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75)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75화
천재 각성자의 스트리밍 (4)
-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친 자신감 ㄷㄷ;;
-아니 4성따리가 6성한테 몰빵을 하자 하네 ㅋㅋㅋㅋ
-ㅋㅋ 진짜 이길 줄 아는 건가?
오진의 제안에 채팅창이 뜨겁게 반응했다.
대부분은 겁도 없이 6성에게 판돈을 제안한 오진을 조롱하는 한편, 제리킴이 직접 나서서 오진을 찍어눌러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뭐, 당연한 반응이지.’
그만큼 4성과 6성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는 컸다.
“전부… 다요?”
제리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성유석이 가득 들어있는 자루를 돌아보았다.
그가 한 달간 고생하며 모은 성유석들.
이걸 모으는데 들어간 장비값, 포션값만 해도 가볍게 억을 넘겼다.
특히 그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위험한 플레이를 많이 하다 보니 더더욱 지출이 컸다.
“네. 가진 거 전부입니다. 아, 참고로.”
오진은 품속에서 조그마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20개도 채 되지 않는 성유석이 든 자루.
“제 전 재산은 이겁니다.”
“……”
제리킴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올인을 하자고 한 이유가 저거였냨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 가진 게 없으니 다 걸어도 상관없지ㅋㅋㅋㅋ
-개웃기네 뇌랑ㅋㅋㅋㅋㅋㅋㅋ
-???:잃을 게 없는 자만큼 두려운 건 없다
-운 좋아서 이기면 성유석 천 개 넘게 꺼억 하고 지면 걍 20개만 주면 되네ㅋㅋㅋㅋㅋㅋ
-딸랑 20개 들고 ‘올인’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의 분위기는 오히려 오진에게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겁도 없이 6성에게 대든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방송적인 재미를 위해 질 게 뻔한 승부를 제안했다 생각한 모양.
“어, 음.”
제리킴은 망설이는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아무리 그래도 가지고 있는 성유석 전부라니.
그가 지난 한 달간 모은 성유석의 양은 못 해도 천 개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씨바… 이거 돈 써서 구한 것도 있는데.’
시청자들에게 한 달 동안 파밍한 성유석이 이렇게 많다며 과시하기 위해 그는 사비를 털어 자신이 사냥한 것 외에 성유석을 추가로 구매해서 자루 안에 넣어놨다.
그것도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써서.
‘어차피 다시 현금화하기 쉬우니 그랬던 건데.’
상황이 묘해졌다.
-ㅋㅋㅋㅋㅋㅋ 쫄?
-혹시 쫄리시나요? 혹시 쫄리시나요? 혹시 쫄리시나요? 혹시 쫄리시나요?
-아ㅋㅋㅋ 쫄리면 뒈지시던가ㅋㅋㅋ
-먼저 내기 걸어 놓고 빤쓰런 각 재네ㅋㅋㅋㅋ
-아니 4성 따리인데 뭐가 겁나냐고ㅋㅋㅋ
-어차피 뇌랑도 걍 장난으로 제안한 거 아님?
하지만 그런 그의 뒷사정을 전혀 모르는 시청자들은 눈치 없이 그를 부추길 뿐이었다.
오진은 갈등하고 있는 제리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거절할 수 없겠지.’
이 분위기 속에서 꼬리를 내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조롱당할 게 뻔한 상황.
자기가 깐 덫에 스스로 발을 내디딘 격이었다.
-띠링!
[아몬드 님이 500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올인 ㄱㄱ 이긴 사람이 가져가셈.]고민이 길어지자 후원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좋, 습니다.”
제리킴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페널티는 없이 가는 게 어떻습니까?”
절대 지면 안 되는 승부가 된 이상.
페널티까지 끌어안고 승부에 임할 수는 없었다.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온 이상 무슨 수를 숨겨놨을 수도 있고.’
걸린 게 큰 만큼 방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개쫄렸나 보네
-추. 하. 다. 제. 리. 킴!!!
-근데 솔직히 나도 쫄릴 듯ㅋㅋㅋ 성유석 저거 몇억짜리야 대체ㅋㅋㅋ
-제리킴의 ‘진심’ 모드 ㄷㄷ;;
채팅창에서 제리킴을 향한 조롱이 쏟아졌다.
“아니, 여러분. 솔직히 이거 이해해줘야 해. 이거 얼마짜린지 다 알잖아?”
제리킴은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페널티 없이 가죠.”
“휴우.”
제리킴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페널티가 없다면, 그가 질 수 없는 승부였다.
‘진짜 장난으로 올인하자고 한 게 맞나 보네.’
