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6)
6화
요즘 대신전을 강타하는 최고의 괴담이 있다.
“들었어? 요이델이 살아서 돌아왔대.”
우선, 율리시스가 다스리는 이 드넓은 성국은 네 개의 큰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평범한 주택가와 시가지로 이뤄진 각 마을이 7할.
마을 몇 개를 합친 듯 거대한 대신전이 2할.
율리시스가 기거하는 성궁이 1할로, 대신전 내부에 위치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바로 요이델의 영역이었다. 모두가 꺼려 해 길이 트였으니까.
“어떻게 사람이 사형대에서 살아 돌아올 수가 있어!”
“성하께서 자비를 베푸신 거지. 자신을 해하려 한 극악무도한 자에게 그런 은혜를 내려 주시다니. 너무 선량하셔서 그래.”
결국 성하까지 습격하고 드디어, 아니 안타깝게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나 했다. 마음속으로 명복을 빌어 주긴 했지만 살아 돌아오길 바란 건 아니었다. 모두의 생각이 같았다.
“죽다 살아났으니 더 패악을 떨겠지?”
“난 비 오는 날마다 요이델에게 박살 났던 무릎이 아파.”
그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여자와 남자가 분리되어 수업받는 수련신관 교육장. 또래 소년들이 가득한 그곳에서도 요이델은 독보적인 포악함을 자랑했다.
물론 처음에 요이델의 체구를 보고 얕잡아 놀린 게 먼저였으나, 그런 건 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
“자, 모두 좋은 아침!”
그때 마침 그들을 교육하는 지도 신관이 교육장으로 들어왔다.
“오호라, 아침잠 없이 일어나 제3 교육장의 바닥을 광나도록 닦은 이가 누구지? 아주 상쾌하고 말끔해.”
지도 신관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련신관을 가르쳤던 그 오랜 세월 동안 이런 기적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 기특한 수련신관이 누굴까?
“모두를 배려하는 이 선량함이라니! 자, 손을 들어 봐!”
그는 기대감에 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모두 고개를 갸웃할 뿐, 자신이 했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오, 그래. 자네로군!”
“아닙니다, 지도신관님. 그게 실은, 제가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가 봤는데…….”
“괜찮으니 천천히 털어놓게. 선행은 나눌수록 좋은 것이니 부담 없이 추천하면 좋고.”
“요이델 수련신관이었습니다!”
손을 든 어린 신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힘껏 외쳤다.
“……뭐?”
그 순간 찬물을 뿌린 듯 공기가 얼어붙었다. 이 거대한 교육장을 다 청소한 게 바로 요이델이었다고?
“다들 바닥에서 물러나게!”
사사삭.
모두가 펄쩍 뛰어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사람들의 얼굴엔 공포감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요이델의 선행을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요이델은, 절대로 착한 사람이 아니니까!
죽었다 깨어났다고 해도 요이델은 선량해질 수가 없는 이였다. 지도 신관은 눈을 부릅뜨고 포효했다.
“바닥 세제의 성분을 검출해 보게! 무언가 이상한 게 섞여 있다거나 높은 확률로 문제가 있을 걸세.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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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나를 피할까?’
침대에 누워서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침에 일어나 대신전의 교육장 건물을 깨끗이 닦아 놓았는데, 반응이 어째 다들 떨떠름했다.
마치 독뱀이라도 보는 표정으로 그녀의 반경 5미터 이내로 누구도 접근하지 않았다.
청소는 자신의 취미였을 뿐인데.
‘청소를 하는 동안은 걱정도 사라져서 좋고, 결과물도 깨끗해져서 다른 사람들의 기분도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
왜 그럴까 고민하다가 그만뒀다.
악역으로 이름을 날렸으니 일상생활이 어땠는지 충분히 알 만했다.
“휴우…….”
요이델은 짧은 분홍 머리를 매만졌다. 이 환각 마법이 걸린 반지를 매번 끼고 다니는 것도 어색했다.
율리시스에게 1년의 유예를 받은 게 어제의 일.
요이델은 그에게 철저히 당부받았다.
‘바깥에서 만났을 때 당신과 저는 모르는 사이가 되는 겁니다. 절대 아는 척을 하셔서는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잘된 일이었다. 하지만 율리시스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 또한 요이델 님을 단순한 수련신관으로 대할 겁니다. 별개로 당신은 언제든 제 부름에 응하셔야 합니다.’
‘네?’
‘단, 당신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제게 말을 거셔도 안 됩니다.’
요이델은 왜 그렇게 불공평한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율리시스는 당연한 걸 굳이 묻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창피합니다.’
그렇게 말했었지. 요이델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분명히 상냥한 남자주인공이랬는데, 이상하다.”
머릿속이 근심으로 가득 찼다.
사실 혼자인 게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다. 전생에서도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으니까.
수녀원 앞에 버려진 채 발견된 날이 생일이 되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청소를 시작하고 밤 10시에 바로 잠드는 생활 습관이 몸에 밴 것도, 수녀님들의 소소한 일을 도우며 지냈기 때문이었다.
청소도 자연스러운 일상이라 딱히 칭찬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칭찬해 주는 따스한 손길들이 내심 좋긴 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오히려 청소 좀 했다고 극악한 범죄자 취급을 받다니.
혼자 있으니 눈물이 주룩 흘렀다.
“아냐, 흑. 괜찮아.”
요이델은 손을 파닥거리며 손부채질을 했다.
울지 않는다. 슬프지 않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요이델은 소매로 눈가를 스윽 닦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은 이래도 차차 친해지면 되지! 친구들은 사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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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일은 무릇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무서워. 오늘도 요이델이랑 눈 마주쳤어.”
