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79
00079 #외전 02. 석가탄신일 기념~갓 더 부처~ =========================================================================
#외전 02. 석가탄신일 기념~갓 더 부처~
석가(釋迦).
그는 불교의 창시자이자 인도의 성자(聖子)이다.
본명은 고타마 싯다르타(Gautama Siddhartta)로 그를 기리는 별칭은 석가모니(釋迦牟尼), 능인적묵(能仁寂默), 붓다(Buddha), 여래(如來), 세존(世尊) 등으로 불린다.
본래 다이스 게임에 석가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개복치 게이머의 괴상한 부작용으로 인해 새로이 탄생한 존재이다.
본래 석가는 해탈과 열반을 목표로 하는 수도승이었다.
그가 실제로 지고한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몇 년 동안 좌선만 하다가 니가 하는 일이 뭐냐는 물음에 어버버 거리며 대충 그럴싸한 말을 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석가가 만인의 지지를 받으며 설법을 전파하고 일생을 불교에 심취한 것 또한 불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인간이었을 때의 이야기이지.
“꺄아악! 괴물이야!”
“조, 조각상이 쳐들어온다아아!”
금색으로 반짝이는 부처.
고타마 싯다르타의 좌선한 조각상이 같은 일을 하려고 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주먹만 한 인형이 저 혼자 움직이는 것도 소름끼치는데.
하물며 30m짜리 거대한 조각상이 움직인다고 생각해봐라.
이건 숫제 호러영화가 따로 없다.
설법이고 뭐고 사람들은 조각상이 보이자마자 죽어라 달아나기에 바빴다.
“…….”
부처는 곤란함을 느꼈다.
애초에 자아가 깃든 생물체인 만큼 조각상이라고 말을 못하거나 감정을 못 느끼는 건 아니다.
만민을 고통으로부터 구제하고 제행무상(諸行無常)의 도를 전파하고자 하는 그로서는 이처럼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능력은 반경 100m 이내로 접근하는 생물체에게만 통용되기 때문이다.
하여 부처는 목표를 달리했다.
인간들이 줄곧 말해왔던 ‘몬스터’라는 존재는 사람을 해하고 언제나 흉폭한 본능에 지배받는 미물들이라고 한다.
분명 녀석들이라면 달아나지 않고 사정권 내로 접근할 것이 틀림없다.
고로 부처는 인근에서 몬스터가 가장 많은 숲으로 향했다.
“깨갱! 깨개갱!”
“키에엑! 키에에엑!”
“거, 거대괴물! 무섭다! 도망간다!”
명백한 오산이었다.
몬스터 입장에서는 부처고 뭐고 그냥 존나 큰 금덩어리가 눈을 번뜩이면서 다가올 뿐이다.
이들의 상식으로는 금으로 만든 초거대 골렘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자연히 몬스터들은 숲에서 부리나케 도망쳐버렸고.
이동속도가 느린 부처는 멍청하니 꽁무니만 뒤쫓다가 제풀에 지쳐 멈춰서버렸다.
“…….”
숲에서 빠져나간 몬스터들이 전례 없는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키며 지방 하나를 초토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도 짐작하지 못한 채, 부처는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거대함이 생물체들을 두려움에 빠트리고 있다는 사실을 드디어 자각한 것이다.
부처는 간단한 해결책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를 만나면 된다.
아주 강력하고 커다란, 대륙에서 악명이 하늘을 찌르는 존재를 마주치면 되는 것이다.
마침 몬스터들이 사방팔방 흩어지는 와중에도 유독 발을 들이지 않았던 방향이 있었다.
거대한 산맥이 굽이굽이 너울진 산악지대였다.
저곳으로 가자.
부처는 결정을 내렸다.
콰가가가가…
자가부양 같은 편리한 기능은 없었던 탓에, 부처가 이동하는 길은 땅이 뒤엎어지고 나무가 짓눌렸다.
숲을 초토화시키고 강을 끊어버리며 나아가기를 얼마간.
부처는 곤경에 처했다.
“…….”
오르막길을 올라갈 수가 없다.
조각상에 각도조절 기능이 달려있을 리도 없고.
평지밖에 다닐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먼 길을 돌아가기도 곤란하다.
조각상의 저조한 이동속도를 생각하면 한참이 지나야 왔던 길을 거슬러 돌아갈 것이다.
고로 부처는 신개념 이동방법을 창안해내었다.
쿠우우웅… 쿠우우웅…
30m짜리 금으로 된 조각상의 무게를 이용, 길을 몸으로 부숴 강제로 평평하게 만든다.
단순무식한 해결책은 확실한 효과를 보았다.
어지간한 암반이나 작은 오르막길은 부처의 2050톤에 달하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참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부처의 무게에도 버텨서는 지형이 나타났다.
커다란 절벽이 진로를 가로막은 것이다.
천애절벽(天涯絶壁)!
하늘 높이 치솟은 절벽은 부처가 마주한 시련이었다.
이것을 넘지 못하는 한, 불생을 구제하기 위한 여로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
그가 이 절벽에 가로막혀있는 사이, 얼마나 많은 어리석은 중생들이 스스로를 고통과 고뇌에 빠뜨리며 자멸해가고 있을까.
