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04)
504화. 아래층에서의 변수 (1)
점멸하는 상태창.
[중간 관리자 ‘릭 헤네시’로부터 통화 요청이 왔습니다.]요즘 들어 좀 뜸하다 싶었는데.
릭이 말을 걸어왔다.
평소라면 반갑게 맞아줄 테지만…….
어째서인지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
상급 관리자 중 하나가 자리를 내려놓게 된 시점에서 기다렸다는 듯 연락이 온 거였으니까.
그래도.
‘재밌네.’
흥미로운 미끼라는 건 확실했다.
상태 메시지와 함께 멋들어진 중년의 신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후. 강진혁 플레이어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릭이 중절모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이야, 어쩐 일로 이렇게 연락을 다 주시고…….”
“안부 인사도 할 겸 겸사겸사 연락 드렸습니다. 꽤 흥미를 가지실 만한 소식도 있고 해서요.”
“그건 좀 기대되네요. 어떤 겁니까?”
진혁이 표정을 가다듬었다.
“내일 밤에 탑에 있는 모든 관리자들이 모일 예정입니다. 각각의 관리자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거주자분들과 함께 말이죠.”
탑에서 꽤나 높으신 분들이 죄다 모인다는 뜻.
심지어 모든 관리자들이라고 했으니 아직까지 직접 만난 적 없는 상급 관리자들까지 볼 수 있다는 소리다.
과연…….
릭이 흥미롭다고 한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거주자들이 모이는 곳이라 했는데, 제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건. 플레이어도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겠군요.”
“정확히 꿰뚫어보셨군요. 맞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강진혁 플레이어님을 초대해서 데리고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렇다면야 감사하지만, 흐음. 왠지 릭 씨라면 이런 일을 공짜로 해주시진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드네요?”
“후후후. 뭐, 어려운 건 아니고 그저 가벼운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시면 됩니다.”
“일단 들어보죠.”
“이번 회의에서 상급 관리자 한 명을 새롭게 뽑을 예정입니다. 오래 전부터 활동하셨던 원로 관리자 한 분이 이번에 은퇴를 하시게 됐거든요.”
은퇴 자리를 매꾼다라…….
아직, 하스팅이 몰락한 건 모르는 모양이다.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거나.
“해서 말인데, 제가 새로운 상급 관리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십쇼.”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좋은데, 그건 너무 과대평가인 것 같은데요.”
“전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가치를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값도 제대로 치르는 성격이죠.”
우우웅!
릭의 손바닥에 보라색 빛을 띤 상자가 나타났다.
가운데 새겨진 건 집게발로 모래 시계를 물고 있는 전갈이었다.
[‘엔덴트므 사막의 전갈 박스’ – 보라색]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최상급 복원용 아이템으로 파괴되거나 망가진 아이템을 고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단, 고치려는 아이템의 상태나 등급에 따라 복원 확률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손엔 황금빛과 남색빛이 도는 보석으로 만든 화려한 망치가 나타났다.
입수 난이도: SSS
내용: 엔두인이 100년간 사용했던 전용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대장장이의 실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줍니다. 절대 판정의 파괴 불가 속성이 부여되며 화속성 스킬과 함께 사용 시 성유물 제작 성공률이 13%만큼 상승됩니다.
무려 보라색 등급에 해당하는 복원 아이템과 전설의 대장장이 ‘엔두인’이 사용했던 망치 ‘필그리미지’다.
“컥……!?”
순간, 진혁이 숨을 하도 크게 들이마시다가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 정도로 지금 보여준 아이템은 사기적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오룬에게 이 2개 아이템들을 준다면,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고쳐줄 확률 역시 올라갈 테니까.
‘이걸 쓰고도 실패한다면 대장장이 자격이 없지.’
대장장이 자격이 없다면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있을 이유도 없다.
탑에 있는 소중한 산소를 낭비할 이유 또한 없어질 테고.
“반응을 보니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군요.”
“크흠. 흠흠. 뭐 아주 약간. 개미 뒷다리만큼 마음에 들긴 하네요.”
마음에 들다 뿐이겠는가.
이걸 준다면 상급 관리자의 목이라도 쳐줄 수 있다.
