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대행자 (6)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강유진은 고개를 돌렸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주민하……?”
그곳에 있었던 건 주민하였다.
알렉세이와 함께 아직 중동에 있다고 들었는데, 어느새 이곳으로 온 걸까.
“어떻게 된 거야?”
“사정을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시죠. 한시가 급합니다.”
“알겠어.”
강유진은 고개를 끄덕인 뒤 주민하에게 다가갔다.
평소처럼, 주민하가 시키는 대로 하면 별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강유진, 잠깐!”
하지만, 그때 김무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
“왜 그래?”
강유진이 멈칫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
갑자기 중력이 수백 배, 수천 배로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온몸이 무거워져 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내공을 끌어올려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어떻게 된…….”
강유진은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주민하를 쳐다봤다.
“안타깝게 되었군요, 강유진 님.”
주민하는 평소처럼 냉정한 표정으로 강유진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주민하……!”
그때 김무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너도 각성한 건가?”
“각성이요?”
“내가 태공망을 조사하고 있다는 걸 알고, 태공망의 수족으로 각성한 거냐고!”
“아, 그건 아닙니다.”
주민하가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저는 처음부터 태공망의 대행자였으니까요. 줄곧 말입니다.”
* * *
강유진을 제압한 채, 무표정으로 서 있는 주민하.
그 모습을 노려보며, 나는 질문을 던졌다.
“너는 계시를 받아서…… 구세주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닌가? 그래서 강유진을 만나, 강유진을 구세주로 만들기 위해 함께 싸우고 있었던 거 아닌가?”
“네, 그건 전부 사실입니다.”
주민하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다만 저에게 계시를 내린 게 태공망이었을 뿐이죠.”
“……!”
처음 주민하를 소개해 줄 때, 이아손은 말했었다.
주민하는 진짜로 계시를 받은 인간인데, 그게 대체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모른다고.
하지만 그건…… 이아손이 잘못 알고 있었던 건가?
“제 성좌였던 ‘원정대의 지도자’도 모르고 있었으니, 당신이 모르던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주민하, 그러면…….”
그때 강유진이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를, 속이고 있었던 건가? 나도, 석태준도, 이죽헌도……?”
“딱히 속이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강유진 님.”
강유진을 내려다보며 주민하가 말했다.
“저는 당신을 정말로 구세주로 육성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야말로 구세주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왜…….”
“문제는 저 사람, 아니, 저 성좌입니다.”
주민하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저 성좌가 태공망을 조사하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저는 계속해서 여러분을 섬겼겠죠.”
“주민하……!”
강유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 태공망이라는 놈의 명령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 구세주를 만드는 것보다?!”
“물론입니다. 애초에 구세주를 만들라는 것 자체가 태공망의 지시였으니까요.”
“대체, 왜……!”
“강유진 님, 당신이 무명의 왕에게 충성을 바치는 이유가 뭐지요?”
“뭐?”
“절망적인 상황에서 당신을 구출해 줬기 때문이지요.”
주민하의 입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에게는 태공망이 그런 존재입니다, 강유진 님.”
“……!”
그 말을 듣고, 강유진이 숨을 삼켰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태공망의 대행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주민하는 고개를 들어 다시 나를 쳐다봤다.
“하나는 저기 있는 성좌들처럼 평상시에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유사시에 각성하는 종류죠.”
주민하는 금각과 은각, 문중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예전에 받았던 계시를 기억하고 그 계시에 따라 행동하는 종류입니다. 저처럼 잔다르크 증후군으로 분류되는 인간들이 있고, 성좌들 중에도 몇 명 있죠.”
“잠깐, 그렇다면…….”
주민하의 말을 듣고 나는 한 성좌의 이름을 떠올렸다.
“네.”
주민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성좌 중에서는 ‘삼두육비의 신동’ 나타가 해당됩니다.”
“……!”
주민하가 시선을 향한 곳.
그곳에는 삼두육비 모드의 나타가 서 있었다.
‘나타가 루시퍼의 부활을 막으라는 목소리를 들었다는 건…… 실제로는 태공망의 지시였던 건가!’
예전에 나타는 나한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원래 나타는 태공망의 오른팔이었다. 그러니 태공망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고, 명령대로 철저히 비밀을 지켰을 것이다.
“이것 참…… 결국 이렇게 되는군.”
나타가 씁쓸해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면 내 예감이 정확했던 건가? 결국 무명의 왕 너하고 싸우게 되었으니 말이야.”
“나타, 이 자식아……!”
나타의 모습을 보고 은각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 차려! 너도 강유진이랑 무명의 왕 좋아했었잖아!”
“그래, 그랬지.”
“그런데 왜 이러는 거야?! 아무리 3천 년 전에 태공망의 부하였다고 해도, 지금 이럴 필요는……!”
“그렇지 않아, 은각.”
나타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10년 전, 인조인간인 나는 성좌가 되지도 못하고 어중간한 상태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어. 그런 나를 구원해 준 게 그분이었어.”
“……!”
“그러니 나는…… 그분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거야.”
그렇게 말한 뒤, 나타가 움직였다.
여섯 개의 팔에 여섯 자루의 무기를 든 채, 나를 향해 쇄도했다.
“……!”
나타는 A급 성좌임에도 불구하고 헤라클레스나 손오공 수준의 힘을 지니고 있다.
내가 맨몸으로 대적하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대다.
“제, 젠장. 나타!”
은각이 허리에 손을 대고 나타의 이름을 불렀다.
자금홍호로와 동일한 힘을 지닌 양지옥정병으로 나타를 빨아들일 생각이었겠지만, 나타는 전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은각을 무시하고 나를 향해 달려들어, 여러 개의 칼을 동시에 휘둘렀다.
