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2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22화>
영지 관리(2)
갑작스런 소드 마스터의 등장에 사람들이 크게 동요했다.
설마 이곳에 클레이 반하르트 이외에 또 다른 소드 마스터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탓이었다.
“그런데 저 여자는 누구기에 소드 마스터가 호위하는 거지?”
한 남자가 중얼거리자, 다른 이들도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 제대로 보기는 힘들었지만, 체구나 목소리로 보아 아직 어린 티가 나는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마리아 티몬스 아냐?”
“마리아 티몬스? 혹시 그 티몬스 상단의…….”
“반하르트령에는 애초에 티몬스 상단의 본거지가 있잖아? 거기다 소문으론 반하르트 백작님과 긴밀한 사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에이, 설마. 반하르트 백작님은 제국의 황녀 전하와 그런 사이라던데?”
마리아의 이름에서 시작된 파장은 웅성거리며 점차 클레이의 연애 사정으로 발전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마리아는 조용히 한숨을 쉬며 테오에게 시선을 보냈다.
테오는 영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네놈들은 이곳에 시답잖은 잡담이나 하러 온 거냐?”
그다지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마력이 담겨 있어 모여 있던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긴 충분했다.
몇몇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지만, 방금 테오의 실력을 봐서인지 차마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언제 봐도 거친 어투구나, 테오.”
그때, 누군가가 그런 테오를 향해 말을 걸었다.
사람들은 무심코 말이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여긴 왜 온 거냐? 넌 오늘 특별히 할 일이 없을 텐데?”
“심심했을 뿐이다.”
그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리아는 내심 황당했다.
갑자기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그 이유가 단순히 심심해서라니.
‘정말 생각을 알기 힘든 분입니다.’
이안 실베스트, 그는 어지간한 일에는 일말의 감정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최근 키세아, 테오와 대련을 할 때면 간혹 그가 패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거늘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는 그를 볼 때면 키세아는 재미없다며 툴툴거릭노 했다.
‘한 번 지면 죽을 듯이 분해하는 테오와는 완전히 상극이라고 해야 되나…….’
그래서인지 키세아는 늘 테오에게 대련을 요청하곤 했다. 물론, 말이 대련 요청이지 늘 테오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역할이었지만.
그 탓에 테오는 그 더러운 성질 머리에도 불구하고 키세아를 은근히 피했다.
‘사실 테오는 키세아 씨에 비하면 귀여운 편이지요.’
멀찍이서 지켜봤을 뿐이지만, 검을 쥔 키세아가 보이는 광기에 찬 웃음은 실로 소름 끼칠 정도였다. 테오가 피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그런데 그러한 모습보다 더 무서운 점은 따로 있었다.
키세아는 대련에서 상처를 입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마치 순간순간을 마지막 싸움처럼 여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생사가 걸린 싸움을 즐기는 거겠죠.’
솔직히 마리아는 그러한 키세아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아마 평생 이해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아마 지금쯤…….’
마리아는 힐끗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바라본 방향은 클레이의 개인 연무장이 있는 장소였다.
마리아가 알기로 지금 그곳에선 클레이가 키세아와 만나고 있을 터였다.
그 점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마리아는 애써 시선을 돌렸다.
“아무튼, 떨어진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면 시간을 내서 설명을 해 드리죠. 혹시 자신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 있나요?”
테오와 이안이 가볍게 말씨름을 하는 동안 주변은 쥐 죽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야 소드 마스터가 무려 둘이나 앞에 있는데 건방지게 떠들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설마 소드 마스터가 더 있는 건 아니겠지?’
그저 그런 생각을 하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하지만 어쩐지, 이 영지에 있는 강자가 저 둘이 전부일 것 같지는 않았다.
“없으시면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런 살벌한 상황에서도 태연히 이야기하는 마리아의 모습에 사람들은 조용히 입을 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마리아가 기사 지원자들을 선별하는 사이, 나는 연무장에서 몇 가지를 점검하고 있었다. 세트람에서 보았던 시놉시스를 정리하며 보다 힘을 키울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로도 부족해.’
소드 마스터에 도달하고, 대륙 칠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칠영웅이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대륙의 가장 강한 일곱 명 안에 들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대륙의 모든 강자들이 칠영웅이 되고자 도전하는 것 아니었으니까.
아직 나의 경지는 이제 막 소드 마스터에 턱걸이를 한 것에 불과했다.
