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2
12화. 성좌 VS 성좌 (4)
석태준은 눈을 의심했다.
결코 이길 수 없어 보였던 괴물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다니!
“강유진 씨!”
다급히 달려가자, 강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석태준, ‘원정대의 지도자’라는 B급 성좌가 성좌 계약을 맺자고 한다고 메시지가 자꾸 뜨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강유진 씨는 S급 성좌랑 계약했으니 B급 성좌가 건드리지 못할 텐데요?”
성좌는 계약자의 기존 계약을 파기시키고 자기하고 다시 계약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계약자가 자기보다 낮은 등급의 성좌하고 계약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아, 뭔가 그 성좌만의 능력이 있을 수도 있어요. 계약 파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든가.”
“그래? 뭐 나하고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여러 번 뜨니까 거슬리네.”
강유진이 별로 중요치 않다는 듯이 중얼거렸을 때,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B급 성좌 ‘원정대의 지도자’에게 경고가 주어졌습니다. 사유 : 도배.]……방송을 관리하는 49호가 처리해 준 모양이다.
경고가 주어지면 10분 동안 어떤 메시지도 발신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강유진 씨, 빨리 숨통을 끊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에키드나와 히드라, 오르토스, 케르베로스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상태였다.
히드라와 오르토스, 케르베로스는 히드라 독에 당했기 때문에 그냥 이대로 죽을 수도 있지만, 내성이 있을 수도 있다.
“숨겨진 요소가 있다며.”
“네?”
“죽이면 끝날 거 아냐. 그거 찾고 끝내야지.”
강유진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그냥 막무가내로 돌진해서 다 때려 부수는 것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에키드나를 죽이면 이벤트 달성 조건이 충족되어 이벤트가 끝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던 건가.
“뭐 짚이는 거 없어?”
“글쎄요…….”
석태준은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런 단서가 없을 리는 없다.
“아, 가만있자.”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에키드나의 자식은 히드라와 오르토스, 케르베로스뿐만이 아니다.
헤라클레스에게 퇴치당한 괴물 사자, 그리고 키메라도 에키드나의 자식이다.
사자 형태의 몬스터는 이미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쓰러뜨렸다.
하지만 키메라는 본 적이 없다.
‘설마…….’
석태준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에키드나가 나타난 방향에 커다란 동굴의 모습이 보였다.
‘저곳이 에키드나의 둥지라면, 다른 새끼도 있을까?’
그쪽으로 걸어가 고개를 들이밀고 동굴 안을 살펴봤다.
그러자 안쪽에서 무언가가 부스럭대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거다!’
석태준은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히든피스다.
“강유진 씨! 여기 좀 보세요! 이놈입니다!”
그렇게 소리치며 강유진을 불렀을 때.
하늘에서 갑자기 불꽃의 소나기가 쏟아져 내려 강유진을 집어삼켰다.
* * *
천무혁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어.’
에키드나 공략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히드라였다.
단순히 머리가 여러 개 달렸을 뿐인 ‘아종’과는 달리 이 히드라는 신화 속 히드라에 가까운 스펙을 갖고 있었으며, 특히 매우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방에 나와서 ‘몸빵’을 해 줄 계약자를 구하기 어려웠다.
옛날이라면 팔부중의 인맥으로 마땅한 사람을 구할 수 있었겠지만, 권력 싸움에서 밀려 수도권에서 쫓겨난 천무혁을 도와줄 사람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강유진을 잘 구슬려서 미끼로 삼을 생각이었는데…….’
설마 강유진이 히드라의 독조차 무효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독 내성을 지니고 있었을 줄이야.
결국 강유진은 별다른 부상조차 입지 않고 히드라와 오르토스, 케르베로스를 무력화시킨 뒤 에키드나조차 때려눕혔다.
‘게다가 석태준이 히든피스조차 찾아내 줬잖아? 수고를 덜었지.’
강유진과 석태준이 전부 다 해 줬으니, 이제 더 이상 볼일은 없다.
히든피스를 챙겨서 떠나면 된다.
물론 뒷정리를 해 놓고 말이다.
“처, 천무혁 님!”
지상에서 석태준이 고개를 치켜들며 다급히 소리쳤다.
