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One With Genius DNA RAW novel - Chapter 231
229화.
“잠깐만. 그러니까 네가 김현택을 감염시킨 병원체하고 쪼개졌던 게, 내가 그때 먹었던 간염 치료제 때문이라는 거야?”
류영준이 물었다.
-가능성을 얘기하는 거예요. 저도 그 부분만큼은 알 수 없어요.
류영준은 잠깐 고민에 잠겼다.
“그때 이후로 넌 한참 많이 성장했잖아? 우리가 다시 김현택한테 가본다면 그 병원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
-그럴지도요.
류영준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보니 로잘린, 옛날에 김현택보고 너무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라서 회복시킬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했었지?”
-네.
“지금은 가능할까?”
-흐음.
로잘린은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도 봐야 알겠어요.
덜컥!
류영준은 방문을 열고 튀어나왔다.
“오빠?”
양동욱을 껴안고 있던 류지원이 깜짝 놀라며 떨어져 나왔다.
“자, 자는 거 아니었어?”
“잠깐 볼일 생겨서 나갔다 올게.”
류영준은 자켓을 두르면서 현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
“지금 뭐라고 하셨죠?”
박동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다른 생명창조 팀원들도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다.
“김현택 연구소장 말이에요. 우리가 다시 살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송지현이 물었다.
달리는 미세먼지 저감 장치의 개발 이후 후속 연구의 진행을 위해서 셀리제너는 주기적으로 제7 연구소를 방문한다.
그런데 오늘 송지현이 갑자기 생명창조 팀원들에게 미팅을 신청하더니 이런 황당한 소릴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 중국의 요인들에게 이식한 인공장기들에 대한 리포트들을 봤어요. 심장, 간, 폐, 췌도, 소장. 상당히 많은 성과가 있었잖아요?”
“……. 그래서 그것들을 김현택의 몸에 넣어서 살려보자는 건가요?”
배선미가 물었다.
“송 박사님. 그, 뭐랄까. 사람 몸은 봉제 인형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고순열이 황당한 듯 말했다.
“아뇨,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송지현이 얼굴을 붉혔다.
“근데 왜 김현택을 살리고 싶어 하시는 겁니까?”
천지명이 물었다.
“송 박사님은 김현택 소장을 굉장히 싫어하시는 줄 알았는데요. 셀리큐어를 없애버린 장본인이잖습니까?”
“싫어요.”
송지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사람은 분명 죄를 많이 지었죠. 탄저균 생물 무기 개발에, 셀리큐어의 의도적인 제거에. 하지만 김현택 소장을 처벌하는 것은 사람의 법이 되어야지, 미지의 병원체 같은 게 되면 안 돼요.”
“…….”
“저는 인간의 잘못을 처벌할 자격은 인간에게만 있다고 생각해요. 김현택 보고 천벌 받았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천벌 같은 걸 받아들이는 건 과학자의 자세가 아니죠. 김현택은 미지의 질병에 걸려서 쓰러진 거고, 우리는 그걸 탐구하고 김현택을 치료하기 위해 애쓸 의무가 있어요.”
“하지만 송 박사님.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작업입니다. 김현택은 뇌사자잖아요?”
천지명이 물었다.
“그렇죠.”
송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뇌간까지 죽어버린 뇌사자를 회복시킨다는 게 아무리 인공장기를 쓰더라도 현실적으로 좀 어렵죠.”
박동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반대로 얘기하면 죽은 뇌간의 재생만 해내면 되는 거죠. 나머지 그……. 이렇게 얘기하면 좀 그렇지만.”
송지현이 말했다.
“나머지 부품……은 전부 에이젠바이오에서 공급할 수 있잖아요. 인공장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생명창조 팀은 잠깐 고민에 잠겼다.
만약 김현택의 체세포를 떼어내서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키고, 그걸 각 장기로 재분화시켜서 맞춤형 인공장기들을 재생시킨 다음, 하나씩 갈아 끼운다면 안 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뇌다.
“우리가 개발한 인공 장기에 ‘뇌’는 없어요.”
박동현이 말했다.
“맞아요. 송 박사님. 뇌사라는 건 현대의학에서 사망 판정이 가능한 상태 중 하나예요. 그 이유는 전뇌 기능의 완전한 소실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배선미가 거들었다.
사망 진단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1. 비가역적인 심폐기능 소실.
