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orry I went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98
산맥의 북쪽 (3)
“이 동네에 돈 나올 구석이 어딨어요? 사람도 별로 안 사는 데다, 뭘 걷으려 해봐야 공작가의 사유지도 다 산일 텐데요?”
“이놈이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네. 사람은 적은데, 귀물은 첩첩산중에 널렸잖냐. 그렇다고 바깥에서 온 잡배들이 몰래 캐가기엔, 산짐승이 사납고, 지형도 험준하지.”
“하긴 들어오는 길도 기차 단선에 구불구불한 도로 하나 말곤 다 엄청 깊은 산이었지.”
“여기 영지민들 앞에서 국왕 욕은 해도 되지만, 트리스테인 공작 욕하면 야밤에 파묻힌다고. 산업이 없으니 영주가 토지를 매매하지도 않았거든? 그래갖고 영지 대부분이 아직도 공작의 사유지인데, 영지민에겐 대대로 조건 없이 개방해서 엄청난 존경을 받는다지.”
근본적으로 레오니드 1세 이후 알비온에서 모든 땅은 왕과 그의 가신들의 것이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가문의 대가 끊겨 왕실에 회수되거나, 영주가 사업가나 농장주에게 토지를 매매하여, 개인 소유지가 생겨났다.
‘하지만 여긴 아직도 천 년 전 구획 그대로란 거군. 그런데도 영주는 영지민에게 관대한 정책을 편다 이거지.’
클레이오는 접시 위의 음식을 새삼스런 눈으로 보게 되었다.
갈색으로 볶은 양파를 다져 넣어 감칠맛을 높인 양고기 미트볼엔 큐민과 캐러웨이 시드가, 화덕에 구워낸 쇠고기에는 훈연한 파프리카 파우더와 올스파이스가 듬뿍 묻혀 있었다.
조리방식은 단순하고 호쾌했지만, 값비싼 향신료를 아끼지 않은 음식들이었다.
“어쩐지, 이렇게 작은 주도의 여관에 딸린 소박한 펍인데도, 음식마다 메레디에스 대륙에서 나는 향신료가 호방하게 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어, 너는 좀 머리가 돌아가는 친구로구나. 맞아. 지금은 제카브르항이 얼어 있지만 봄부터는 무역선이 줄지어 들어오지. 25년 전 아세르 상사에서 제카브르부터 콜포스랑 노토스 항까지 직항 상선을 띄우게 된 덕에 천지가 개벽했다고 봐도 돼.”
‘여기서도 아세르인가. 하, 대단하긴 하네.’
기디온 아세르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은, 적어도 알려진 세상에선 한 군데도 없는 것만 같았다.
첼이 반색을 했다.
“와오, 세상에. 너네 아버진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미에츠는 그야말로 의자에서 떨어질 듯 놀라더니, 대놓고 클레이오를 뜯어보았다.
“뭐어? 네가 아세르 상사의 도련님이야? 듣기론 나이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저는 둘째입니다.”
갑자기 대화의 초점이 자신에게 모이자, 클레이오는 당황스러웠다. 이 상황에선 억지로 뭘 더 먹어 보아야 얹힐 것 같아 포크를 내려놓았다.
“아세르 가에 둘째가 있었구나. 그럼 너도 저 쌍둥이 애들처럼 월반한 학생이냐?”
“아닙니다. 저는 아서와 나이가 같습니다.”
“하이고야. 그런데도 이렇게 깨작거려가지고 빼짝 말랐구나. 음식이 입에 안 맞아?”
클레이오의 접시 위에서 고스란히 식어버린 음식을 보며 미에츠가 혀를 찼다.
이 미에츠란 자는 아동청소년의 복지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았다.
사실 저는 아동청소년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클레이오에게선 절로 떨떠름한 대답만 나왔다.
“아닙니다. 맛있습니다.”
음식이야 물론 맛이 있었다.
다만 날이 추운데다, 기차를 오래 타서 속이 미식거리는 게 문제였다. 오늘은 기름진 육류가 다 뻑뻑하게만 느껴졌다.
이세계로 온 것에 대체로 만족하는 그였지만, 이런 순간만은 자그만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아, 뭔가 맵고,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은데… 선짓국이나 순댓국 같은 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북쪽의 산중, 이런 날씨엔 새빨갛고, 따끈따끈한 국물로 속을 데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었다.
이세계까지 온 판에 김치를 찾으려는 건 아니었지만, 김치는 못 먹어도 순댓국은 먹고 싶은 그였다.
하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그럼 좀 더 먹지, 다 남겨놓고는, 아이고. 잘 먹어야 크지!”
