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Destined for Greatness! RAW novel - Chapter 1429
§ 나는 될놈이다 1428화
아예 쓰기 힘들 정도로 페널티가 붙자 태현의 생각도 살짝 달라지긴 했다.
보상이 얼마나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령왕의 축복을 받은 황금 루비 목걸이:
내구력 4/150, 마법 방어력 210.
스킬 ‘정령왕의 군대 소환’ 사용 가능.
뛰어난 정령사가 정령왕의 인정을 받아 하사받은 아름다운 목걸이다. 파손 정도가 심해 스킬을 사용할 경우 파손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아이템의 파손 정도가 심해서 스킬을 사용할 경우 망가질….]
[…….]
‘윽.’
태현은 스스로한테 화가 났다.
이런 아이템의 가치를 모르고 폭탄을 갈겨 버리다니!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 번 쓰면 파손인가. 그래도 정령왕의 군대 소환 정도면 꽤 강력해 보이는데.’
이제까지 소환 스킬로 쏠쏠하게 이득을 본 태현이었다.
악마 군대 소환, 아키서스의 천사 소환 등등.
한 번 소환할 때마다 불리했던 상황을 대번에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이런 스킬도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가트프리드 퀘스트 깨실 겁니까?”
“글쎄. 견적을 봐야 할 것 같….”
말하던 태현은 류다영의 눈빛을 보고 멈칫했다.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이다.
-왜 저래?
-그야 전사 직업이니까?
아이템을 확인하던 이세연이 대신 설명해 줬다.
-고대 제국 전사 관련 퀘스트면 누구나 관심이 갈 수밖에 없잖아. 난 오히려 네가 그렇게 관심 적게 보이는 게 신기한데.
태현처럼 검술 스킬을 주력으로 쓰는 직업이면 꼭 전사가 아니더라도 이번 가트프리드 퀘스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태현은 가트프리드 퀘스트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급한 게 마법 스킬이라서.
-…내가 조언할 위치는 아니긴 하지만 스킬은 하나만 주력으로 파는 게 낫지 않을까?
대체 몇 개를 주력으로 파는 거야…!
“그래. 바로 가트프리드 퀘스트 깨자.”
“감사합니다!”
태현은 선선히 수긍했다.
가트프리드 퀘스트가 나쁜 퀘스트는 아니었으니까.
다만 고대 제국 관련 퀘스트에 전사 위주가 될 것 같아서 굳이 미련을 두지 않았던 것.
하지만 저렇게 말한다면 깨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트프리드의 양손검도 보상으로 바꿔야 했고….
* * *
“다 정리했다!”
“우리가 훨씬 더 많이 정리했어. 밖에 가서 한번 봐.”
“많이 건드렸다고 그게 많이 정리한 거냐? 우리가 맡은 곳이 훨씬 더 난이도가 높았다. 건축 스킬이 높지 않았으면 감히 건드리지도 못했을 곳들이 많은데!”
“그렇게 따지면 쓰러진 병사들 회복시켜서 원상복귀시킨 건 왜 빼는데? 그쪽은 힐러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도 못했나?”
‘정말 추한 싸움이군.’
태현은 두 길마의 싸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이렇게 싸울 수 있을까?
[카르바노그가 네크로맨서와 화신을 번갈아 쳐다봅니다.]
‘왜?’
[카르바노그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태현은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런데 원래 둘이 협력해서 점령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 점령하면 어떻게 하려고 했지?”
“두 길드가 공평하게 반반씩 나누려고 했지.”
“그건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 저렇게 배신하려는 플레이어하고 어떻게 믿고 운영할 수 있겠나!”
“내가 할 소리거든? 김태현. 그냥 한쪽을 정해! 이렇게 된 이상 끝장을 봐야 할 테니까. 어떻게 저쪽을 믿겠어?”
공성전보다 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 태현은 고민했다.
판온 1이었다면 둘 다 패고 꺼지라고 했겠지만, 지금 태현은 아탈리 왕국의 왕이었다.
고민해서 잘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이럴 때는 어떻게 하지?”
“성을 반으로 쪼개서 나눠주는 건 어때?”
이세연은 농담 삼아서 그렇게 말했다. 태현은 그 말에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농담한 거야.”
