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455
00454 #19 – 개복치의 취향존중 =========================================================================
#19 – 개복치의 취향존중(1)
현실에서의 사정은 한결 나아졌다.
제대로 된 거주구도 아닌 임시 거주구에서의 삶.
그건 이루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하다.
씻고 싶어도 씻지 못하고.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오락이나 놀이 같은 건 당연히 상상조차도 할 수 없다.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 시간도 있다.
뮤턴트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져서.
물건을 수급하기에는 방사능이 가득 실린 죽음의 바람이 불어 닥치는 경로라서.
사냥과 토벌, 탐색.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저 숨죽이며 위기의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한참 우울할 때에 돌아왔네.”
그래도 이만하면 게임에 접속하기 전보다는 사정이 낫다.
그땐 와트도 간당간당했었지.
모두의 방화복에 장착된 산소 탱크에 언제까지 산소를 생성시켜 넣어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덕분에 대부분은 임시 거주구역을 만든 뒤로 쥐 죽은 듯이 잠만 잤다.
깨어있어도 괴롭기만 할 뿐이고, 생각하는 행동만으로도 인간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산소를 소비하는 존재이니까.
적어도 지금은 한 건 일단락을 낸 뒤이기에 적지 않은 와트를 보급하였고, 모두가 깨어있지도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도 아니었다.
“지루하진 않았어요?”
“에이, 설마요.”
넌지시 인사말을 건넸더니 부랑자가 손사래를 쳤다.
“뮤턴트들의 활동구역 경계선에서 숨죽이며 식량을 빼내야 할 필요도 없고, 진성 부랑자들의 강압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거야 그렇겠지.
부랑자의 삶은 일반인 미만이나 다름없다.
아니.
[일반]이라는 말은 오히려 부랑자에게나 어울린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전한 곳에서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시민]이 아닌, 어느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살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부랑자]이다.
각 조직의 지배자들은 부랑자를 사회의 악처럼 여기며 멸시하였고, 그들을 더욱 몰아세웠으며, 제거대상으로 규정하고 철저하게 박멸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일 뿐이었다.
이것이 22세기의 [일반]이다.
동시에 내가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기도 했다.
“걱정 마. 적어도 세금이 무서워서 뮤턴트 틈바구니에 숨어 사는 신세가 되지는 않게 해줄 테니까.”
조직이 유지될 정도로는 와트가 필요하겠지.
하지만 수급하는 와트는 별반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이만한 규모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며 정상적인 조직 운영이 이루어지려면 적지 않은 규모의 와트 수급원이 있어야만 한다.
그건 대체로 발전소의 형태를 띌 것이고.
그런 게 있으면 세금으로 얻는 와트 정도는 푼돈처럼 별반 의미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개복치. 이번에도 한 건 했다며?”
“그럭저럭. 이쪽은 어때?”
“덕분에 급한 불은 전부 껐어. 와트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것은 츳키였다.
실제로는 어떠려나.
보통은 와트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만으로 생계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전부 식품제조기를 마개조해서 원하는 물품을 자유자재로 생성해내는 츳키의 제조 기술 덕분이지.
결과적으로는 그냥 자기 기술을 자랑하는 내용이겠지만 이 정도 쯤이야 귀엽게 여기면 그만이다. 실제로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고 말이다.
“내부 현황에 대해서 좀 들어보고 싶은데.”
“거기까지는 몰라. 내가 맡은 역할은 물질연성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수고했어. 귀찮은 일은 구아악한테 전부 물어볼게.”
왠지 모르게 서운해 하는 표정이다.
이걸 바라는 걸까.
혹시나 싶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헤벌레 풀어지려던 얼굴이 돌연 경직되었다.
의도성이 짙네.
좋긴 하지만 뭔가 미흡하다는 눈치였다.
“지금은 바쁘니까.”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자 그제야 만족스레 손 인사를 한다.
사람마다 귀여움은 천차만별이라지만 츳키의 귀여움은 알파고의 귀여움과는 달리 풋풋한 면모가 있다.
완벽한 천연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속내가 너무 빤히 읽히는 약삭빠름이라고 해야 할까.
좋은 집에서 자라난 아가씨 특유의 장난기가 재밌다.
이런 반응.
평범한 사람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으니까.
‘다들 지금보다는 즐겁게 살고 싶었겠지.’
구아악이 있다는 사령실까지 가는 길.
임시 거주구에 머무르고 있는 부랑자들을 몇 번이고 보았다.
모두들 이전보다는 표정이 밝고 희망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부족하다.
입과 달리 눈은 솔직하다.
조금씩이나마 불안이 비추고 있다.
‘열심히 해야지.’
나의 귀찮음이 곧 이들 천 오백여 명의 행복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혼자만 행복한 삶이라는 건 관계가 그리워지는 순간 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력한다면 평생 자신을 속이고 홀로 행복해질 수 있다.
스스로 완성되는 자.
그런 절대적인 방벽에 둘러싸인 삶도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내게는 구아악이 있다.
