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in Character’s Little Sister RAW novel - Chapter (84)
이해기의 손에 들린 무기는 검이 아니었다.
쌍절곤, 봉, 손도끼, 창, 단검, 곤봉, 해머, 쌍검, 도, 양손검.
이해기는 춤을 추며 박마노가 던져주는 무기를 받아 들고 제 몸처럼 다뤘다.
흐름은 끊이지 않았고 보는 이보배의 숨이 가빠졌다.
‘와, 왜 저렇게 잘해? 20년 짬밥이 헛되진 않았구나.’
이건 된다. 솔직히 이건 좀 멋있었다. 동생이 봐도 멋있으니 피 안 통한 남들이 보기엔 배는 멋있을 것이다.
실제로 무기를 던져주는 박마노는 즐거워 보였다.
어떤 무기를 어디로 던져줘도 척척 잡아 숙련된 솜씨를 선보이니 즐겁지 않을 리 없었다.
“와아.”
이보배의 옆에 앉은 최요한도 긴 감탄사를 흘렸다.
“전부 잘 다루시네요. 각성하기 전에 훈련 많이 했나 봐요.”
“네, 다시 말하지만 저희 작은오빠가 모범생이라 뭐든 열심히 하거든요. 예습 복습도 철저히.”
“각성 안 하셨더라도 무술 사범으로 먹고살았을 수준인데요. 아니면 스킬인가?”
이나 등의 스킬이 따로 있으니 모든 무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스킬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다 쳐도.
“이렇게 수상할 수가.”
최요한이 나지막이 탄성을 뱉었다.
이보배는 지레 찔려 어깨를 움츠렸다.
“저랑 과장님 별명이야 암암리에 알려져 있다지만 제 스킬은 정말 꼭꼭 숨겼는데요. 그걸 아는 것도 수상한데 저렇게 수상하게 굴면 의심하기 싫어도 의심할 수밖에 없네요.”
“천벌 콤비 말이죠? 잘 어울리세요. 누가 붙였는지 아주 찰떡같아요.”
아까는 최요한이 말을 돌렸다면 이번엔 이보배가 말을 돌릴 차례였다.
“두 분 아주 사이도 좋으시고 보기 좋아요.”
“제가 과장님을 많이 존경하고 따거로 모시고 있긴 하죠. 실은 과장님이 정점에 설 수 있도록 보좌하려고 관리국에 들어왔어요.”
최요한이 채우고 싶다던 사심의 정체를 알게 된 이보배는 깜짝 놀랐다.
‘진짜 사랑 아니야?’
만약 최요한이 라이벌이라면 작은오빠에겐 승산이 없다.
이보배의 생각을 어떻게 알았는지 최요한이 딱 잘라 말했다.
“사랑이 아니라 충성입니다. 충성충성.”
본인이 형님으로 모시는 사람이 정점에 서도록 돕는다.
주인공이 정점에 서는 줄거리에 익숙한 이보배에겐 바로 와닿지 않는 사심이었다.
차라리 둘이 합쳐 최강이라는 이해기의 말이 더 와닿았다.
“작은오빠는 둘이 합치면 최강인 거 노렸다고 하던데.”
“하하, 들켰네. 그것도 있죠. 최강 멋있잖아요. 근데 그것보단 과장님을 보좌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최요한은 상냥하게 웃었다.
“아까 말한 범죄 조직 건 때문에 약간 인간 불신에 시달리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약간을 넘어서 인간 자체에 회의적이던 시기가 있었다. 납치범을 뒤쫓으면서 최요한은 인간의 저열한 밑바닥과 더러운 욕망, 무한한 악의를 목격했다.
죽는 게 나은 사람이 있다. 세상을 위해 반드시 죽여야 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사람이라 말하기 역겨운,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아직도 존재한다.
그런 자들을 사냥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아닐까. 최요한은 바뀐 각성 직업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고, 사냥에 돌입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그게 더 악화되었는데 우연히 과장님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믿었던 건 아니라며 최요한이 샐쭉이 웃었다.
“일하면서 겉은 멀쩡하면서 속은 시꺼먼 사람 많이 봤으니까 과장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죠. 서로 마주칠 일은 없지만 저는 일 때문에 가끔 멀리서 과장님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 겉과 속이 일치하는 분 같더라고요. 그래서 평가를 바꿨다가 TV를 보았는데.”
