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2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62화 –
“여기, 아이들이 대기하는 장소는 어디지?”
메인 연회장을 나서 복도에 들어선 나는,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던 시종을 불러 물었다.
“아기 영애와 아기 영식들이 대기하는 장소 말씀입니까? 복도 가장 끝 방에 있습니다.”
시종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복도 끝을 가리켰다.
복도는 제법 길었다.
‘이래서 다들 우선 메인 연회장으로 같이 입장한 건가?’
다자르도 바닐라와 함께 연회장에 입장했고, 그 외에 다른 귀족들도 몇몇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당연히 입장할 때부터 나누어 입장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꽤 거리가 있으니 처음부터 떨어뜨려 놓기가 껄끄러웠을 수 있겠다.
‘게다가 다들 아이들을 데리고 서로 인사를 시키는 것 같았어.’
세드릭이 건네준 ‘안식의 장’ 일정표를 보면, 스칼렛 황제가 입장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때에는 연회장에서 아이들을 내보내야 한다고 작게 적혀 있는 거로 보아, 그 전에 아이들을 들여 부모와 함께 서로 인사를 하는 듯했다.
“……괜히 좀 그렇네.”
악시온이 내 아이라는 걸 숨기고 있는 상황에서 함께 데리고 입장할 수도 없었으니까.
마음이 불편해서 인상을 살짝 찡그린 채 복도를 걷던 바로 그때였다.
“아기방에 혼자 있던 애 봤어?”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두 시종이 속닥대는 소리가 들렸다.
“야. 쉬잇. 아기방에 있는 아기들은 다 귀족들이라고.”
“아, 뭐 어때서 그래. 어차피 부모가 연회장에 같이 데리고 가지 않은 걸 보니까, 천대받는 애 같던데.”
아까 본 시종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거로 보아, 연회장에 배치된 시종들인 듯했다.
“하긴, 그렇긴 하지……?”
“알고 보니 여기 시녀 중에 엄마가 있는 거 아니야? 아까 같이 있던 늙은이가 아빠고?”
“엄마를 보려고 몰래 들어온 거라고? 그것참 불쌍하네.”
낄낄. 시종 둘이 서로를 보며 키득댔다.
“아, 그 녀석 때문에 거기서 쉬지도 못했네. 챙김도 못 받을 거면 오지나 말지.”
“네 말대로 시녀가 엄마면 우리랑 같은 처지 아니야? 가서 그냥 확 일러 버릴까?”
“그럴까?”
킥킥.
어느새 멈춘 내 옆으로 두 시종이 슬쩍 입을 다물고 지나쳐 갔다.
“아, 일하기 싫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
“나도! 그 아기 때문에 쉬지도 못했네.”
“그래도 그 꼬맹이 제법 반반하게 생기지 않았어? 머리 색도 블론드 빛이고. 어차피 저렇게 숨길 거면, 우리한테나 넘기지. 그럼 너 아는 형님한테 넘기고 돈이나 벌 텐데.”
나는 그들이 내게서 멀어지는 동안 멀거니 서서 방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건가, 생각에 잠겼다.
저들이 이야기하는 그 아기가, 설마 악시온은 아니겠지. 하하. 그럴 리가.
……라고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악시온이 아닐 리가 없었다. 아기방에 혼자 남아 있고, 머리 색이 블론드라고 했으니까.
“……하.”
마치 누가 불이라도 붙인 것처럼,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화르륵 타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먹이 절로 세게 쥐어지고 이가 아드득 갈렸다.
이대로 저들을 보낸다면 오늘 편히 발 뻗고 못 잘 것 같다.
그들이 그대로 연회장에 들어가기 직전, 나는 급히 몸을 돌려 그들을 불렀다.
“……이봐.”
딱딱한 얼굴로 그들을 부르자, 둘이 놀란 얼굴로 몸을 굳혔다.
직접 얼굴을 마주 보자 머리가 차갑게 식는 듯했다.
여기서 그냥 이렇게 족칠 순 없지.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렸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살짝 긴장한 낯이던 그들은 내가 웃자 안심한 얼굴로 넙죽 고개를 숙였다.
“네. 뭐든 말씀하십시오.”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내가 다시 한번 싱긋 웃자, 내 눈치를 보던 그들도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완전히 마음을 놓은 듯했다.
“아까 미야 백작 영애와 이야기를 나누다 말이야. 귀족 모욕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갑자기 이게 기억이 안 나더라고.”
“……어어, 귀족 모욕죄 말씀이십니까?”
“응. 귀족 모욕죄를 저지르면 어떤 형벌을 받더라?”
둘이 당황한 얼굴로 눈을 끔벅였다.
이곳은 중세 그 어딘가를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에, 신분제가 철저했다.
평민에 불과한 그들이 귀족을 모욕하게 되면…….
“사, 상대 귀족이 벌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최대 사형까지 제안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다. 이 몸도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음. 맞아, 그랬지. 그런데 귀족이 따로 벌을 요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더라?”
다른 시종 하나가 덧붙였다.
“만약 모욕당한 귀족이 벌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속한 영지의 영주가 대신 벌을 내립니다.”
“맞아, 맞아. 그랬지? 아, 아까 이게 기억이 안 나서 미야 영애와 둘이 발을 동동댔다니까?”
발을 동동대긴 했다.
미야 영애의 가냘픈 팔이 내 무쇠 팔에 부딪혀서.