물론, 제노바를 비롯한 천하칠검의 능력으로 어지간한 소드 마스터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그걸로도 다른 칠영웅과 비교하자면 겨우 견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 힘만으로는 다음에 맞부딪칠 재해에 대항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잖아.]‘그거야 그렇다만, 그걸로 충분할지는…….’
이번 상대는 무려 ‘신’이다.
어느 정도의 힘을 지녔을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맞부딪쳐 왔던 상대들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뭐, 파비안도 해낸 걸 나라고 못할 리는 없지.’
방법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주인공인 파비안은 어떻게든 알타이르를 쓰러트렸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라고 못할 것도 없었다.
“저기, 클레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연무장의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던 키세아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평소와 같은 말투였지만, 나는 그 말에 담긴 흥분을 눈치챘다.
“너는 정말 검만 쥐면 사람이 달라지네.”
“아, 눈치챘어요?”
“그 정도로 눈에 띄게 변하는데 모를 리가 있나.”
평소의 키세아는 소심하고 겁 많은 모습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지금처럼 손에 검을 쥐게 되면 그녀의 성격은 정반대가 된다.
‘나찰’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모습으로.
오죽하면 한 성질 하는 테오가 슬슬 피해 다니겠는가.
“오늘 드디어 싸워 주는 거예요?”
“그래.”
“와!”
현재 키세아의 손에는 그녀의 애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키세아는 적극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자, 그럼…….”
대충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 나는 그런 키세아를 향해 씩 웃었다.
“이제 덤벼도 좋아.”
“네?”
내 말에 키세아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지금 내 허리에는 늘 메여 있던 제노바가 없기 때문이었다.
“무기도 안 들고 싸우나요?”
“무기라면 여기도 있잖아.”
나는 손에 찬 권갑을 내보이며 말했다.
이 권갑은 새로 특별히 만든 무기가 아니다.
바로 만무검 에피온의 능력으로 제노바의 형상을 변화시킨 것이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권갑으로 변한 제노바는 내 몸에 딱 알맞은 형태로 변화해 착용되었다.
“……맨손이라. 하긴, 그자와 싸울 때 주먹을 썼었죠.”
제르타와의 싸움을 떠올렸는지 키세아의 눈이 가늘게 떠졌고, 이내 설핏 웃었다.
“좋아요!”
촤르르륵!
키세아의 더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나를 향해 쇄도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사복검이 길게 펼쳐지며 내 허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빨라!’
역시 키세아의 속도는 나보다 우위에 있었다.
순식간에 몰아치는 그녀의 검을 오른손을 움직여 튕겨 냈다.
그러자 생각보다 묵직한 충격이 팔에서 느껴졌다.
‘주먹만 가지고 제대로 싸워 보는 건 거의 처음인 거 같은데…….’
대부분 일방적으로 때릴 구도가 마련된 상태에서 사용하거나, 혹은 기습적인 전략으로 사용한 게 전부였다.
지금처럼 처음부터 성천무극을 사용하여 싸운 경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익숙해져야 해.’
은성검, 단월신검, 나아가 일륜지천검.
거기에 성천무극까지.
내가 익힌 모든 걸 완벽히 사용할 수 있어야만 했다.
검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은 ‘설정 추가’를 통해 얻은 거지만, 성천무극의 경우엔 오롯이 나의 힘으로 익혀야만 했다.
‘그러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지금 우리 영지에는 무려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존재한다.
테오와 키세아, 그리고 이안.
제각각 특색이 있는 실력자들이니 지금만큼 실전을 경험하기 좋은 상황은 없으리라.
쾅! 콰콰쾅!
번개처럼 몰아치는 공격을 연신 튕겨 낸다.
통찰안으로 미리 흐름을 읽고 막아 내지 못했다면 몇 번이나 공격을 허용했을 정도로 빠른 일격이었다.
“히히히.”
기괴한 키세아의 웃음소리가 들리며 그녀의 눈에서 붉은빛이 번뜩였다.
그녀의 몸 안에 잠재된 마력이 요동치며 사복검 전체에 두툼한 오러 블레이드가 감싸졌다.
‘아니, 이게 말이 돼?’
강하다, 강하다 생각하긴 했지만 키세아의 실력은 예상 이상이었다.
사복검은 다루기가 무척 힘든 무기임에도, 그녀의 검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움직이며 연신 내 주위를 공격했다.
속도면 속도, 위력이면 위력.
