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7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87화 –
“꺄아. 가족여해애앵! 시온, 신나지? 웅?”
“우아!”
바닐라는 잔뜩 신이 난 듯했다. 해맑게 웃는 얼굴로 악시온의 손을 잡고 연신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덕분에 바닐라를 안은 다자르의 얼굴은 썩어 가고 있었지만.
“가족여행! 가족여행! 바닐라 마음이 두근두근해!”
“두아! 두아!”
바닐라가 발을 동동 구르자 따라 하는 건지, 악시온이 발을 작게 굴렀다. 그 모습이 또 퍽 귀엽다. 악시온을 안고 있는 나는 그 발에 맞아 조금 아프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 우리 악시온. 누나랑 같이 여행 간다고 하니까 신이 났구나?”
“우아!”
악시온이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방긋 웃었다. 아이구, 귀여운 내 새끼. 마주 웃어 주려는데, 뚱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가지?”
바로 옆에 서 있던 다자르의 목소리였다. 그가 내 쪽으로 손을 쓱 내밀었다.
“언제까지 여기 서 있으려는 거야?”
“사람 성격이 왜 이렇게 급해요? 여행 전에 여유를 만끽하겠다는데.”
“그거 아니잖아.”
“네?”
다자르가 고개를 삐딱하게 돌리며 말을 이었다.
“나랑 손잡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거 참, 바닐라하고는 잘만 잡더니만. 사람 차별이 심하다고 생각 안 해?”
“제, 제가 언제 차별을 했다고 그래요? 그리고 손잡기 싫어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이 바늘에라도 찔린 듯 콕콕 쑤셔 왔다.
‘눈치는 빨라서.’
지금 우리는 작은 공터에 서로를 마주 보며 서 있었다. 나는 악시온을, 다자르는 바닐라를 안은 채로.
이곳에서 바로 그 비밀 섬에 날아갈 예정이었다.
‘네? 배를 타는 게 아니라고요?’
‘거긴 해류가 심해서 배를 타고 갈 수는 없는 곳이야.’
‘아. 해류…….’
실베스타인의 정보원이었던 그 일꾼도 배가 난파되어서 우연히 도착했다고 했었지. 그 섬 자체가 접근이 어려운 곳인 모양이었다.
‘그럼 거길 어떻게 가요? 날아서…… 가나?’
이곳 세계관에서 날아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법으로 텔레포트 하는 방법도 있었고. 하지만 다자르는 섬에 자신이 걸어 둔 결계가 있어 어떠한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니 그럼 대체 어떻게 간다는 거야? 라고 생각하던 내게, 답을 주지 않은 채 일단 출발할 준비를 해서 이곳에 오라고 한 그는.
“그러니까 잡으라니까?”
아까부터 제 손을 잡으라고 성화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서로의 손을 잡은 상태로 다자르가 ‘공간을 찢겠다’는 소리였다.
공간을 찢을 때 다자르와 접촉한 상태로, 그가 허락하면 함께 이동할 수 있다나 뭐라나.
“……흠흠.”
하지만 바로 전날 그와 미묘한 이벤트를 겪은 나는 괜스레 그의 손을 잡기가 껄끄러웠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그때 그 코앞의 황금빛 눈이 오버랩 된달까.
어제는 자는데 커다란 황금빛 눈이 둥둥 떠날 쫓아오는 꿈을 꿨다.
“그럼 안 갈 거야? 뭐, 그 노집사도 갑자기 못 가게 되었는데. 둘이 사이좋게 저택에 남든가.”
다자르가 손을 거둬 가며 휙 고개를 돌렸다.
“앙대! 가치 가야대! 가족여행이란 마리야!”
그러자 바닐라가 빼액 외치며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재빨리 손을 뻗어 어색하게 들려 있던 내 손을 휙 잡더니 다자르 쪽으로 이끌었다.
엇 하는 사이 내가 마치 그를 도망가지 못하게 막은 듯한 자세가 됐다. 나는 입술을 꾹 물었다.
“가요, 가. 간다니까요.”
에잇. 모르겠다.
나는 어쩐지 내 것이 아닌 양 어색하게 느껴지는 손을 다자르에게로 뻗어 조심스레 붙잡았다.
손이 워낙 커서 그런지, 어린애가 어른 손을 붙잡은 양 쥔 자세가 어딘가 어색했다. 그러자 다자르가 다시 제대로 잡아 왔다. 그도 어색함을 느꼈던 모양이었다.
‘손이 정말 크네.’
가끔 보면서 느끼긴 했지만 지금 보니 유독 크고 기다래서, 참 예뻤다.
‘아니, 예쁘긴 뭐가 예뻐.’
어제부터 내 상태가 뭔가 메롱인 모양이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다자르를 흘겨보았다.
내 마뜩잖은 얼굴을 본 다자르가 짓궂은 미소를 흘리며, 어딘가 음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 가자. 가족여행.”
“가……!”