“아니. 그렇지만 꽤 그럴듯한 소리군.”
“방금 그 소리의 어디가?!”
태현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생각해 보니 이 두 길드 때문에 오래 시간을 잡아먹는 것 자체가 불만스러웠던 것이다.
1분 안에 끝내도 모자란 이들!
“결정을 내렸다.”
“!”
두 길마는 긴장과 기대가 섞인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과연 김태현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우리 검은 갈퀴 길드를 골랐을 거다. 나인테일 길드보다 우리 길드원들 숫자가 더 많으니까!’
‘김태현이 길드원들 숫자로만 파악할 정도로 단순한 사람은 아니지. 최근에 깬 퀘스트들을 보면 우리 나인테일 길드가 더 우세해.’
“공성전 시작할 때 둘이 약속했던 것처럼 공평하게 반반씩 나눠주겠다.”
“…?”
“아니. 김태현. 잘 굴러갈 리가 없다니까?”
“아. 알겠다.”
검은 갈퀴 길마, 남정훈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김태현. 반반씩 줄 테니까 길드끼리 싸워서 승부를 내란 건가?”
“과연….”
“역시 김태현이군.”
“하여간 싸움 더럽게 좋아하는 놈이야.”
뒤에서 수군거리며 납득하는 길드원들. 태현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방금 마지막에 말한 놈 누구냐?”
“…….”
“…….”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태현은 굳이 캐묻지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려 길마들을 쳐다봤다.
“아니거든?”
“…아니었냐?”
남정훈은 좀 민망해졌다. 클라우지아도 속으로 살짝 민망해했다.
‘저게 정답인 줄 알았는데.’
“지금 바깥 상황이 그리 좋지 않고, 성주도 쫓아내고 굶주린 혼돈의 전사도 쫓아냈는데 둘이 싸우면 퍽이나 성이 잘 굴러가겠다.”
“하, 하지만 그러면 둘을 나눈다는 게 무슨 의미가….”
“들어봐라. 정확히는 둘로 나눠서 주는 게 아니라 셋으로 나눠서 줄 거다.”
“셋?”
셋이라니. 두 길드 말고 하나 더 있단 말인가?
태현은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나.”
“…….”
“…….”
“왜. 나 정도면 받을 권리 있지 않나? 애초에 지금 내가 성주인데?”
“아, 아니. 받을 권리 없다는 게 아니라….”
“당, 당황스러워서 그랬어.”
태현의 말에 두 길마는 급히 변명했다. 괜히 말 잘못 꺼냈다가 태현의 성질이 나오면 좋을 게 없었던 것이다.
“걱정 마라. 난 딱히 영지 경영에 참가할 생각 없으니까. 너희들이 세금을 걷든 영지 앞에 용암을 깔든 이상한 짓만 안 하면 크게 신경을 안 쓰겠지만….”
‘그게 이상한 짓 아닌가?’
“…그래도 이렇게 하면 둘이 서로 싸우지 못하겠지?”
“!”
“나 지금 다른 영지 경영하느라 정신없으니까 여기에 신경 쓰이게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군. 두 길드가 잘 할 수 있으라 믿어.”
한마디로 두 길드가 서로를 못 믿으니, 태현이 남아서 감시역을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태현 본인보다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남아서 감시하는 형태가 되겠지만….
“김태현! 말은 좋지만 그게 잘 돌아갈까? 김태현 네가 없으면 저쪽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그건 내가 할 소리거든? 김태현. 이런 건 한쪽이 끝장을 봐야….”
쾅!
태현은 검을 뽑아 바닥에 찍었다.
“해.”
“…알겠다.”
“응….”
그걸로 공성전의 정리는 끝났다.
성문에서 정리하던 이다비가 돌아와서 말했다.
“세 분 이번 공성전 기념으로 같이 사진 하나 찍으시죠?”
“그럴까? 자. 둘 다 내 옆으로 와봐. 다들 웃어. 왜 안 웃지?”
“웃, 웃고 있는데?”
“웃고 있다.”
두 길마와 태현은 서로 어깨동무하고 사이좋게 사진을 찍었다.
그걸 찍으며 이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얼굴 표정을 포토샵으로 고쳐야 할까?’