거기에 검의 특성상 사각도 존재하지 않았다.
‘검을 들고 싸웠다면 도리어 졌겠는데.’
제노바가 아니라 일반적인 검이라면 키세아의 사복검을 대처하기가 무척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쿵!
나는 크게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흔히 진각이라 불리는 권법의 기본 동작이다.
그리고 성천무극의 ‘천군’을 사용하기 전 취하는 자세이기도 했다.
콰콰콰쾅!
“읏!”
천군을 펼치자 일시에 연병장의 바닥이 둥근 원형의 형태로 충격파가 일어나며 일시에 사복검이 튕겨져 날아갔다.
천군은 공격인 동시에 내 전신을 보호하는 방어 기술이며, 다음 공격을 이어가기 위한 빈틈을 창출했다.
“후흐흐. 대단하네요, 클레이!”
검과 손이 허공에서 연달아 교차했다.
거침없는 굉음이 울려 퍼지며 몇 번이나 되는 공격이 서로 부딪쳤다.
주먹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조금이지만 성천무극이 몸에 익숙해져 가는 게 느껴졌다.
‘움직임이나 검을 다루는 기술은 키세아가 위다.’
하지만 내게는 그녀가 가지지 못한 눈이 있었다.
하반신 쪽에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과 흐름을 간파하여, 발을 높게 들고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콰아앙!
“앗!”
마치 내 상체를 노릴 것처럼 움직이던 검은, 그 칼날의 끝이 낮게 깔아지며 발목을 노렸다.
그것을 나는 발을 들어 짓밟아 움직임을 봉쇄한 것이다.
순간 당황한 키세아를 향해 반 박자 빠르게 움직이며 그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리고.
“……졌어요.”
나름 노림수라고 생각했지만, 키세아도 만만치 않았다.
움직임이 봉쇄된 사복검을 바로 포기하며, 목전까지 다가온 주먹에게 물러서지 않고 소매에서 단검을 빼 들어 내 목을 노린 것이다.
다행히 내가 좀 더 빨랐지만, 조금만 늦었다면 도리어 키세아의 공격에 당했을 것이다.
“설마 다른 검까지 쓸 줄이야. 보통 이런 건 암수에 가까우니 대련에서 안 쓰는데 반사적으로 써 버렸네요.”
“뭐,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괜찮아.”
오히려 실전 지향인 키세아가 내게는 더 도움이 되었다.
‘검을 몇 자루나 가지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고.’
키세아는 태생이 ‘검가(劍家)’ 출신이다.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건 사복검이지만, 그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검을 다룰 수 있었다.
실제로 그녀의 전신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검들이 숨겨져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이겼지만…….’
역시 키세아는 만만치 않은 녀석이었다.
다음번에 싸울 땐 모든 검을 다 사용하는 키세아와 싸워 보고 싶었다.
“으으, 아쉽다. 지다니……. 다음에 다시 해요!”
“얼마든지.”
“근데 클레이는 묘하게 검보다 권법이 더 능숙하네요. 분명 탈루아는 기사의 나라 아니었나?”
천진하게 묻는 키세아의 말에 나는 내심 속이 쓰렸다.
권법도 권법이지만, 솔직히 나는 검술을 좀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근데 몇 번 사용하지도 않은 권법이 검술보다 능숙하다니…….
“클레이, 끝나셨습니까?”
그때, 언제 왔는지 마리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녀의 뒤에는 경악한 얼굴로 서 있는 기사단 지원자들이 모여 있었다.
통과자들을 모아 내게 데려온 모양이었다.
“맙소사, 저게 정말 인간의 싸움이라고?”
“반하르트 백작님과 막상막하로 싸우던 저 여자는 또 뭐야?”
“근데 반하르트 백작님은 검사니까 봐준 거 아냐?”
방금 나와 키세아의 싸움을 약간 훔쳐보았는지 웅성이며 이야기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봐준 거 아닌데.’
대외적으로 나는 검사로 알려져 있으니 그렇게도 보이는 모양이다.
힐끗 키세아를 보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이게 통과자 전부인가?”
“네.”
마리아의 대답에 나는 찬찬히 일렬로 서 있는 지원자들을 훑었다.
그 수는 몇 번이나 걸렀음에도 수백 명에 이르렀다.
보통이라면 그들을 일일이 거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겠지만…….
‘설정을 볼 수 있는 내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
나는 싱긋 웃으며, 긴장한 얼굴로 서 있는 이들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