물론 섬에 가야 하니 바닐라가 가족여행을 가자고 한 것을 속으로 응원하긴 했지만! 당신과 정말 ‘가족여행’을 갈 생각은 없다고!
하지만 가족여행은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고 외치려던 내 시도는, 이어진 기이한 감각에 무산되고 말았다.
눈앞이 검게 점멸했다.
‘앗…… 근데, 모로카닐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도 되는 건가……?’
분명 다자르의 감시역으로 왔다고 했는데.
나는 점멸하는 세상 속에서 생각의 끈을 툭, 놓았다.
* * *
“두리가 부부야! 시온이눈 내 동새앵!”
“으응……. 그래?”
가족여행은 개뿔,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마음속에서 연신 외치고 있었지만.
시아스터가의 비밀 섬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이, 바닐라의 부탁으로 우리는 해변가에 와 있었다.
……소꿉놀이를 위해서.
“이고눈 다자르 꼬야. 부부니까 다자르가 마마한테 머겨죠.”
“……왜 나는 이름이고, 여기는 마마인데? 부부라며. 그럼 파파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다자르가 눈썹을 까딱이며 물어왔다. 얼굴이 퍽 험상궂었지만, 한 손에 모래 놀이를 위한 어린이용 삽을 들고 모래사장 위에 쪼그려 앉은 그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 꼴이 어찌나 웃긴지, 아까부터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열심히 참고 있는 중이었다.
“안냐! 다자르는 다자르야! 바닐라 파파가 아니야!”
다자르의 논리는 완벽했으나, 바닐라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바닐라는 홱홱 고개를 돌리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피력했다.
다자르는 졌다는 듯 두 손을 살짝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알았어. 자. 여기 드시오. 부인.”
그러며 삽으로 모래를 대충 파서 나에게 건넸다. 삽이 스푼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소꿉놀이를 하려는데, 적당한 소꿉놀이용 놀이 세트가 없어서 벌어진 상황이다.
바닐라가 다자르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빼액 외쳤다.
“그게 안냐! 더 예뿌게 말해야지! 남표니는 아내한테 예뿌게 말해야 한다!”
“…….”
“그리고오 이러케 이러케 붙어서 말해야지!”
그러며 바닐라가 꾸욱 다자르를 밀었다. 아무리 초월자인 바닐라일지라도 다자르가 그녀의 힘에 밀릴 일은 없었지만.
“예이, 예이.”
도착하자마자 한참을 소꿉놀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다자르는 이제 포기한 모양이었다. 아까 전까지는 그래도 전의가 있어 보였는데.
그가 바닐라가 미는 대로 다리를 찔끔찔끔 움직여 내 옆으로 다가왔다. 쪼그려 앉은 채로 걷는 다자르는 역시나 웃겼다.
그도 파들파들 떨리는 내 입꼬리를 본 모양이다. 눈을 가늘게 뜨며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웃지 마. 진심이다.”
“크흠!”
그에게서 시선을 최대한 빗겨 보는데, 바닐라가 그를 재촉했다.
“빨리이!”
“부이이인. 드시오. 그대를 위해 직접 키운 채소를 잔뜩 넣은 스튜라오.”
아내를 위해 직접 채소를 키우는, 요리하는 남자 컨셉인가. 한껏 자상한 척 입꼬리를 올린 채 말하는 다자르는 언뜻 보면 꽤 다정해 보였다. 안 어울리게.
나는 고상하게 웃으며 그가 내민 모래를 냠 먹는 척했다. 바닐라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휴우, 합격인가.
잠시 소강상태가 된 사이,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별장을 바라보았다.
시아스터가에 비하면 아담하다고 할 수 있는 별장은, 사람 손이 닿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게다가 이 섬은 마치 봄처럼 따스했고.
‘완전 다른 차원에 있는 느낌이네.’
칼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칼은 요 근래 무리했는지 갑자기 열이 나서, 저택에서 쉬도록 하고 왔다.
‘으으으. 이대로 두 분만 보낼 수는…….’
‘얌전히 푹 쉬도록 해, 칼.’
바들바들 떨리는 손에 붕어즙을 든 채 그리 말하는 칼은 퍽 안쓰러웠다.
우리는 바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다, 석양이 질 쯤 별장으로 들어왔다.
‘첫날은 다들 힘들어서 뻗겠지.’
나는 이 섬에 오기 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플랜을 도착한 바로 그날 밤, 실행하기로 했다.
칼이 못 온 탓에 악시온을 홀로 둘 수 없는 게 신경 쓰였지만 어디서든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법.
악시온이 잠든 틈을 노리면 되지 않겠는가.
우선 이 별장을 몰래 빠져나가는 것부터 시작이다.
‘좋아. 이 복도를 잘 지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악시온이 잘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는 방을 나왔다. 내 방은 복도의 가장 끝이라서, 계단으로 가려면 다자르와 바닐라의 방을 지나야 했다.
꿀꺽, 긴장에 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