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70
제69화
선우의 발언을 들은 유저들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알고 보니 곳곳에 선우가 올린 영상을 분석하며 정보를 모아 열심히 추적해온 것.
선우 몰래 황제의 보검을 탈취하여 자신들이 퀘스트를 깰 생각이었다.
엘리아라는 위치를 선우가 공개하기 전까지는.
“젠장! 빌어먹을 놈. 왜 엘리아라고 까발리고 지랄이야!”
“김선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무지 감을 못 잡겠어.”
“야, 다들 조심하라고. 김선우 벨론 대륙부터 잔대가리 굴리는 건 만렙 수준이라고. 이번에도 무슨 함정을 설치했는지 몰라.”
“맞아. 벨론 대륙에서 아주 깽판을 쳤었다며?”
“그딴 거 알게 뭐냐? 거긴 거기고 여긴 여기지. 우리도 빨리 황제의 보물을 모아서 다음 대륙으로 가야 한다고.”
“그러니까 지금 회의를 하자는 거잖아. 일단 다들 모여 봐.”
유저들은 저마다 선우의 아이템을 어떻게 탈취할지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다.
한편 선우는 엘리아 족장의 영토에 들어갔다.
피슝.
콰직!
“으익!”
선우가 옆으로 잽싸게 굴렀다.
근처 수풀로 빠르게 기어들어가 몸을 숨겼다.
화살이 여기저기서 날아오고 있었다.
“침입자가 사라졌다. 빨리 찾아라.”
“감히 엘리아 족의 신성한 영지에 인간 따위가 들어오다니.”
“반드시 잡아내서 족장님께 끌고 간다.”
엘리아 족의 엘프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활로 중무장했고 허리에는 단검을 차고 있었다.
모두 엘리아 족의 영역을 지키는 엘프 전사들이었고 선우를 발견하자마자 추격해왔다.
선우는 미리 퇴로를 확보해뒀고 지금까지 도망쳤다.
“휴우, 여러분들 보셨죠? 여기는 엄청 위험한 곳입니다.”
위험하지만 인기가 높았다.
시청자들에겐 볼거리로 제격이었으니까.
엘프 전사들과 선우의 숨바꼭질은 더 많은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와, 방장님 도망 스킬 쩌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님 옆구르기 스킬 어디서 배웠어요? 한 번에 쏙 들어감 ㅋㅋㅋㅋ
선우는 도망을 치면서도 계속 엘프들의 공격을 자신의 시점으로 촬영했다.
타캉!
안 되겠는지 플레임 블레이드를 꺼낸 선우.
날아오던 화살들을 칼날로 막아냈다.
“놈이 무기를 꺼냈다. 생포 계획은 없던 걸로 한다. 즉각 사살하라.”
엘프 전사들을 지휘하는 엘프가 높다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외쳤다.
그는 은발을 늘어뜨린 채 영롱한 에메랄드빛의 안광을 발산하고 있었다.
엘프 전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선우를 쫓으며 포위망을 구축했다.
선우는 플레임 블레이드를 들고 다시 도망을 쳤다.
“으왓!”
퍽.
도망을 치다가 숲에서 튀어나온 다른 플레이어와 충돌했다.
“아야야. 누구냐? 앞 좀 똑바로 보고 다녀… 응?”
플레이어가 머릴 감싸쥐고 일어나더니 선우를 노려봤다.
“너구나. 황제의 보검을 가졌다는 놈이. 드디어 찾았다.”
황가의 보물을 노리고 쫓아온 플레이어 중 한 놈이었다.
하지만 선우는 히죽 웃기만 했다.
“야, 쟤들도 널 찾은 거 같은데?”
“뭐?”
플레이어가 선우의 손가락을 보며 무심코 돌아본 순간.
휘이익!
푸슉!
“아악! 젠장!”
화살 몇 개가 플레이어의 갑옷에 박혔다.
동시에 선우는 일어나 다른 길로 도망쳤다.
“거기 서! 인마! 야, 내가 찾았다. 엘리아 숲 북서쪽으로 도망치고 있어. 계곡물 흐르는 쪽. 거기에 애들 배치시켜놔.”
플레이어는 중후한 갑옷으로 무장한 채 같이 온 파티원 들에게 귓속말 중이었다.
