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368
368화
【레벨 업】
사냥 파티 출발 당일. 이른 아침부터 니플헤임으로 하이 랭커들이 모여들었다. 북적북적한 광장에서 신사는 아홉 시가 되자 기계처럼 공지했다.
“사냥은 6인 파티, 다섯 개씩 돌아갑니다. 총 삼십 명씩 움직이는 셈이라 복잡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전 사냥 파티와는 방식도 다를 테고 서로 협동해야 하는 부분도 클 테니, 모두 유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많아봤자 두 개, 세 개 파티로 움직였던 과거와는 큰 차이였다. 리디안은 30명씩 나뉜 양 파티를 보며 긴장했다. 몇몇 낯선 인물이 함께하는데도 사람들은 군말 없이, 싫은 티 없이 반갑게 서로에게 인사했다.
니플헤임 파티에도 리디안과는 낯선 인물이 꽤 있었다. 리디안은 조심스럽게 파티원을 살폈다. 가장 가까이에서 재잘거리는 바드 흑도가 보였다.
그래도 흑도는 자유 길드로 옮기면서 붙임성 있게 활동해 친근함이 있는데, 문제는 태양 길드원이었다.
리디안은 SSR의 네오, 자유 길드 소속인 요한, 파프리카를 지나 태양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가디언 빅토리아와 세인트 외이리를 힐끔댔다.
화산 파티에도 다소 껄끄러운 관계로 엮인 사람들이 꽤 있다지만, 리디안의 경우 외이리와는 따거와 관계된 악연에 가까워 떨떠름할 수밖에 없었다.
리디안은 외이리가 그때처럼 까칠하게 나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 리디안의 앞으로 외이리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리디안은 하마터면 딸꾹질이 나올 뻔했다. 자신을 향해 까닥 고개 숙인 외이리의 태도가 놀라웠기 때문이다.
혹시 옆에 있는 페페에게 인사하려던 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외이리의 시선은 자신에게 꽂혀 있었다. 얼떨떨해하면서도 리디안은 곧장 대꾸해줬다.
“네. 안녕하세요…….”
지나치게 신기하다는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외이리가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며 다른 곳으로 떠났다. 리디안은 전과 다른 외이리의 저자세에 알쏭달쏭할 뿐이었다.
마침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흑도가 후다닥 달려와 소곤거렸다.
“신경 쓰지 마세요. 저 인간, 강약약강이에요.”
혀를 차는 목소리에 리디안의 표정은 더 혼란해졌다. 강약약강이라니. 마치 자신이 강이 된 듯한 뉘앙스였다.
“능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초창기에 잠깐 고레벨 세인트로 랭킹 머물렀다고. 그 영광에 쩔어서 자기보다 레벨 낮은 힐러는 개무시 했거든요. 아, 그거 아세요? 물망초도 예전에 외이리한테 겁나 무시당했어요.”
그건 또 처음 듣는 얘기라 리디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흑도는 여기저기 인사하러 다니는 외이리를 곁눈질하며 한숨 쉬었다.
“물망초가 태양 메인 힐러 되고 나서도 외이리 선배 대접해준 덕분에 남아 있던 거예요.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고 오디오스 빽 믿고 설친 거고요. 근데 여기 와서 물망초 나가고 코헤이랑 둘이서 태양에서 메인 힐러로 시달리니까 이제 주제 파악을 좀 한 거죠. 자기가 어느 위치인지.”
신랄한 흑도의 목소리에 리디안의 말문이 막혔다. 이럴 땐 어떻게 대꾸해야 하는 건지. 어쩔 줄 몰라 고민하는 리디안의 모습에 흑도가 아차, 했다.
“에고, 죄송. 제가 옛 감정 때문에 지금 좀 세게 말하고 있긴 한데. 그냥 쉽게 생각하세요. 저 사람이 리디안 님, 인정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저 사람 눈치 보지 마세요.”
과거 요정의 미로에서 외이리의 한심한 행동을 옆에서 목격했던 터라, 흑도가 찡긋 웃어 보였다. 리디안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황당하긴 했지만, 어쨌든 외이리가 전처럼 무례하게 굴진 않는다는 뜻이니 다행이었다. 혼자만 잔뜩 떠든 흑도가 떠나가자 이번엔 보리알이 다가왔다.
“이트 님이 그러더라고요. 태양에서 이제 믿을 만한 세인트가 외이리, 코헤이. 두 사람인데 영 마뜩찮다고. 이참에 다른 사람들 컨트롤 좀 보고 오라고 일부러 이쪽으로 뺐대요. 나도 저 사람 개인적으론 별로긴 해요. 그래도 그동안 이트 님한테 많이 갈렸다니까 전처럼 예의 없이 행동하진 않을 거예요.”