* * *
암살자 랭커, 재칼은 꽤 뛰어난 플레이어였다.
태현이 보고서 ‘와 너 잘하는데?’라고 말할 정도면 정말 컨트롤이 뛰어난 것이다.
하지만 재칼에게도 단점이 있었다.
무언가를 고를 때 안 좋은 것만 고르는 재주가 있는 것이다.
명성을 얻고 싶어서 케인이 있던 레드존 길드 출신이라고 사칭을 했던 것에서 그 수준을 알 수 있었다.
하필이면 골라도 아주 이상한 걸 고르는 재주.
…덕분에 태현이 괜찮다고 용서해 주고 교단 비전 암살자로 전직 퀘스트까지 내줬어도, 재칼은 불안에 떨었다.
언젠가 케인 선수가 찾아와서 멱살을 잡고 화내는 것 아닐까?
-이 자식! 감히 날 사칭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네가 그러고도 랭커냐! 이 골짜기에서 사라져!
몇 번을 꿔도 사라지지 않는 악몽.
이런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칼은 열심히 플레이에 집중했다.
탐욕스러운 이골덴은 교단의 적으로서….
사악한 제팔크는 교단의 적으로서….
교단 비전 암살자 직업이 새로 생겨나고, 교단에는 암살자 NPC들과 함께 새로 가입하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났다.
그만큼 걸맞은 퀘스트들도 늘어난 상태.
꼭 암살 퀘스트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암살자를 위한 뛰어난 무기의 제작법을….
교단의 암살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걸 해결해야….
제작법 획득, 불만 해결, 독에 쓸 재료 수급 등 잡다한 퀘스트도 많았던 것이다.
암살자로 전직한 플레이어들은 이런 퀘스트를 잘 깨지 않았다.
암살을 하고 싶어서 전직한 거지 잡퀘를 하고 싶어서 전직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재칼은 이런 잡퀘도 꾸준히 했다.
나중에 케인을 만나면 핑계를 대고 싶었던 것이다.
-이 자식! 감히 날 사칭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 하지만 케인 선수! 저는 골짜기에서 이렇게 남들이 하지 않는 퀘스트도 하며 열심히 봉사했습니다! 제발 이걸 참작해주셔서….
-그래? 훌륭하군! 널 용서하겠다!
-감사합니다!
…같은 상황을 꿈꾸고 있었다.
“근데 아키서스 교단이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지 않나?”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나가는 교단 암살자 플레이어들이 떠드는 게 들렸다.
재칼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랬던 것이다.
모든 아키서스 교단 관련 전직자들이 하는 말.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데!?
뭘 상상하든 간에 상상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교단이 바로 아키서스 교단이었다.
암살자 플레이어들은 ‘아키서스 교단이 그렇게 전투력이 강하다던데 분위기 꽤 살벌하겠지?’라고 예상했었다.
원래 전투력 높은 교단일수록 내부 분위기가 군대처럼 살벌한 것이다.
그런데 교단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좀 많이 달랐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모두 제 형제입니다. 여러분들의 목숨을 가장 소중히 여기셔야 합니다! 자. 여기 제 돈을 써서 사 온 장비가 있으니 이 장비를 입어주십시오!
-어… 장비 안에 함정이 있나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렇게 악독하고 살벌하다던 펠마스 같은 NPC도 친절하기 그지없었다.
새로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무슨 속임수인가??’싶어서 황당해했다.
물론 예전부터 교단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배가 아파서 투덜거렸다.
-아. 요즘 가입한 뉴비들은 완전 날로 먹는다니까. 나 때는 펠마스가 저런 거 해주지도 않았는데.
-맞아. 펠마스한테 퀘스트 보상 50%씩 뜯겨봐야 교단 생활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는 거지.
-너희 펠마스한테 보상 100% 연속으로 5번 뜯기면 히든 퀘스트 나오는 거 알고는 있었냐? 요즘은 그런 것도 없을 듯.
…물론 펠마스의 이런 변화는 플레이어들한테도, 동료 NPC들한테도 적응 안 되는 변화였지만 새로 가입한 플레이어들한테는 매우 좋은 변화였다.
게시판을 보면 온통 펠마스 찬양하는 글들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