그녀가 길을 지나가면 모든 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지레 겁먹은 표정으로 흩어졌다.
‘괜찮아! 아직 이틀밖에 안 됐잖아!’
하지만 다짐한 마음과 달리 표정은 솔직해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대신전 바닥을 분풀이하듯 청소했다.
덜컹.
그런데 이런 곳이 있었나?
발끝에 턱이 밟혀 고개를 드니, 어느새 어두컴컴한 복도의 끝에 와 있었다.
창고인가? 낡은 철문에 으슥하고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은데.
‘마침 잘됐다. 청소도 끝났으니 빗자루나 집어넣고 가자.’
무거운 문은 겨우겨우 열렸다. 요이델은 뿌연 먼지가 가득한 공기 탓에 연신 쿨럭거렸다.
그런데 창고 안에 뭔가 이상한 게 있었다.
‘알?’
창고는 의외로 광활했다. 게다가 제단처럼 넓고 높게 솟은 어떤 장식물까지.
그 제단 위에는 빛을 발하는 듯 뽀얗고 커다란 알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어두운 곳에 덩그러니 혼자 놓여 있네.’
어쩐지 혼자이고 쓸쓸한 게 꼭 자신의 모습 같았다.
조금 더 가까이 가 볼까?
가까이서 보니까 더 안쓰러워 보여. 요이델은 안쓰러운 마음에 알을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너도 혼자 외로웠겠다.”
덜컹.
뭐지? 방금 움직인 것 같은데. 잘못 봤나?
눈을 비비고 알을 다시 보니 아무 일도 없었다. 요이델이 손을 조심스럽게 뗀 순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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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차단할까요, 성하?”
백발의 남자가 율리시스에게 말을 걸었다.
마차 안, 율리시스는 외부의 일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러다 저 멀리서 시무룩한 어깨로 대신전을 거니는 요이델을 발견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빗자루를 들고 어느 틈에 신전 안쪽으로 쏙 사라져 버렸다.
쓸모없는 빗자루질은 왜 하는 것이며, 시무룩한 어깨와 표정은 무엇인지.
역시 입단속을 철저히 시키는 게 좋겠다. 자신의 페어가 저런 인간이라는 게 알려진다면 대단히 수치스러울 터였다.
“그런데 시야를 차단한다는 게 무슨 말씀입니까, 원로.”
“성하께서 요이델 수련신관을 보고 마음이 혼란스러우신 듯하여…….”
율리시스는 창문을 닫고 맞은편에 앉은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하일이라는 이름의 원로신관으로, 율리시스의 결혼을 적극 추진하는 원로 3인방 중 하나였다.
저 원로신관은 말이 많아서 피곤하다.
“제가 그리 보였습니까?”
“예에, 평생을 안 하시던 미간 찌푸리기까지 하시고. 저 극악무도한 자의 존재가 혹 성하의 정신 건강에 해롭진 않을지 염려가 됩니다.”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군요.”
“성하께서 저 요이델이란 신관의 행적을 눈으로 좇던 게 아니셨습니까?”
하일은 허허 웃으며 말하다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공기가 서늘해진 것 같은데. 착각인가?
성하께서는 평소 같은 얼굴로 다정히 미소 짓고 있었다.
“제가 말입니까.”
“아주 극악무도한 소년이라지요. 저도 저 신관이 아주 꺼림칙합니다. 성하께서도 분명히 꺼리는 눈으로 보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성하를 향한 그 광기 어렸던 모습이란. 그때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일은 문득 어떤 생각을 떠올렸다. 성하의 반려. 그때 그 일은 어떻게 되었는가?
하일은 씰룩거리는 광대를 억누르며 말했다. 옹다물린 입술이 누가 봐도 음흉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엔 괜찮으셨던 겁니까?”
“무엇이 말입니까.”
“폭발음이 났을 때 성하께서 보이지 않으셔서 무척 염려스러웠습니다. 성하, 사실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때 무슨 일이…… 저희 삼 원로가 느끼기엔 꼭 반려의 파동 같아…….”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율리시스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하일은 알 수 있었다. 묻지 말라는 압박이라는 걸.
“제 혼인을 장려하기 전에 신수의 알부터 부활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율리시스는 눈을 감으며 대화 거부 의사를 완강히 표했다.
신수의 알.
신수는 먼 옛날 대륙에 살았던 성스러운 존재로, 지금은 멸종하여 맥이 끊긴 환상 속 동물이었다.
그런 귀한 신수의 알을 타국에서 발견해 화친의 증표로 선물 받은 게 수백 년 전의 일.
그동안 태어나기는커녕 알에 금도 가지 않아서 이제는 안에 뭔가가 존재하는지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다.’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걸리적거리는 새끼 신수가 태어나면 뒤치다꺼리가 늘어나니까.
그리고 율리시스가 혼인 압박을 피할 때 꺼내 드는 방패 장치이기도 했다.
긴 생을 사는 그의 미래 후사보다는 당장 신수가 더 급했기 때문에.
물론 율리시스도 그 신수를 부화시킬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어쨌든 쓸모는 있으니까.
하지만 그 건방진 알덩이는 자신의 접촉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율리시스는 신수들이 어떤 존재인지 잘 알았다. 자존심이 고고해서 통제 불가능한 짐승.
사람의 말은 당연히 따르지 않고, 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수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신수께서 세상에 부화해 주실지요.”
하일의 근심이 한숨에 섞여 멀리 퍼져 나갔다.
“저 신수님을 부화시킬 방법을 아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 하일이 목마를 태우고 대륙을 횡단할 텐데 말입니다.”
하일은 진심으로 그럴 의향이 있었다. 설령 극악무도한 범죄자라고 해도 마음으로 품고 사랑스럽게 봐 주리라.
뭐,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