관리국 개국 초기, 박마노는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사람들은 젊고 강한 헌터에게 궁금한 게 많았다.
박마노는 모든 질문에 답하진 못했으나 하나의 질문엔 반드시 답했다.
그 하나의 질문이 이것이다.
Q. 세계가 뒤집히고 법칙과 질서, 상식도 함께 뒤집혔다. 이 세계의 새로운 질서는 강자존이다. 당신은 강자에 속하면서 어째서 그 법칙을 거부하는가?
미친 소리처럼 들리지만 균열의 날 직후엔 각성자 집단에서 저런 의견이 우세했다.
기존의 법과 공공질서를 지키고 비각성자와 각성자가 똑같은 사람임을 강조하는 박마노의 행보가 특이한 편에 속했다.
박마노는 이 질문에 사석에선 ‘미친 새끼들 지랄하네’로 일괄했으나 방송에서 그럴 순 없는 노릇이다.
방송용 답변은 길고 돌려 말하기가 심하기 때문에 요약한 것만 적자면.
나보다 약한 새끼들이 말이 많아. 불만이면 한판 뜨자. 너희 좋아하는 강자존이 이거 아니냐.
이게 박마노의 답변이었다.
“사람 자체에 환멸하고 있었는데, 실은 지쳐 있었던 거죠. 과장님은 믿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과장님을 인생의 따거로 모시기로 했어요.”
“그렇구나. 많이 감동받으셨군요.”
“강자의 패기가 느껴지지 않나요?”
최요한이 자기 자랑하듯 싱글벙글 웃었다.
정말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말이죠. 호저의 가시가 호랑이를 죽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프리랜서일 때 방심해서 죽는 사람 여럿 보았거든요.”
최요한이 여우처럼 웃었다. 감긴 눈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눈빛이 칼처럼 날카로웠다.
이보배는 여우 또한 맹수임을 새삼 실감했다.
“제가 비록 힘은 약하지만 과장님 행보에 방해되는 가시는 치울 수 있거든요. 그런 생각으로 관리국에 지원한 거였고요.”
“그런 사심이 있으셨구나.”
“과장님이 정점에 오르면 저에게도 뭔가 떨어지지 않겠어요? 아하하.”
최요한은 콩고물 열심히 주워 먹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쨌든 그래서요.”
너스레 떨기를 그만둔 최요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최근 과장님 주위에 수상한 사람이 등장해서 걱정되네요.”
‘작은오빠 얘기구나.’
화제를 전환하면 뭐 하나.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을.
“그냥 수상한 게 아니라 정말 수상해요.”
이보배는 긴장하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잊지 말자, 과잉 충성. 다시 보자, 과잉 충성.
“과장님은 일단 내버려 두자고 했지만 너무 수상해서 말이죠. 보배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보배는 최요한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저희 작은오빠가 좀 수상쩍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요.”
“착한 사람이 의도치 않게 발목 잡으면 더 화나요. 대놓고 욕하지도 못하거든요.”
“작은오빠는 마노 선배를 진심으로, 진지하게,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랑한다고 발목 잡는 악질도 꽤 봤죠.”
이보배는 최요한의 말에 허를 찔려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해기가 박마노의 행보에 방해가 될 것인가 도움이 될 것인가. 미래가 바뀌고 첫 만남이 바뀐 지금, 그의 사랑이 박마노에게 부담이 되는가 아닌가.
이보배는 이 의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회귀자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회귀자 왈, 아는 게 없으니까.
대신 이보배는 공격적으로 맞섰다.
“저도 우리 오빠가 수상한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인 일이고 마노 선배가 알아서 할 문제잖아요. 월권 아닌가요?”
“월권 맞습니다. 하지만 제겐 중요한 문제예요.”
최요한이 이보배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나란히 앉았기 때문에 이보배의 팔에 최요한의 온기가 전해졌다.
최요한 특유의 사근사근하고 상냥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이보배는 긴장해서 귀가 간지러운 것도 잊었다.
“그래야 보배 씨를 마음 놓고 좋아할 수 있거든요.”
이보배는 일순 볼을 붉혔다가 송곳니로 혀를 깨물어 가라앉혔다.
김치 국물 원샷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렇게 당해놓고 정신 못 차렸지!’
이보배는 순간 두근거렸던 것이 부끄러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속사포처럼 말했다.