그것을 생각하면 돌아간다, 라는 선택지는 고를 수 없다.
그러니 부순다.
부처는 전신으로 거대한 용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현실에서의 부처는 무력을 지니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은 다이스 게임.
개복치 게이머의 부처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부처의 자아형성 과정에서 막대한 설법능력과 전투능력을 부여했다.
개복치 게이머가 인지하는 부처란 자애로울 때는 한없이 자애롭지만, 설법을 위해서라면 양손에 양자캐논을 들거나 거대한 손가락으로 지구를 짓뭉개는 파멸자였다.
까놓고 말하자면 어딘가의 액션게임에나 나올 법한 부처이다.
오리지널 부처와는 한없이 동떨어진 존재.
그렇기에 고다마 싯다르타의 전투력은 지국천왕, 증장천왕, 광목천왕, 다문천왕과 같은 호세사천왕(護世四天王)보다 윗줄이다.
한층 더 쉽게 말하자면 이러하다.
그냥 존나 쌔다.
“金剛般若波羅蜜多心經(금강반야바라밀다심경)”
“第五分 如理實見(제5분 여리실견)”
금강반야바라밀다심경.
약칭 금강경.
미혹으로부터의 깨달음을 얻고 이 모두를 다시금 버림으로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는, 집착 없는 베품을 담아내는 불교의 실천덕목을 나타내는 경전이다.
그중 제5분 여리실견은 부처와 진리를 만나니, 눈앞의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이를 관조할 수 있을 때 제 안의 부처와 진리를 찾을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일종의 기도주문이다.
본래의 의미는 그처럼 참 좋은 것이지만…
전투 커맨드(Command, 명령어)로서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하늘 아래 두려울 것이 없는 절세고수(絶世高手)가 일생공력(一生功力)을 담아낸 내공마냥 엄청난 힘이 대기를 격동시켰다.
콰가가가가…
어찌나 거대한 기세인지 기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지면이 주저앉으며 균열을 일으킬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부처가 앞으로 저지를 일에 비하면 전조현상에 불과하다.
전투커맨드로서의 금강경은 상대의 업을 시험한다.
세상의 모든 미혹을 일장(一掌)에 담아내어 이를 받아내는 자만이 진정으로 해탈할 수 있으며, 받아내지 못하는 자는 적어도 죽음으로 세상의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죽음이냐, 깨달음이냐.
그런 말도 안 되는 패도적인 잣대를 지니고 있다.
그런 금강경의 제5분 여리실견.
이는 부처가 지닌 막대한 심득과 진리를 실체화한 살인적인 수준의 기공술(氣功術)을 의미한다.
숫제 절세무공의 초식마냥 경구를 외운 부처상이 무릎 위에 올린 손을 들어 올리며 느릿하게 손을 밀어 올렸다.
숨 막힐 정도의 저속의 움직임과 달리, 결과는 무지막지했다.
──────!!!
일순간, 세계에서 소리가 사라졌다.
거대한 손바닥 모양의 빛이 절벽을 뚫고 지평선 너머로 황금색 선을 그려냈다.
세상이 갈라진다.
그렇게밖에 여길 수 없는 빛이 범람했다.
천지를 양단하는 절대지존(絶大至尊)의 신력(信力).
이것이 지상최강의 깨달음을 지닌 자의 전투력이었다.
이는 멸망을 부르는 불사의 마왕(魔王)이나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초월종으로 여겨지는 드래곤(Dragon)이나 흉내 낼 수 있는 개벽(開闢)이다.
“…….”
부처는 느릿하게 손을 무릎 위로 얹고는 다시금 좌선의 자세를 취했다.
자신이 일으킨 이적에 어떠한 감흥도 없이.
그저 당연히 일어나야 했을 일이라고 여기며 스스로 뚫어낸 절벽의 구멍으로 전진했다.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
남에게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준다.
이는 금강경에 담긴 가장 원대한 심득일지어니.
힘을 지닌 자가 이를 아끼지 않고 선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실로 바람직하고 참된 행동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물론 원전의 내용은 가난한 백성들을 향한 구휼과 설법 따위를 의미하나, 세기말 패왕 뺨치는 부처상은 무주상보시의 의미를 선행을 위해 전력을 다한 격공을 펼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존나 쌘 놈이 착한 일을 위해 존나 쌔게 때린다.
실로 터무니없이 패도스러운 진리이다.
모쪼록 부처상은 목적으로 했던 천봉산맥의 중추에 들어섰다.
일천 개의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산맥인 천봉산맥은 예로부터 수많은 강력한 괴물들이 은거하고 있다고 알려진 전설적인 장소였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전설상의 대괴수나 신화 속에나 존재할 법한 신화생물까지.
전설과 신화가 일상처럼 돌아다니는 마경(魔境)이 천봉산맥의 중심부이다.
그리고 지금.
천봉산맥 중추는 텅 비어있었다.