“대체 뭐 하고 있는 겁니까?!”
“뭐 하고 있긴.”
불바다가 된 지상을 내려다보며 천무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리하고 있잖아? 쓸모없는 쓰레기들을 말이야.”
에키드나, 히드라, 오르토스, 케르베로스, 그리고 강유진까지.
이 괴물들을 여기서 전부 불태워 죽일 것이다.
물론 에키드나가 죽으면 이벤트가 끝나 버리니, 에키드나만큼은 빈사 상태로 유지해 둘 생각이었다.
“네놈……!”
그때 불길 속에서 강유진이 몸을 일으켰다.
“어라, 아직 움직일 수 있는 건가? 몬스터들보다 맷집이 좋은데?”
“그건 대체 뭐냐!”
지상에서 강유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얘기지?”
“너는 대체, 뭘 타고 있는 거냔 말이다!”
“보면 알잖아.”
천무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수 중 하나…… 페가수스야.”
그렇다.
지금 천무혁은 까마득한 공중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타고서.
“너도 성좌의 힘을 사용하고 있지 않나? 이건 내가 계약한 성좌의 힘이지.”
천무혁이 계약하고 있는 A급 성좌 ‘황금 고삐의 영웅’.
그의 정체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벨레로폰이다.
여신에게서 얻은 황금 고삐로 페가수스를 길들인 일화가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자인 천무혁은 페가수스를 소환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해 두지만 이건 모방구현도 한정구현도 아니야. 진짜 페가수스를 마음껏 사용하는…… 성좌무구(聖座武具)의 최대구현이지.”
성좌무구.
그것은 성좌들이 지닌 전설적인 무기, 장비, 기술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좌에게 인정받은 계약자는 이 성좌무구를 현실에 ‘구현’해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계약자는 성좌무구의 기능 일부만 재현하는 ‘유사구현’조차 할 수 없다.
성좌무구를 구현할 수 있는 건 성좌의 총애를 받는 계약자들뿐이다. 그중에서도 성좌가 특별히 인정하는 단 한 명의 계약자만이 성좌무구의 힘을 풀 파워로 끌어내는 ‘최대구현’이 가능하다.
지금 천무혁이 타고 있는 페가수스는 이 ‘최대구현’으로 소환한 것이다. ‘모방구현’이나 ‘한정구현’과는 달리 시간제한도 없고 페가수스의 최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강유진, 너는 매우 뛰어난 육체 능력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기술까지 갈고닦으면 톱클래스 계약자가 될 수 있겠지.”
“…….”
“하지만 말이다.”
천무혁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지상에서 주먹질밖에 못하는데, 공중에서 마법 공격을 하는 나에게 어떻게 반격하겠나?”
천무혁이 온갖 먼치킨들이 우글대는 수도권에서 팔부중의 일원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이 페가수스 사역 능력 덕분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성좌들이 있지만 계약자에게 비행 능력을 부여하는 성좌는 극소수다. 그리고 그 비행 능력은 다양한 국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선사해 준다.
“무력하게 죽어라, 강유진.”
천무혁은 다시금 지팡이를 치켜들고 마법 공격을 시작했다.
강유진이 히드라의 독니를 집어던져서 반격을 시도했지만, 그런 어설픈 투척 공격을 맞아 줄 페가수스가 아니다.
강유진의 맷집이 뛰어난 편이긴 하지만, 이렇게 계속 마법 공격을 쏟아부으면 결국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천무혁 님!”
그때 석태준이 다시 소리쳤다.
“그만하세요! 이럴 필요가 있습니까?!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어진 도구를 처리하는 게 잘못된 건가?”
“뭐, 뭐라고요?”
“나는 예전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어. 내 성좌와 함께 말이지.”
그렇다.
그동안 줄곧 이 날을 기다려 왔다.
예전에 천무혁은 팔부중 자리에서 밀려나 수도권에서 쫓겨났다.
그 과정에서 천무혁은 그동안 쌓아 놓았던 코인 등의 자산을 모두 잃게 되었고, 다른 계약자들을 제쳐 놓고 천무혁에게만 올인하고 있던 벨레로폰도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그걸 만회하려고 지금까지 발버둥 쳤다.
