드는 것도 좋겠네요!”
“딱히 미식가는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 구우면 다 똑같지 않아?”
“나는 몇 근만 남기고 시장에 팔 생각인데.”
루시아는 고기로 완전히 흥분해서 모리건과 유에에게 고기를 어찌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고 있었다. 정말 고기 좋아한다.
“선생님, 아예 내일 모두 모여서 뒤풀이로 회식이라도 할까요? 고기도 있고!”
“그것도 좋지. 너무 붐비지 않는 시간에 식당을 빌려볼까.”
어찌 됐든, 오늘의 전투를 무사히 끝냄으로 나는 무사히 100회차의 튜토리얼을 완료했다.
전원 무사히 레벨5를 달성한 최고의 스타트였다.
우리는 무사히 사관학교로 귀환했다.
단순한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지저분한 모습(주로 고블린의 피로)에 마중을 나온 라라아가 깜짝 놀랐다.
“무,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 고블린 로드라도 나타났나요?!”
“……뭐, 대충 그런 느낌이에요.”
설명하자니 복잡해서 대충 그렇다고 했다. 정공법으로 경험치 불리기를 하지 않고 싸웠다면 딱 고블린 로드를 잡았을 정도의 성장이기도 하고.
나는 라라아의 착각을 토대로 대충 교감에게 보고했다. 교감은 내 학생들의 성장에 경악하면서도 고블린 로드가 나타났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듯 납득했다. 용케 무사히 돌아왔다며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양심이 조금 찔렸다.
대충 절차를 끝낸 뒤, 나는 제자들을 돌려보내고 교사용 기숙사의 내 방으로 향했다.
‘마음 같아선 첫 전투도 잘 끝냈다, 바로 루시아를 방으로 불러서 으로 벼르고 있던 3P든 4P든 하고 싶지만…….’
루시아에겐 전투가 끝난 뒤에는 밤에 하자고 말했지만 일단 내일 아침에 보자고 했다. 루시아는 아쉬워하면서도 오늘은 고생이 많았으니 쉬는 게 좋겠다며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딱히 체력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지금 내 방에는 날 기다리고 있을 울프힐데가 있기 때문이다.
방에 울프힐데를 두고 더미까지 만들어서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간 당장 완전히 쫄아서 도망치고 말 거다.
‘데려온 건 좋지만 약간 귀찮네. 그냥 시계탑에서 쉬고 있으라 할 걸 그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마자 우당탕탕하고 뭔가 황급히 숨는 소리가 났다.
“나야. 무서워할 거 없어, 울프힐데.”
“교, 교수. 다녀오셨어요.”
내가 말하자 침대 아래쪽에서 울프힐데가 빼곰 고개를 내밀며 인사했다. 귀엽다. 역시 데려오길 잘한 것 같다.
“거기 먼지 많으니까 나와. 저녁은 아직 안 먹었지? 고기 구워줄게.”
나는 식당에서 빌려온 화로와 프라이팬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보관고에 전부 맡긴 뒤 오늘 먹을 분량만 챙긴 고기를 그 옆에 놓았다.
“……!”
신선한 고기의 냄새에 울프힐데가 본능적으로 침대 아래에서 푸슝 튀어나왔다. 하지만 딱히 고기를 덮치거나 하진 못하고 바닥을 쭈욱 미끄러질 뿐이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구운 게 더 맛있으니까 기다려.”
“아, 아, 알겠습니다…….”
본능적으로 뛰쳐나오고 만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며 울프힐데가 대답했다. 귀가 축 쳐져서 귀엽다.
나는 울프힐데에게 고기를 구워주었다.
“……! 하후, 후우, 우물우물……. !!”
화로 바로 앞에 접시를 들고 쭈그리고 앉은 울프힐데의 접시에 다 구워진 고기를 올려주면 신속하게 먹어치운다. 눈을 반짝이며 행복한 표정으로 고기를 먹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이쪽까지 배가 불렀다.
‘손자를 무지하게 먹이는 할머니의 기분을 알 것 같네.’
그와 다른 점이라면 울프힐데는 실제로 무척 말랐다는 것일까.
“잘 씹어서 삼켜. 체할라. 맛있어?”
“네, 네! 맛있어요……!!”
