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70
169화
강유찬이 멱살을 잡은 손을 쳐내며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쾅-!
내 주먹이 벽을 강타함과 동시에, 한 바퀴 땅을 구르고 일어선 강유찬이 자세를 잡았다.
그걸 본 나는 피식 웃으며 감탄했다.
“아플 텐데, 어떻게 잘 참네?”
“…….”
말 그대로, 고무탄 여러 발을 직격당한 것치곤 꽤 움직임이 잽쌌다.
원래는 강유찬이 아파서 뒹굴면 좀 괴롭히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회복이 빨랐다.
뭔가 싶어 보니 놈은 재킷 안에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
툭.
“이 새끼, 준비 많이 했구나?”
바닥에 떨어진 강유찬의 소총을 발로 차내며 다가가자, 놈이 굳은 표정으로 양 허리춤에서 칼을 촥 빼 들었다.
나도 씩 웃으며 마주 칼을 꺼냈다.
“야. 강 권사.”
“…….”
“칼은 자신 있어서 꺼낸 거지?”
탓-!
강유찬이 달려들며 칼을 수직으로 그었다.
그걸 상체만 기울여 피하니 놈이 물 흐르듯 몸을 반 바퀴 회전하며 반대 손에 든 칼로 베어 왔다.
나는 비어 있는 손으로 강유찬의 손목을 막으며 그대로 놈의 드러난 옆구리를 찔렀다.
파박!
하지만 놈은 몸을 앞으로 굽혀 피한 뒤, 그대로 땅을 쓸 듯이 칼을 휘둘러 내 발목을 노렸다.
그에 땅을 박차 헛손질을 유도하고, 이어 강유찬의 얼굴을 향해 뒤꿈치를 내리찍었다.
“큭!”
쾅!
강유찬은 다급하게 바닥을 구르며 피하는 데 성공했다.
그걸 따라가며 사커킥을 날리자, 놈은 자세를 잡지도 못한 채 몸을 뒤로 젖혀 내 발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
나는 속도를 살려 공중으로 몸을 띄우며 뒤차기를 놈의 몸통에 꽂아 넣었다.
펑-!
“웁!”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강유찬은 뒤로 붕 날아갔다.
쿠당탕!
한참을 데굴데굴 구르던 강유찬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아깝네.”
원래는 벽에 처박아 버리려고 날린 발차기였지만, 놈이 양팔로 막은 데다가 맞는 순간 뒤쪽으로 뛰어오른 탓에 충격이 많이 반감되었다.
아무리 방탄조끼를 입고 있다고 해도 제대로 맞았다면 치명타였는데, 그 짧은 순간 반응을 한 거다.
확실히 실력이 있는 놈이긴 하네.
“…….”
강유찬은 멀리 날아간 칼 한 자루를 물끄러미 보더니, 품에서 작은 상자 같은 걸 꺼냈다.
뭔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모양이 어째 익숙했다.
그에 나는 피식거리며 물었다.
“안 될 것 같으니까 약이냐?”
강유찬은 대답하지 않고 상자 안에서 주사를 꺼내 그대로 ‘성수’를 자신에게 투여했다.
“후…….”
눈이 조금 붉어진 놈이 고통 때문인지 계속 엉거주춤하던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까까지 누적된 고통이 사라진 듯한 모습에,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히죽 웃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거면, 더 야무지게 패 줄 수 있잖아?
“이렇게까지…… 아니…….”
팟!
나는 땅을 박차고 뭐라 중얼대는 강유찬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렇게 고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놈한테는 칼보다 주먹이 낫다.
물론 칼로 회 치다 보면 과다 출혈로 쓰러지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생포해야 하다 보니 그렇게 할 순 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주먹으로 두들겨 패서 잡는 게 최선이다.
아무리 약으로 고통을 숨긴다 해도 인간의 몸은 한계가 있으니 말이야.
쉬익!
기습적으로 놈의 미간을 향해 칼을 던졌다.
강유찬은 당황하지 않고 손에 든 칼로 회전하며 날아오는 칼날을 쳐냈다.
“흡.”
챙-!
놈의 자세가 흐트러진 틈을 타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강유찬은 상체를 틀며 어깨를 이용해 공격을 흘렸다.
‘오, 복싱인가?’
근데 한번 흘렸다고 다가 아니지.
강유찬은 이어 스텝을 밟으며 칼로 찔러 왔다.
그 칼을 어깨너머로 흘린 뒤, 놈의 오른쪽 옆구리에 주먹을 꽂았다.