이런 시골구석까지 내려와서 말이다.
“이제 나는 시나리오에 참가할 자격을 얻을 수 있을 테고, 다시금 수도권에 복귀할 수 있어. 팔부중 자리도 되찾을 수 있겠지. 그러니 이제 여기에는 더 이상 볼일이 없어. 다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나야지.”
“대체, 무슨 소리를……!”
“거참.”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석태준도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시끄럽다, 석태준.”
천무혁은 지팡이 끝을 석태준에게 향했다.
그 직후, 석태준이 무력하게 불길에 휩싸였다.
* * *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괴로움이어서, 석태준은 비명조차 지르기 어려웠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확실히 이해한 것이 하나 있었다.
‘천무혁 님은…… 아니, 천무혁은 우리를 속였어!’
순수한 선의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었다.
그는 그저 모든 것을 이용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용서 못 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천무혁을 이 두 손으로 찢어발기고 싶었다.
하지만 불꽃에 휩싸인 채 땅바닥에 뒹굴고 있는 이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힘이 필요해! 저놈에게 복수할 수 있는 힘이……!’
그렇게 마음속으로 소리쳤을 때.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S급 성좌 ‘***’가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자신과 성좌 계약을 맺자고 제안합니다.]이게 대체 뭘까.
메시지의 내용을 이해하기도 전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석태준 님.”
어디선가 아를레키노 49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평범한 계약이 아닙니다. 성좌 측에서 내건 조건이 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합니다.”
왠지 즐거워 보이는 목소리였다.
“다만 검토할 시간이 없군요. 대답할 힘도 없겠죠? 그냥 여기서 고개만 끄덕이세요. 그걸로 승낙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였다.
하지만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 타 죽을 뿐이라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석태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금 메시지가 나타났다.
[당신은 S급 성좌 ‘***’와 계약하였습니다.] [앞으로 S급 성좌 ‘***’가 당신을 수호합니다.] [S급 성좌와의 계약 특전으로 다섯 가지 가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코인 100만 G] [2. 강화 크리스털 10개] [3. S급 랜덤 박스 5개] [4. 성좌 호출권 1개] [5. 모든 상태 이상 완전 해제, 체력 및 마력의 완전 회복]“5번 골라야 하는 거 아시죠? 고개를 끄덕이면 5번이 선택되는 걸로 하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움직였다.
그 순간, 온몸을 감싸고 있던 불꽃이 사라지고 화상조차 없어졌다.
그리고.
[당신의 계약 성좌 ‘***’에게서 새로운 힘이 주어집니다!] [당신은 자신의 근원을 깨닫고 각성합니다!] [각성 스킬 ‘비닉 통찰(庇匿洞察)’을 획득하였습니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찬찬히 이해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무아지경 속에서 몸을 움직여, 동굴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동굴 속에서 몸을 떨고 있는 동물을 발견했다.
사자의 머리와 염소의 몸통, 뱀의 꼬리, 새의 날개를 지닌 괴물, 키메라.
그런데 몸집이 작았다. 강아지 정도밖에 안 되는 크기였다.
이걸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각성 스킬 ‘비닉 통찰(庇匿洞察)’이 발동됩니다.] [히든피스에 대한 정보를 취득했습니다.] [키메라의 모친인 에키드나가 공격받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키메라와 함께 보복해 주세요.] [보복을 완수했을 때, 키메라는 당신을 따르게 됩니다.]석태준은 키메라를 끌어안고 동굴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키메라를 머리 위로 치켜들어, 불꽃에 휩싸인 채 땅을 뒹굴고 있는 에키드나의 모습을 보여 줬다.
하늘에서 불꽃을 쏘아 대고 있는 천무혁의 모습도.
“크어어어엉!”
키메라가 비통한 울음소리를 내며 몸부림쳤다.
그 직후, 작은 강아지 크기였던 키메라의 몸이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
형제들보다는 못하지만 일반적인 사자보다 훨씬 큰, 사람이 올라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이변을 눈치챈 천무혁이 이쪽을 향해 불꽃을 쏘아 댔지만, 석태준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가자!”