부처의 말도 안 되는 괴력에 겁에 질린 대괴수와 신화생물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 대거 이주를 벌였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개중에 부처보다 이동속도가 느린 존재는 없었다.
“…….”
부처는 뒤늦게 자신의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깨달음은 스스로 구하는 자에게만 찾아올 지어니.
바라지 않는 자는 기회를 앞두고도 잡지 못한다.
행운의 여신에게는 오로지 앞머리만 있으니, 기회가 다가왔을 때 이를 붙잡지 못하면 아무 것도 거머쥘 수 없다.
서양에서나 전해지는 격언이지만 개복치 게이머의 지식이 대거 융화된 부처는 아무렇지도 않게 격언을 상기했다.
그렇다.
자신이 아무리 움직여봤자 덧없는 행위에 불과하다.
누구도 깨달음을 구하지 않거늘, 깨달음을 선사하려 애써봤자 무엇이 달라지는가.
그렇다면 그는 진정으로 깨달음을 원하는 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적어도 누군가는, 언젠가 천봉산맥에 도달하여 망아(忘我)와 탈아(脫我),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를 수 있기 위해서.
언젠가 자신을 대신하여 세상에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切皆苦)의 삼법인(三法印)을 깨우쳐줄 참된 진리의 보살이 찾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부처는 특급 사냥터의 중추에서 기동을 정지했다.
***
마도황국 질런은 갑작스레 멸국(滅國)의 위기를 맞이했다.
난데없이 대량의 몬스터가 일개 지방을 초토화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전설과 신화 속에서나 존재할법한 거대괴물들이 우르르 튀어나와 국토를 유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데없는 사태에 일곱 마탑의 탑주들은 비상대책회의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자는 달의 푸름을 품었다고 전해지는 문 메이지(Moon Mage) 아샤였다.
“천봉산맥으로 돌아가라는 암시를 걸자마자 사념이 역류하며 집단마법을 펼친 마법사들이 떼죽음을 겪었소.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의 증언에 의하면 [공포]의 사념이 느껴졌다고 하오.”
“저 강대한 어둠의 존재들이 무언가를 두려워하다니.”
“틀림없소. 이건 마왕의 소행임이 분명하오.”
마탑주들은 무거운 침음을 흘렸다.
비록 그들의 마도학이 이전 세대에 비하면 월등히 진보했다지만 마왕에 비하면 여전히 압도적인 손색이 있었다.
마왕의 마법경지는 무려 9써클.
초마법사, 보더레스 메이지(Borderless Mage, 경계 없는 마법사), 악의 보고 등으로 일컬어지는 최흉최악의 존재이다.
그런 마왕이라면 능히 지금과 같은 소행을 벌일 수 있다.
아샤의 발언이 끝나자 붉은 적포를 두른 마탑주가 거수를 했다.
그의 화염마법은 용암의 열기와 다름없다하여 라바 메이지(Lava Mage)라는 이명을 얻은 가스트롱이었다.
“한 가지 심각한 소식이 더 있다. 영원히 눈이 그치지 않는 머나먼 북방의 소국에서 새로운 마왕이 탄생했다는 소문에 들어보았는가.”
“비열한 귀족들이 판을 치는 남반구의 오드마이어 제국에서도 가짜마왕이 판을 친다더구려.”
“이쪽은 가짜마왕과는 격이 다르다. 소문에 따르면 북방의 위대한 야만전사 즈베늄을 일수에 폐인으로 만들고 마왕이 공국을 점령했다고 한다.”
마탑주들의 기세가 급격히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것은 가벼이 넘길만한 화제가 아니다.
마도황국 질런이 마주한 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설마 이번 소란이 북방의 마왕이 펼친 계략이란 말인가.”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사 결과를 대조해보니 천봉산맥에 출현한 괴이한 존재와 마왕의 사천왕의 정보가 일치하더군.”
“그것이 정말인가!!”
가스트롱은 불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봉산맥 일대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대지진과 직경 600km를 넘게 방출되었다고 알려진 황금의 선. 이는 분명 강력한 대지마법의 조화임이 틀림없네.”
마탑주들은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마왕군 사천왕 중에 대지술사는 오직 단 한 명이었지.”
“마왕군 사천왕의 최강자.”
“어찌나 두려운 힘을 지녔는지 누구도 그 실체에 대해 명확한 정보를 지니지 못하였다고 전해지는 존재.”
더는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위대한 대지술사 지메클로.”
가뜩이나 마법사가 천시 받는 투르비쳬 공국에, 지메클로 경에 대한 정보가 금기시되다보니 생긴 기막힌 착각이었다.
물론 이들의 착각을 바로잡아줄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진실은 누구도 깨닫지 못한 채 부처는 지메클로 경의 본체라는 새로운 소문이 마도황국 질런으로부터 전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공포의 마왕 셀레나의 최강의 사천왕에 대한 전설은 그렇게 부처전설의 외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번 외전은 IF 편이 아니기에 100% 정사로 일어난 일입니다.
그럼 즐거운 일요일 되시길 기원하며 후기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굿나잇!
덧> 작가는 선추코를 먹고 (약기운이)무럭무럭 자라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