“아무래도 날이 춥다 보니, 국물이 있는 음식이 좀 아쉽네요.”
클레이오의 자그만 목소리를 들은 미에츠는 벌떡 일어나더니, 펍의 주인장을 크게 소리쳐 불렀다.
“아, 이런! 여기 주인장! 스튜 왜 이렇게 늦게 나와요. 소랑 돼지라도 막 잡아서 만드쇼?”
화덕 앞을 지키느라 뺨이 벌건 땅딸보가 불쑥 바 옆으로 튀어나와, 미에츠에게 지지 않는 성량으로 소리쳤다.
“어, 어찌 알았수? 엊저녁에 딱 소를 잡았다고. 그래서 블러드 소시지가 얼마나 싱싱하고 맛있는지 몰라. 자, 이 맛을 보면 생각이 나서 여길 또 오게 될걸?”
“주인양반 허풍은. 알겠수다! 맛보고 판단하게 빨리 내와 보쇼.”
“하 이 양반 더럽게 보채시네. 다 됐소, 자! 얘들아 솥 지고 나와라. 두 개 다.”
텅!
타앙!
두 개의 새카만 무쇠솥 안에서 새빨간 기름이 뜬 스튜와, 시커먼 블러드 소시지가 둥둥 뜬 국물이 절절 끓고 있었다.
클레이오는 킁킁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이거!!!’
엄청난 냄새가 펍 안으로 훅 퍼져나갔다. 리피와 레티샤가 국자를 들고 제일 먼저 냄비로 덤벼들었다.
“냄새 최곤데.”
“완전, 진짜 새로운 맛.”
“와-, 너무 매워. 근데 맛있어.”
얼른 한 스푼 뜬 첼은, 이시엘에겐 블러드 소시지가 든 스튜만 떠주고, 새빨간 스튜는 멀찍이 밀어 놓았다.
“이쪽의 빨간 스튜 이시엘 넌 안 되겠다. 매운 거 못 먹잖아.”
“알려 줘서 고맙다.”
순서대로 그릇을 받아 먼저 빨간색 스튜부터 한 술 떠먹은 ‘정진’의 머릿속에선 일제히 LED 전구 50개가 켜지는 것 같았다.
‘역시!!!’
약 85%까지는 김치찌개와 근접한, 바로 그 맛이었다.
대접에 고개를 파묻을 기세로 스튜를 먹는 클레이오를 보며, 구겨진 앞치마를 두른 주방장이 으쓱댔다.
“학생, 그거 맛있지? 염장한 돼지고기를 시게 절인 양배추와 라드에 볶은 뒤, 칠리를 잔뜩 넣어 끓인 스튜여. 우리 집 대표 메뉴지. 그거 한 그릇 먹으면 절로 온몸이 뜨끈뜨끈해질 거야.”
“그렇네요. 정말 맛있습니다.”
“돼지고기 스튜가 입에 맞으면, 여기 블러드 소시지 스튜도 천하의 진미로 느껴질걸. 빨리 자셔 봐.”
클레이오는 방금까지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이, 순식간에 돼지고기 스튜 한 그릇을 비워냈다.
스튜 아래에는 보리까지 깔려 있어, 그야말로 김치찌개에 밥 말아먹는 그 맛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말씀하신 대로, 블러드 소시지를 넣은 스튜도 아주 일품입니다.”
“그거는 뼈와 살점을 곤 데다 부케가르니를 넣어가지고 맑은 국물만 뽑은 거야. 푹푹 끓여서 마늘과 소시지를 넣고, 마지막에 칠리 오일과 다진 고추 페이스트로 마무리하지. 아주 속이 확 풀리지 않아?”
클레이오는 스푼을 쥔 채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감명 깊은 맛입니다.”
“햐아-. 이거, 샌님같이 생겨가지고 맛을 좀 아네. 술은 좀 하나?”
미에츠가 클레이오에게 흥미를 보이자, 스튜를 첩첩 퍼먹고 있던 아서가 냉큼 끼어들었다.
“선생님, 레이 얘 술 세요. 아마 나보다 셀걸요. 엄청 퍼마시는데 취한 꼴을 본 적이 없어.”
“정말이냐?”
클레이오의 얄팍한 어깨와 빼쪽하니 마른 손목을 노골적으로 뜯어보던 미에츠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술맛을 아주 모르지는 않습니다.”
“이거이거, 보통 꾼의 반응이 아닌데.”
술꾼은 술꾼을 알아보는 법이었다.
클레이오는 본의 아니게 아서가 왜 그 나이에 술꾼이 되었는지 알아버렸다.