2. 비가역적인 전뇌 (Entire brain)의 기능 소실.
이 둘 중 하나라도 일어나면 의사가 환자를 ‘사망했다’고 진단한다.
1번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2번은 아직도 종종 논란을 야기하는 주제다.
뇌사를 사망으로 보는 쪽은, 뇌간을 포함한 전뇌 기능의 소실은 회복되지 않는다고 본다.
뇌사 상태에서 살아난 사람이 있다는 뉴스가 종종 들리지만, 그건 ‘애초에 뇌사가 아닌’ 경우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뇌사 상태를 진단하는 것 역시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고, 오진으로 인해 일시적인 기능 이상을 뇌사로 판정해버린 탓에 뇌사자가 살아난 케이스로 보고됐으리라고 추측한다.
반대로 뇌사를 사망으로 생각하지 않는 쪽은, 뇌사라는 게 과학적 근거를 통한 결과물이라기보다 일종의 사회적 합의였다고 주장한다.
즉, 뇌사 상태에서 생명유지장치로 심폐 기능만 살려놓은 환자들의 경우 그들을 유지하는 데 사회적인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이식을 위한 합리적인 사망의 정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뇌사가 사망 기준으로 ‘합의’되었다고 생각한다.
의학계의 이 오랜 떡밥은 수많은 의사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 길고 지루한 전쟁을 일으켜왔다.
그러나 양측 모두 확실하게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뇌사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다면 뇌사자는 사망자가 아니다.
둘째, 미래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에는 뇌사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술이 없다.
“그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가 저한테 있습니다.”
송지현이 말했다.
“아이디어가 있다고요?”
“뇌간을 회복시킬 아이디어요.”
“어……어떻게요?”
박동현이 물었다.
“신경줄기세포가 사람 뇌에 두 군데에 존재해요. 뇌실하대(Subgranular zone, SVZ))라고 불리는 위치와 Subgranular layer of denate gyms라고 불리는 위치죠. 우리는 뇌실하대에 초점을 맞출 거예요.”
송지현이 말했다.
“뇌실하대는 몇 가지 특성이 있는데, 뇌실 내 뇌척수액의 영양분과 신호물질의 공유를 담당하고, 거의 항상 저혈류 상태로 유지된다는 거예요. 왜 저혈류가 유지될까요?”
“아니 언제 뇌과학 전문가가 되셨습니까……. 전공 스위치하시는 게 거의 대표님 뺨치는데…….”
박동현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송지현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 저혈류가 유지되는 이유는 그곳에 있는 신경줄기세포의 분화를 막기 위해서예요. 줄기세포의 작동중지 (Quiescence)라고 불리는 특성이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뇌간에 미약한 손상이 생기면 곧바로 그곳의 혈류량이 증가합니다. 그리고 그곳의 신경줄기세포가 재분화해서 뇌간을 재생하는 거예요. 대대적인 손상은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뇌사상태가 되지만 약간 문제가 있는 정도는 사람 몸이 스스로 회복해내는 거죠.”
“포인트를 알겠습니다.”
천지명이 손가락을 튕기면서 말했다.
“뇌실하대에 우리의 역분화 줄기세포를 주사해서 신경 분화를 일으킨다?”
“표적은 제4 뇌실 아래에 있는 뇌실하대예요. 굉장히 조그만 위치기 때문에 엄청나게 정교하고 어려운 수술이 될 거예요.”
송지현이 말했다.
“그리고 그곳의 혈류량 증가를 위해서 몇 개의 혈관확장제를 쓸 거고, 도파민을 대량으로 주사할 생각입니다.”
“도파민을요?”
“뇌에서 작동하는 대표적인 신경 신호 전달 물질이죠. 신경을 자극해주는 거예요.”
송지현이 말했다.
“대체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알아내신 거예요? 송 박사님 간암 치료제 개발하시던 분이잖아요?”
박동현이 물었다.
“그게…….”
송지현은 머쓱해하며 머리를 매만졌다.
“사실, 제 동생이 조현병이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 때문에 저는 사실은 항암제보다 뇌신경과학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저는 뇌신경학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고, 뇌와 관련된 임상 논문은 거의 다 읽어봤어요. 그쪽으로 연구를 직접 수행한 적도 좀 있고요. 결국 제 동생의 치료는 류 박사님이 해주셨지만.”
“그랬군요.”
“근데 송 박사님. 이 정도의 전략이면 굳이 우리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으셔도 됐을 것 같은데.”
