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624
외전 – 이방인 # 3
갑작스럽게 나타난 여자애의 이름은 다이앤.
다이앤이라는 이름의 여자애를 잃어버린 어머니가 있을까 해서 소도모라 전역에 수소문을 해봤다.
“다이앤이라는 이름의 실종아동은 어디에도 없다는 모양입니닷…!”
“그렇구만.”
결국 우리는 이 다이앤이라는 아이를 맡기로 결정했다. 맡는다고 해봐야 히폴리테가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알려주고 챙겨주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다이앤은 내 딸이 분명한 것 같다.”
히폴리테가 다이앤의 얼굴에 묻은 먼지를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그렇게 말했다.
애초에 다이앤이라는 이름은 히폴리테가 생각해두고 있었던 딸의 예명 같은 것이었기도 하고 말이다.
“이건 포크라고 하는 거야. 이건 나이프. 이것으로, 이렇게 접시에 올라가 있는 생선이나, 고기를 잘라서 먹을 수 있지.”
히폴리테는 식사예절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을 다이앤에게 알려주었다. 어린 아이는 마치 스펀지와 같아서 물처럼 새로운 지식들을 흡수한다.
슥슥슥-.
“….”
“좋아, 잘 하네. 잘했어. 잘 잘랐네.”
“….”
히폴리테가 머리를 슥슥 쓰다듬자 다이앤은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접시 위의 고기들을 모두 나이프로 썰어 넣는다.
비록 고기를 써는 일이긴 했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칼질을 보니 과연 히폴리테의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은 느낌이 났다.
“다이앤-. 이모한테 와 봐-. 금화 줄게-. 금화-.”
“…….”
“잡았다-.”
조카를 금화로 유혹한 안티오페가 다이앤의 허리를 붙잡고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
“어때? 재밌지! 내가 조카랑 놀아주고 있어!”
어린 소녀의 반응은 예상보다 시큰둥했지만 오히려 안티오페는 무척 재미있다는 것처럼 깔깔댔다. 사실 조카와 이모라기보다는 나이차 나는 언니 동생 같다.
그 모습을 옆에서 은근히 지켜보고 있던 엘프리데가 식사를 끝내며 한 마디 했다.
“님프들만 있어도 시끄러운데. 아이까지 있으면 얼마나 정신 사나울지 모르겠네. 님프들 좀 봐. 거의 미쳐 있잖아.”
엘프리데가 턱으로 슥-가리키는 곳에는 엘프리데 말대로 반쯤 미쳐있는 님프들이 시끄럽게 재잘거리고 있었다.
“이몸 도리스가, 어린 코레들이라면 마땅히 배워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이다-! 열아홉 살까지 계획표를 이미 잔뜩 짜놓은 것이다…! 꿀벌-!”
위윙윙-.
도리스가 허공에 소리치자 커다란 꿀벌 조수들이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들고 나타났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옷이라서 무척 눈이 부시다.
도리스가 어린 소녀 다이앤에게 드레스를 들이밀며 조잘조잘 말했다.
“완벽한 코레가 되려면 일단 동물과 말하는 법-. 아무 때나 노래 부르는 법-. 유리구두를 신는 법-. 독사과를 먹는 법-. 영원한 잠에 빠지는 법-. 왕자님과의 완벽한 입맞춤으로 부활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동물과 말하고, 아무 때나 노래를 부르고, 유리구두를 신고 독사과를 먹고 잠에 빠지고 왕자님과 입을 맞춘다니-.
나는 요즘 도리스가 말하는 ‘코레’라는 것의 개념을 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은 마치 으레 인형으로 만들어지는 동화 속 공주들과 비슷하다.
“오늘부터 특훈에 들어가는 것이다-! 완벽한 코레가 되기 위해서는, 잠도 자지 않고 매일 연습에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일단은 노래하는 법부터 배우는 것이다-!”
자신 있게 소리치는 도리스.
그때 윙위윙-하고 도리스의 꿀벌들이 어린꼬마 다이앤의 허리춤을 붙들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도리스는 다이앤을 어딘가로 데려가려는 모양이다.
다만 패러노이는 그것에 이의를 재기했다.
“독사과를 먹고, 왕자님을 기다린다니-! 그것은 너무나도 구시대적인 코레상인 것입니닷…!”
“이몸 도리스의 의견이 구시대적이라는 말이냐…?”
“그렇습니닷…! 이제 시대는 수동적인 코레가 아닌, 능동적인 코레를 바라는 법…! 그런 의미에서 저 패러노이의 커리큘럼은 제왕학과 정치사회학을 곁들여 쟁취하는 개척가로 다이앤을 교육시킬 것입니닷…!”