엘프의 화살을 몇 대 맞았지만 갑옷에 박혀 욱신거릴 뿐이었다.
선우는 재빨리 도망치면서 근처에 매복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을 역으로 기습했다.
“으악!”
“저놈이다!”
“김선우 발견! 이쪽으로 와!”
“잡아!”
“황제의 칼 내놔 인마!”
선우가 플레이어 1명을 발로 차고 다른 곳으로 튀었다.
황제의 보검을 노리는 플레이어들이 우루루 쫓기 시작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되었고 채팅방의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황제의 보검 스틸하겠다고 저기까지 쫓아간 거냐? 한심한 놈들.
-로젠하임 대륙 양아치들 다 몰려간 듯.
-방장님. 엘리아 숲 위치 공개는 실수하셨네요. ㅠ
-아냐, 주인장 뛰는 스피드가 완전 다람쥐임. 안 잡힐 걸 ㅋㅋㅋㅋ
‘이쯤이면 엘프 전사들이 다 몰려오겠지?’
근처 수풀 속에서 나뭇잎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선우가 엘리아 숲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유인한 것은 엘프 전사들에게 던져주기 위해서였다.
엘리아 족장인 엘리아를 만나기 위해서는 경계심이 강한 엘프 전사들을 따돌려야 한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
황제의 보검을 받고 황후의 반지가 있는 위치 정보를 받을 때 짤막한 설명을 읽어뒀으니까.
엘프 전사들을 따돌린 뒤에 선우 혼자서 엘리아 족장이 있는 집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황후의 반지는 엘리아 족장이 소유하고 있다.
그러면 담판을 지어야 한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자신이 직접 황후의 반지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
“헉! 헉!”
엘프 전사들의 발자국 소리가 근처에서 선우를 따라붙었다.
얼마 안 가 선우 앞에 홀연히 나타난 엘프 전사.
나뭇가지 위에서 부하들을 지휘하던 자였다.
“네놈은 이미 포위되었다. 순순히 투항하고 족장님께 가 처벌을 달게 받을 것이냐? 아니면 이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냐?”
선우는 듣고 싶었던 멘트였다.
엘프 전사 보란 듯이 선우는 잽싸게 무릎을 꿇었다.
“투항하겠습니다.”
선우의 행동을 본 전사가 비릿한 눈빛으로 뒤에 있던 수하들을 쏘아보았다.
수하들이 재빨리 선우를 제압했다.
투명한 액체를 강제로 선우에게 먹였다.
선우의 눈빛이 서서히 누그러지더니 잠에 빠졌다.
“내가 족장님께 데려갈 것이니 나머지 침입자들을 모두 처리해라.”
* * *
선우가 잠에서 깨어났다.
“으음….”
“그대가 로젠하임 가문의 보검의 주인이라는 것이 사실인가?”
선우의 뒤편에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재빨리 뒤를 보니 자색 수정으로 만든 의자에 엘프가 앉아 있었다.
붉은 색의 로브를 잘 차려 입은 엘프는 뾰족한 귀를 세심하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감았던 눈을 뜨자 갑자기 어두웠던 방 안의 불이 확 하고 켜졌다.
선우는 앞에 앉아있는 엘프가 엘리아 족장임을 직감했다.
엘리아 족장은 로젠하임 대륙의 엘프 NPC였다.
선우가 일어나 엘리아 족장과 마주 앉았다.
“예, 제가 황제의 보검을 갖고 있습니다.”
“몸을 수색해봤지만 검을 찾을 순 없었다. 만약 자네가 그 검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내게 그 검을 보여봐라.”
선우는 자신 있게 일어났다.
인벤토리에 넣어뒀던 황제의 보검을 꺼냈다.
그러자 싸늘하게 노려보던 엘리아 족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검을 가져와보겠나?”
선우가 황제의 보검을 들고 엘리아 족장에게 다가갔다.
스르릉.
엘리아 족장이 선우에게 받아든 황제의 보검을 꺼내봤다.
“으음, 로젠하임 황가의 보검이 틀림없군. 자네는 이걸 어떻게 구한 것이지?”
“그냥 어쩌다 보니까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선우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엘리아 족장 또한 일일이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렇군.”
엘리아 족장이 황제의 보검을 다시 집어넣은 뒤 선우에게 돌려줬다.