“……!”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공격은 전부 다 눈속임이고, 진정한 공격은 그 사이로 뻗어 오는 불꽃의 창이라는 걸.
나타의 성좌무구이기도 한 화첨창(火尖槍)이, 내가 결코 피할 수 없는 궤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파아아앙!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타는 여섯 개의 눈을 전부 크게 떴다.
“막았어?”
나는 맨손으로 화첨창을 붙잡은 상태였다.
창날에서 이글이글 불타는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지만, 내 손바닥은 그걸 전부 막아 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화첨창을 튕겨 내고, 몸을 움직였다.
세 개의 머리와 여섯 개의 팔을 지닌 나타에게는 측면이나 후면으로 돌아가는 게 의미가 없다.
그대로 정면에서 돌격한다.
“……!”
나타가 다급히 팔을 움직였다.
하지만 나는 나타의 공격을 맨손으로 모조리 흘려보냈다.
주먹을 쥐지 않고, 손을 세워서.
‘나타의 움직임은 지난번에 디스시로 가는 길에 많이 봤으니까.’
물론 나타의 움직임을 모조리 예측할 수 있다고 해도, 맨손으로 이렇게 모조리 막아 내는 건 본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불가능한 일이, 지금의 나한테는 가능했다.
“무명의 왕……!”
나타가 여섯 개의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봤다.
“너, 설마……!”
대꾸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의 품으로 파고 들어갔다.
무기를 든 나타가 대응하기는 어려운 초근거리.
코가 닿을 듯한 거리에서, 나는 팔꿈치로 나타의 명치를 가격했다.
“카악……!”
나타가 비틀거렸다.
나는 놓치지 않고 계속 공격을 가했다.
짧은 동작으로 나타의 상반신에 연속 공격을 가했다.
본래 나타 같은 존재에게는 간지러움밖에 줄 수 없는 가벼운 공격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공격은 하나하나가 나타에게 심각한 대미지를 주고 있었다.
“젠장, 무명의 왕……!”
나타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주먹에 힘을 담았다.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나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성배의 힘을 쓰고 있는 건가……!”
나타의 절규를 들으며, 다시 한번 주먹을 뻗는다.
강유진이 쓰던 것을 모방하여, 화천대뢰와 유사하게.
전력을 담지 않고, 힘 조절을 해서.
콰콰콰쾅!
단지 그것만으로도, 나타는 온몸이 너덜너덜해지면서 튕겨져 나갔다.
“…….”
나는 앞으로 뻗었던 주먹을 천천히 거둬들였다.
그리고 나를 지켜보고 있던 주민하에게 시선을 향했다.
“무명의 왕…… 결국 금기를 범한 거군요.”
“금기? 누구 맘대로?”
“이걸 금기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할까요.”
그렇게 말하며 주민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루시퍼의 혼을 지닌 당신이…… 성배의 힘을 직접 사용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계실 텐데요?”
“성배의 힘은 지난번에 크리스티나를 잡을 때도 사용했어.”
“마법 의식의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과, 당신 자신의 힘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당신은…… 루시퍼가 될 생각인 겁니까?”
“이제 그런 소리는 통하지 않아. 성좌들한테 얘기해도 들은 척도 안 할걸.”
만약 이 얘기가 성좌 튜브에 올라와도, 성좌들은 ‘이제 그 떡밥은 질렸다.’ 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내가 성배의 힘을 직접 사용하는 걸 최대한 꺼린 건…… 태공망과의 직접 대결을 대비하여 숨겨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민하, 너는 우리를 제압할 수 없어.”
그렇게 말하며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나타 말고도 꽤 많은 숫자의 인물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다른 성좌들이나 계약자들도 불러 모은 것 같은데…… 의미가 있을까?”
나와 눈을 마주친 자들이 주춤하는 모습이 보였다.
성배의 힘을 사용하기 시작한 나에게 덤벼들면…… 목숨을 건지기 어렵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저걸 봐.”
“……?”
남쪽 하늘에서 커다란 동물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말과 독수리가 합쳐진 모습을 지닌…… 히포그리프였다.
“임금님! 드디어 찾았네!”
아스톨포의 방정맞은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이아손 얘기를 듣고 찾아다니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휴가에 저를 데려갔었어야죠!”
내가 실종되었다는 걸 알게 된 이아손이, 히포그리프를 쓸 수 있고 운도 좋은 아스톨포에게 탐색을 의뢰한 모양이었다.
“음, 근데…… 대충 보니까 저는 끼어들어 봤자 아무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그냥 가 봐도 되겠죠? 원군만 내려보낼게요!”
아스톨포가 그렇게 소리치자, 히포그리프에서 한 여자가 뛰어내렸다.
노출도가 높은 의상을 몸에 걸친 미녀였다.
“달기…….”
“한참 찾아다녔다고요, 무명의 왕.”
내 옆에 착지한 달기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아스톨포는 바로 가 버렸다. 아마 이아손 등한테 내 위치를 전달하러 갔을 것이다.
“나타에 문중…… 참 꼴좋군요.”
달기가 같은 시대 사람들인 나타와 문중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바로 그때, 강유진 쪽에서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으으읍!”
강유진이 기합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갖고 있는 루시퍼의 힘을 억지로 폭발시켜 속박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주민하……!”
강유진의 포효가 주위에 울려 퍼졌고,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자들이 당황한 듯이 뒷걸음질 쳤다.
나와 달기도 모자라서 강유진까지 부활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일 것이다.
“어때, 주민하.”
나는 주민하를 노려보며 말했다.
“계속해 볼 텐가?”
“…….”
주민하가 눈썹을 찌푸리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