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131
131 – 전쟁의 신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 올리나 #5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고장난 것만 같았다.
방금까지 내 멱살을 잡고, 나를 한 입에 삼켜버릴 것처럼 사납게 굴었던 거인이 갑자기 자기 멋대로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으니까.
『이, 이놈! 이, 이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
그렇게 한참 바닥을 뒹굴다가 자리에서 자세를 다잡고 일어난 잿빛 거인. 녀석이 나를 향해 쿵쾅쿵쾅 대지를 울리며 달려왔다.
『크아아아! 주, 죽음의 돌진!』
마치 브레이크 고장 난 트럭이 쇄도해오는 느낌에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섰다.
나를 향해 뻗어지는 저 그물 같은 손을 피하려 나 역시 몸을 굴렀다만,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존나 빨랐기 때문에 나는 다시금 붙잡히는 꼴이 되었다.
『이대로 쥐어 터뜨려주마-! 죽음의 조이기! 이건, 매우 강력한 권능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 누구도 벗어날 수가 없는, 무자비한 지옥의 기술이다!』
꽈아아악.
나를 붙잡은 거대한 손아귀에 힘줄이 불뚝 솟아나고. 온 힘을 다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것처럼 이마에 핏발을 세우는 거인이었다.
나는 사자의 앞발에 눌린 다람쥐처럼 강한 압력에 몸이 터졌어야 정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떠냐 내 죽음의 조이기가!』
어째서인지 내 몸을 잡은 거인의 손에서는 압력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혹시 내가 그동안 레벨업을 한 덕분에 몸이 튼튼해진 것일까? 갑옷을 새로 맞췄기 때문에?
아니면 루나가 주었던 체력비약을 마셔서?
당장 여러 이유들이 떠올랐지만 지금의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유와 근거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이 거대한 괴물은 나를 죽이려고 하고 있고, 나 역시 이 괴물을 죽이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
“그아아아-!”
나는 내 몸을 붙잡은 손바닥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팔에 잔뜩 힘을 줬다. 그러자 으드득-하고 이를 가는 거인.
『어, 어림없다아! 놓아줄 성 싶나-! 으, 으윽! 하, 하지만 너무 강하다! 손아귀에 힘이 풀린다앗!』
눈앞이 붉어질 정도로 힘을 준 나는 결국 거인의 올가미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빠져나온 것으로 끝이 아니다.
나는 허리춤의 몽둥이를 뽑아들고,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는 거인 녀석을 향해 덤벼들었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이 녀석의 힘보다 여러 요인들로 강화된 내가 더 강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 어딜-!』
하지만 가만히 당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다시 팔을 뻗어오는 잿빛 거인. 다만, 그 움직임이 전보다 현저히 느려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손바닥을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가 있었다.
전날 히폴리테에게 얻어 맞아가며 특훈을 한 성과가 있긴 한 모양이다.
『아, 아닛!?』
녀석의 두 손을 피하자 내 앞에 놓인 것은 훵하게 뚫린 가슴팍과 거대한 머리통 뿐. 나는 내 몸통 정도 되는 크기의 머리통을 향해 있는 힘껏 몽둥이를 휘둘렀다.
아래서 위로 올려쳐진 나의 공포 분쇄자가 노련한 골프 선수의 타격처럼 놈의 이마 정중앙을 향해 온힘을 담아 치달았다.
휘이익, 팍-!
『끄아아악! 진짜 아파! 야이 겁도 없는 놈이 감히…!』
“으어어-.”
큰 비명을 벽력처럼 터뜨리는 거인에, 나는 오금이 저린다는 말을 정말 몸소 경험하게 됐다. 무릎 뒤쪽이 저릿저릿해서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으니까.
시바, 너무 열을 냈나!? 그냥 도망칠 걸 그랬다!
『아니, 아니, 으흐, 으흠, 너, 너무 아프다앗! 주, 죽을 것 같다!』
당장 반격당해 몸이 찢겨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거인은 괴상한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져버렸다.
나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해 놈의 몸을 계속해서 몽둥이로 내리쳤다.
『으, 악, 칵! 으아아아악-! 아, 안 돼! 이대로 가다간 소멸하고 만다아앗!』
모로스님…! 이런 젠장, 말도 안 돼. 일개 필멸자가 고대신의 권능과 맞서 싸운다는 게 말이 되나? 뭣들 하고 있어! 어서 모로스님을 구해라! 돌격! 돌격 해!
하늘에서 들려온 음산한 목소리를 끝으로. 대지가 울리기 시작한다.
두드드드드드.
대지가 울린다는 말보다 정확한 표현을 못 찾겠다.
크르아아아!
카드극, 까드득!
그리고 어울리는 단어를 여유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저쪽에 멀리서 보이고 있던 망자들의 군세가 나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려오기 시작했으니까!
“우리도 영애님을 구출한다! 돌격! 돌격 해!”
“빨리, 놈들보다 빨리 도착해야한다! 질풍 전술이다!”