지금까지 이런 건 먹어본 적 없다는 듯 울프힐데가 눈을 반짝였다. 귀도 엄청나게 쫑긋거린다. 꼬리가 있다면 먼지가 날 정도로 파닥였을 게 분명하다.
육식을 그리 권장하지 않는 교단이다. 물론 교황청의 높은 분은 질리도록 먹겠지만 기본적으로 사치로 취급되었고 성당의 사람들은 특히 그랬다.
본디 육식이 몸에 잘 맞을 울프힐데도 제대로 고기를 먹지 못했으리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고기는 별로 못 먹었나 봐?”
“네. 고기는 차가운 햄 한두 조각이 전부였어요. 이렇게 구워서 먹는 건 처음이에요.”
이렇게 내버려 둔 헤이젠에 대해서 약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아마 헤이젠은 헤이젠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단의 신부가 식사를 많이 받는다는 것부터가 눈 밖에 나는 일이다. 거의 좌천당하듯이 내려온 헤이젠이라면 특히 그러리라.
그 정도의 식사라도 제공해주기 위해, 헤이젠은 아마도 거의 금식에 가까운 식생활을 해야 했을 것이다.
‘내일 회식을 하면 확 헤이젠도 부를까.’
부른다고 하면 루시아에겐 제대로 입단속을 해야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울프힐데의 접시에 고기를 한 점 더 올려줬다. 울프힐데는 눈을 반짝이며 바로 고기를 포크로 찍어 먹으려다가 동작을 멈췄다.
“왜 그래? 싫어하는 부위야?”
“아니에요. 저, 교수도 고기 드세요. 저만 계속 먹으면 미안해요.”
그러고는 나를 향해 고기를 내밀었다. 꿀꺽, 하고 침을 삼키면서도.
“고마워. 잘 먹을게.”
나는 울프힐데가 내민 고기를 먹었다. 그리고 좀 전보다 훨씬 커다란 조각을 접시에 올려주었다.
‘……맛있네.’
살짝 소금 간만 하고 대충 구웠는데도 원체 고기의 품질이 좋은 탓에 육즙과 식감이 죽여줬다. 지금까지 안 먹고 구워주기만 해서 몰랐던 맛이었다.
“맛있죠?”
“그러게.”
그래도 헤헤 웃는 울프힐데를 보면, 내가 먹는 것보다 얘를 먹이는 게 더 만족스러운 일인 것임은 확실하다.
식사가 끝났다. 대충 3인분 정도 먹인 뒤였다. 가져온 고기는 다 먹였다.
“시계탑을 나와서 내 제자가 되는 거, 생각해봤어?”
나는 완전히 만족한 듯 행복한 표정으로 침대에 등을 기대고 있는 울프힐데에게 물었다. 울프힐데가 화들짝 자세를 고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그게 말인데요.”
울프힐데는 뭐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말을 골랐다.
“……사실 오실 때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은폐되어있던 울프힐데다.
울프힐데는 은폐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필사적으로 합리화를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테니까.
성인이 될 때까지 살기 위해 해왔던 합리화를, 하루아침에 뒤엎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역시 쉽게는 안 되네.’
원작의 ‘종교혁명 루트’는 학생을 받지 못한 주인공이 나의 제자가 되어주지 않겠냐고 울프힐데에게 필사적으로 부탁하고, 그것을 교단의 교리에 따라 거절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울프힐데가 제자가 되어주기로 하는 흐름이었다.
지금의 흐름에서는 그런 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의 울프힐데에게 교단의 개혁이니 하는 이야기를 해도 통하지 않을 텐데.’
“하지만, 이제 깨달았어요.”
그런 고민을 하던 중, 울프힐데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깨달았다고?”
“네.”
울프힐데의 표정은 몹시 진지했다. 무언가 큰 결단을 내린 것일까. 나는 울프힐데의 말에 집중했다.
“……고기.”
“고기?”
놀랍게도 울프힐데는,
“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이제 이 고기를 먹지 못하는 생활로 돌아가는 건…….”
내가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죽어도 싫어요…….”
식욕으로 시계탑에 남아야 한다는 자신의 합리화를 이겨냈다.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부끄럽지만 역시 포기할 수 없다는 울프힐데의 표정은, 괜히 조금 야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