“둘 다 똑똑한걸. 알려 줘서 고마워.”
두 시종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또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아아, 정말 고마워서 그런데, 두 사람 이름이 어떻게 되지?”
둘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가, 씩 웃었다.
그러며 고분고분 답했다.
“저는 비신, 이쪽은 미치입니다.”
아까 전에 악시온을 상대로 이죽대던 이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순종적인 태도였다.
“그렇군. 기억하고 있겠어. 그럼 수고해.”
“옛!”
“네!”
내가 일을 다 보았다는 듯 손을 흔들자, 그들이 넘치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까 세드릭이 건네준 일정표를 봤을 때, 일을 잘하는 시종들을 추천하는 기회도 있다고 했다.
그 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승급을 한다고 했던가.
‘아마 내가 이름을 물어본 이유가 그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희희낙락한 얼굴로 연회장에 향하는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린 듯 짓고 있던 미소를 순식간에 지우고, 악시온이 있는 곳을 향해 척척 걸었다.
조금 있다가 혼내 줄 것이지만, 속이 여전히 매우 불편했다.
복도를 쾅쾅 걸어 아기방에 도착했다.
“실리아 님?”
아기방은 생각보다 컸다.
그 커다란 방에는 칼과 악시온, 둘밖에 없었다.
손장난을 하고 있는 악시온을 안아 든 채 서성이고 있던 칼이 나를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왜 벌써 오신 겁니까? 연회가 종료되고 오실 줄 알았습니다만.”
“악시온이 눈에 밟혀서 그럴 수가 있어야지.”
악시온도 날 발견하고 반가운 듯 손을 쭉 뻗었다.
내게 오고 싶다는 듯 바동거리는 악시온을 더 이상 안고 있기 힘들었는지, 칼이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악시온은 아장아장 빠르게 걸어 내 치맛자락에 푹 얼굴을 묻었다.
“우아!”
악시온이 날 보며 말간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을 보고 있으려니…….
괜스레 마음이 좋지 않다.
내가 아기방에 혼자 두고 간 탓에, 아이를 입양한 걸 숨긴 탓에. 그런 나쁜 녀석들에게 험한 말을 들은 것이다.
“할아범…….”
“예? 실리아 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얼굴이 좋지 않은데요.”
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다. 칼의 따스한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울렁거렸다. 가까스로 꾹 참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우리 악시온. 엄마 마중 나온 거야?”
“우웅!”
아이는 마치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 덕에 뒤로 넘어질 뻔한 아이를 가볍게 붙잡고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추었다.
“우웅?”
아이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툭툭 만져 왔다.
서투른 손놀림으로 눈가와 뺨을 쓸어내리는 악시온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후후.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웃음에 악시온이 꺄아, 하며 따라 웃어 왔다.
이 귀여운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듣게 하다니. 화가 불쑥 났다가, 죄책감이 들었다가,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왔다. 퍽 괴로운 마음이었다.
눈 근처가 뜨거워지는 것 같기도 했다. 눈물은 아니고, 이런저런 감정이 복받쳐서인 것 같았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악시온이 불행한 삶을 살지 않게 만들겠다고 그렇게 다짐해 놓고.
불쑥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단단해졌다.
“마아!”
“실리아 님……? 무슨 일이 없던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옆에서 내 눈치를 살피던 칼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 왔다. 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별일 없어. 그냥, 악시온이 보고 싶어져서 그랬다니까.”
“하지만…….”
나는 걱정 말라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싹싹 쓸고 뺨을 짝짝 가볍게 내려쳤다.
이 둘을 책임지고 있는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나는 악시온을 향해 척 손을 내밀었다.
“좋아. 그럼 이제 가 볼까? 악시온.”
“예? 어딜 가자는 말씀이십니까?”
칼이 당황한 얼굴을 했다.
나는 악시온을 안아 들고 읏차,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딜 가긴. 연회장으로 가야지.”
“네에에? 하지만, 그곳은…….”
“여기 애들이 없는 이유가 있더라고. 몰랐지 뭐야. 칼은 알고 있었지?”
“…….”
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오는 걸 말리긴 했지만, 실리아 님께서 악시온 님과 함께하고 싶으신 것 같아서…….”
칼은 분명 이렇게 될 것을 알고 말렸던 것일 테다. 하지만 내가 거절하고 악시온을 무리해서라도 데리고 왔고.
아이가 이런 대접을 받게 된 건 모두 나 때문이었다.
“나, 지금 에반로아르의 가주잖아. 실베스타인이 없으니까. 그렇지?”
“네, 네. 그렇죠.”
칼이 불안한 얼굴로 내 뒤를 따랐다.
그의 입술이 연신 오물거리는 게, 분명 무언가 걱정의 멘트를 날릴 모양이었다.
아마 남들의 시선에 상처받을 날 걱정하는 거겠지.
“남들 눈치 볼 것 없어. 칼.”
“…….”
“내 인생을 사는 건, 그들이 아니라 나잖아. 그들 눈치를 봤으면 이렇게 행복하게 살지도 못했어.”
이 몸의 기억을 살피다 보면, 항상 느껴지는 감정이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 그리고 만족.
“뭐, 나라고 못 하겠어?”
악시온의 미래를 바꿔서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아 주겠어. 악시온과 함께.
나는 악시온을 안고 힘차게 연회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