뿐만 아니라 내 등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도 내 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지 당황해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크아아아아-! 더러운 해골 새끼들!”
크르으아아아!
콰득, 콰당, 쾅- 카자작!
그렇게 망자들과 병사들이 행렬이 마침내 격돌하고 온갖 것이 부딪히고 파열하는 소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런 시발 새끼!”
달그락, 카각, 카드득.
무장한 병사들이 저마다 손에 쥔 검과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 썩다 만 좀비나 뼈만 남은 해골들의 머리통을 후려갈긴다.
하지만 곧 병사들은 뒤에서 덤벼 든 해골들의 무더기에 깔려 바닥에 눕게 되고, 여기저기서 잡아당기는 아귀힘에 조각나 뜯겨져버렸다.
코가 비뚤어질 만큼 지독한 피냄새 그리고 시끄러운 함성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쇳소리 날아다니는 뼈들의 파편과 비명 따위가 내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
크라으아아!
그 순간 내 앞쪽에서 뾰족한 송곳니 달린 해골 망자 한 녀석이 덤벼들어왔기 때문에 나는 날아갔던 이성을 되찾고 손아귀에 잔뜩 힘을 주었다.
부우웅-.
강한 힘으로 몽둥이를 휘두르자, 두어 마리쯤 되는 해골 망자가 순식간에 박살나서 허공으로 흐트러진다.
칼란의 늪지대에서는 해골 한 마리를 간신히 상대했었는데. 내가 일격으로 두 마리를 쓰러트렸다니! 그간의 성장이 헛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시발 새끼들! 다 뒤졌다!”
자신감이 솟아난 나는 주변에 덤벼든 해골들을 일단 전부 물리친 다음에, 밟고 있던 거인의 머리통을 몽둥이로 다시금 강하게 후려쳤다.
“대지 분쇄다!”
쾅-!
『그에엑! 나, 난 소멸한다아아…. 이제, 이제 진짜 죽었다….』
나의 온힘을 담은 일격이 소용이 있었던 것인지 거인은 스르륵-몸에 힘을 잃고 쓰러져 축 늘어진다.
그와 동시에, 일찍이 한번 갈라졌던 적 있는 녀석의 목과 몸통이 다시금 선명히 붉은 빛을 띄며 분리되어 버렸다.
모로스님…! 이런 젠장, 빈번히 우리를 방해 하는구나 사마리안-! 베투루스, 델모, 그란데시모!
곧 하늘에서 터져 나오는 괴상한 배열의 언어들. 그에 누군가 소리쳤다.
“마법, 마법이 날아올 거다! 모두 조심해!”
“마법사들 뭐하고 있나! 주문을 흐트러뜨려라!”
“스루투베, 모델, 모시데란그-.”
하늘에서 퍼지는 주문을 거꾸로 읊기 시작하는 마법사들에 앵크셔스는 분통이 터진 것처럼 으르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사르디치 백작가가 자랑한다는 주문쟁이 식객들이신가? 하! 그래봤자 어중이떠중이들 뿐이지. 이 앵크셔스 님을 이길 수는 없다! 미티어!
피유우우우웅 쾅-.
무언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거운 것이 부딪혀 박살났다.
“뭐야, 뭐가 날아오는 거냐!? 진짜 운석이냐!”
“아니 저길 봐봐! 산채 쪽에 투석기가 있어!”
“이런, 시바, 사교도 새끼들이 주제에 투석기까지 갖추고 있다니-!”
크르으으아!
전황은 비등비등 했다. 무장의 상태는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만, 피로도 공포도 느끼지 않는 망자들. 그리고 하루 만에 여기저기서 긁어모아 어설프기 짝이 없는 오합지졸의 병사들.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 계속 된다.
하지만, 이렇게 가다간 열세로 밀릴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 쪽이리라.
그르으으.
“이, 이 새끼 뭐야! 죽은 사체가 움직인다! 시체들이 되살아나고 있어!”
이유인즉슨, 망자들에게 죽은 사체들이 또 다른 망자가 되어 몸을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죽은 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니, 이것이 바로 망자들이 갖는 무서움 중 하나다.
카르르.
크으으으!
그러나 감상에 잠길 여유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나를 향해 수없이 덤벼드는 해골 무리들을 향해 손을 휘젓는 것만 해도 바빴으니 말이다.
“야이, 반동 새끼들이-!”
머릿속에는 욕설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는다.
과도한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기 때문인지 거친 숨은 점점 더 높게 차올라 턱 바로 밑까지 치민 상태.
“흐으, 하아-.”
내가 내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현실감마저 둔감해져서 정말 쓰러질 것만 같다.
콰득, 콰드득.
그런 와중 해골 녀석들은 몸통이 박살났음에도 나를 향해 덤벼드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놈들의 뼈만 남은 두개골 따위가 내 발목과 팔, 다리 여기저기를 물고 늘어져 내 몸은 점점 더 무거워지는 상태.