6성 각성자에게 아무런 페널티도 주지 않고 승부를 하자는 것을 보면 애초에 이길 생각 자체가 없다 생각하는 게 옳다.
‘아이 씨. 이러면 적당한 페널티 들고 그냥 할걸.’
4성에 불과한 각성자를 상대로 아무런 페널티도 없이 전력을 다했다는 게 알려지면 그건 그것대로 신나게 조롱을 받을 것이다.
‘뭐, 그래도 확실한 게 낫지.’
조롱은 어차피 잠시일 뿐.
나중에 가선 결국 ‘북극성의 사도를 꺾었다’라는 결과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아, 잠시만요.”
제리킴이 카메라 쪽으로 몸을 돌리며 무언갈 꺼냈다.
“이런 승부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게 있어서요.”
띠디딕.
손에든 컨트롤러를 가볍게 조작하자.
[포인트 배팅! 누가 이길지를 여러분이 직접 골라보세요!]1. 제리킴.
2. 뇌랑.
-방장 문 열어! 방장 문 열어! 방장 문 열어!!
-아ㅋㅋㅋ 오늘 월급 들어왔다ㅋㅋㅋ 딱 대 ㅋㅋ
-11111111111111111111
-여기서 정배하는 흑우 없지?
-역배충 컷! 역배충 컷! 역배충 컷!
순식간에 채팅창이 광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건 뭡니까?”
“오지니 너 포인트 배팅 몰라?”
이번에도 제리킴 대신 하은이 다가와 설명했다.
“포인트 배팅이라고 간단하게 말하면 스포츠 승자 예측 같은 거야. 실제 현금을 써서 포인트를 구매하고 그 포인트를 걸어서 이길 것 같은 쪽에 거는 거지.”
“그거 그냥 도박 아니야?”
“도박 맞아. 예전에는 직접 현금을 써서 포인트 거래가 안 됐는데 요즘엔 다 되니까.”
“나라에서 용케 가만두고 있네.”
“괴수가 지랄 난장판을 치는 세계에서 이런 도박이 대수겠냐?”
“하긴.”
그건 그렇고 이 누나 알게 모르게 방송 많이 봤었구나.
이런 걸 어떻게 다 알고 있냐.
‘그나저나 도박이라.’
오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하은 쪽을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다.
“흐흐, 새끼. 그렇게 똘망똘망 안 바라봐도 이 누나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가만있으렴?”
하은이 씩 웃으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1. 제리킴 (92%)
2. 뇌랑 (8%)
“아~ 여러분. 이거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오진 씨 무안해하시잖아요!”
제리킴이 낄낄 웃으며 카메라에 대고 소리쳤다.
-아ㅋㅋㅋㅋㅋ 비율 실화냐고ㅋㅋㅋ
-킹! 전! 자! 산!
-이 상황에서 역배에 거는 놈은 뭐냐ㅋㅋㅋ?
-전 재산 다 걸었닼ㅋㅋㅋㅋ 5%라도 먹자 제발!
-정배충죽어정배충죽어정배충죽어.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제리킴의 압승.
대부분의 포인트가 1번에 몰리고 있었다.
‘포인트 액수도 미쳤네.’
10만 명이 넘게 시청하고 있는 방송이다 보니 5분 만에 배팅 된 금액이 20억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
-띠링!
[현재 투표 비율.]1. 제리킴 (73%)
2. 뇌랑 (27%)
갑자기 뇌랑의 비율이 크게 올랐다.
“어?”
제리킴도 놀랐다는 듯 크게 눈을 떴다.
순차적으로 오른 게 아니라 이렇게 단 한 방에 오른 거라면.
-미친ㅋㅋㅋㅋㅋㅋ 대체 얼마를 역배에 건 거야?
-누가 계산 좀 해보셈ㅋㅋㅋ
-ㅆㅂㅋㅋㅋㅋㅋ 야 계산해 보니까 4억 6천을 한 번에 걸었는데?
-진정한 역배충ㄷㄷ;;
-한강 가즈아~~
채팅창에 우르르 채팅들이 올라왔다.
“아이고~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제리킴은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역시 어딜 가나 역배충은 존재한다니깐.’
미쳤다고 여기에 4억을 태우다니.
어지간히 돈이 남아돌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짓이다.
‘뭐, 나야 좋지.’
배팅 액수가 많아질수록 스트리머에게 돌아오는 수수료도 짭짤했다.
“자! 마지막 3분! 3분 남았습니다!”
제리킴은 사람들이 더 많이 배팅하도록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그가 방송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오지나. 누나 집 잔금 치르고 남은 거 싹 다 걸었다. 알지?”
