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9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19화 –
“이건 말도 안 돼!”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던 세드릭이 비명처럼 외쳤다. 그러면서 다시 달려들어 왔지만, 악시온이 내게 쏘아 냈던 보라색 기운이 만든 반투명한 막에 막혔다.
“으윽. 빌어먹을 루벤…….”
세드릭이 이를 가는 동안, 나는 살짝 헐렁해진 옷자락을 내려다보며 눈을 끔벅였다. 몸의 균형이나 감각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든다.
아이들을 두 팔에 안은 채로 내 눈은 본능적으로 거울을 향했다.
“……!!”
그리고 발견했다.
과거 질리도록 마주했던 한 여자의 얼굴을.
놀라 희게 질린 여자의 눈은 동양인치고 옅은 갈색이었고, 머리카락은 애쉬 블론드로 염색한 그대로였다. 뿌리염색을 할 시기가 지나 검은 머리카락이 뚜렷하게 보이는, 이곳에 오기 직전의 바로 내 모습.
‘맙소사……. 지금 내 원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간 건가?’
세드릭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잠시 잊을 정도로 큰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이렇게 갑자기 모습이 변해 버리다니. 어째서?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던 때.
콰아앙!
“윽!”
커다란 소리와 함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황급히 세드릭이 있는 쪽을 보았다. 세드릭이 불러낸 게 분명한 커다란 검은 기운이 우리를 향해 쏘아져 오고 있었다.
방금 전의 충격은 그 기운이 악시온이 만들어 낸 불투명한 막에 부딪히며 생긴 것인 듯했다.
“으으…….”
품에 안겨 있던 악시온이 막이 흔들릴 때마다 앓는 소리를 냈다. 아이가 세드릭의 기운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대로라면 위험해!’
지금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악시온이 날 구하기 위해 무리하고 있다는 것.
나는 아이들을 끌어안은 채 황급히 퇴로를 찾기 시작했다.
‘어디로, 어디로 빠져나가야 하지?’
세드릭의 뒤편에 내가 들어온 문이 보인다.
“그럼 그때 만난 여자가…….”
문 앞에 선 세드릭이 연신 검은 기운을 만들어 내며 이상한 말을 중얼댔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까와 달리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은 모양새다. 그걸 증명하듯 세드릭의 눈은 흐릿하게 풀려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의식하지 못하는 듯 검은 기운은 이상한 곳에 가 부딪히기 시작했다.
악시온의 앓는 소리가 끊겼다.
“그럼 그쪽으로 가지 못하게…….”
지금이다. 그가 홀로 중얼대며 제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나는 슬금슬금 움직여 그의 옆으로 빙 돌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문이었다.
타닥!
문이 가까워지자, 나는 아이들을 끌어안은 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막 문이 눈앞에 다가왔을 쯤, 강한 충격이 몸을 강타했다.
콰앙!
“으윽!”
“어딜…… 가는 거야, 실리아?”
젠장. 그사이 회복한 모양인지, 세드릭이 말끔해진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잖아.”
세드릭이 싱긋 웃었다.
“아무래도 신이 날 돕고 있는 게 분명해. 실리아가 그 여자였다니. 그리고 그걸 내가 가장 처음으로 알게 되다니. 분명 그도 내 영생을 돕고 있는 게 틀림없어.”
“…….”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줄 시간이 없었다. 이 문을 지난다고 해도, 계단이 모두 무너져 내려 발판 따위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만 벗어나 아래로 떨어진다면…… 어떻게든 아이들을 내 품에 안고 떨어지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왔음에도 힘은 그대로인 것 같고. 운이 좋으면 다자르가 구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이대로 세드릭에게 붙잡히는 것보다 지금 이 방법이 아이들을 구할 확률이 높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이 드는 순간, 결단은 빨랐다.
재빨리 문고리를 잡고 훅 밀었다.
“멈춰!”
뒤에서 세드릭이 날 부르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감각이 뒤따랐지만, 나는 문을 밀치고 나가는 동시에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내 품에 꼭 끌어안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최대한 아이들에게 충격이 덜 가게 해야 했다.
빠르게 추락하며 맞부딪힌 공기가 아프게 뺨을 할퀴었다. 그 와중에도 눈을 부릅뜨고 아래를 보았다. 다자르. 다자르가 분명 아래쪽에…….
“아……! 다자르!”
보인다.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필사적으로 내 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남자가. 지금 이 상황이 정말 위급하긴 한 모양인지, 그의 얼굴은 구깃구깃 구겨져 있었다.
“나! 나예요! 저, 실리아예요!”
그가 내 변한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 거라 생각한 나는 재빨리 외쳤다. 다자르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란 얼굴이었지만, 작게 무어라 중얼대고는 급히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실타래 같은 하얀 기운이 빠른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와 다자르가 점차 가까워지고, 하얀 기운이 내 몸을 감싸 안으려던 바로 그때였다.
콰득!
“악!”