“그래서야 코레가 아니고 여전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시대의 흐름인 것입니닷…! 아무리 오래 놔둬도 변하지 않는 것이 꿀물이라지만, 꿀물의 님프는 시대의 변화를 읽을 줄 모르는 것입니까…?”
“이몸 도리스는 도랑물의 패러노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 것이다…!”
조잘조잘-.
도리스와 패러노이는 다이앤의 교육 방법과 방향에 대한 이야기로 저택의 식당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원래 님프들은 어린 신들의 친구 및 보모 겸 교사라고들 하는데. 진짜 그런 모양인지 다이앤이 어떤 아이로 자라나게 될지 관심이 지대한 듯이 보였다.
그러나 도리스도 패러노이도 모두 자기주장이 강해서 결국 이야기의 끝이 맺어지질 않게 되고 말았다.
“그럼 아이 어머니인 히폴리테에게 선택을 맡기는 것입니닷…! 다이앤의 가정교사로 저 패러노이와 도리스, 어떤 자가 어울린다고 생각 하십니까…?”
“당연히 이몸 도리스인 것이다…!”
“저 패러노이를 선택한다면, 어린 소녀 다이앤은 영광과 명예를 다스리는 지배자가 되는 것입니닷…! 그리고 저 패러노이는, 여왕의 국사(國史)가 될 겁니닷…!”
“흠-.”
님프들의 시선에 히폴리테는 꿀벌에 붙잡힌 다이앤을 바닥에 내려주며 가볍게 침음했다.
“교육이라니-. 이제 막 태어난 아이니까, 그런 건 조금 더 생각해봐도 좋겠지. 아이답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의외로 많지 않으니까-.”
그렇다는 모양이다. 다만 패러노이와 도리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 다이앤에게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것입니닷…!”
“그게 좋은 것이다-!”
결국 다이앤은 패러노이와 도리스 한 사람을 선택해 자신의 선생님으로 모셔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
이제야 겨우 포크 쥐는 법을 깨달은 꼬마애가 지금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멀뚱멀뚱 눈만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다이앤이 선택한 님프는-.
“이그노이-. 실뜨기 잘해-. 컹컹이랑. 많이 연습했어.”
바로 손에 금실을 쥐고 있는 이그노이였다.
다이앤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님프들보다 얌전하고 조용한 님프 이그노이와 금실을 갖고 노는 것을 택한 것.
“아앗-! 허를 찔린 것입니닷…!”
“그런 것이다-!”
패러노이와 도리스는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은 것처럼 바르르 떨었지만, 나는 다이앤이 생각보다 똑똑한 아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 점은 날 닮지 않은 모양이다.
* * *
매일 평화로운 일상이 반복되던 저택이 조금 변했다.
“호에에-! 청소기를 그렇게 험하게 다루면 안 되는 것이에요-!”
“아앗-! 이몸 오노노이가 아끼는 항아리가 깨져버린 것이야-!”
어린 꼬마 다이앤이 이곳저곳들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하는 일을 구경하거나, 일을 벌려놓거나 했으니까.
말은 못하지만 히폴리테를 닮은 활달함은 숨길 수가 없었던 것인지 다이앤은 저택 안, 침대 밑이나 으슥한 지하 창고 따위를 마구 쏘다니며 보모 님프들의 일거리를 늘렸다.
━컹컹.
“….”
물론 컹컹이가 주의를 잘 주었기 때문에 저주받은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댄다거나, 위험한 지하감옥 같은 곳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컹컹이는 어린 아이를 다루는 데에 생각보다 능숙하구나.”
━히오옹-.
“므흐흐-. 저 패러노이가 목마를 태워주도록 하겠습니닷…! 남들의 위에 서는 기쁨을 지금부터 잘 새겨 넣는 것입니닷…!”
“….”
“이것이, 패러노이 페라리, 관성 드리프트인 것입니닷…!”
그리고 생각 외로 패러노이 또한 아이와 잘 놀아주었다.
지금도 저렇게 네 발로 엎드린 채 등에 다이앤을 태우고 복도를 누비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척 의외인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저 패러노이는 다이앤을 업어키우고 있는 것입니닷…! 핫산 님의 장녀-. 나중에 크나큰 유산을 물려받게 될 때, 저 패러노이의 이름을 꼭 기억해주시는 것입니닷…!”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어린 아이가 있으니 저택의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져서 나로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조금 어색한 점이라고 해야 할까?
“….”
다이앤은 이따금씩 정원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 나를 구경하려는 것처럼 내 옆으로 다가왔는데. 그때 내 기분은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모를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어색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꼭 나쁜 기분만도 아닌 그런 불확실함.
이 아이가 정말 나의 딸일까?
날 닮은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갑작스럽게 일곱 살 가량의 큰 아이가 생긴 나로서는 조금 적응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
“이리 와 봐.”
