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지옥의 왕 (1)
머릿수는 저쪽이 많았지만, 상황은 우리가 유리했다.
크리스티나를 쓰러뜨려 지상 최강의 인간으로 등극한 강유진.
3천 년을 살아온 요괴로서 강력한 술법을 사용하는 달기.
그리고 성배를 이용해 막강한 힘을 얻게 된 나.
최강의 인간, 최강의 요괴, 최강의 성좌가 모여 있는 것이다.
우리를 포위한 기라성 같은 성좌들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
그런 우리를 보면서, 주민하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주민하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주민하가 가장 신뢰하던 강유진에 우리 편에 있고, 주민하의 가장 큰 무기였던 각성 스킬 [교란 결계]도 나와 강유진 상대로는 별 효과가 없으니까.
“주민하, 그냥 항복해.”
강유진이 주민하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여기서 항복한다면, 험한 짓은 하지 않을 거야.”
“…….”
“당신하고 싸우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강유진은 주먹을 쥔 채 투기(鬪氣)를 발산하고 있었다.
만약 주민하가 항복하는 걸 거절한다면, 주저 없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제압해 버릴 것이다.
“여러분……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때 주민하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작 ‘힘이 강한’ 것 정도로…… 그분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뭐라고?”
“무력으로 대항할 수 있다면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그 동료들도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겠죠.”
그렇게 말하며 주민하는 손을 치켜들었다.
“그냥 순순히 굴복하면 좋았을 것을…….”
“강유진! 제압해!”
주민하의 모습을 보고 나는 다급히 소리쳤다.
강유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이미 주민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신에게 거역하는 존재들은…… 지옥에 떨어져야 합니다.”
강유진의 손이 주민하에게 닿기 직전,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강유진은 주민하를 붙잡지 못했고, 나와 달기도 움직임을 멈췄다.
‘뭔가 알 수 없는 것이, 이 일대에……!’
마법인지 뭔지, 정체불명의 힘이 우리들 주변에 전개되었다.
이럴 때야말로 주민하의 [교란 결계]가 필요하겠지만, 이번에 주민하는 우리들의 적이었다.
‘이건, 저항할 수가……!’
성배의 힘을 끌어올려도 소용없었다.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주민하 앞에서, 우리는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눈을 떴을 때, 나는 황야에 있었다.
‘여기는…… 어디지?’
원래 있었던 북극권은 아니다.
검붉은색의 메마른 땅이 계속 이어져 있었는데, 나무는커녕 풀 한 포기조차 보이지 않는 황량한 땅이었다.
게다가 하늘도 어두침침했다. 구름이 낀 게 아니라 대기의 질 자체가 안 좋은 것 같았다.
‘공업 지대 같지도 않은데 왜…… 황사? 화산 지대?’
의문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자, 나처럼 쓰러져 있던 강유진과 달기가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는…….”
“어떻게 된 거죠?”
그들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봤다.
“달기, 뭔가 느껴지는 게 없어?”
“글쎄요, 여기는…….”
달기가 인상을 찡그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대지에서 생명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네요. 본래 공기 중에 있어야 하는 미약한 마력도 없는 것 같고…… 사막조차 이렇게까지 황량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 어떻게 된 거지?”
“감각적으로는 제가 한국에서 봉인되었을 때와 비슷해요. 하지만 마법이나 술법 같은 걸로 봉인할 때 이런 넓은 공간을 준비하는 건 부자연스럽죠.”
금각의 호리병에 들어갔을 때도 내부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된 거지? 지구상의 다른 곳으로 전이된 건가?”
“지금까지 3천 년 동안 이렇게 황량한 곳은 본 적이 없어요. 어쩌면 이건…….”
달기가 인상을 찡그렸다.
“우리가 살던 곳하고는 다른 세계일 수도 있어요.”
“다른 세계?”
“아까 주민하가 말했죠, 지옥에 떨어져야 한다고.”
“……!”
그렇다면 설마…… 여기가 지옥이라는 건가?
