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159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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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사람한테 어울리는 미술이 아니다.❞
(bambach, Drawing and Painting in the Italian Renaissance Workshop, P. 2.)
미켈란젤로는 언젠가 바사리에게 프레스코에 대하여 위처럼 말했다고 한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미켈란젤로의 고생을 서면으로 읽고 있자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이렇게 말할 것이다.
과연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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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의 스페셜리스트.
잭 카터는 보존 작업이 완료된 프레스코를 바라보며 감동을 삼켰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봤다면 그의 붉어진 눈시울에 다들 경악을 감추지 못할 것이었다.
실제로 같이 작업을 하던 작업자들은 잭 카터가 를 보며 짓는 표정을 보고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피했다.
냉소적인 잭 카터.
– ‘고미술품 전담 스페셜리스트인 그는 단 한 번도 제가 맡은 경매품에 감동을 느껴본 적이 없으리라. 저 창백한 입술에서 나오는 말들은 전부 다 거짓부렁이리라. 매력적인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저 감언이설에 속는 이가 있었으랴. 뱀같이 사특한 잭 카터 같으니라고.’
그게 잭 카터를 부르는 말들이었으니까.
잭 카터 역시 그들의 평가를 부정하지 않았다.
정말 그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만큼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진심으로 감동을 받고 있다, 자신할 수 있었다.
잭 카터가 2층 높이의 벽의 한 면을 통째로 채운 푸르름을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이지······’
언제 보아도 가슴이 탁 트이는 푸른색이었다.
당장 이 하얀 건물, 마레만 나가도 보이는 게 탁 트인 하늘이고 바다이건만···잭 카터는 나갈 생각조차 안 하고 앞만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세상에서 가장 푸르고 시원한 하늘과 바다는 이 안에 있었다. 제 눈앞에. 이 를 이기는 시원함을 평생에 보지 못했다.
라는 작품에 같이 설치된 나비가 사람이 보지 못하는 영역의 색깔을 보게 해주는 착시를 일으킨다던데···이것 역시 그런 비법을 쓴 것 같았다. 색의 구별법에 대한 패턴화를 완성한 건가. 어떻게 남의 신체 기능을 이렇게 파고드는 거지?
스페셜리스트로서 탐구심이 올라왔다.
수많은 미술품을 보아왔던 잭 카터 본인도 이럴진데 이게 일반인에게 공개되면 얼마나 이목을 끌지.
‘아니. 이미 이목은 끌고 있나?’
잭 카터가 오늘 아침에 보았던 포털 뉴스를 불현듯 떠올렸다. 뉴스에서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정확히는 교황이 찾은 에 대한 작품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이 소란스러움도 천천히 식어버리는 찻물처럼 차가워지겠지만···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는 사람만 알던 강석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속도는 일반적인 예술가가 유명해지는 속도와는 급이 달랐다.
이례적.
그게 요즘 강석의 유명세를 설명하는 가장 알맞은 단어였다.
보존 작업이 완료되면서 소더비 소속 스페셜리스트 및 홍보팀이 암암리에 VIP 고객, 소더비 본사에서 일명 큰손이라 불리우는 극히 일부에게 초대장을 나눠주고 있다고 들었다.
매우 극히 일부지만 한 명 한 명이 미술품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인사들이었다.
– ‘저도 몇 장 얻을 수 있을까요?’
미스터 강석에게도 몇 장을 보내었다고 아는데 그것 역시 주인을 빠르게 찾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어떤 이들은 교황청까지 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며 흥분된 기색을 감추지 못했었지.
항상 소더비 경매에 교황과 관련한 물품을 경매에 내놓으면서도 경매에 입찰은 해주지 않는 교황청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것 또한 의미가 있을 터였다.
화상회의로도 느껴지던 그 열기에 잭 카터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가 알았으면 하면서도, 모두가 알지를 않길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잭 카터의 안에서 요동쳤다. 제 선택이 옳았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제 선택이 옳았기에 아쉬웠다.
‘너무 빠르군.’
강석은 그 어떤 한 단체에서 움켜쥐기엔 성장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 움켜쥘 수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소더비라는 화분에도 담아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세상에 내보여야 할 상황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적어도 경매에서 수상한 사람이 프레스코를 의뢰하면 좋을 텐데.’
이렇게 온전한 프레스코가 없는 지금 이런 작품 하나 하나가 무척이나 귀했다. 희소가치. 요즘 사람들이 하지 않는 작업일수록 해당 미술의 가치는 올라간다. 특히나 기독교 미술에 침범당하지 않은 가톨릭 입장을 빌어 말하면 이런 사특한 프레스코는 더욱 더 희소가치가 높아진다.
안료부터 직접 만든 이 의 가치는 쉽게 짐작도 할 수 없지.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 강석밖에 없으니까. 강석이 앞으로도 프레스코 작업을 많이 해준다면 좋겠지만···잭 카터가 보기에 강석은 뼛속까지 조각가였다.
‘어렵겠지.’