나는 내 주변을 흘끔흘끔 돌아다니는 다이앤을 손짓으로 불렀다. 그러자 녀석은 쭈삣거리며 내게 다가오게 된다. 내 아버지라면 딸을 어떻게 대했을까?
내 머릿속에는 아버지가 여동생을 대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얼마나 뛰어 놀았으면 머리가 다 헝클어졌어.”
우선 나는 다이앤의 긴 머리를 댕기처럼 땋아서 묶어주기로 했다.
어린 아이들은 언제 울음을 터뜨리거나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서 대하기 어려웠지만 다이앤은 과묵한 편이기도 했고, 또 신기하리만치 친근감이 느껴져서 괜찮았다.
이 아이도 내게 친근감을 느끼고 있을까?
문득 나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개념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의 입장에서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열 달을 품는 어머니와 다르게 애초부터 분리되어 있었던 아버지와 딸은 어떻게 서로 유대감을 쌓는 것일까?
궁금한 점이 넘쳐난다. 평소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질문들이었는데.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물음표가 계속해서 생겨나는 과정을 겪는 모양이다.
“다 묶었다.”
“….”
“예쁘게 잘 묶였네.”
“….”
과묵하구만.
말하는 법을 아직 모르는 탓이겠지. 그때 다이앤이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동그란 주머니 같은 것에서 무언가를 하나 내게 내밀었다.
그것은 쿠퍼 동전이다.
“나 주는 거야?”
“….”
“머리 땋아줘서 고맙다는 거지?”
끄덕,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다이앤. 말은 하지 못해도 말을 알아 듣기는 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서 동전을 받아들며 인사했다.
“동전 줘서 고마워.”
그러자 과묵했던 아이의 표정도 조금은 밝아진다.
잘그랑, 잘랑-.
심지어 내 고맙다는 인사가 맘에 들었는지 다이앤은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동전 꾸러미를 전부 나에게 내밀어왔다.
“그것도 나한테 주는 거야?”
“….”
거기에는 다이앤이 저택 안을 돌아다니며 님프들이나 플루토 사교도들에게 받았던 용돈이 잔뜩 들어있어서 제법 묵직했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전 주머니를 내게 준다니.
이러면 내가 더 고마워할 줄 알고 그러는 걸까?
나는 이걸 받아도 될지, 그리고 받게 된다면 얼마나 큰 고마움을 표현하면 좋을지 몰라서 잠깐 고민하게 됐다.
그러나 동전 꾸러미를 내밀고 있는 다이앤의 표정이 약간 걱정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며 나는 생각을 멈추고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와, 엄청 많네-! 고마워-!”
“….”
내 과장된 감사 인사를 듣게 된 때에서야 꼬마아이의 표정이 한껏 밝아진다.
첫 만남이 당황스러워서 그렇지, 애는 착한 것 같다.
나에게 인정받고 싶은 건지 다이앤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빛나는 조약돌을 잔뜩 주워서 내게 계속 건네주었다. 내게서 칭찬을 듣고 싶은 걸까?
그러고 보면 나에게도 이런 때가 있었다. 아버지와 낚시를 갔던 어린 시절, 물고기를 처음으로 낚았던 나를 아버지는 굉장히 칭찬해줬었지.
아버지께 인정받는 듯 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그날 정말 열심히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많이 잡았었다.
다이앤은 그때의 나와 똑같구나.
아버지에게 칭찬받는 걸 좋아하는 어린아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 작은 여자애에게서 느껴지는 낯선 감정은 점점 희미해져서, 이제는 뭉실뭉실한 감정만이 남게 됐다.
“아앗-! 그것은, 저 패러노이의 동전 주머니인 것입니닷…!”
“….”
물론 남의 동전 주머니를 빼앗아서 내게 내밀어오는 행동은 좀 주의를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칭찬을 받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을 테니까.
그래서 잠깐 입을 열려던 때였다.
“핫산-! 엄마가 일어나셨어-!”
저 멀리서 루나가 손을 흔들며 내게로 허겁지겁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녹스 님이 긴 회복의 잠에서 잠깐 깨어나셨다는 뜻이겠지.
다이앤을 녹스님께 보여드리면, 녹스님이 이 상황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해주시리라.
우리는 다이앤의 손을 붙잡고 녹스님이 계신 저택의 지하실로 향했다.
그 캄캄한 밤의 영역에는 까맣고 긴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는데, 저 분이 바로 루나의 어머니이자 내 장모님인 녹스님이다.
『신기한 아이로구나-.』
녹스님은 우리가 설명도 하기 전에 내 손을 붙잡고 있는 다이앤을 보며 그렇게 말씀했다.
『마치 여름의 얼음꽃 같은 아이야-. 아름답지만, 덧없는 아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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