퍼억-!
정확히 간이 있는 부위를 타격하는 공격.
원래였다면 고통에 몸이 움츠러들어야 정상이지만, 강유찬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칼을 휘둘렀다.
나는 날카로운 공격에 뒤로 슬쩍 물러났다.
“리버 블로우를 버티네. 효과가 좋긴 한가 봐?”
“……이주혁.”
“음?”
강유찬이 갑자기 날 불렀다.
뭔 소리를 하는가 싶어 잠깐 공격을 멈추니, 놈이 이빨을 으득 갈며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뭘 말이냐.”
“대체 뭐 때문에 목숨을 걸면서 선생님에게 거스르냔 말이다.”
“아, 그게 궁금해?”
하긴, 강유찬이 의문을 가지는 것도 당연할 거다.
저놈 입장에선 내가 주제도 모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보일 테니까.
“궁금하면 우리 지하실로 와서 들어.”
나는 놈에게 히죽 웃으며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탓!
***
SA시큐리티의 팀원들이 향한 창고 건물 안.
“후욱……. 후…….”
믿음단련장에 있던 광신도, 김영수는 벽 뒤에 숨은 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분명 실탄이 든 소총을 들고 있지만, 왜인지 김영수는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그때, 소음기가 달린 총성이 귓가를 때렸다.
타닥! 타다다다닥!
-으아악……!
저 멀리서 한 형제의 비명이 들려왔다.
꾸욱.
김영수는 내심 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 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조금 전 마귀의 무리를 마주하곤 생각이 바뀌었다.
총을 아무리 쏴도 맞지 않고, 놈들과 마주한 형제들은 순식간에 제압당하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몸을 숨기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김영수는 발소리를 죽인 채 조심스럽게 벽 너머로 나갔다.
꿀꺽.
총을 잡은 김영수가 마음을 다잡았다.
마귀들의 힘이 강대하다지만, 김영수도 훈련받은 신의 병사다.
설령 여기서 순교한다 해도, 분명 천국에서 그에 합당한 상급을 받을 것이리라.
김영수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언제 어디서 놈들이 나타날지…….
사삭!
그 순간 옆으로 무언가 검은 형체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에 김영수는 이를 악물고 총을 갈겼다.
타다닥! 타닥!
하지만 그 형체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하아……. 하…….”
극도의 긴장감에 숨을 몰아쉬던 김영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자는 구원 받으리로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디?
파앗!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린 김영수가 식은땀을 흘렸다.
분명 소리는 들렸는데 사람은 없었다.
“이 더러운 사탄의 종자들! 당장 튀어나와!”
악에 받친 김영수의 말에 또다시 대답이 들려왔다.
-알았다.
“?!”
김영수는 퉁 하는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날아온 뭔가가 들고 있던 소총에 적중했다.
퍽!
“윽!”
총을 놓친 김영수가 당황하는 사이.
타다닷!
누군가가 순식간에 달려와 김영수를 덮쳤다.
황급히 총을 고쳐잡고 조준하려던 순간, 라세흠 부장이 총 아래쪽을 올려 찼다.
그러자 김영수의 총이 위로 날아가려다, 어깨끈에 걸리며 한 바퀴 돌아 김영수의 허리를 퍽 쳤다.
“컥.”
그에 라세흠이 씩 웃으며 다리를 치켜들었다.
“그래도 사탄은 아니지, 내가.”
쾅-!
그렇게 한 사람을 마무리한 라세흠의 뒤로 합류한 백기준이 걸어왔다.
“또 때려 패셨네. 총은 사 놓고 왜 안 써요?”
백기준의 핀잔에 라세흠이 맞받아쳤다.
“손에 든 와이어나 숨기고 말해, 이 새끼야.”
그 말대로, 백기준은 숨어 다니며 와이어로 신도들을 제압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세흠은 기세등등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또 음침하게 그러고 있었구만? 그래 놓고 뭐? 총을 안 써?”
“쩝.”
할 말을 잃은 백기준이 입을 다물자, 어느새 다가와 쓰러진 김영수를 구경하던 마종석이 라세흠에게 물었다.
“이봐. 너희 팀원들은 대체 어떤 훈련을 받았길래 이런 전장에도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거냐?”
“음?”
마종석은 정말로 궁금했다.
어지간한 베테랑 용병들도 이런 총격전은 꺼린다.
눈먼 총알에 맞고 죽거나, 불구가 되어 그대로 은퇴한 녀석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SA시큐리티의 인원들은 항상 거리낌 없이 이런 대규모 전투에 뛰어들곤 했다.