‘스승이라더니, 검만 가르친 게 아닌가 보군.’
“주인장! 그거! 이 동네서만 만드는 맑은 술 여기도 있지!”
“기사단의 부단장님께서 마수가 나오니, 독한 술은 당분간 팔지 말랬수다.”
“아, 오늘 하루만. 내가 칼밥 하루 이틀 먹었나? 술 먹고 뒈질 놈은 술 안 먹어도 뒈지는 거야. 빼지 말고 어디 좀 내와 봐.”
미에츠는 로브 주머니에서 100디나르 가치의 아우룸 금화를 하나 꺼내가지곤 펍의 오너이자 요리사인 남자 앞주머니에 쓱 찔러 넣었다.
아우룸 금화는 힘이 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명하게 맑은 증류주가 담긴 큰 유리병이, 눈이 채워진 양동이에 꽂혀 등장했다. 이어 자그마한 잔들이 날라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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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좋아. 쭉쭉 마셔! 야아~, 역시 우리 아서 놈 친구구나. 술 한 방울 못 하게 생겨서는 보통이 아니네!”
“이 증류주 참 맛이 맑고 정갈해, 도수에 비해서 목 넘김이 부드럽군요.”
조그마한 유리잔을 깔끔하게 비운 클레이오는, 왼손에 쥔 스푼으로 데운 돼지고기 스튜 국물을 쓱 떠먹었다.
‘아, 이 맛이지.’
하루 동안의 고생을 모두 잊은 클레이오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무슨 보너스처럼 만나게 된, 85% 재현율의 순댓국과 김치찌개. 거기에 보드카와 비슷한 술을 곁들이니, 절로 캬 소리가 나왔다.
‘사실 소주는 너무 단맛이 강해서, 찌개랑 소주 조합을 찾아먹었던 적이 별로 없지만… 또 오랜만에 먹으니, 이게 영혼을 울리는 맛이구나.’
소울 푸드가 따로 있나. 한국인에겐 빨간 찌개와 맑은 증류주가 소울 푸드였다.
“맞아. 여기 트리스테인 영지의 ‘세 개의 호수’는 증류주 중에서 최고지, 최고. 이 영지에서 나는 건 겨우 감자뿐이니, 원료도 그거지만, 쨍하게 맑은 지하수를 타서 만드니까!”
“역시, 이 맑은 맛은 괜히 나는 게 아니었군요. 좋은 술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햐아, 그 돼지 스튜 맛을 턱 알아보더니, 술맛도 잘 알고! 나는 아세르 학생이 아주 마음에 들어.”
“미에츠 선생님께서 좋게 봐주시다니, 저 역시 기쁩니다.”
초면이었던 두 사람이 마치 십 년을 알고 지낸 듯 죽이 맞는 술자리 친구가 되는 동안, 쌍둥이들은 이시엘이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다.
함께 달리던 첼과 아서는 술에 꼴아서 둘이 꼭 붙어 앉은 채 잠들어 버렸다.
에테르 [강화]는 만능이 아니라서, 신진대사를 빠르게 하거나 간 기능을 극적으로 개선할 순 없는 모양이었다. 기사들조차도 취기와 숙취를 몰아낼 수는 없기에, 주량은 순수하게 타고나는 역량이었다.
놀랍게도 이들 중 술은 클레이오가 가장 셌다. 그 점만은 이름과 육체가 바뀌고 세계를 뒤바꾸어도 변치 않아서, ‘정진’은 내심 웃기기도 했다.
‘여기 와선 와인이나 베헤못과 나눠 마시고, 위스키나 브랜디만 두어 잔씩 마시고 잤으니, 이렇게까지 달릴 일이 없었구나.’
“아세르 학생은 무슨 생선가시가 걸어 다니는 것처럼 약해 보였는데, 반전이 있어. 이렇게 술을 잘 마실 줄이야!”
“좋은 술에는 취하지 않는 법이죠.”
세 개의 호수라는 이름을 가진 맑은 술은, 감자를 원료로 한 40도의 증류주였다.
눈을 잔뜩 담은 양동이에 병을 넣어 내놓는 게 관습이라는데, 눈이 녹으면 밖에서 눈을 얼마든 다시 퍼와 채울 수 있었다.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꾸덕하고 청량해져, 잔을 단숨에 비우면 식도 모양을 쫙 드러내는 듯 화끈하게 긁고 내려갔다.
‘이름만 다르지, 보드카잖아.’
이 차가운 불같은 북부의 술은 기름지게 매운 음식과 조화가 완벽했다.