선우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황제의 보검을 확인했으니 이제 황후의 반지를 달라고 할까? 근데 반지를 어느 손가락에 끼고 있는 거지?’
선우는 엘리아 족장의 손가락을 이미 한 번 훑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반지라고 할 만한 물건이 없었다.
결국 선우는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저, 족장님. 제가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는 로젠하임 황가의 또 다른 보물을 찾으러 온 것입니다. 본래 황가의 보물은 주인에게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혹시 족장님께서 황후의 반지를 소유하고 계신 것이 맞으시다면 제게 주실 수 있으신지요?”
선우의 말을 듣고 있던 엘리아 족장이 말문을 열었다.
“나 역시 자네의 의견에 동의하네. 허나 애석하게도 황후의 반지를 내가 줄 수는 없을 것 같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황후의 반지를 내가 소유하고 있었던 것은 맞네. 자네 같은 이가 언젠가 날 찾아올 것이니 그때 반지를 돌려주기로 했었네. 하지만 이전에 한 번 자네와 비슷한 연유를 들며 날 찾아온 자가 있다네. 그 자는 간사한 혀를 놀려 내게서 황후의 반지를 받아가는 데 성공했지.”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황후의 반지를 먼저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고?
선우는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 저기요. 잠깐만요. 족장님.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마 황후의 반지를 지금 안 갖고 계신 건가요?”
“날 너무 책망하지 말게. 그 자의 말솜씨는 너무 화려해서 수백 년을 살아온 나조차도 속아 넘어갈 정도였으니까.”
선우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망할. 이게 무슨 개 코딱지 같은 소리냐?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황후의 반지를 누가 먼저 쌔벼갔다고? 말도 안 돼. 이럴 순 없어. 이러면 모든 게 다 물거품이잖아. 내가 로젠하임 황가의 보물을 3개 다 모아서 황제에게 갖다 줘야 하는데.’
갑작스런 변수에 선우는 고민에 빠졌다.
‘엘리아 족장을 속이고 황후의 반지를 가져간 사람이라? 누굴까? 일단 물어봐야지.’
선우는 엘리아에게 물었다.
“족장님. 그러면 그 황후의 반지를 가져간 사람이 누구죠? 알려주시면 제가 그 자를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엘리아가 대답했다.
“황후의 반지는 반드시 황제의 보검을 지닌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보물. 오랫동안 인간을 대한 적이 없던 내가 그만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반지를 내어줬으니 이는 마땅히 나의 책임이다. 따라서 잠시나마 종족의 규율을 어기고 그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엘리아 족장은 오랜 세월 인간들을 대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찾아와 황제의 보검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걸 구별해내긴 어려웠을 터.
황후의 반지를 가져간 인간이 누구인지 알려주기 위해 어디선가 수정구를 가져왔다.
“이것은 내가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 쓰는 구슬이다. 이 수정구에 손을 올려라. 그러면 황후의 반지를 가져간 인간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선우는 엘리아 족장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엘리아 족장을 속이고 황후의 반지를 가져간 플레이어의 정보를 읽어내고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정보가 확인되었습니다.] [황후의 반지를 가져간 플레이어의 닉네임은 페르나입니다. 생김새는 다음 이미지를 참조하세요.]선우의 눈앞에 나타난 페르나의 정보와 캐릭터.
“음, 이렇게 생겼군. 얘가 먼저 황후의 반지를 가져갔으면 빨리 찾아야겠는데. 어디서 찾지?”
때마침 선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화면이 나타났다.
[플레이어 페르나는 현재 마지막 로젠하임 황가의 보물 ‘투명망토’를 찾아 나섰습니다.] [투명망토는 로젠하임 대륙의 폐쇄된 마탑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곳의 위치를 황후의 반지의 주인이 조금 전 알아냈습니다.] [플레이어 김선우 님께서도 서두르세요. 마탑의 위치 지도를 확인하시겠습니까? Y/N]선우는 얼른 지도를 열었다.
“음, 여기군. 족장님. 저한테 이런 정보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황후의 반지를 잃어버린 것은 내게도 책임이 있으니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네. 부디 황후의 반지와 나머지 황가의 보물을 모두 찾기를 바라겠네.”
선우는 엘리아 족장과 인사를 한 뒤에 베카를 소환했다.
“베카, 마탑이 있는 곳으로 가자. 빨리.”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