피유우우우웅, 쾅-.
더욱이 투석기에서 날아온 투척물들이 땅을 질척질척하게 만들어 움직임이 불편해진다.
크에엑!
“꺼져라! 저리 꺼져 인마!”
그보다, 시바 이 새끼들 왜 나만 노리는 것 같냐? 좆같은 새끼들!
몸에 달라붙은 해골 새끼들을 떨어트리기 위해 내가 팔 다리를 휘적거리고 있을 때였다.
“흐갸아아악!”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여성 특유의 높고 날카로운 비명이 내 귀를 뚫고 뇌리에 바로 전달되었다.
여성의 비명에 시선이 가는 것은 본능과도 같은 것인지, 나는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고개를 돌려 전장의 한 구석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곳에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해골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올빼미 투구의 여자가 보인다.
“나 엔야는 소도모라의 수호자…! 이대로 당하지 않겠어요!”
콰득, 빠각.
자리에 주저앉은 채, 장검을 이용해 해골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 실력이 뛰어나다면 무척 뛰어났다.
하지만 몰려들고 있는 해골들을 막기엔 역시 역부족. 그녀는 곧 바닥에 웅크려 엎드린 채, 자신을 물어뜯고 할퀴는 해골들의 공격에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흐꺄악! 이, 이 추악한 괴물들!!”
“영애님! 누가, 누가 영애님을 구해라! 어서!”
그러한 영애를 지키기 위해 병사들과 기사들이 움직이려 했다만, 그들의 앞을 가로 막는 망자들의 벽에 진도는 지지부진한 상태.
“시, 신이시여-! 저 엔야를 굽어 살피소서!”
온갖 뼈다귀에 덮여가며 엔야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의 신들은 대체로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달랐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편에 있었고, 또 몇 걸음만 뛰면 그녀에게 도달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지휘관이니까, 저 녀석이 죽으면 이 엉망진창인 전장도 더욱 끈적해질지도 모른다.
그럼 오두막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루나의 얼굴도 점점 멀어지고 말겠지.
그래서 나는 뛰었다.
힘차게 뛰어서 지휘관의 몸을 뒤엎고 있는 해골들을 향해 있는 힘껏 몽둥이를 휘두른다.
“흐읍-!”
양손으로 붙잡은 몽둥이가 타자의 풀스윙처럼 커다란 반원의 호를 그리고-.
파가각-.
서너 마리쯤 되는 해골들의 무더기가 휘둘러진 몽둥이에 의해 단박에 파편으로 분쇄된다.
“시벌, 존나 많네!”
그런데 엔야의 몸을 뒤엎은 해골들은 마치 말벌들을 눌러 죽이려는 꿀벌처럼 덕지덕지 많았기 때문에 가장 깊숙한 밑바닥에 눌린 그녀를 구해내기란 쉽지가 않았다.
씁, 대체 어떻게하지. 그냥 버리고 갈까-.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 순간.
쾅-!
파드드득-.
엔야의 몸을 뒤엎고 있던 해골들의 무리가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여기저기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드러난 엔야, 그녀의 갑옷과 그 안에 입은 보정 속옷들은 여기저기 뜯겨져 나가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
순간 놀라긴 했는데 그것보다 더 기이한 것은 그녀가 쥐고 있는 장검의 칼날이 웅-우웅-하고 기이한 소리를 내며 누런 빛으로 빛을 뿜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저러한 것을 히폴리테가 사용하던 걸 본 적이 있었다. 전사들이 사용한다는 마법 비스무리한 것. 아마 오러인가 뭔가 그럴 것이다.
저걸 통해 스스로 구속에서 빠져나온 건가? 아무튼 잘 됐다!
“영애님! 구하러 왔습니다!”
“다, 당신은 사마리아의 핫산이군요!”
“어서 빨리 도망치시죠!”
“문제가 있습니다. 다, 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아요.”
“다리에 힘이 풀렸다는 겁니까?”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네요. 하반신에 전혀 감각이 없는 것이…. 아마, 아까 전 기이한 힘에 당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크아악!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해골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엔야. 그녀의 칼에 당한 뼈는 기계로 잘린 것처럼 깔끔한 단면으로 잘려져 박살이 난다.
엔야는 덤벼드는 해골들의 무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사마리안! 제, 제 말이 되어주세요!”
“말요…?”
“저를 업어주시는 겁니다! 어서! 전장의 중앙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작품후기]yayayeah 님!!! Kadeom 님!!!! 포테토서버 님!!!! 후원쿠폰 감사드립니닷…!!! 익명으로 원고료 쿠폰을 보내주신 분들도 많이 계십니닷 ㅠㅠ…
덕분에 6월은 풍성하게 보낸 것입니닷…!!! 일러스트도…!!! 순조롭게 작업되고 있습니닷…!!!!!
댓글과 추천도 언제나 감사드립니닷…!!!!!!!
132회
전쟁의 신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 올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