“마침, 관리자분들이 모이는 자리가 궁금했는데 잘 됐네요. 어떤 거주자들이 올지도 궁금하고요.”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뵌 다음에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초대장은 총 4장을 준비해뒀으니 원하시는 분들을 함께 데리고 오셔도 됩니다.”
[‘화상 통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아공간 인벤토리에 ‘초대권 4장’이 지급되었습니다.]릭이 그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약속 시간은 내일 밤 12시.
그때까지는 자유다.
그 전에…….
모든 일을 끝마친 진혁이 슬쩍 리어퀸 쪽으로 다가갔다.
“오오. 그래, 인간이여. 그대를 믿고 따라서 정말 다행…… 응?”
양 팔을 벌려 환영하던 리어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키에에?”
“크오오?”
지켜보던 블랙 카이저들과 블랙 레타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환하게 웃으며 다가간 진혁이 여왕의 목에 단검을 갖다 댔으니까.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이 동굴 어딘가에 있는 씨앗을 좀 찾아줘야겠어.”
북유럽 신격들이 부탁한 위그드라실의 복원을 위해서도.
그리고 리어퀸의 ‘산성 더듬이’ 능력을 복사하기 위해서도.
인질극이란 놀이는 반드시 필요했다.
⁕ ⁕ ⁕
시련의 탑에서 나온 것은 그로부터 12시간이 흐른 뒤였다.
한국 각성자 협회에서 마련해준 특수 훈련실.
“빌……어먹을.”
샤워를 막 끝낸 천유성이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넘겼다.
진혁의 말도 안 되는 인질극과 아우슈비츠에 버금가는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시간.
덕분에 12시간 동안 고강도 노동에 혹사당해야만 했다.
지네 종족뿐 아니라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소속된 모든 인물들과 정령수들까지 말이다.
특히 리어퀸은 허리디스크에 걸릴 정도로 몸이 아작이 나버렸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을 해댈 정도였으니, 지난 시간이 어땠는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플 것이다.
“크, 크흠! 우리 검성 많이 화났어?”
진혁이 바나나 우유를 조심스레 건네며 눈치를 살폈다.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냐? 우리가 네놈 몸종도 아니고…… 아직까지도 땟국물이 빠지질 않는다.”
살기가 가득 담긴 눈빛.
이거 언제 칼을 뽑아도 이상하지 않다.
“나도 다들 고생한 거 잘 알지. 그래서 이렇게 초대장도 가져왔잖아?”
릭에게서 받은 초대장은 총 4개.
그 중 하나는 천유성의 몫이었다.
더욱더 위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알게 된 이상, 이번 관리자 회의를 포기할 순 없을 터.
“후우…….”
천유성은 마지못해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혔다.
“그래그래,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어. 돌쇠야.”
“그렇게 부르지 말란 말이다!”
“내기에서 내가 이겼으니 어쩔 수 없지. 그보다 슬슬 시작해 보자고.”
척.
진혁이 아공간에서 단검을 꺼냈다.
“훈련 따위보다는 승부를 내고 싶었는데…….”
“에헤이. 넌 꼭 모든 걸 목숨 걸고 하려고 하더라.”
이번엔 검술과 스킬들을 접목해 둘의 시너지를 끌어 올리는 게 주목적이다.
싸움에 미친 누구처럼 생사결의 칼부림을 해대는 게 아니라.
“쳇. 어쩔 수 없지.”
천유성이 마지못해 류화를 꺼냈다.
녹색빛의 검신을 따라 강기가 피어올랐다.
진혁 역시 ‘세계의 기억’을 불러왔다.
‘여왕의 더듬이라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 정도는 되지.’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독 계열 능력 중에서도 최상위에 랭크된 1개의 고유 성창과 3개의 고유 능력.
그 가운데 1개를 융합할 수 있을 것이다.
진혁이 리어퀸으로부터 복사한 ‘산성 더듬이’와 ‘멸천만독’. 그리고 ‘바람의 영역’을 선택했다.
우우우웅!
눈부신 빛이 일어나며 세 개의 능력이 하나로 합쳐졌다.