“그게 궁금해?”
“그래.”
“근데 마 인턴. 그래도 부장한테 이봐는 좀 그렇지. 이 새끼야.”
“어?”
마종석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했다.
“내가 부장이고, 넌 인턴인데. 안 그래?”
“…….”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왠지 마종석은 부장이란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자존심 탓에 머뭇거리는 마종석을 보며 라세흠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쟤네가 어떻게 훈련받았는지 궁금하면 나중에 찾아와라. 말로 설명하는 것보단 직접 해 보는 게 나을 테니까.”
그 말에 옆에서 듣던 백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무래도 그렇죠.”
정말 따로 찾아가 봐야 하나 고민하던 마종석의 눈에 백기준의 음흉한 표정이 들어왔다.
왠지 한 놈만 걸리길 기다리는 듯한 눈빛에, 마종석은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뭐 대충 여긴 정리된 것 같고……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주혁이 쪽은 아직 마무리 안 됐으니까, 우린 여기 있는 것들이나 챙기자고.”
창고 안에는 아마 밀수를 통해 구했을 무기와 마약들이 가득했다.
광신도들의 훈련장 겸 물자 보관 장소로 쓰는 듯 보였다.
백기준이 자신이 온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 있는 건 애들이랑 제가 챙길게요. 마약이랑 무슨 이상한 주사 같은 것도 있던데.”
“일단 싹 다 챙겨. 뭐가 됐든 뒤 구린 게 분명히 나올 거란 말이지.”
“사실 이 정도 사이즈면 안 나올 수가 없긴 하죠.”
“근데 내가 살다 살다 한국에서 이런 마피아 같은 새끼들을 보긴 처음이다. 소총에 마약에…… 선생인지 걔는 대체 뭐 하는 놈이야?”
혀를 쯧쯧 차며 고개를 젓던 라세흠이 백기준에게 손짓했다.
“넌 애들 데리고 사진 몇 장 찍은 다음에 밴에 넣고 있어. 난 주혁이나 도와주러 가야겠다.”
“걔는 왜요? 알아서 잘할 텐데.”
“혹시 모르지. 어디서 총 맞고 빌빌대고 있을지.”
“흠…….”
잠시 라세흠의 얼굴을 살피던 백기준이 짜게 식은 표정을 지었다.
“그냥 뭐라도 패고 싶어서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수고하고.”
“아니…….”
탓!
라세흠은 총도 내팽개치고 어느새 저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하여튼…… 씨.”
불만스레 중얼대던 백기준은 마종석을 힐끗 보며 말했다.
“그래도 가르치는 건 잘하는 양반이니까, 나중에 훈련할 때 같이 받읍시다.”
“뭐, 그러지.”
백기준이 속으로 사탄도 울고 갈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또 동지가 한 명 느는구만.’
***
부웅-!
휘둘러지는 주먹을 흘리며 팔꿈치로 놈의 옆구리를 찍었다.
우득!
갈비뼈 몇 대에 금이 가는 게 감각으로 느껴졌지만, 강유찬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공격해 왔다.
아직 진통 효과가 남아 있을 때 승부를 보려는 것 같은데.
덥석.
나는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강유찬을 그대로 땅에 메쳤다.
쿵!
“컥……!”
그렇게는 안 되지.
바닥에 꽂힌 강유찬이 숨을 크게 내뱉었다.
아무리 고통이 안 느껴진다 해도, 처맞다 보면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겠지.
산발이 된 채 땅을 굴러 일어난 강유찬이 피 섞인 침을 탁 뱉었다.
조금 전부터 슬슬 생포하려고 기절시킬 기회를 노리는데, 쥐새끼처럼 요리조리 급소를 피한다.
아무래도 조금 더 힘을 빼 놔야 잡기 편할 것 같다.
그렇게 다시 천천히 다가가는데, 갑자기 닫혀 있던 문이 벌컥 열렸다.
타닥!
이어 총을 든 한 남자가 다급하게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강유찬이 옆으로 다가온 그를 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황성빈 씨! 빨리 쏘세요!”
황성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총을 들어 올리자, 강유찬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소총을 주워 들었다.
‘이러면 이주혁도……!’
강유찬이 황급히 몸을 일으키던 그 순간, 그의 뒤통수에 황성빈의 개머리판이 틀어박혔다.
콰직!
“이런 개…….”
그리고 강유찬의 몸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져 내렸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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