그녀만이 아니다.
낭자아이라는 갤러리와 인연이 생겼다.
츳키라는 갤러리와 마주치게 되었고.
알파고라는 일생의 반려를 만났다.
무장요원, 암살자, 암황.
그 외 수많은 갤러리들과 부랑자들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나는 정말로 많은 인연에 둘러싸였다.
이걸 전부 뿌리치고 혼자만의 행복을 누리라고?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야 필사적으로 악성향이 되기를 부정했던 지난 12년이 무엇이 되란 말인가.
시작은 롤플레잉(Role Playing, 역할 연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시기를 놓쳐버렸다.
연기를 연기로서 그만둘 수 있는, 선함을 외면할 시기를.
지금의 내게는 불가능하다.
내 안의 선량함을, 모두와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꺾고 홀로 살아남는 일이.
[칭찬 한 번에 좋아 죽기는.]
비장한 독백이 무색하게도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내정 현황이 알고 싶어서 왔지?] “뭐 그렇지. 용케도 알고 있네? 묻지도 않았는데.”[그야 알 수밖에 없지.]
구아악은 도끼눈을 뜨며 나를 노려보았다.
[네가 먼저 나한테 말 거는 거. 와트 잔고가 궁금하거나 정보수집의 결과 확인, 내정 현황확인. 세 가지 경우 외에는 전혀 없잖아.]듣고 보니 정말 사무적으로 대해온 것 같다.
뭔가 좀 불쌍하네.
그래도 구아악이니까 괜찮겠지.
“어차피 너도 먼저 말 거는 일은 별로 없잖아.”
[그게 안 거는 거야? 못 거는 거지.]
“그런 거였어?”
[툭하면 게임만 하고 있고. 알파고나 무장요원이 오기 전까지는 와트 없다고 가동도 제대로 안 시켜주고. 최근에는 그나마 남는 시간은 전부 일하거나 섹스하면서 보내잖아.]
“윽.”
하늘에서 팩트가 빗발친다…!
[…그럼 간단하게 알려줄게.]
구아악은 다이스 게임에서 곧잘 나오는 조직 관리창 비슷한 홀로그램 창을 띄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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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의 관리창]
*지배자 : 개복치
*참모 : 알파고
*간부 : 낭자아이, 츳키, 무장요원, 암살자, 알바트리스
*조직원 : 부랑자 1522명
*조직원 유대감 : 33%
*조직원 충성도 : 87%
*조직 명성 : 2,200(남부 일대에 알려짐)
*내정도 : 38,100
*무장도 : 3,893,710
*연구도 : 145,350
*특기 사항
-와트 수급원의 확보가 시급합니다.
-안전 구역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합니다.
-조직원 간의 불화가 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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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고 싶은 내역이었다.
“알바트로스는 누구야?”
[의사.]
“정말!? 완전 대박이잖아!”
그런 직업이라면 내가 없는 사이에 조직의 새로운 간부로 결정될만하네.
요즘 같은 시대에 의사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암살자의 뇌 내에 삽입된 브레인 칩을 제거해야 하는 입장에서 의사의 존재는 한줄기 희망이나 다름없다.
[실망하는 표정부터 어떻게 해결하고 떼쓰시지?]
치사한 녀석.
설레발도 좀 치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간부는 됐어. 유대감은 왜 이래?”
[부랑자잖아. 그것도 대부분이 이번 부랑자 연합 결성을 위해서 반강제로 모여든 몸이고. 심지어 부랑자가 아닌데 살려고 부랑자로 가장한 사람도 태반이지.]
“가해자랑 피해자가 엉망진창으로 뒤섞여있다는 말이군.”
진짜 부랑자 활동을 해왔던 인물과 살기 위해 부랑자를 가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뒤섞여 있다.
이쯤 되면 원한관계를 언급하며 총기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게 놀라운 수준이다.
그래도 여기에 모인 부랑자들은 어쩔 수 없이 한 패거리가 되어버린 몸이라지만, 개중에도 얼마만큼 범죄행위에 동조했느냐는 각기 다르니까.
기준이 애매한 사람들이 문제라는 거다.
선을 넘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선을 넘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개심하려는 노력을 무시하는 자들이 야속하고 원통하겠지.
정책적으로 제약을 거는 것도 소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되겠지만 당장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내다보면 유대감이 생기겠지.”
다이스 게임에서도 그런 경험은 몇 번 있었다.
원수라고 생각했던 놈과 함께 살아남고자 몬스터 무리에 맞선다거나 하며 의외의 비화를 듣게 된다거나.
진실의 한 단면만을 보고서 적이라 여겼던 자에게서 숨겨진 진실을 듣게 된다거나 하는 내용이다.
당장은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시간이 좀 더 지난다면.
서로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상대가 자신이 생각하던 것만큼 반드시 죽어야 마땅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면.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그 대가를 치르고자 성실하게 노력하며, 그들이 죄를 짓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유대감도 지금보단 나아질 것이다.
