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44
제43화
선우가 올린 답글은 또 다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은 선우의 글에 댓글을 달면서 욕을 시작했다.
“후루룩! 아, 맛있네.”
컵라면 국물을 마시면서 모니터링을 하던 선우는 다시 키보드를 만졌다.
선우는 블러드 스컬 길드원의 댓글에 대댓글을 달면서 설전을 벌였다.
물론 철저한 의도가 숨어 있었다.
“퍼져라, 퍼져.”
선우가 길드원의 글에 반박글을 달고 여기에 길드원들이 욕설과 반박을 계속했다.
그럴수록 글은 많아졌고 실시간 베스트 게시글 중 대부분이 선우와 블러드 스컬 길드원의 싸움글로 번져갔다.
커뮤니티 게시판 전체의 관심이 결국 선우에게로 모아졌다.
-뭐임? 뭐때메 쟤들 싸움?
-헬름 던전 통행료 안 받는 거 조건 걸고 캐삭빵 했는데 블러드 스컬 공대장이 발렸음. 근데 길드에서는 그런 적 없다고 해서 캐삭빵 이긴 플레이어가 빡쳐서 싸움.
-블러드 스컬 양아치 새끼들 그럴 줄 알았다.
-조건 걸고 안 지키면 길드는 왜 하고 자빠진 건지 노 이해.
-저 새끼들 쪽팔리지도 않냐. 저걸로 싸움난 거면 진짜 양아치 오브 양아치. 황철영은 길드 접고 솔플이나 해라.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싸움과 댓글 홍수에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은 당황했다.
결국 헬름 던전은 통행료 받으니 그런 줄 알라는 마지막 답글만 남기고 사라졌다.
선우 때문에 헬름 던전에 관심 없던 유저들까지 인피니티 로드로 들어가 던전으로 몰려갔다.
“이제 나도 가볼까? 오늘 영상 뽑아먹을 거 천진데.”
* * *
헬름 던전.
입구에는 블러드 스컬 길드원 10여 명이 서 있었다.
모두 일렬로 진을 치고 입구를 막고 있었다.
길드원들 앞에는 사냥하러 온 플레이어들로 북적거렸다.
모두 초보 플레이어들.
“왜 통행료 받아요? 안 받는다며?”
“언제 안 받는다고 했어? 누가 그래?”
“커뮤니티에 사건 전말 다 읽고 왔음. 비키셈.”
“뒤지고 싶냐? 초짜들은 저쪽 사냥터 가서 놀아라. 여기 와서 사냥하려면 통행료 내고 가던지.”
“야 니들 안 쪽팔리냐? 블랙 스콜피온도 이 정돈 아니었다.”
“뭐? 쪽팔려? 방금 씨불인 새끼 나와.”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이 협박을 하자 초보 플레이어들은 뒤로 물러나며 눈치를 봤다.
“통행료를 내고 들어가던지, 아니면 꺼지던지, 뒈지던지 셋 중 마음에 드는 거 골라.”
길드원들은 사태가 커지는 걸 수습하려고 모두 헬름 던전으로 몰려왔다.
간부와 길드 마스터 황철영이 새로 발견한 던전 레이드를 간 사이 나머지 블러드 스컬 행동대원들만 헬름 던전을 막고 있었다.
초보 플레이어들이 훨씬 많았지만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의 평균 레벨이 훨씬 높았고 아이템이 압도적이었다.
“아이 씨. 헬름 던전이 완전 도떼기시장이 됐잖아. 왜 이렇게 된 건데?”
“김선우인지 하는 놈이 헛소릴 씨불였대. 이 새끼 보이기만 해봐.”
한편 선우는 헬름 던전으로 향하지 않고 켄트 성을 염탐하고 있었다.
“으음… 이쪽 경비는 확실히 허술하군. 역시 헬름 던전으로 몰려가서 정신들이 없구만.”
선우는 허술해진 틈을 타 켄트 성 안으로 잠입했다.
켄트 성은 켄트 왕이 지배하는 성이었다.
켄트 왕은 NPC로 블러드 스컬 길드가 공성전을 하고 켄트 왕의 군대를 이긴 뒤로 사실상 허수아비 왕이었다.
선우는 켄트 성 내부로 들어가 왕을 찾았다.
“켄트 왕을 만나러 왔습니다.”
왕의 시녀가 우물쭈물거리며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외부인을 만날 수 없습니다.”
“이 말만 전해주십쇼. 제가 폐하의 권력을 되찾아드리겠다고.”
시녀는 의심 반 호기심 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선우는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이 돌아다녀야 할 왕궁의 뜰을 혼자서 거닐고 있었다.