“잠깐만. 내 몸은 멀쩡한 것 같은데.”
자기 몸을 여기저기 만지작거리며 강유진이 말했다.
“심장도 뛰고 있고 숨도 쉬고 있어. 내공도 끌어올릴 수 있고, 크리스티나 때 흡수한 마력이나 영적 에너지도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럼 살아 있는 몸으로 지옥에 왔나 보죠.”
“……그게 말이 돼? 죽어서 영혼이 되어야 지옥에 가는 거 아냐?”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각종 신화나 전설을 보면, 살아 있는 몸으로 사후 세계에 가는 이야기가 흔해.”
옛날에는 사후 세계가 현실 세계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했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신화나 전설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저승에 갔다가 돌아오는 이야기를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만 해도 헤라클레스나 오르페우스 같은 영웅들이 저승에 다녀간 적이 있다.
“뭐야, 그러면…… 우리는 살아 있는 몸으로 지옥에 떨어졌다는 거야?”
강유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주민하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지?”
“주민하의 힘이 아니겠지.”
이건 분명히 태공망의 힘이다.
태공망이 여러 세계에 영항을 끼칠 수 있는 초월적 존재라면, 우리를 지옥에 빠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곳이 지옥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네요.”
달기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옥이면 죄 지은 사람들이 우글거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게…… 우리가 좀 변두리에 떨어진 건가?”
강유진도 의아해하면서 주위를 살펴봤다.
‘설마…….’
나는 그동안 몇몇 성좌들한테서 들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여러 사후 세계가 통폐합 내지는 소멸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혹시 이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게 맞지.”
“……!”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한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어?”
당황스러웠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냥 평범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얼굴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하고 똑같은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무, 무명의 왕이 두 명?!”
“왜 두 명이 됐어?!”
달기와 강유진도 깜짝 놀라서 우리를 쳐다봤다.
“다들 진정하도록 해라.”
내 앞에 나타난 ‘또 다른 나’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완전치 않은 몸이라서 제대로 형태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남자의 외형을 빌린 거니까.”
“뭐, 라고?”
“너희들의 추측대로 이곳은 지옥이 맞다. 물질세계에서 형태를 취할 수 없는 ‘혼(魂)’이, 생전처럼 형태를 취할 수 있는 곳이지.”
그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기시감을 느꼈다.
저런 표정을 분명히 본 적이 있다.
예전에 하민아를 꾀어 낼 때, 벨리알의 협조를 얻어 양전이 둔갑했던 그때…….
“설마…….”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루시퍼인가?”
루시퍼.
판데모니움 정점에서 군림하던 최강의 악마.
본래는 가장 빛나는 천사였으나, 절대적인 유일신에게 반기를 들어 전쟁을 일으킨 타천사.
벨리알, 바엘, 하민아 등 수많은 자들을 매료시킨…… ‘마왕’.
“그렇다, 무명의 왕.”
나와 똑같은 얼굴로, 루시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네 내면에서 신세지고 있었다. 멸망해 가는 지옥에 와서야 비로소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군.”
그렇게 말한 뒤, 루시퍼는 피식 웃었다.
“정말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이야. 그냥 이대로 잠들어 있다가 소멸할 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기회가 생기는군. 주민하에게 고맙다고 말해야겠어.”
* * *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얘기하는 것도 좀 그렇군. 조금만 가면 내 옛 거처가 있을 테니, 거기로 안내해 주지.”
영문을 모른 채 루시퍼의 뒤를 따라가자, 거대한 도시가 나타났다.
하지만 도시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마치 버려진 지 수백 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루시퍼는 그 한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건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스의 신전 같은 분위기의 건물이었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유적보다 규모가 커 보였다.
다만 도시의 다른 건물들처럼 다 무너져 가는 느낌인 건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게 진짜 판데모니움인가?’
본래 판데모니움이란 여러 악마들의 전당인 만마전(萬魔殿)을 의미한다.