앞으로 강석은 프레스코 작업을 얼마나 할까. 그가 프레스코 작업만 계속 해준다면 무형 문화재 등록을 추진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런 것으로 움직일 인물이 아니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프레스코 작업을 못하기 전에 조금 더 프레스코 작업을 해주면 좋을 텐데.’
고미술품을 좋아하는 잭 카터는 앞으로 강석이 프레스코 작업을 조금이라도 더 해주길 조용히 바랄 뿐이었다.
이제 런던으로 돌아가면 이제 쉽게 보러 오지 못할 테니 지금이라도 많이 봐두어야지. 잭 카터가 포세이돈이 당장에라도 파도와 함께 벽 속에서 쏟아져내려올 것 같은 를 눈에 담았다.
푸른 빛이 제 눈에 차올랐다.
잭 카터의 눈이 뱀처럼 간악하게도 접혔다.
아. 좋아라.
잭 카터가 고요함 속에서 를 바라볼 수 있는 특권을 뼛속 깊은 곳까지 누리는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정말 를 좋아하시네.)”
좋죠. 정말 좋아하죠.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너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요. 잭 카터가 냉소적인 미소와 함께 속엣말을 집어삼키며 옆을 돌아보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시모레 카사니였다.
시모레 카사니.
와 가 있는 마레 갤러리에 관리인이었다.
미술과는 연관이 없는 이가 관리인이 된 점은 못마땅했지만 딱히 이곳에 미술 전공자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강석의 의견에는 동의하기 때문에 잭 카터는 가만히 입을 꾹, 다물었다.
아까 바다에 나간다고 들었는데 머리카락에 묻은 물이 혹시라도 프레스코에 묻을까봐 바짝 말리고 들어온 것 좀 보라지. 지금까지는 거슬릴 정도로 거슬리는 게 없는 인물이었다.
‘지인이라 들었는데 어떻게 이리 퍼즐처럼 딱 알맞는가.’
강석의 수완은 놀라웠다.
시모레 카사니라는 인물과의 접점도, 때마침 시모레 카사니가 항상 마이애이 앞바다에 서성거리는 인물이었다는 점도, 그가 이 건물과 깊은 관계성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굉장히 상식적이고 센스가 넘쳐나는 인물이란 것까지도. 미스터 강은 다 알고 있었던 걸까.
“(감상을 방해해버린 겁니까?)”
“(아닙니다. 충분히 감상했습니다.)”
오늘만 2시간 가까이 감상했으니. 모자라더라도 만족할 줄을 알아야 했다. 잭 카터가 떼어지지 않는 시선을 겨우겨우 떼어내 시모레 카사니를 제대로 마주보았다.
“(잘 되었네요! 그러면 제가 조금 시간을 빌려가도 되겠습니까? 마레 갤러리 굿즈샵 운영에 관해서 아무래도 팬분들의 의견이 듣고 싶어서요.)”
“(······저번에 한 번 말씀드렸지 않나요? 그리고 미스터 강이 그렇게 섬세한 운영을 바라고 미스터 카사니를 고용한 건 아닐 텐데요.)”
“(하하. 압니다만, 저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저번에 말씀해주신 걸 피드백 삼아서 조금 수정한 사항인데 한 번 봐주실 수 없겠습니까?)”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가 물과 기름처럼 뒤엉켰다.
잭 카터는 숨을 길게 한 번 내쉬었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서핑샵을 놀이터 삼아 컸다더니 운영방침이 특별하진 않더라도 굿즈샵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지는 잘 아는 것 같았다.
시모레 카사니가 열심히 해서 마레 갤러리가 잘 되면 미스터 강석에게 좋은 일이지. 잭 카터가 그렇게 생각하며 시모레 카사니가 건네는 두꺼운 종이뭉치를 받아들었다.
시모레 카사니가 차분히 종이를 읽어내리는 잭 카터를 보며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를 좋아하시는데 런던으로 돌아가셔야 한다니 아쉽겠어요. 사진이라도 가끔씩 찍어서 드릴까요?)”
“(···계절별로라면 확실히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카메라 렌즈가 완벽하게 색감을 옮겨주진 못하겠지만 분기별로 찍는다면 그 차이가 뚜렷할 터였다.
“(그럼 역시 찍어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분기별로는 방문해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아···그러시군요.)”
종이를 한 장 넘기던 잭 카터가 어색한 침묵에 한 마디를 보태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아쉽지만은 않습니다.)”
“(네?)”
“(런던으로 돌아가게 되는 시기에 미스터 강석이 런던으로 올 테니까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한동안 보지 못하겠지만 그 아쉬움이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보다 아쉽진 않았다.
“(석이 런던에 간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잭 카터가 보기 드물게 무해한 미소를 지으며 종이를 넘겼다. 곧 만날 만남이 기대되어서였다.
* * * *
“뭐야, 그러면 오빠는 한국도 들리지 않고 바로 런던으로 가는 거야?”
늦은 밤.
한차례 뿅망치 안마를 끝낸 강채영이 물었다.