흑도와 같은 걱정을 한 보리알이 리디안을 안심시켰다. 허튼짓을 하면 자신이 가만있지 않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에 리디안이 민망하게 웃을 때, 인사를 마친 외이리가 세인트들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 많이 배우러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리디안의 눈이 또 한 번 커다래졌다.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외이리가 증명하고 있었다. 저자세에 의기소침해진 외이리의 모습에 이모탈, 드림드림이 허허 웃었다. 긍정적으로 말이다.
“마침 세인트들 다 모였으니, 포지션부터 정할까요?”
이모탈이 능글맞게 웃으며 리디안을 쳐다봤다. 리디안보고 정하라는 뜻이었다. 화들짝 놀라면서도 리디안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배역을 나눴다.
“그럼 저랑 이모탈님이랑 페페님이 메인 힐. 외이리님이 디버프 맡아주시고요. 보리 님이랑 드림님께서 버프랑 보조 부탁드려요.”
모두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외이리는 잠시나마 리디안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외이리가 알던 70레벨의 그저 그랬던 세인트 리디안은 없었다. 이젠 풀 장비에 9강화 스카디를 든 75레벨의 리디안이 세인트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 믿을 수 없이 빠른 큰 변화였다. 하지만 모두 리디안의 노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헤임달의 개입이 조금 있다고 해도, 리디안이 노력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외이리는 자신의 게으름과 교만에 한참을 부끄러워했다.
[나스 평야 C구역에 입장하셨습니다.] [사냥터 내부에서의 이동 마법 및 아이템 사용이 제한됩니다.] [나스 평야 C구역―1 / 적정 레벨 : 80 이상] [출현 몬스터 : 얼음 꽃 / 얼음 정령 / 얼음 요정] [출현 필드 보스 몬스터 : 눈꽃 여왕]니플헤임 남쪽 게이트를 통해 나간 곳은 눈부시게 하얀 얼음의 대지였다. 너무 하얘서 얼음 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찰나의 의심을 머금은 리디안은 한 발짝 내디뎌 바닥을 꾹 눌렀다.
얇게 쌓인 눈에 뽀드득, 소리가 나며 발자국이 남겨졌다. 바닥은 꽝꽝 얼어붙은 갈색의 평지였으나, 금세 원상회복되어 다시 하얗게 덮였다.
그것 말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돌이나 나무 따위의 흔한 오브젝트도 없었다. 허공으로 이따금 찬바람과 함께 휘날리는 눈의 결정들이 보석처럼 반짝일 뿐이었다.
“아오! 눈뽕 쩌네!”
아름다운 순백의 색채도 다람의 눈엔 그저 불편할 뿐이었다. 다람은 오만상을 찡그리며 하얀색에 대한 불평불만을 토로했다.
신사는 그런 다람을 무시한 채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선 C 구역부터 사냥 진행합니다. 혹여 난이도 조절이 필요하면 다시 이동하겠습니다.”
맵 레벨 수치로만 보자면 지금 상태에선 C 구역도 충분할 터였다. 신규 맵에 대한 경험이 많은 플레이어들은 절대로 자만하지 않았다.
“버프 돌릴게요.”
드림드림이 재깍 버프 스펠을 시전했다.
뒤따라 보리알이 나머지 버프를 보조했고, 외이리는 살짝 위축된 얼굴로 마른침만 삼켰다.
바드 파파와 흑도 역시 각자의 버프를 돌렸고, 다크 템플러 인드라, 다람. 서모너인 버베나와 실버린이 전투 위치를 정하는 사이. 경계하던 신사의 시야로 몬스터가 나타났다.
“열한 시 방향!”
텅 비어 아무것도 없던 설원으로 움직이는 물체가 둘이나 나타났다. 하나는 커다란 결정 모양으로 둥둥 떠다녔고, 다른 하나는 작은 사람 형체에 하얀 날개가 달린 모습이었다.
외관을 파악하기도 전에 커다란 결정 모양의 몬스터가 돌연 자취를 감췄다.
어, 하며 눈을 깜빡이는 순간. 사라졌던 결정 몬스터는 가장 앞에 있던 관우의 옆에 나타나 빙그르르 회전했다.
[얼음 정령]이름을 드러낸 몬스터는 한 바퀴 회전할 때마다 관우에게 커다란 대미지를 선사했다. 그때마다 하얀 냉기가 퍼져 나와 관우를 얼렸다.
그에 외이리가 신성한 축복을, 리디안과 페페, 이모탈은 빛의 속도로 회복 스펠을 외웠다.
곧장 차오르는 HP 게이지에 안심한 관우가 느긋하게 대미지를 분석했다.
“이동 방법은 순간이동이네요. 아마 거리순으로 찾아오는 것 같고, 분류는 마법 대미지. 한 대당 대략 15% 깎이는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버틸 만해요.”
리디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한 번에 15%나 깎이는 건, 거의 보스 몬스터의 일반 패턴 수준이었다.
지금이야 달라붙은 게 얼음 정령 한 마리뿐이라 세 명의 회복 스펠로 버티는 거지, 정령이 두 마리, 세 마리 더 있다면 조금 버거울지도 모른다.
