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29
29
* * * *
❝당연히 제게 주시겠죠?❞
❝안 돼요. 제게 주셔야 합니다.❞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제가 가져야 해요.❞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놓고 간 황금 사과를 갖기 위해 세 명의 여신이 얼굴을 붉혔던 것과 같이. 고두한이 얼굴을 붉혔다.
“야!”
“박지엽 교수님!”
삼파전(三巴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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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을 포함한 네 명은 자리를 옮겼다.
작약갤러리 전시장 내부에서 떠들기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지나치게 모이기 때문이었다. 고두한과 박지엽만 해도 시끄러운데 거기에 설여진까지 끼어들어서 작품 하나를 가지겠다고 얼굴을 붉혀대니. 시선이 안 모이려야 안 모일 수가 없었다.
또한, 이런 중대한 논의를 서서 지속할 수는 없어서이기도 했다.
털썩.
자리에 거칠게 주저앉은 고두한이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켰다. 일순 아메리카노처럼 보이던 것에서 단향이 올라왔다.
그들이 앉은 창가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어느새 저녁이었다.
강석과 함께 마녀를 퇴치하고, 강석의 아버님과 하하 호호 저녁이나 먹으며 작품 구매에 관한 이야기를 진득하게 나눠볼 작정이었던 고두한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애초에 여기서 딱 정리를 하고 넘어가지. 은 내가 이미 구매하기로 한 작품이야.”
그러니까 빠져.
고두한이 벗어놓은 모자를 푹 손가락으로 누르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캐러멜 마키아토를 쪽쪽 빨아먹고 있던 설여진이 잔을 내려놨다.
“계약서 쓰셨어요?”
“뭐?”
“미술품 구매할 때 매매계약서 쓰는 건 기본 아닌가 몰라아. 가만 보면 작가님은 서류 작성을 잘 까먹으시더라.”
설여진이 턱을 괸 채, 강석을 바라보며 나붓하게 말했다.
“강석씨. 매매계약서를 안 썼으면 다 소용없는 얘기에요. 그리고 이게 보통 작품인가요. 씹고, 뜯고, 맛보고, 다 해보고 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결정해야죠.”
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그 말을 할 때 설여진의 시선이 은근하게 박지엽과 고두한을 스쳤다. 한마디로 이 셋 중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사람하고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라는 소리였다.
“야!”
“왜요. 스승님? 스승님이 가르치신 대로 사제(師弟)에게 알려주고 있는데. 뭐 문제 있어요?”
설여진이 캐러멜 마키아토를 들면서 말꼬리를 올렸다. 작가님과 스승님이라는 호칭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설여진의 화법에 고두한이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었다.
지가 제자를 때려치운 게 언제인데 아까부터 스승님 타령이야. 고두한의 입이 짜증으로 떨렸다.
그때.
조용히 에스프레소 콘파냐 위에 얹어진 휘핑크림을 작은 티스푼으로 떠먹던 박지엽이 입을 열었다.
“그거 좋네. 씹고, 뜯고, 맛보고, 다 해본 뒤에 가장 맛있는 걸로 결정하는 거.”
후룩. 어느 정도 휘핑크림을 제거한 잔을 들자 뜨거운 김이 턱을 타고 올라왔다. 따뜻한 에스프레소가 입안에 있던 단맛을 쓸어가는 걸 느끼며 박지엽이 웃었다.
웃음에 걸린 건, 자신감이었다.
어떤 조건을 제시하던 자신이 있다는 소리였다.
박지엽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고두한에게 서글서글한 웃음을 날려준 뒤. 아메리카노를 조용히 마시고 있는 강석에게로 눈을 돌렸다.
“강석 학생. 케이크나 다른 건 필요 없나요? 빈속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속이 쓸 것 같은데.”
이에 질세라 설여진이 강석에게 눈웃음을 날렸다.
“강석씨. 이 카페, 제 가게에요. 편하게 드시고 싶은 거 드셔도 되는데. 뭐 시켜 드릴까요?”
속이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강석이 이런 것에 넘어갈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두한은 얼음을 거칠게 어금니로 으깼다.
“내 제자야. 내 제자인데 왜 니들이 친한 척이야. 사줘도 내가 사줘.”