프레스코와 연속된 조각 작업으로 결린 어깨를 풀며 강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될 것 같은데?”
“······흐음. 그러면 오랜만에 오이팩이나 하자.”
강채영이 피부가 상한 데는 없는지 살피면 부엌으로 갔다. 얼굴도 재산이라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강채영은 자신이 왜 뿅망치를 휘둘렀는지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그게 미술붓이 아니고 화장용 붓이었을 줄이야. 강석이 도대체 무슨 화장을 하면 주먹만한 붓을 쓰는 일이 생기는 건지 궁금했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근데 오빠. 교황 성하랑 추기경 아저씨가 받아가긴 했지만 진짜 경매에 입찰하러 올까? 표정이 별로 안 좋았던 것 같지 않았어?”
교황은 성하고, 추기경은 아저씨냐. 강석이 강채영을 바라보다가 기억을 더듬었다.
– ‘(이···이걸 저희한테 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 ‘(일단 기회를 주신 점은 감사합니다만···)’
강석이 포도맛 탄산음료를 벌컥 들이켰다. 이 교황이 그 교황이 아닌 것을 알아도 전생에 워낙 시달렸더니 속이 더부룩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괜시리 등과 무릎이 아려오는 기분이었다.
“입찰이라······”
교황은 뭐라도 받았다는 것에 좋아라했지만 염진석 스테파노 추기경은 조금은 곤란하단 얼굴을 지었다. 그건 구매의사를 거절하고 경매장 초대권을 준 것이 곤혹스러워서는 아닐 터였다.
실제로 강석은 경매장 초대장을 주면서 거기서 다음 의뢰자를 모집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강석은 항상 대규모 작업을 선호했고, 이번에는 원하는 바도 있고 마감기한도 있어 서둘렀지만 만 해도 완성하는데 몇 달이 걸린 바가 있었다.
다음 작품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장 빠른 접점이라 할 수 있는 경매장 초대권과 에 속한 에 대한 안치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 강석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이제 돈이 그렇게 급하지도 않고, 해야 할 일들도 명확하고, 의뢰할 사람들은 넘쳐나는 상황에서 교황이라고 대우하기엔 저는 이제 종교인도 아니었다.
그걸 안다면 웬만하면 그 자리에 나오고 싶을 터.
‘하지만 이미지 때문에 쉽게는 못 움직이겠지.’
입찰을 하고 싶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곤란하단 표정을 한 것도 그때문일 터였다.
교황과 교황청.
그들은 가톨릭계의 얼굴이었다.
스포츠카를 애정하더라도 언젠가는 선물 받은 스포츠카를 축복과 서명을 한 뒤에 경매에 내놓고, 그 경매에서 얻은 낙찰금을 70% 정도는 또 자선에 투척하는 것이 역대 교황들의 행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교황청이 예술가 한 명의 의뢰권을 낙찰 받기 위해 움직이려면 이래저래 눈치가 보일 테지.
더더군나나 재정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눈치가 보일 터였다. 결과가 눈앞에 보이기 전까지는 지독한 설전에 휘말릴 테니까.
“······쉽지는 않겠지.”
“그러면 왜 줬어? 애초에 소수만 참여하는 자리라 초대장도 몇 개 없다며.”
그래서 부모님도 모시지 못하고 혼자만 런던에 가는 거 아니겠나. 물론 초대장을 준다고 하더라도 받을 위인들이 아니시지만.
강채영이 어디서 난지 모를 오이를 다듬으며 하는 말에 강석이 탄산음료를 벌컥 들이키며 말했다.
“그래도 기회는 줘야지.”
고자세에서 말하지 않는 교황이라. 신선했지. 강석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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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실 겁니까?)”
염진석 스테파노 추기경이 슬쩍 옆을 돌아보았다. 첼레스티노 6세가 무거운 걸 들고 있다는 듯 힘에 겨운 얼굴로 초대장을 들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신께서는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던데···머리를 굴리면 안 되는 게 있겠습니까.)”
그러면서도 첼레스티노 6세는 섣부르게 참가한다고 말하진 못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자라지만 제가 제 돈으로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신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할 터였다. 교황이 움직이면 교황청이 뒤에 있다고 생각할 테니. 첼레스티노 6세가 고민이 깊어지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알아는 보셨습니까? 이 경매에 누가 누가 참석하는지요.)”
“(······그게···알아는 봤는데 다는 못 알아봤습니다.)”
여기가 첩보기관도 아니고 그렇게 빠르게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곳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는 보좌 추기경도 아니고요. 염진석 스테파노 추기경의 변명이 길게 이어졌다.
첼레스티노 6세는 알겠으니 어서 답을 내놓으란 표정으로 염진석 스테파노 추기경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 염진석 스테파노 추기경이 슬쩍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게 알아본 바에 의하면······일단 둘이 온다고 하는데요.)”
“(둘이요? 둘이 누군가요?)”
“(·········사우디와 인도요.)”
160. 1523년 6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