“해골 놈들 없으니 공기가 상쾌하군.”
헬름 던전은 이미 선우가 올린 글들로 인해 플레이어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여기에 길드 마스터 황철영과 간부들은 새로운 던전의 보스 레이드 중.
동시에 두 군데의 발이 묶어버린 순간 선우는 홀로 유유히 켄트 성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폐하께서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따라오십시오.”
시녀가 눈치를 보며 발길을 재촉했다. 선우가 시녀 뒤를 은밀히 따라갔다.
* * *
“폐하. 이 자이옵니다.”
“수고했다.”
왕궁의 침실에서 켄트 왕이 일어났다.
새끼 하마같이 굵은 몸통에 덥수룩한 갈색 수염, 퀭한 얼굴에 피로에 젖은 눈매.
켄트 왕이었다.
“으음… 짐에게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게냐?”
“폐하. 제가 켄트 성을 폐하께 되찾아드리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뭣이라?”
켄트 왕의 졸린 듯한 눈이 번쩍 뜨여졌다.
“그, 그게 가능한가?”
블러드 스컬 길드가 켄트 성을 먹은 뒤로 켄트 왕은 오직 길드를 위한 NPC로 전락해 있었다.
켄트 마을의 세금은 다른 성의 마을보다 가파르게 올랐고 그 결과 유저들은 다른 마을들을 찾기 시작했다.
나날이 마을은 쇠락하고 있었지만 블러드 스컬 길드는 켄트 성을 쥐어짜내면서 자금을 만들었다.
블러드 스컬 길드가 켄트 성 영토 안에 있는 던전에서 모두 통행료를 받기 시작한 건 켄트 마을의 세금 수입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
“제가 이곳을 점거한 블러드 스컬 일당을 소탕해버리면 간단한 거죠.”
“으음… 그 인간들은 세력이 만만치 않다네. 보다시피 나의 충성스런 기사들 대부분이 그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어.”
“그건 걱정 마십시오. 제가 처리를 할 테니까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무언가? 뭐든 말해보게.”
“이곳 켄트 성에 숨겨진 무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무기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놈들을 확실하게 쫓아버리겠습니다.”
선우는 대장장이 드워프 발론 영감에게 켄트 성의 무기에 대해 들었었다.
“으음… 그 무기는 이곳 켄트 성을 방어해줄 가장 강력한 무기라서….”
“그러니 제가 그걸로 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죠. 만약 그 무기가 놈들 손에 있다면 제가 이기기 어렵습니다.”
“허나, 내가 자넬 어찌 믿고 그걸 내어줄 수 있겠는가?”
“제가 못 미더우시다면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증명? 어떻게?”
“폐하께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제가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정말인가?”
“옙.”
켄트 왕은 잠깐 망설이다 대답했다.
“좋다. 내 자넬 한 번 검증해보겠네. 정말 자네가 날 위해 켄트 성을 되찾아줄 수 있다면 레온베르거 성에 볼모로 잡혀간 나의 막내딸을 데려오게.”
띠링!
선우가 기다리던 알림이 들려왔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켄트 왕의 막내딸을 구하라.]레온베르거 성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켄트 왕의 막내딸은 볼모로 잡혀갔습니다.
켄트 왕은 자신의 성을 점거했던 블러드 스컬 길드로부터 동일한 부탁을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켄트 왕의 신뢰를 얻을 절호의 기회!
레온베르거 성에 인질로 잡힌 켄트 왕의 막내딸을 구출하여 원하는 보상을 얻으세요.
등급: 히든
제한: 켄트 왕의 부탁을 받은 자
조건: 없음
보상: 켄트 성에 숨겨진 비밀 무기
‘이거야!!’
선우가 속으로 웃음을 눌러 삼켰다. 히든 퀘스트가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레온베르거 성에 인질로 잡혀있는 막내딸이라… 이거 어쩌면 일이 훨씬 수월하게 풀리겠는 걸?’
선우는 재빨리 켄트 왕의 히든 퀘스트를 수락했다.
“자네가 내 딸을 구해온다면 나 역시 자네를 믿고 그 무기를 내어주겠네.”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데려오겠습니다.”
* * *
선우는 켄트 성을 나온 뒤 레온베르거 성으로 향했다.
“아, 그렇지. 헬름 던전에 들러야지.”
가는 길에 헬름 던전으로 갔다.
“꺼지라고!!”
“니나 꺼져 븅아.”
“야, 저 새끼 데려와.”
“튀자!”
헬름 던전 입구에서 플레이어들끼리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통행료를 받겠다고 버티는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과 이제 무료라고 들어가려는 플레이어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선우는 근처에 숨어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으음, 분위기가 달아오를 대로 올랐군. 이제 나가볼까?”