아서 이상의 술꾼임이 분명한 미에츠 선생은 1.5리터 한 병을 주거니 받거니 다 비우고도 멀쩡한 낯짝인 채 클레이오와 건배를 이어갔다.
‘그걸 진짜 물처럼 퍼마시는 이 작자도 보통이 아닌데.’
꾼과 꾼이 서로를 알아보니 강호의 도로서 서로의 내공을 견줘보려던 차,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있던 아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으읔, 헉!”
“아서야, 왜 그러냐?”
“아, 아… 스승님. 아, 불편하게 잤더니 악몽을 꾼 것 같기도 하고… 술이 덜 깼나, 덥네요.”
여전히 고개를 못 가누는 첼을 벽 쪽으로 쓱 밀친 아서가 꾸물꾸물 셔츠 단추를 풀어냈다. 귓불도 뺨도 다 붉은 것이, 술 때문에 열이 오른 것 같았다.
“야, 이런 데서 벗지 말고 밖에 나가서 눈에라도 대가리 파묻고 와.”
“싫습니다. 춥다고요…”
“춥다면서 옷은 왜 벗어! 뭣하면 에테르 [강화] 쓰고. 기사예비생이면서 더위랑 추위가 뭐가 무서워!”
“아, 에테르, 맞아요. 피어스 클라겐은 에테르가 회갈색이고… 으, 마차 바퀴에 파헤쳐진 진창에 녹은 눈 같았네요.”
스승이 말리든 말든 셔츠를 벗던 아서가 풀린 눈으로 앞뒤 안 맞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야야, 여기서 뭉그적대지 말고 올라가서 자.”
말은 험하게 해도 아서를 염려하는 미에츠 선생이 한숨을 푹푹 쉬며 소년에게로 다가갔다. 경계심이 강한 평시의 아서라면 자던 중에라도 타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겠지만, 미에츠만은 예외인지 그저 멀뚱멀뚱 스승을 쳐다보기만 했다.
키도 크고 체격도 건장하나, 여전히 뼈마디에 여린 구석이 남은 소년을 일으켜 세우던 미에츠는 움직임을 뚝 멈추더니, 돌연 아서의 셔츠를 휙 젖혔다.
“…너 이거 어디서 다친 거야! 암살자? 아니 무슨 암살자 나부랭이가 이런 검기를 써?!”
미에츠가 소리를 치자 머리가 울리는지, 아서는 오뚝이처럼 좌우로 몸을 기우뚱거릴 뿐이었다. 그 탓에 얇은 홑겹의 셔츠가 흐트러지며 소년의 상체가 빛 아래 완전히 드러났다.
무시무시한 검격이 스친 등과 가슴은 치유 마법으로도 온전히 복구되지 않아, 불칼에 베인 듯 붉고 우글거리는 상흔이 남아 있었다.
소년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오래된 상처들, 호수의 이녕이 얽어놓은 얕은 흔적 위로 그어진 8레벨 소드 마스터의 검흔은, 아문 상태인데도 무참한 모양새였다.
클레이오 역시 깜짝 놀랐다.
‘기말고사 때 피어스 클라겐에게 당한 상처인가? 저게 저렇게….’
피어스와 아서가 맞서던 당시엔 세상이 뒤틀리지 않았다. 그 후 아서는 사흘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던지라, 상처가 저토록 깊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바쁜 제베디를 대신해 클레이오가 넌지시 치유 마법을 더 걸어줄까 권유했는데도 손사래나 치기에 그 이상 강요하지 않았던 게, 클레이오는 조금 후회가 되었다.
‘나 혹시… 업무태만인 건가…. 아니, 이 자식은 힘들면 말을 해야지 저걸 참고 있어.’
미에츠와 클레이오는 각자의 충격을 담고 아서의 상처를 응시했다.
무거운 침묵 가운데 눈치 없이 하품만 계속하던 아서는 그제야 술기운이 좀 가시는지, 꿈뻑꿈뻑 눈을 떴다.
“어라, 내가 옷을 왜 이러고 있지?”
아서는 꾸물꾸물 손을 놀려 단추를 한 칸씩 밀려 채웠다. 그런 아서의 손목을 붙들며 미에츠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른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임전 태세에서 등을 내어주도록 너를 가르치지 않았다. 누가 네게 감히 그런 짓을 했나. 대답해라, 아서 리오그난.”
“아, 역시 진흙탕이….”
미에츠의 진지함을 놀리듯, 뜻이 안 닿는 대답을 한 아서는 팔을 붙잡힌 채로 다시 까무룩 거꾸러져 버렸다.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