로마에서 여러 신을 모시는 신전이었던 만신전(萬神殿) ‘판테온’과 대비되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밀턴의 『실낙원』에서 지옥에 떨어진 악마들은 황량한 지옥에서 자원을 캐내어 이 판데모니움을 건설했다고 한다.
“흠, 대충 이 언저리에 앉으면 되겠군.”
루시퍼는 가장 안쪽에 위치한 화려한 옥좌를 힐끔 쳐다본 뒤, 근처에 무너져 있는 기둥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우리들한테 앉으라고 눈짓을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얘기하면 좋을까…… 너희들은 무엇이 가장 궁금하지?”
“……일단 당신에 대해 알려 줬으면 좋겠는데.”
나하고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루시퍼와 대화하는 건 기묘한 기분이었다.
“너희도 익히 이름을 들었겠지만, 나는 루시퍼다. 몇 년 전 스스로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자멸한 광대지.”
당시 유럽 최대의 계약자 집단이었던 십자기사단은 교황청이 보유하고 있던 성유물과 아티팩트를 긁어모아서 거대한 마법 의식을 전개했다.
루시퍼가 갖고 있는 막대한 에너지를 폭주시켜 자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록 인간 진영에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고, 그 결과 다른 마신급 악마들에게 유럽의 대부분을 점령당하게 되었지만…… 결국 루시퍼는 자기 자신의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내 육(肉)도 영(靈)도 혼(魂)도 산산이 흩어졌지. 전부 다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소멸할 운명이었지만…… 정신이 들어 보니, 내 혼은 무명의 왕이라는 존재 내부에 들어가 있었다.”
“그럼 당신은 계속 내 안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아니, 나는 반쯤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대략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면…… 우리가 지옥에 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깨어난 건가?”
“그렇지, 이곳은 본래 사자(死者)가 오는 곳이니까.”
대충 이해가 되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루시퍼의 혼은 100퍼센트 온전한 것이 아니다.
지옥에 오면서 실체화되었지만, 온전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본래 자기 모습을 구현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함께해 온 내 모습을 빌려서 실체화했다는 건데…… 솔직히 아직도 어색한 기분이다.
“자, 그러면 이곳 상황을 설명해야겠군.”
루시퍼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보다시피 지옥은 완전히 멸망한 상태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당신들이 현상대계로 넘어와서인가?”
“우리가 현상대계를 침공한 건 10년 전이지. 10년 만에 이 정도로 폐허가 될 수는 없다.”
“그럼 왜…….”
“흠, 아무래도 전혀 모르는 것 같군.”
루시퍼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본래 지옥은 어마어마하게 광대한 세계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 주변 말고는 모조리 소멸한 상태일 거다.”
“뭐라고?”
“이건 바엘이나 벨리알 등도 몰랐던 얘기지만…….”
복잡한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루시퍼가 말했다.
“10년 전, 나는 지옥의 붕괴를 예감했다. 내가 판데모니움을 이끌고 현상대계를 침략하기로 한 건 그것 때문이지.”
* * *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군요. 금편의 태사, 삼두육비의 신동.”
주민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문중과 나타를 보면서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이 무명의 왕을 제압할 수 있었다면, 제가 태공망의 ‘권능’을 쓸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동생과 함께 여러 성좌들에게 포박당하고 있는 ‘배신자’ 금각이었다.
“무명의 왕하고 강유진, 달기를 어디로 보낸 거야?”
“말했지 않습니까. 지옥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정말 지옥으로 보냈다는 건가?”
“네.”
주민하는 나타나 문중보다 높은 등급의 ‘대행자’로서 이 땅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태공망이 갖고 있는 권능을 일부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헛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금색과 은색의 동자.”
무명의 왕을 위해 태공망을 배신한 금각에게 냉정한 시선을 보내며, 주민하는 말했다.
“지옥은 머지않아 완전히 소멸됩니다. 그리고 탈출 또한 불가능하죠.”
“……!”
“그들은 지옥에 갇힌 채 멸망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무명의 왕도, 강유진도, 달기도…… 두 번 다시 이 세계에 나타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