“세상에, 마노 선배를 위해 미인계까지 쓰시다니. 충성도 좋지만 본인 생각도 하셔야죠. 저도 요한 씨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많이 좋아해요. 그치만 마노 선배를 더 좋아하거든요. 작은오빠가 마노 선배 인생에 방해된다 싶으면 바리깡으로 머리 밀어서라도 뜯어말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 뒤 이보배는 숨을 몰아쉬었다.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나니 완벽하게 진정되었다.
“작은오빠를 조금만 믿어주시면 좋겠어요.”
이보배는 고개를 들었다.
최요한의 표정은 실로 미묘했다. 그가 간신히 입을 열어 한마디 했다.
“어렵네요.”
“어려운 건 알지만 기회를 주세요. 작은오빠가 잘하겠다고 했거든요. 정말로요.”
이보배는 간절히 부탁했다.
최요한은 이번에도 쉽게 입술을 떼지 못하다가 고개를 푹 꺾었다.
“기회는 제가 갖고 싶네요.”
“헉, 역시 요한 씨는 마노 선배를 사랑…….”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죽어도 아닙니다. 충성이라니까요.”
최요한이 이보배의 어깨에 손을 얹고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충성과 사랑은 다르다며 열변을 토하는데 무기 시연실 문이 열렸다.
* * *
정철수의 대장간에 있는 모든 종류의 무기가 이해기의 손을 거쳤다 떠났다.
처음 잡은 것이 검이고 마지막으로 잡은 무기 또한 검이었다.
이해기는 검이 만병지왕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최고의 무기는 상황에 따라 바뀌었으니까.
하지만 오랜 기간 사용한 애병이 검이기 때문인지 모든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그로서도 검을 휘두를 때가 가장 즐거웠다.
한바탕 춤사위를 마친 이해기의 볼을 타고 땀이 흘렀다.
이해기가 검을 검집에 넣자 박마노가 손뼉을 쳤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에 정철수의 빠진 혼도 돌아왔다.
정철수도 박마노처럼 손뼉을 쳤다.
대장장이로서 그가 만든 무기를 가장 올바르며 아름다운 방식으로 쓰는 모습을 봤으니 앞으로 일주일은 먹지 않아도 배부를 듯싶었다.
“대단해! 스킬은 아니지?”
“네, 스킬 아니에요.”
이해기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했다.
SS급 스킬 은 모든 무기에 금방 숙달된다는 기능이 붙어 있다.
그 외에도 모든 상태 이상에 높은 확률로 저항, 모든 속성에 강한 내성, 강적을 상대할 때 능력치 상향, 악적을 상대할 때 능력치 상향 등의 기능이 포함된다.
더럽고 치사해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일지니.
‘스킬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내 힘으로 훈련한 결과니까.’
현역 용사가 아닌 은퇴한 용사이기에 이해기는 한 점 부끄럽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꿈이라도 꾼 것 같습니다.”
“캬, 이건 남자가 봐도 반한다. 최소 10년은 수련한 것처럼 보이는데 기록은 없고. 햐, 수상하다 수상해.”
입으로는 연신 수상하다고 하면서도 박마노는 스스럼없이 이해기에게 다가가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해기의 후끈 달아오른 체온이 박마노에게 전해졌다.
‘이거 좀 좋다.’
박마노는 본인도 훅 달아오를 것 같아 이해기 얼굴 반대편으로 눈길을 돌렸다.
최요한과 이보배가 입가를 가리고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박마노도 이참에 이해기와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너 검성 영감이랑 아는 사이냐?”
“세계에서 검성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몬스터 잡을 땐 몰랐는데 혼자 놀 땐 왜 검성 영감 냄새가 나지?”
왜냐하면 이해기가 검성에게 개인적으로 무술을 배운 적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무기는 검성의 영상을 보면서 수련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캬, 수상하다, 수상해. 우리 여우가 수상한 놈은 상대하지 말랬는데.”
“때론 피치 못하게 감춰야 할 비밀도 있는 법 아니겠어요? 누나라면 이해해 줄 수 있죠?”
박마노는 땀에 젖은 이해기의 목덜미에 손을 얹었다.
박마노가 스킬을 사용하거나 순수한 악력으로 목을 졸라도 위험할 약점을 잡혔음에도 이해기는 얌전했다.
“난 너를 모르는데 넌 너무 날 잘 알아.”
“의심해도 좋고 경계해도 좋고 어장 관리해도 좋고 단물만 빨아먹어도 좋아요. 난 누나가 웃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니까.”