“강석 학생. 고등학교는 3년이지만, 대학교는 4년입니다. 군대까지 갔다 온다 치면 제가 고두한이보다 더 오래 학생과 함께 하겠군요. 미리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예행해본다고 생각하시죠.”
고두한의 질문을 강석에게 말하는 것을 통해 답한 박지엽이 작은 커피잔을 다시 들어 올렸다. 슬쩍 올라간 입꼬리는 네 도발은 나에게 먹히지 않는다, 말하고 있었다.
“누가 한예종으로 보낸대?”
“강석 학생이 아니면 누가 한예종에 오는데?”
맞은편에 앉은 고두한과 박지엽의 허공에서 맞닿았다. 둘이 먼저 시선을 피하는 일이 없으니 대치가 길게 이어져갔다.
설여진이 웃으며 맞은편에 앉아있는 강석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강석씨. 아무리 밀어봤자 결국은 고등학교, 대학교, 다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잖아요. 스승의 둥지보다야 세상 밖으로 나와 든든한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하는 게,”
“어딜 유혹해.”
“강석 학생이 굳이 작약갤러리에 갈 이유가 뭐니, 여진아.”
고두한과 박지엽이 설여진의 말을 날카롭게 잘랐다.
그들의 공방은 끝없이 이어졌다. 고두한이 공격하면 설여진이나 박지엽이 번갈아 카운터를 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도 설여진이 은근슬쩍 강석에게 추파를 던지는가 싶다 하면 고두한과 박지엽이 합심하여 몰아세웠다.
그들이 그렇게 아웅 대는 이유는 하나였다.
강석의 작품, 을 사기 위해서.
“어쨌든 작품은 내가 살 거야.”
“두한아. 내가 산대도.”
“스승님도 교수님도 이번에는 빠져주세요. 어차피 제일 비싼 값을 치를 수 있는 건, 저 아닌가요?”
이야기는 서서히 돈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한 명은 유명한 화가요, 한 명은 돈많은 갤러리의 관장이요, 한 명은 권위 있는 교수이니. 그들이 벌이는 판 역시 작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제 말려야겠네.
그리고 그들이 판을 벌이는 걸, 강석은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 시작은 아메리카노를 내려놓는 것이었다.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던 강석이 움직이자 세 명의 시선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정정하려고요.”
무슨 오해?
셋의 눈동자에 의문이 깃들었다.
“제가 팔려는 건 작품이 아니라, 작품의 전시권이에요.”
“전시권?”
강석의 맞은편에 있던 설여진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전시권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저작권법 제19조, 전시권.
저작자가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전시할 권리. 그게 전시권이었다.
“작품은 아직 팔 생각이 없거든요.”
없고 말고.
미술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 것에 휘둘리는 시장이다.
명성. 정치. 이념. 사상. 철학.
그것들이 가지는 가치는 미술계에서 굉장하다. 직관적으로 보이는 색과 형태, 그리고 작품 자체가 가져다주는 감동과 아름다움을 능히 뛰어넘은 값을 쳐주니. 굉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 우습지.
어찌되었든.
이 시장의 암묵적인 룰에 따르면 지금의 강석은, 아직 이름없는 자일 뿐이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지금은 높게 불러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팔아야 하는, 하한선 없는 상품이란 소리였다.
작품을 판 적이 없으니 하한선이 그어진 적도 없다.
때문에 강석이 지금 을 팔게 되면, 이 시장에 있는 통상적인 책정 방법에 의거하여 팔아야 한다.
작가에 따라, 또 작가의 역량에 따라 다르지만. 아직 미술 시장에 이름을 알리지 않은 신진작가의 경우, 통상적으로 호당 5만 원 안팎.
일반적으로는 호수에 호당 가격을 곱하면 되겠지만, 작품 크기가 크다고 무조건 호당 가격을 곱하진 않는다.
그래도 신진급 작가는 호당 가격이 적은 편이라 노동력이 많이 드는 작품을 작업한 경우, 100호선까지는 호당 가격을 쳐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강석의 호수는 800호.
심지어 강석은 신진작가보다도 안 쳐주는 신인 작가.