누군가 내 몸을 뒤에서 낚아챘다. 추락하던 몸이 갑자기 잡아당겨지며 큰 충격이 내 몸에 꽂혔다. 아무리 강인한 몸으로 되살아날지라도, 갑작스레 허리가 꺾이는 충격은 고통스러웠다.
거기다 뭔가 뜨끈한 감각이 배에서 느껴진 것도 같았다. 그때 나를 뒤에서 낚아챈 이가 이를 갈며 말했다.
“내가 널 이대로 보낼 것 같아? 실리아.”
날 낚아챈 이는 세드릭, 그였다. 나는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재빨리 품에서 아이들을 놓았다. 우선 이게 급했다.
“다자르. 아이들을 받아 줘요!”
아이들만 무사하다면, 내 1순위 목적은 이루는 것이었다.
“마마-!”
악시온이 내 품에서 떨어지면서 비명처럼 날 불렀다. 고사리같이 작은 손이 필사적으로 날 붙잡기 위해 파닥였지만, 중력에 속절없이 끌려 내려갔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행히 다자르의 품 안에 안착했다. 아이들을 끌어안은 채로 다자르가 버럭 외쳤다. 그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희아!”
배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에 손을 그쪽으로 천천히 짚어 가던 나는 다자르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어? 다자르가 내 원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러고 보니 다자르는 내 변한 모습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내가 다른 이일 거라고 의심하는 것 같진 않았다.
마치 내가 원래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말이다.
상황에 맞지 않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세드릭이 킥킥대며 중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의지로 목숨을 바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 반쪽짜리라도…… 루벤은 루벤일 테니까.”
곧 내 손이 배에 닿았다.
뜨겁고 축축한 게 느껴진다. 눈을 아래로 내리니, 검붉은 액체에 가득 물든 옷자락이 보였다. 그리고 길게 튀어나온 칼날도.
아까 날 위협하던 바로 그 단도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나 지금 배에 칼을 맞은 거구나.
“희아-! 안 돼-!!”
분명 다자르는 멀지 않은 곳에 있을 텐데, 왜 이렇게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을까. 점차 아득해지는 정신으로 생각했다.
흐려져 가는 시야에 다자르의 주변으로 온갖 하얀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게 보였다. 그는 정말 절박해 보였다.
그가 저렇게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는 건 처음 봐서, 상황에 맞지 않게 푸스스 웃음이 나왔다.
“뭐야. 바보같이…….”
내 아이나 잘 키워 줘요. 속으로 그렇게 중얼대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온몸에 탈력감이 느껴졌다. 이 감각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과거 이희아로서 생을 마감했을 때. 그때 느꼈던 감각이다.
“악시온…….”
우리 아이가 잘 크는 걸 보고 싶었는데.
미안…….
그렇게 읊조리며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 * *
“흐흑…….”
이게 어디서 들리는 울음소리지?
흐릿한 정신으로 콕콕 박히는 울음소리는…….
악시온의 울음소리인 걸까?
악시온……?
“악시온!”
눈을 번쩍 떴다. 낯선 천장이 보인다.
낡아 빠진 나무판자로 대충 얼기설기 엮어 만든 듯한 천장이다. 나는 눈을 두어 번 끔벅이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핑- 머릿속이 빙글 돌았다.
“윽…….”
악시온. 악시온은 어디에 있지?
머리가 아픈 걸 무시하고 가까스로 눈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악시온……?”
다섯 살 정도 되었을까? 꼬마 아이 하나가 나와 조금 떨어진 구석에 몸을 둥그렇게 말고 있는 게 보였다.
그사이 악시온이 좀 더 성장한 걸까? 아까 전에 악시온이 갑자기 성장했던 나이대보다 좀 더 커 보이는 아이였다. 바닐라와 비슷해 보인다고 할까.
“훌쩍…….”
소년은 내 목소리에 놀란 것인지 경계가 섞인 몸짓으로 파묻고 있던 얼굴을 살짝 올렸다.
이 어두운 곳에서도 확연히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가 슬그머니 드러났다.
나는 깨달았다. 이 아이는 악시온이 아니었다.
허탈함과 함께 두려움이 밀고 들어왔다. 잠깐. 나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아이들은 무사한 거야? 세드릭은 어떻게 된 거고.
“……너도 잡혔어?”
그때 불현듯 아이가 물어왔다.
“너도 혹시 초월자야?”
잠깐. 초월자냐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초월자……?”
“아니야? 나는 시아스터가의 초월자야. 넌 누구야?”
시아스터가의 초월자……?
내가 모르는 아이가 시아스터가에 또 있었나? 나는 눈을 끔벅이다, 그 아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시아스터가의 상징인 황금빛 눈동자, 결 좋은 검은 머리카락. 곱상하고 수려한 얼굴…….
이 얼굴이 좀 더 성숙하게 변한다면…….
설마…….
“다자르……?”
“어? 나를 알아?”
불안으로 가득하던 소년의 눈에 작게 희망이 샘솟았다. 반대로 내 눈은 크게 흔들리고 있겠지.
맙소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