놀란 백검이 서둘러 멀리 떨어진 몬스터를 향해 달려갔다. 그 사이 인드라의 메인 디버프 필드 작업이 끝났고, 이어 딜러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멀티 샷.”
신사를 시작으로 맥스비, 테세우스, 크라이그, 마제스티도 프로즌 스피어, 썬더 스톰, 일격필살, 비스트 피스트 등. 80레벨 스펠, 스킬을 차례로 시전했다.
초반부터 쏟아진 폭격에 얼음 정령이 커다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줄어든 HP는 대강 5~10% 정도. 헬하임의 몬스터보다 더 단단하지만 못 잡을 건 없었다.
“와. 인원이 많아서 망정이지. 평소대로 15인 정도로 왔으면 힘들었겠는데요?”
스나이핑 샷을 쏜 스타일리쉬가 대충 소요 시간을 계산하며 혀를 내둘렀다. 신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경험치 보고 이동 루트 정하죠. 잡는 시간에 비해 경험치가 높지 않으면 오히려 니플헤임이 더 손해니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것도 골치 아픈 일이었다. 이미 일반 랭커 파티를 헬하임으로 배치해놓은 상태였다.
여기서 하이 랭커 파티가 다시 헬하임으로 돌아가게 되면 사냥터는 포화한다.
결국, 저레벨들이 양보를 이유로 효율 낮은 맵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신사는 그런 상황이 싫어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경험치가 187,210 올랐습니다.] [1,680 골드를 입수했습니다.]마지막 신성한 축복과 스나이핑 샷. 그리고 리디안의 여신의 영역 효과에 얼음 정령이 잡혔다. 리디안은 눈앞으로 떠오른 메시지에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지나치게 높은 경험치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골드였다. 이상한 차이에 의아해하면서도 리디안은 높은 경험치에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이 정도면 다른 하이 랭커들에겐 20만 가까이, 혹은 그 이상으로 경험치가 들어갔을 것이다.
“헐. 대박. 경험치가 무슨… 헬하임 보스 잡는 수준인데요?”
“골드는 저렙 맵에서 버섯 정령 잡아야 나오는 수준이네.”
“C 구역이 이 정도면, B나 A는 도대체…….”
보통의 게임 시스템으로 이해하자면 오류가 분명했다. 현재 상황에서 이런 오류가 고쳐질 리 없으니…. 뜻밖의 버그에 플레이어들은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
하지만 레벨 업이 목적인만큼, 높은 경험치는 반겨야 할 일이었다.
“결정 났네요. 그냥 우리는 여기서 사냥합니다. 마리 당 5분에 이 정도 경험치면 이득이죠.”
계산을 마친 신사의 눈이 빛났다. 얼음 정령이 잘 죽지 않는다며 야유하던 딜러들의 표정도 싱글벙글하였다.
“헤임달 새끼가 수정하기 전에 빨리 돌죠.”
“글쎄요. 걔가 아무리 빠르게 배워봤자, 세세한 수치 조정까진 못 할 걸요?”
걱정이 피어났지만, 진지하게 생각하자면 그것도 그랬다. 과연 헤임달이 경험치의 상세한 개념과 원리까지 파악하고 있을까? 자문한 리디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헤임달은 이 상황을 즐거워할지도 모른다. 헤임달은 하루빨리 플레이어가 더 성장해 자신의 앞에 나타나길 기다릴 테니까.
그 오만한 성정대로라면,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플레이어를 짓밟는 데에 희열을 느낄 것이다.
“다 잡았으면 나 좀 도와줘요!”
저 멀리, 몬스터 하나를 상대로 빙빙 돌고 있는 백검이 낑낑거리며 외쳤다. 그가 쫓고 있는 몬스터는 ‘얼음 요정’.
허리까지 오는 작은 키에 귀신같이 매서운 얼굴을 한 백발 요정으로 쫓아오는 백검을 피해 자꾸 도망 다니는 중이었다.
얼음 요정은 일정 간격 이상 거리가 벌어지면 자리에 멈춰 눈보라를 시전했다.
그 때문에 보조 탱커를 돌보는 이모탈이 수시로 회복 범위를 체크해야 했다.
“요정은 탱커 도발에 고정되는 형태가 아닌 거 같아요! 계속 어그로 끌어 보는데, 안 걸리고 도망만 다녀요!”
답답했다는 백검의 토로에 원거리 딜러들이 서둘러 움직였다. 어찌나 빨빨거리며 도망치는지, 근거리 딜러들은 접근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 바람에 화력이 줄어 요정을 잡는 데 꽤 긴 시간이 소모됐다. 하지만 결국은 잡혔고, 정령만큼이나 바람직한 결과물이 나타났다.
[경험치가 197,210 올랐습니다.] [1,940 골드를 입수했습니다.] [안드바리의 황금 망치를 입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