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One With Genius DNA RAW novel - Chapter 155
154화.
2001년에 보고된 유전자 FOXP2는 ‘언어 유전자’라고 불렸다.
런던대 신경과학자 파라네 바르가 카뎀 교수팀이 심각한 언어 장애를 보이는 가계도를 조사한 끝에 이 유전자를 찾아냈다.
흥분한 그들은 네이처에 논문을 실었다.
[이 유전자는 인간이 언어를 구사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물론 생물학의 복잡성은 단일 요인이 혼자서 모든 결과를 결정 짓지는 않기 때문에, FOXP2가 다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 능력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이 유전자와 연관되어 있음은 확실하다.
FOXP2는 복잡한 언어 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태아의 뇌조직에서 특히 많이 발현된다.
그러면 태아에게서 언어처리를 담당하는 뇌조직과 혀와 성대, 입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운동 신경 등이 발달되는 것이다.
그럼 FOXP2 유전자는 유일하게 진보된 언어 능력을 갖춘 인간만의 전유물일까?
그렇지 않다. 많은 포유동물들이 이 유전자를 약간 다른 형태로 가지고 있다.
특히 보노보 같은 경우에는 인간의 FOXP2 유전자와 차이점이 유전자 전체에서 딱 한 군데 다르다.
똑같은 자동차의 부품 한 개 바꾼 정도다.
즉.
‘보노보는 언어 능력이 있다.’
1980년 미국의 여키스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태어난 보노보 칸지 (khanzi)는 그 살아있는 증거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학계에서는 유인원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려는 시도가 유행했는데, 본래 피험자는 칸지가 아니라 칸지의 어머니였다.
근데 단어를 가르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어린 칸지가 언어를 깨우쳐버린 것이다.
그 후 연구진은 연구 대상을 칸지로 바꿨다.
그 후 죽기 전까지 이 천재적인 유인원은 무려 3,000개의 단어를 이해하는 데 성공했다.
상형 문자도 아니었다. 사물과 연관 없이 임의적인 합의로 성립되는 상징적인 문자를 그대로 습득한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단어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문장을 쓸 줄 알았다.
칸지는 단어 카드를 모아서 ‘나는 포도를 먹고 싶다.’ 같은 명확한 문장을 만들어 연구자들에게 원하는 바를 전달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큰 돌을 깨뜨려서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어내고 그걸로 밧줄을 자르는 등 석기 시대 인류 수준의 도구 사용 능력도 구사했다.
최종적으로는 장작을 모아놓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마시멜로를 구워먹는 행동까지 보였다.
이쯤 되면 과연 이걸 더 이상 짐승으로 봐도 되는지 혼란스러울 지경 아닌가?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보노보는 멸종 위기종이라는 이유와 더불어 초고도로 발달한 지능을 가졌고, ‘너무 인간 같다’는 이유로 실험 동물에서 제외됐다.
‘근데 심지어 조현병까지 앓는 개체들이 있는 줄은 몰랐지.’
류영준은 사무실 전화를 들어 에이젠의 연구 지원 센터로 연락했다.
올해 들어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전화를 했더니 이제 담당자들이 류영준의 목소리를 다 알았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담당자가 물었다.
“실험동물자원 센터로 연결해주세요.”
-네,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잠깐 신호음이 울린 후에 실험동물자원 센터의 담당자가 전화를 넘겨받았다.
-실험동물자원 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녕하세요, 에이바이오 류영준입니다. 혹시 보노보를 좀 구할 수 있을까요?”
-보노보요?
예상은 했지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네. 그냥 보노보 말고 조현병을 앓는 개체로 구해야 합니다.”
-네에?
“물론 조현병에 걸렸다는 걸 확신할 방법은 없으니까, 정신병적인 행동 양상을 보이는 개체가 있으면 전부 얘기해주시면 되는데요. 그 다음에는 제가 직접 확인해보면 되니까요.”