호수당 3만 원을 쳐도 300만 원. 5만원을 친다면 500만 원, 값을 배로 불려 팔아도 기껏해야 1,000만 원이었다.
잘해야 천 만원을 겨우 넘길 상황이었다.
필연적으로 이름값이 높아진 다음에서야 은 제값을 받게 되겠지.
마치 전생에서 다비드 상을 제작하기 전의 나와 제작한 이후의 내가 받던 의뢰비가 확실하게 차이가 나게 된 것처럼. 그러나 그때의 의 소유자는 자신이 아닐 터.
강석은 아메리카노를 움켜쥐었다. 그건 강석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작품의 값어치에 맞는 가격을 지금 불러서 받을 수도 없다. 아무것도 증명해오지 않은 작가가 작품이 높게 팔렸을 때. 그것은 오히려 가치가 떨어진다.
요근래 홍콩에서조차 유찰되는 대한민국의 거품에 같이 휘말리는 꼴이었다.
그러니 무리해서 작품의 값어치를 제대로 받으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지금 내게 제시될 수 있는 수준만큼의 금액만 받고 팔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아직, 팔지 않는 이유였다.
물론 이를 다 주저리주저리 떠들기에는 사족이 기니 강석은 입을 다물었다.
“전시권이라···확실히 재밌는 제안이네요.”
설여진이 캐러멜 마키아토에 꽂아놓은 빨대를 검지로 툭툭, 건드렸다. 어떤 제안인지 알 것 같았다. 저작권법 제35조. 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에 관한 항목 중 1항을 응용한 계약일 게 분명했다.
설여진은 기억 속에 분명히 새겨진 저작권법을 떠올렸다.
저작권법 제35조(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 제1항.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는 그 저작물을 원본에 의하여 전시할 수 있다. 다만, 가로ㆍ공원ㆍ건축물의 외벽 그 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지금 강석은 이 법에 의거하여, 작품을 판매하지 않고 원본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로 작품을 대여의 형태로 전시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따지고보면 엄청난 배짱이었다.
대여만 해주겠다는 건, 작품 이 쉽게 팔아버릴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지녔다고 당당히 말하는 꼴이었으니까. 그것도 작품을 한 번 팔아본 적이 없는 고등학생이 말이지.
배짱이 놀라우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은 쉽게 팔아버리기엔 아까운 작품이긴 했다. 하지만 전시권을 누가 사려고 할까? 작품이 아니고서야. 설여진의 속에서 들끓던 탐욕이, 발톱을 감추고 꼬리뼈 밑으로 숨어들어 갔다.
갖고 싶다.
지금도 갖고 싶었다.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이 안 되었으니까.
하지만 대여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이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탐욕이 아니라 소유하고 싶은 탐욕이어서 더욱 그랬다.
흥이 식은 설여진이 몸을 뒤로 물렸다. 후퇴였다.
‘어차피 내가 전시권, 대여비를 내지 않아도 고두한의 개인전에는 작품이 걸릴 게 분명해.’
강석의 작품이 작약갤러리에 디피되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만약 대여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고두한이 낼 터.
설여진은 전시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작약갤러리에 강석의 작품을 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번 전시한 작품을 근시일내에 또 전시회에 내보낼 필요도 없으니 이건, 물러나는 게 맞다.’
강석이 고등학생인데다 이제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될 걸 생각하면 개인전이 열릴 가능성도 없었다.
강석에 대해 아는 거라곤 밖에 보지 못한 설여진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설여진은 당장에라도 팔라고 하고 싶은 걸 꾹 참으며 자신을 스스로 달랬다.
‘돈이야 넘치게 있으니까 작품을 팔겠다고 할 때 나서면 돼.’
설여진이 캐러멜 마키아토를 물처럼 들이마셨다. 그 황홀한 정경을 소유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니, 지독한 갈증이 일어서였다.
“전시권은 어떻게 사면 되는 거냐.”
“강석 학생. 그 전시권을 사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러나 고두한과 박지엽은 달랐다.
둘은 오히려 몸을 앞으로 당겼다. 그건 단순히 둘이 외에도 강석이 그렸던 작품을 봐서는 아니었다. 본능이었다. 지금 이 전시권이라도 사놔야 한다는, 본능.
강석이 둘을 보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 얘기를 지금부터 해보죠.”