천지명이 말했다.
“셀리제너에서 전임상부터 진행해도 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인공장기 제작하는 건 이미 서비스 제품화 직전의 상태고, 뇌간을 재생시키는 건 송 박사님의 아이디어가 충분히 의미가 있을 듯한데요. 굳이 에이젠바이오에 이 중요한 아이디어를 가져오시는 이유는 미세먼지 저감장치 보답인가요?”
“하하, 그럴리가요.”
송지현이 손을 내저었다.
“이 연구는 에이젠바이오 같은 거대 기업과 류영준 대표님의 이름이 없으면 진행되지 않을 거예요.”
“왜요?”
정혜림이 물었다.
“아! 알 것 같다.”
고순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요?”
박동현이 물었다.
“우리 대표 파워가 아니면 시작도 못하는 거라고 해야하나…….”
고순열의 말에 송지현은 쓰게 웃었다.
“맞아요. 전임상까진 할 수 있겠지만, 김현택한테 쓸 때는 임상시험이 아니거든요.”
“네?”
박동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법적으로 임상시험은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거예요. 하지만 뇌사자는 현행법상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죠. 벌써 반 년이 넘게 지났으니 의사가 사망진단을 썼을 테고요.”
“……아니 그럼…….”
“이건 위법한 연구예요. 법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프로젝트인 거죠.”
“뭐 이런 미친 연구가…….”
“그래서 옛날부터 뇌사자를 대상으로 사람들이 임상시험은 거의 못했어요. 필라델피아에 있는 바이오코크 같은 회사들이 이런 도전적인 분야에 몇 번 뛰어들었지만 잘 안 됐고, 대부분의 뇌사 관련 임상 연구는 식물인간의 의식 회복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죠.”
“만약 송 박사님 아이디어대로 할 수가 있으면 정말 세계적인 충격이 되긴 하겠네요. 말 그대로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수준 아니에요?”
배선미가 끼어들었다.
송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암 정복에 준하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기존에 사망으로 판정하던 극단적인 상태의 회복.
그게 의미하는 바를 다섯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뇌사자 중에서 아직까지 호흡 장치를 유지해서 연명 치료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박동현이 송지현에게 물었다.
“적어도 반 년 넘은 사람은 김현택 말고 없을걸요. 그래서 김현택 소장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김현택은 왜 아직도 호흡기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보통 의사가 사망 진단을 내리고 장례를 치르지 않나요?”
박동현이 물었다.
“가족들이 반대하고 있나 봐요.”
송지현이 말했다.
“반대한다고요?”
“류 박사님이 살려주실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
박동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 사람들도 참……. 그때는 인공장기고 뭐고 아무것도 없던 때 아니에요? 근데 그냥 우리 대표만 믿고 기다렸다는 거예요? 반년을 생명유지장치를 달아놓고? 우리 대표가 아무리 잘 났어도 뭐 예수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가……. 게다가 김현택이랑 류 대표님 관계를 알면서 염치도 없이…….”
“그런 거 아니에요. 김현택 소장의 가족 분들은 좋은 사람들이에요.”
송지현이 말했다.
“만나보셨어요?”
“네. 셀리큐어 사건이 알려졌을 때 김 소장의 아내분이 저희 회사에 찾아와서 사과하셨거든요. 남편이 폐를 끼쳤다면서 죄송하다고요.”
“믿을 수 없네요. 김 소장한테 그런 아내라니?”
박동현이 충격이라는 듯 말했다.
“김현택이 나쁜 짓도 많이 했지만 집에서는 가정적인 남편이었나봐요.”
***
류영준은 연의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했다.
접수처에서 면회를 요청하자 간호사가 병실 앞까지 안내해주었다.
“아이고, 류 박사님. 들어가시면 사모님 설득 좀 해주세요……. 옆에서 보기 안쓰러워 죽겠어요. 이제 그만 보내드려야 하는 사람이에요.”
간호사는 맘이 아픈 듯 류영준에게 말했다.
철컥.
그녀가 병실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보호자분.”
간호사가 김현택의 아내에게 인사했다.
“류……류영준 대표님?”
김현택의 아내는 놀란 표정으로 류영준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류영준의 시선은 그녀를 지나쳐서 그 뒤에 있는 김현택에게 가있었다.
[동기화 모드 작동 : 뇌사]메시지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