-어……. 선생님, 죄송하지만 저희가 보노보는 갖고 있지 않아요.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에이젠도 보노보를 가지고 실험을 많이 했을 테고, 지금도 침팬지는 데리고 있잖아요? 보노보를 수입하던 때에는 어떤 경로로 구했었는지 찾아봐주실 수 있나요?”
-……. 잠깐만요. 이따가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담당자가 전화를 끊었다.
그동안 수많은 실험들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그게 무엇이든 막힘없이 척척 구해다 주던 실험동물자원 센터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이번에는 쉽지 않았다. 그 정도로 입수 난이도가 높은 실험 자원이다.
하지만 공급원이 어느 나라의 어느 기구인지만 알면 그 다음은 알아서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뚜르르르
잠깐 기다리자 사무실로 다시 전화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실험동물자원 센터입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저희 LMO (Living Modified Organism) 수입 관련해서 운반관리 대장이나 인보이스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요.
“네.”
-아프리카 콩고에서 수입했던 걸로 나와 있습니다.
“콩고요?”
-네. 콩고 민주공화국의 살롱가 국립공원에서 보노보를 보호하고 있는데요, 그쪽에서 수입했던 것 같습니다.
“실험동물자원 센터에서 다시 그쪽에 연락해서 구매할 수는 없을까요?”
-음…….
담당자가 난처한 듯 목소리를 깔았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류영준은 박주혁을 사무실로 불렀다.
보노보의 실험 결과물을 토대로 식약처를 압박할 수 있는 다른 전략이 더 필요했다.
“식약처 그 놈들 완전 미친놈들 아냐?”
박주혁은 류영준의 얘길 듣고 어이가 없다는 듯 분개했다.
“미국에서 선례가 나오지 않으면 시작을 안 하겠다니, 미국에서 선례가 나오면 그 약이 미국 거 되는 건데.”
“전형적인 공무원의 면책을 위한 회피야. 근데 솔직히 이해는 돼.”
“왜?”
“그 정도로 이 기술이 좀 많이……. 황당한 방법이거든.”
“그 정도냐?”
“응. 하지만 난 여기에 확신이 있어. 그리고 세계 인구가 70억이라면, 그 중에서 무려 7천만이 고통 받는 질병이야. 보노보에서 성공한다는 증거가 충분히 나온다면, 임상까지 밀어붙일 가치가 있어. 식약처와 좀 다투더라도.”
“흠.”
박주혁은 다리를 꼬고 고민에 잠겼다.
“허가 전에 임상 시험 받을 환자부터 물색해볼까?”
뚜르르르르
전화가 울렸다. 실험동물자원 센터다. 아마 비서실에서 유송미가 통화 후에 이쪽으로 돌려준 전화일 것이다.
“네, 류영준입니다.”
류영준이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 실험동물자원 센터 담당자 이지영인데요.
“네.”
-아까 말씀해주셨던 보노보 수입 건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제가 콩고 살롱가 국립공원 측에 연락해봤는데 지금은 보노보 수출이 안 된다고 하네요.
“수출이 안 된다고요?”
-네. 콩고 정부에서 보호 동물로 지정하면서 수출을 막았다고 합니다.
“그럼 제가 직접 구하겠습니다. 그쪽 담당자 연락처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 잠시만요.
타다닥,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지금 대표님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담당자 연락처랑 옛날에 수입할 때 썼던 인보이스 자료 포함해서 몇 개 보내드렸어요. 더 궁금하신 점 있으면 언제든 전화주세요.
담당자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근데 보노보가 정부 차원에서 수출이 금지되어있다고 하는데 받으실 방법이 있는 건가요?
“아, 뭐…….”
-잘 되면 나중에 실험동물자원 센터에도 가르쳐주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류영준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박주혁에게 대강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서 나 콩고 좀 다녀와야겠다.”
류영준이 박주혁에게 말했다.
박주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젠 국내에 있는 시간보다 해외에 나가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네.”
“같이 갈래?”
“난 여기서 임상시험 밀어붙일 방법 연구하고 있을게.”
박주혁이 말했다.
“좋아.”