강석의 눈동자가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의 그것과 같이 빛났다.
* * * *
별 하나 겨우 구별되는 검은 밤하늘.
도로 옆 인도를 걷던 강석이 돌연 바람 빠진 웃음을 터트렸다. 겨울 찬바람이 내뱉은 숨과 함께 몰려들었다. 그래도 강석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좋은 거래였어.’
그의 뇌리로 기진맥진하게 지친 고두한과 박지엽의 얼굴이 스쳤다. 쉽게 전시권을 습득할 수 있을 거라는 그들의 기대와 달리, 흥정은 2시간을 연달아 내달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설여진이 진짜 강석이 고등학생이 맞느냐고 고두한에게 질문을 했을 정도로, 강석이 워낙 노련한 탓에 쉽게 합의가 되지 않아서였다.
– ‘아니, 나이 많은 작가님들도 이렇게 노련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버님이 가구점을 하신다더니, 거기서 배운 거에요?’
– ‘혹시 저도 석이씨 아버님께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을까요?’
자리가 파한 뒤. 설여진이 그런 질문을 하면서 따라나올 정도였다.
강석은 제 속에 향년 89세 짠돌이 수전노 미켈란젤로가 똬리를 틀고 있어서라는 진실을 말해줄 수 없었기에, 그저 조용히 웃으며 자리를 피했을 따름이지만.
어찌되었든 전생의 경험 덕분에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었다.
고두한에게 오늘부터 3개월간 전시권을 주는 것으로 300만 원.
박지엽에게 고두한의 전시권이 끝나는 날의 익일부터 3개월간 전시권을 주는 것으로 450만 원.
6개월동안의 전시권을 양도하겠다는 계약서를 두 차례 쓰는 것만으로 도합 750만 원을 번 셈이었다.
고두한 덕분에 이런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150만 원을 깎아준 게 전혀 아쉽지가 않았다.
‘가구점에 계속 놔두기에는 컸는데 당장 오늘부터로 계산해주니 감사할 따름이지.’
이제 자신은 6개월간, 느긋하게 자신의 이름값이나 높이면 된다.
‘그런데 이 750만원으로는 뭘 하지.’
통장에 들어온 돈을 떠올리며 강석이 배부른 미소를 지었다.
일단은, 가족들하고 첫 오마카세를 즐기러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면 한우 오마카세?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강석이 골목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리다 우뚝, 멈춰 섰다.
손이 비어있었다. 자전거···놓고 왔지, 참. 고두한 선생님이 차를 태워주신다 해서 자전거는 학교에 두고 온 참이었다. 그렇다면 자전거를 뒤에 주차할 일이 없으니, 골목으로 굳이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강석이 뒷걸음질쳐 옆으로 빠졌다. 언제나처럼 환한 빛을 뿜어내는 석이 가구점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딸랑, 문이 열리고 안쪽에서 급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고 나온 것은 강현도와 백명희였다.
둘은 안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강석이라는 걸 알아채자마자 얼굴 위로 환한 웃음을 띄웠다.
“석아!”
“우리 아들!”
“다녀왔습니다.”
늦은 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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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방. 동그란 양철상이 따뜻한 온돌바닥 위로 올라왔다. 가구점에 있는 작은 냉장고를 털었는지 양철상 위에 올라간 양푼에는 온갖 나물들과 식은 계란 후라이가 올라가 있었다.
숟가락으로 묵직한 밥을 비비며 강석이 입맛을 다셨다. 역시. 밥을 안 먹고 오길 잘했다. 군침을 삼키며 숟가락을 꾹 눌렀다.
당장 한입 먹어보고 싶었지만, 갑자기 도착한 트럭에 백명희와 강현도가 마중을 나간 참이었다. 이 늦은 시각에 배달일이라니. 밤늦게까지 일하는 택배원의 노동시간을 걱정하며 강석이 보리차를 컵에 따르는 그 순간.
쿠우웅!
거대한 뭔가가 바닥을 찧는 소리가 났다.
뭐야?
강석이 놀라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이에요?”
다급하게 앞문 쪽으로 걸어가던 강석의 시야를 차지한 건, 목공방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커다란 조각용 나무였다.
30. 어두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