“다른 건 다 그렇다고 쳐. 제일 궁금한 건 이거야.”
[뭐가?]
“무장도만 수치가 뭐 저리 높아!?”
무슨 버그 걸린 것처럼 자릿수가 다르잖아.
삼백만을 넘겼다고.
다른 두 기능하고 몇 배 차이가 나는 거냐.
[먹고 살려면 세간살림보다 무장상태가 더 중요하고.]
그러네.
그게 이유였던 건가.
[어쩔 수 없지 뭐. 저 두 개만 있어도 바리게이트만 잘 만들면 이론상으로 1형 뮤턴트 30만 마리는 잡을 수 있는 걸.]
무장도10당 1형 뮤턴트 1마리를 해치울 수 있는 건가.
주요병기 없이 해치울 수 있는 뮤턴트는 89,371마리.
적지는 않지만 많다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무장요원이랑 알파고, 암살자 씨가 해치울 수 있는 뮤턴트만 해도 상당하지 않아?”
[헛바람이 너무 들었네. 주변에 강자가 많다고 잊고 있는 모양인데. 뮤턴트가 그리 만만한 생물체인 건 아니다? 보통 총기로 무장한 생존자는 뮤턴트 열 마리도 감당 못한다고.]
“그랬던가?”
애초에 직접 뮤턴트 잡아본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체감이 안 된다고 할까.
뭐, 그래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뭔지는 알 수 있다.
“이번에 와트 잔뜩 벌어왔잖아?”
[7천만 와트나 수입 올렸네. 잘했어, 노예야!]
“…….”
건방진 전자계집 같으니.
확 그냥 가슴 사이즈를 무유로 만들어버릴라.
“거기에 우리 무장도도 상당하잖아?”
[그런데?]
“이만하면 주인 없는 발전소 하나 공략 가능하지 않을까?”
매번 게임으로 와트를 버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래서는 진행에 진척이 없는 걸.
와트를 통해서 이룰 수 있는 혜택을 모두 포기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언젠가 게임이 어떤 형태로든 끝을 맞이한다면, 그날부로 현실의 조직은 파산으로 직결되지 않겠는가.
[무장요원이 부랑자 칠백 명 데리고 소형 발전소 하나 먹으러 갔다고.]
네가 무슨 자판기세요?
버튼 누르기 전에는 원하는 걸 절대 안 말하게?
갸아악!
============================ 작품 후기 ============================
“갸아악”의 새로운 용법이 생겼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범죄를 짓고도 당당하게 귀여운 척을 할 때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돈 받고 작품 파는 작가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무차별적으로 티카페에 헤비업로드를 했다는 사실이 들켰을 때 용서를 구하며 “갸아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농담 같지요?
불과 수 시간 전의 어느 스파이(헤비업로더->작가)가 사용한 실화입니다!
실은 오늘 이 얘기를 유심히 살펴보느라 연재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때에도 어떻게든 무심하게 지나쳤지만 이번만큼은 집중력 유지에 실패했군요.
과연 작가의 탈을 쓴 범죄자가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예정된 비극을 바라보는 입장으로서 너무나도 설레이는 마음이 든 나머지 본업에 태만하고 말았습니다. ㅠㅠ
– – – – –
[Q & A 코너]Q : @여자인듯 여자아닌 여자같은 주인공
A : 개복치는 여캐로 두고 싶었습니다 ㅠㅠ
Q : @이제야 중반에 다다른상태인거임? 그럼 천원돌파하겠네…. / @원피스도 2년후 들어갔을때 막 반정도 온거라고 들었던거같은데 그런 느낌인건가요? 앞으로도 겁나게 구르고 겁나게 약빨면서 이어지겠군요 중요한건 제가! 이사실이! 정말! 맘에 든다는겁니다!..?!
A : 적어도 작가의 큰그림으로는 그러합니다!
Q : @무유는 스테이터스다! 희소가치다! 물론 대는 소를 겸하므로 거유는 우월합니다! / @모성의 근원은 큰가슴이니까 거유가 진리지
A : 가슴과 골반의 크기는 결국 사랑스러운 귀여움에 비하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요!
Q : @작가님 전번에 보니 ts를 좋아하시던데… TS물 서술의 상태가…?
A : 본질은 개그입니다! 꼴림이 아니에요!
Q : @갸아악 구아악 이거 제가 쓰는 소설에서 써먹어도 될까요?(진지하게)
A : 새로운 변형용법에도 유의하시면 사용하시기 더욱 좋습니다! 원본은 어디까지나 이토 준지의 좀비 비명소리지만요!
Q : @그래서 돈을 내라하시겠다?(쿠폰투척) / @ 흐흥 딱히 쿠폰이 남아서 주는 거 뿐이라고. 여기 오는 길에 주운거 뿐이니까 갖던지 말던지 흥흥
A : 감사합니다! 이 쿠폰은 작가의 금주 금연 성공을 위한 군것질거리에 사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