[융합에 성공했습니다!]고유 능력 ‘포이즌 로드’
입수 난이도: SSS
내용: 모든 독에 관한 이해도가 700%만큼 증가합니다. 또한 유형화된 독을 다룰 수 있게 되며, 각종 무기에 독을 덧씌우는 것 또한 가능하게 됩니다. 해독에 관한 지식도 대폭 업그레이드됩니다.
새로운 능력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독은 상대에 따라 사용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있을 터.
‘만능형 공격 스킬도 하나 뽑아둬야 해.’
복사한 능력들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선택지 역시 대폭 늘어났다.
진혁이 세계의 기억에서 또 다른 능력을 불러왔다.
‘태초의 불꽃’과 고유 성창 ‘페이즈 2’ 그리고 군타페르로부터 훔쳤던 스킬서에서 ‘온기 보존’과 ‘불타버린 잿가루’를 선택했다.
“후우우…….”
진혁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완벽한 재료에 의한 융합이야 그리 어렵지 않다.
조합 공식대로 능력들을 모은 다음 마력 배분만 신경 쓰면 됐으니까.
그러나, 지금처럼 차선책들을 이용한 조합은 그 난이도가 대폭 올라간다.
순식간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각각의 스킬들이 보유한 마력 회로를 다른 스킬들과 정교하게 이어붙이는 과정.
정밀 외과 수술에 버금가는 기교를 오롯이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마침내.
[융합에 성공했습니다!]고유 능력 ‘카스카 디아슬라브’
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불꽃을 태워버리는 마그마. 지각판 아래 존재하는 마그마를 다룰 수 있으며, 보유한 모든 공격 스킬의 효과가 10%만큼 상승시킵니다. 화염 계열에 대한 저항력이 1,000%만큼 상승합니다.
[융합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SSS랭크와 측정 불가 등급의 능력 두 개를 손에 넣었다.
어디…….
한 번 시험해볼까?
마침, 딱 좋은 연습 상대도 눈앞에 있다.
진혁의 입꼬리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동시에 엄청난 마력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쿠쿠쿠쿠쿠!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는 검강.
이번엔 천유성이 흠칫 몸을 떨 차례였다.
“훈련을 하자고…… 한 거 아니었나?”
“그랬지. 다만, 훈련은 실전 같게 하라는 명언도 있잖아.”
화르륵!
왼쪽의 바너드에 짙은 독운무가 일어났다.
쿠쿠쿠쿠!
오른쪽의 홍련엔 붉은 마그마가 맺혔다.
“유성아. 그럼, 잘 부탁할게.”
⁕ ⁕ ⁕
콰콰콰쾅!
쿠우우우……투콰아앙!
내벽이 모조리 박살나며 검은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마그마와 독기로 인해 내부는 초토화가 된 지 오래였다.
그리고 자욱한 연기 속.
“유성아아. 어딨니? 노오올자.”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꺼져라. 이 악마 같은 놈아!”
제아무리 천유성이 독종이라 해도 꼬리를 말 만큼 지독한 술래잡기가 이어졌다.
“역시, 계약자는 강하구나.”
엘리스가 노란 빛깔의 트로피카 음료수를 입안 가득 흡입했다.
상큼한 과일 향이 퍼지자, 두 눈에 스파크가 튀어올랐다.
“오오오! 짐의 입 안에 여름이 찾아 왔느니라.”
꽤나 취향을 저격한 모양이다.
거기에 멜론을 가득 올린 우유빙수 역시 완벽한 맛을 자랑했다.
“유성 씨도 노력하고 있긴 한데, 역시 아직 역부족이네요.”
테레사는 고급 홍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두 사람이 피터지게 싸우건 말건. 관람석에 있는 이들은 현대 문물을 마음껏 즐기기 바빴다.
약속한 시간이 되기까진 아직도 10시간 이상이 남았기에 그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려는 계획에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어?”
“이 마력은……?”
디저트를 즐기던 엘리스와 테레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게이트가 활성화됩니다.]시험장 한가운데 게이트가 열렸다.
익숙한 마력.
꼬리 아홉 개를 가진 안드리아가 비틀대며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