“근데 정부에서 수출을 막았다는데 뭘 어떻게 하려고? 방법이 있어?”
“이걸 써보려고.”
류영준은 지갑에서 금색 배지 하나를 꺼냈다.
“뭔데 그게?”
“옛날에 제이미 앤더슨이 준 선물이야. GSC (Great Scientist Club)의 배지.”
***
류영준은 GSC 홈페이지에 들어간 다음 배지를 열어 보안 카드를 꺼냈다.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보안 카드와 유사한 방식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GSC의 경우에는 회원이 100명 뿐이라는 것.
류영준은 GSC 홈페이지에 아이디를 만들고 보안 카드를 입력해서 인증을 마쳤다.
하지만 본인 인증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세계 각국 정부나 주요 기관들에게 과학 자문을 해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과학자 클럽이다.
GSC의 인증 절차는 조금 더 직접적이고 엄밀했다.
GSC에서 직접 사람이 왔다.
정확히는 한국 지부에서 찾아온 것이다. 한국인인 그들은 류영준의 인증을 도와주면서 굉장히 즐거워했다.
“사실 한국 지부는 외국인 과학자들이 한국에 방문해서 여러 가지 도움을 요청하거나 할 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밖에 못했어요. 그동안에는요.”
GSC 담당자가 류영준의 인증 처리를 마치면서 말했다.
“이제는 류 대표님이 GSC 회원으로 들어오셨으니 우리도 좀 어깨 펴고 다닐 수 있겠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GSC 담당자들이 떠난 후, 류영준은 홈페이지에서 아프리카에 있는 GSC 멤버를 탐색했다.
미셸 느자보.
보스턴 대학교 의대에서 교수직을 하다가 고향인 콩고로 돌아간 사람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잠깐 가르치다가 지금은 콩고 정부의 보건복지부에서 일한다.
류영준은 미셀의 GSC 계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오는 데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미셀입니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콩고에 오시면 연락 주십시오. 원하는 보노보를 맘껏 골라서 가져가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3일 후 류영준은 콩고 킨샤사에 있는 은질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미셀과 정부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왔다. 미셀을 60 쯤 되어보이는 중년의 여성이었다.
“보노보를 직접 보고 데려가겠다고 하셨죠? 정신병적인 상태인 개체들로 골라서?”
그녀가 물었다.
“맞습니다.”
“근데 공원 방문 일정을 오늘 오후로 잡으셨더군요.”
“먼저 공원에서 볼일부터 본 후에 호텔 가서 쉴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같이 가실까요?”
미셀을 가져온 리무진에 류영준을 태웠다. 그들은 약 2시간 거리를 달려서 살롱가 국립공원으로 이동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국립공원의 안전 요원들과 가이드가 말했다.
그들은 사파리 투어 차량 같은 자동차 세 대로 류영준과 미셸 등을 옮긴 후 직접 차를 몰았다.
건조한 초원 지대를 지나 얼마간 달리자 작은 숲이 나타났다.
보노보 보호구역이다. 이곳에 약 1만 5천 마리의 보노보가 천여 개 집단으로 나뉘어져 살고 있다.
류영준 일행은 곧 첫 번째 집단을 맞닥뜨렸다.
“근데 원하시는 대로 정신병적인 상태에 있는 보노보를 고르려면 이쪽 가이드들하고 같이 관찰을 좀 해야할 겁니다.”
미셀이 말했다.
그러나 류영준은 정확히 무리 내의 암컷 한 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저 녀석입니다.”
류영준의 말이 가이드가 화들짝 놀랐다.
“기나이라는 이름의 암컷입니다. 요즘 행동이 좀 이상해지긴 했어요.”
가이드와 공원 관리인들이 어떻게 알았느냐는 표정으로 류영준을 쳐다보았다.
“풀을 계속 뜯는 게 신경증적인 행동 같군요.”
류영준이 둘러댔다.
그들에겐 보이지 않았지만 류영준의 어깨에 올라탄 로잘린이 동기화모드를 작동시킨 채로 보노보 개체들을 선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