“수상하다고 취조하면 결백을 밝혀야지 그런 식으로 넘어가기냐?”
박마노가 재차 기회를 줬지만 이해기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창밖을 보던 이해기가 미소를 지우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너무 오래 속닥거리는데.”
“데이트 약속이라도 잡나 보지.”
이해기가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싫어하니까 지켜보는 사람은 웃음이 나왔다. 박마노가 파하하 웃었다.
“그렇게 싫어? 쟤가 나름 우량주거든. 얼굴도 저만하면 괜찮고.”
“인물은 한현우가 더 낫죠.”
“외모는 개인 취향의 문제니까 넘어가자고. 어쨌든 성격은 연어나 여우나 괴팍한 구석이 있으니 그렇다 치고 능력도 어디 가서 비명횡사할 수준은 아닌데. 저만하면 나름 괜찮은 매제감 아닌감?”
이러니저러니 해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
박마노는 상사이자 콤비로서 지켜본 최요한의 장점을 읊었다.
“연어는 겉으로만 냉정하고 속은 순딩하잖아. 반면 쟤는 별명이 여우거든. 요즘 같은 시대에 둘 다 순둥순둥해선 호구 잡히기 딱 좋지. 보배가 순하니까 한쪽은 저렇게 약삭빠른 게 균형 잡히고 좋지 않아?”
“그래서 싫은 거예요. 계산이 빠르니까.”
“계산 빠르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야. 쟤는 좋은 쪽으로 빠르거든. 쟤도 나름의 정의가 있고 최소한의 선이 있어. 기본은 지킨다고.”
박마노가 계속 최요한을 두둔했지만 이해기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더 말해도 소용없을 거란 예감에 박마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손이 거칠게 이해기의 머리를 헤집었다.
“적어도 너보단 덜 수상해. 으, 땀 묻었어.”
박마노가 엄살떨며 땀 묻은 손을 허공에 털었다.
이해기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웃지 못했다.
최요한은 계산이 빠르다. 효율을 중시하는 한현우와 비슷하면서 다르다.
한현우의 효율에 사람의 목숨은 끼지 않는다. 낄 수 없다.
하지만 최요한의 계산엔 사람의 생명이 포함된다.
그는 박마노 몰래 장애물을 치웠고 최요한 사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박마노는 무척 슬퍼했다.
하지만 박마노를 가장 슬프게 한 일은 따로 있었다.
최요한은 에서 패배를 확신하자 인벤토리의 모든 물품을 빼낸 후 자살했다.
박마노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실로 터무니없는 과잉 충성이었다.
그의 신속한 자살 덕분에 박마노가 살 수 있었지만 박마노는 차라리 끝까지 싸우다 같이 죽는 쪽을 원했을 것이다.
전직이 아니라 현직 암살자(공무원 겸직 중)가 동생 옆에 붙어 있는데 어찌 웃겠는가.
‘무급으로 뛰니까 암살은 취미라고 쳐야 하나.’
입가를 가리고 대화하던 시연실 밖의 남녀가 바짝 붙었다.
박마노는 즐겁게 웃었다.
“우와, 진도 빼나?”
“우리도 나가죠.”
“방해하러 가는 거야? 기회 좀 주라니까?”
이해기는 고개를 젓고 시연실 문고리를 잡았다.
터무니없이 오만한 상사와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과잉 충성한 부하.
말로만 들었던 천벌 콤비를 직접 보고 이해기는 새삼 각오를 다졌다.
최요한은 안 된다. 눈에 흙이 들어와도 안 된다!
이해기는 최요한에게 어깨를 붙잡힌 동생을 일으켜 세웠다.
“밥 먹으러 가자!”
세상에 이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듯 이해기가 이보배를 떠밀었다.
이보배는 얼떨떨해하면서도 순순히 앞으로 걸었다.
“너도 가자.”
박마노가 가만히 있는 최요한을 불렀다.
최요한은 멀어져 가는 이보배를 보다 발을 뗐다.
예상했던 것보다 갈 길이 멀었다.
* * *
박마노가 안내한 식당은 소풍 장소인 산 아래에 있었다.
넓은 주차장엔 차가 빽빽하게 세워져 있고 식당에도 손님이 버글버글했다.
‘좀 외지지 않나.’
언제 어디서 균열이 생성될지 모르는 요즘 같은 시대에 외진 곳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것이 이상했다.
박마노는 이 정도면 나아진 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