석태준은 키메라의 등에 올라탔고, 키메라가 불꽃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키메라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르기 직전, 석태준은 팔을 뻗어 이쪽으로 달려오던 강유진을 붙잡았다.
“강유진 씨!”
온몸에 화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유진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뭐야?!”
페가수스에 타고 있는 천무혁이 놀란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만약 여기서 천무혁이 급히 후퇴했다면 이쪽에 승산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무혁은 그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런 쓰레기들 때문에 뒤로 물러선다는 선택 자체가 그의 머릿속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키메라는 천무혁이 타고 있는 페가수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
키메라가 페가수스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강유진이 키메라의 등을 차고 도약했다.
“네놈들!”
키메라의 턱이 페가수스의 목덜미를 물어뜯었고, 강유진의 손이 천무혁의 멱살을 붙잡았다.
천무혁은 다급히 지팡이를 들고 강유진을 공격하려 했지만, 사각에서 팔을 뻗은 석태준이 이미 지팡이를 꽉 붙잡고 있는 상태여서 타이밍을 놓쳤다.
“이 쓰레기 놈들이……!”
천무혁이 욕설을 내뱉으며 마지막 발악을 했지만 아무 의미 없었다.
강유진의 주먹이 천무혁의 턱을 강타했고.
의식을 잃은 천무혁은, 페가수스 위에서 힘없이 추락했다.
* * *
“대체 뭐하는 거야!”
벨레로폰은 보고 있던 관측기를 발로 걷어찼다.
계약자인 천무혁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에 분통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잘난 척은 있는 대로 하더니, 저 얼간이가……!”
원래 천무혁은 벨레로폰이 무척 아끼던 계약자였다.
다른 계약자들을 내팽개치고 계속 천무혁만 지원해 줬을 정도였다.
근원력을 잔뜩 투자해서 지원해 줬고, 천무혁은 뛰어난 수완으로 그 기대에 보답해 줬다. 페가수스를 탄 마법사가 활약할 때마다 그 후원자인 벨레로폰의 명성도 높아졌다.
벨레로폰은 천무혁이 팔부중의 일원으로 끝나지 않고 수도권 전체를 지배하는 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는 세계를 주름잡는 거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벨레로폰은 천무혁에게 많은 투자를 했다.
이건 단순히 천무혁에게 가호를 몰아 줘서 강화시켰다는 얘기가 아니라, 다른 성좌들까지 끌어들여 거대한 프로젝트를 벌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천무혁은 팔부중에서 실각했다. 모든 걸 잃고 수도권에서 퇴출됐고, 자연스레 벨레로폰이 진행하던 온갖 프로젝트들도 무산되었다.
프로젝트가 엎어지면 큰 손해를 보는 건 인간이나 성좌나 마찬가지다.
벨레로폰은 사실상 빈털터리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몰락한 뒤에도 천무혁과 벨레로폰은 서로 떨어질 수 없었다.
양쪽 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천무혁은 다른 계약자들의 세력이 약한 지방으로 내려가 재기를 도모했고, 벨레로폰은 얼마 남지 않은 근원력을 운용하여 천무혁을 지원했다.
그 와중에 벨레로폰은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다. 곧 시작될 ‘시나리오’에 대한 정보였다.
그 시나리오에 천무혁을 참가시키기 위해서, 에키드나 토벌 이벤트를 통해 키메라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그걸 위해 지금까지 온갖 준비를 해 왔던 건데…… 다 헛수고가 되었다.
“쓸모없는 쓰레기 놈……!”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천무혁을 잃었으니 다른 계약자를 찾아야 한다. 어렵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대체 누구를 이용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36호! 36호!”
벨레로폰은 자신과 천무혁을 담당하던 사도인 아를레키노 36호를 호출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었다.
“대체 다들 뭐 하고 있는 거야?!”
“뭔가 바쁜 일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사도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성좌일까?
하지만 성좌가 다른 성좌의 거처에 찾아오려면 좌표를 알아내야 한다.
“네놈은 대체…….”
“만나서 반갑습니다, 황금 고삐의 영웅.”
정체불명의 성좌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이번 일을 마무리 지으러 왔는데, 잠깐 시간 괜찮겠습니까?”
벨레로폰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마치 사신(死神)의 목소리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