시끄러운 헬름 던전 입구로 선우가 나갔다.
“뭔데 이렇게 시끄럽죠?”
선우를 본 블러드 스컬 길드원이 일제히 멈칫 했다.
“뭐? 방금 뭔데 이렇게 시끄럽냐고 했냐? 뭐 때문에 시끄러울 거 같은데?”
“야, 참아. 아직 길드장 레이드 중이라서 연락도 안 되잖아.”
“저 새끼한테 쫄았냐? 야, 이리 와 봐. 지금 이 사달 난 게 누구 때문인데 여기를 오냐?”
길드원들을 보던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모두 선우에게 쏠렸다.
“어? 저분, 김선우 아님? 방송 봤는데.”
“맞아. 님, 헬름 던전 통행료 무료화 시킨 거 맞아요?”
플레이어들이 선우에게 몰려왔다.
선우는 재빨리 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으로 헬름 던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라이브로 내보내는 것.
‘조회수가 팍팍 올라가겠군.’
방송을 켜고 선우는 시치미를 뚝 뗐다.
“아, 거 무슨 말을 그렇게 험하게 하십니까? 약속을 안 지킨 건 당신들이잖아.”
일단 매너 있게 행동했다.
‘어그로만 확 끌어야지.’
선우의 낄낄거리는 듯한 말투에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의 눈빛이 돌변했다.
“이 새끼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약속? 무슨 약속? 어디서 구라를 치냐?”
“당신들 공대장 페이트가 헬름 던전 관리하는 책임자 아니였어요? 그 사람한테 가서 직접 물어봐요. 약속한 거 맞으니까. 난 약속을 받아내려고 할 뿐 당신들을 자극하고 싶은 마음 전혀 없어요.”
“이 새끼가 주둥이만 살아가지고!”
부우웅!
퍽!
블러드 스컬 길드원 하나가 참다못한 나머지 선우에게 돌격했다.
그리고 들고 있던 메이스로 선우를 쳐버렸다.
“으악!!”
선우는 할리우드 액션을 펼치면서 바닥을 뒹굴었다.
“미친. 야, 뭐하는 거야!”
당황한 건 길드원들.
지켜보던 플레이어들이 모두 외쳤다.
“야, 니들 길드 맞냐? 이거 뭐 완전 조폭 길드네.”
“다신 켄트 마을엔 안 간다.”
선우는 바닥에서 흐느적거리며 일어났다.
“아야야… 와…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줄래? 내가 니들한테 예의 있게 행동했더니 고작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거냐? 켄트 성까지 먹고 있는 길드가?”
선우는 스트리밍 방송의 채팅방을 힐끔거렸다.
마찬가지로 당장 폭발할 것처럼 난리가 난 상태였다.
-블러드 스컬 뒈져라. ㅅㅂ
-인간도 아닌 새끼들. 게임으로 온갖 양아치 짓 다 하면서 이젠 아예 대놓고 사람 치네.
-와, 저거 게임에서만 저러는 게 아니라 밖에서도 저러고 다니는 거 아님?
-경찰 불러. 경찰.
-119도 불러 이 새끼들아. 길드원이면 다냐? 캐삭빵 조건 걸고 발렸으면 짜질 것이지. 깽판 오지구요.
-와, 방장님. 킬 각 뜰 뻔. ㄷㄷㄷㄷㄷㄷ
-비무장인데 메이스로 찍었음. 미친놈들.
선우는 채팅방에 들어온 인원을 체크했다.
‘대박… 4만 명이 넘었어. 커뮤니티에서 보다가 온 건가?’
채팅방을 보며 킬킬거리던 선우를 블러드 스컬 길드원이 발견했다.
“저거 봐! 저 새끼 웃잖아! 방금 할리우드 액션이라니까.”
“액션이고 나발이고 지금 보는 눈이 몇 갠데 치고 지랄이냐고! 븅신아!”
“아이고… 아야야… 게임인데 감각은 현실하고 같은 거 니들 몰라? 왜 치는데?”
선우가 머릴 부여잡고 일부러 비틀거리면서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에게 다가갔다.
“니들 혹시 던전에서 통행료 안 내는 사람들 나처럼 막 패서 죽였냐? 그리고 아이템 드랍하면 니들이 다 먹었지? 솔직히 말해봐.”
선우가 비틀거리면서 한 걸음 다가오면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이 한 걸음 물러났다.
“오, 오지 마! 이 새끼야.”
“왜? 그걸로 또 치게? 쳐봐, 쳐봐. 여러분들 모두 지켜봐주십쇼. 저하고 블러드 스컬 길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를요. 제가 기필코 밝혀드리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