“고럼. 잘 알지.”
“누난 우리 동생 믿어.”
하은이 오진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웃었다.
“근데 누나 아이디가 뭐였어? 투표 현황판엔 안 보이던데.”
“비밀.”
“엥?”
그게 뭐라고 비밀이란 말인가.
“비밀이면 비밀인 줄 알아 짜식아.”
“아니 뭔데.”
“헹.”
하은이 대답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
궁금하긴 했지만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아이디가 뭐 중요한 것도 아니고.
“자! 이걸로 투표 마감하겠습니다!!”
최종적인 비율은 20대 80.
압도적인 격차로 제리킴의 승리를 예상하는 쪽이 많았다.
하긴.
4성과 6성 각성자의 대결이다.
앞으로 1~2년 후라면 몰라도 지금 단계에서는 제리킴의 승리를 예측하는 쪽이 많은 건 당연하리라.
“그럼 시작할까요 오진 씨?”
“좋죠.”
제리킴이 다가와 간단하게 룰을 설명했다.
“제한 시간은 30분. 저랑 오진 씨 둘이 파티를 맺어서 괴수를 사냥하고 누가 더 많은 괴수를 잡았는지 세어서 많은 쪽이 이기는 겁니다.”
“예.”
“아, 그리고 전에 상황이 어떻든 괴수에게 ‘막타’를 넣은 사람이 잡은 거로 치려는데 어떠신가요?”
언뜻 들으면 공평하게 들리지만.
이건 일방적으로 제리킴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원거리에 특화된 궁수자리의 각성자의 특성상 괴수의 막타를 뺏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발악하는구만.’
오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 조건으로 하죠.”
-뇌랑 대 제리킴~!!! 승부 시자아아아악~~~~ 하겠습니다아아아아아!!
-아ㅋㅋㅋ 막타 조항 너무 한 거 아니냐고ㅋㅋㅋ
-제리킴 ㄹㅇ 이 악물었네.
-잇몸에서 피날 듯.
-시작하고 한 10분 뒤에 ㅈㅈ칠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시끄럽게 떠드는 채팅창을 뒤로하고 오진은 발걸음을 옮겼다.
‘솔직히 막타 조건은 보험으로 넣은 건데 이걸 그냥 넘어가네.’
제리킴은 오진의 눈을 쫓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뭔 숨겨둔 수라도 있는 건가?’
솔직히 이 정도로 태연하니 걱정이 되긴 했다.
‘까지게 뭐 숨겨 봤자지.’
페널티도 없고, 막타까지 스틸할 수 있는 이상 솔직히 같은 6성 각성자랑 승부해도 이길 자신 있었다.
“후우.”
제리킴은 슬쩍 시청자 숫자를 확인했다.
어느새 10만을 넘어 15만을 향해 가고 있는 시청자 숫자.
‘이건 기회야.’
이 수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단단히 각인시킬 기회.
‘최대한 화려한 기술 위주로 잡아야겠구만.’
제리킴은 빛의 화살을 만들어 몸 주변에 띄워 올리며 씩 웃었다.
“아옳?”
“아옳옳옳!!”
오진과 함께 터널 깊숙이 들어가자 네글리쉬 세 마리로 이뤄진 무리가 나타났다.
“지금부터 시간 재겠습니다!”
제리킴은 그리 외치며 투명한 활을 당기듯 허공에 자세를 취했다.
그의 주변에 떠올라 있던 빛의 화살들이 소용돌이치며 뭉치기 시작했다.
-끼오오오오옷!! 에로우 블레스터!!!
-제리킴 트레이드 마크 왔다!!!
-제리킴 옵빠아아아아!! 날 가져요!! (덜렁덜렁)
-쥐엔자아앙~! 시작하자마자 필살기 뭐냐고ㅋㅋㅋㅋ
힐끗.
채팅창을 한 번 바라본 후.
“우선 한 마리!!!”
활시위를 놓━
-파자자자자자작!!!!!!
내리치는 푸른 뇌전.
순식간에 달려나간 오진이 네글리쉬의 몸을 한 방에 반으로 쪼갰다.
“━어?”
제리킴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사이,
-촤악!! 촤아아악!!
푸른 화염에 휩싸인 은창이 남은 두 마리의 네글리쉬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후두두둑!
비처럼 쏟아진 핏물과 살점이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우선 세 마리.”
오진은 제리킴을 돌아보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뭐임??
-?????
-방금 뭐한 거야???
-어??????
허공에 떠오른 채팅창을 무수한 갈고리들이 수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