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One With Genius DNA RAW novel - Chapter 290
288화.
“어…….”
류지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어디 가셨어?”
“이모 댁에 무슨 일 있다고 갔어. 내일 돌아오실걸.”
“안녕하세요.”
로잘린이 인사했다.
“아……안녕……하세요……?”
류지원은 극도의 혼란 속에서 반사적으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로잘린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로잘린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류지원과 악수했다.
그리고는 거실 소파에 점프해서 드러눕더니 산만하게 다리를 떨었다.
“오빠 잠깐만.”
류지원은 손짓해서 류영준을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문을 닫아 잠그고 물었다.
“누구야?”
“내가 입양했어. 미국에서 데려온 애야. 새이랑 닮았지?”
“닮았다 정도가 아니라 머리 색깔 빼고 똑같잖아?”
“응.”
“그래서 입양한 거야? 새이 생각나서?”
“설마. 원래는 엘시 박사가 데리고 있는 애였는데, 이젠 그 분이 더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었거든. 보호자가 없고 고아원 보낸다던데 그냥 내가 맡기로 했어.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인재라 생각해서.”
“전에 한국에서 사진 찍힌 것도 저 애야?”
“맞아. 엘시 박사가 한국 올 때 데리고 오신 거야. 로잘린은 한국인 교포 딸이거든.”
“…….”
“아무튼 잘 해줘. 뭐 너나 부모님이 정 어려워하면 내가 데리고 나가서 살 건데 이왕이면 한 가족이라 생각해줘.”
류지원은 밖에 나가서 거실 소파로 이동했다.
로잘린이 소파 팔걸이에 다리를 얹어놓은 채 달달 떨고 있었다.
“어…… 로잘린이라고 부르면 되니?”
“네.”
로잘린이 대답했다.
“나는 류영준 동생인 류지원이야.”
“네. 류영준한테 들었어요.”
“…….”
류지원은 혼란스러웠다.
오빠가 얘를 데리고 놀이공원도 가고 갑자기 입양했다기에 둘이 친한가 싶었는데,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 걸 보니 어색한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저씨 같은 단어도 아니고 ‘류영준’이라니 이게 아메리칸 스타일인가?
‘아무튼 오빠를 아주 편하게 여기는 것 같지는 않으니 중간에서 잘해줘야겠다.’
류지원이 속으로 다짐했다.
“지원아, 나 잠깐 슈퍼 갔다온다.”
류영준이 현관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그러자 로잘린이 갑자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류영준! 올 때 티라노 뒷다리!”
“…….”
충격 받은 류지원의 등 뒤로 류영준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건 놀이공원에만 팔아. 슈퍼에선 안 팔아.”
“그럼 슈퍼에는 뭐 팔아요?”
“아이스크림?”
“그럼 나 아이스크림!”
“……그래. 지원이도 뭐 사다줄까?”
“아니. 난 지금 뭐 먹으면 체할 거 같아.”
“그래.”
류영준이 나간 후, 류지원은 정신을 바짝 가다듬었다.
“우리 같이 TV 볼까?”
그녀가 TV를 틀었다.
이 나이의 애들이 뭘 좋아하더라.
류지원은 채널을 돌리다 한 만화영화에서 멈추었다.
“우와!”
로잘린이 화들짝 놀랐다.
화면에서 노란색 쥐가 사람에게 백만 볼트 전기 충격을 가하고 있었다.
로잘린은 자리에서 똑바로 일어나 앉은 다음, 화면에 빠져들 것처럼 집중하기 시작했다.
류지원은 그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애는 애구나.’
새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가만히 보니 애가 참 예쁘고 귀엽다.
“이 만화 아니?”
“아뇨.”
“쟤 이름은 피타츄야. 피타츄는 백만 볼트 전기 충격으로 악당들을…….”
“전기뱀장어는 핵심 장기들을 머리 쪽에 모아놓은 후, 꼬리 부위에 약 6천 개의 세포들을 직렬로 한 줄만큼 연결하고, 그걸 140줄만큼 병렬로 연결한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포막에 나트륨-칼륨 펌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막 안팎에 높은 전위차를 만들고, 그걸 이용해서 일시적으로 800 볼트에 준하는 고전압을 생산하죠.”
로잘린이 말했다.
“저 동물은 자신의 전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저항성 단전막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뺨에서부터 전기가 튀는 것을 보면 양쪽 뺨의 붉은 면에 높은 전위차를 발생시켜둔 것은 분명한데, 저기서 백만 볼트의 전압을 생산하면 뇌에 데미지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머리에 뇌가 들어있지 않고 배나 꼬리 쪽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류지원 본인이 뇌에 데미지를 입은 기분이다. 얘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철컥.
“나 왔다.”
류영준이 돌아와서 로잘린에게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고마워요.”
로잘린은 아이스크림을 뜯더니 순식간에 하나를 먹어치우고 하나를 더 뜯었다.
“엇……로잘린. 너 그러다 배탈 나!”
잠깐 사고가 마비되었던 류지원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막았다.
“배탈이요? 배탈?”
“으응…. 스토믹 플루(Stomach flu) 말이야.”
한국어로 배탈이란 단어가 어려운가 싶어 영어로 말해주었다.
그러나 로잘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 단어군요. 개스트로엔터라이디스 (gastroenteritis)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류지원은 자존심을 버리고 구글에 검색해야했다.
위장염을 의미하는 의학 전문 용어다.
“어어 ……맞아. 개스트로 그거…….”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개째 아이스크림을 홀딱 삼켜버린 로잘린이 손가락에 묻은 것을 쪽쪽 빨면서 말했다.
류지원은 급격히 체력이 고갈되는 기분이었다.
“으응……. 그 뭐냐……. 티브이 보고 있어.”
“네.”
류지원은 로잘린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자기 방으로 도망쳤다.
오빠는 대체 미국에서 뭘 데려온 거지?
***
“어째 오늘따라 기합이 바짝 들어가 있으시네?”
김수철이 물었다.
“이제 저한텐 연구. 연구밖에 없어요. 앞으로 일만 할 거야.”
송지현이 PCR 프로덕트를 아가로즈 젤에 내리면서 말했다.
“미국에 니카라과에 막 쏘다니시더니 뭔 일 있었어요?”
“…….”
“류 박사님한테 차였어요?”
“아오. 조용히 해요. 집중 안 되니까.”
“진짠가보네…….”
김수철이 딱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송지현은 아가로즈 젤 트레이에 뚜껑을 닫고 전압을 걸었다. 파이펫 팁을 휴지통에 쏘아 버리고는 김수철을 돌아보았다.
“아니거든요? 고백하거나 하지도 않았어요.”
송지현이 말했다.
“근데……. 뭐, 이젠 포기했어요. 나한테 별 관심도 없어보이고. 부담 주고 싶지도 않고. 따라다니는 것도 지치고.”
“전에 류 박사님이 스카웃할 때 에이젠바이오로 갈걸 그랬다 싶죠? 거기 갔으면 맨날 얼굴 보니까 좀 더 친해지고 인정받기도 쉬웠을 텐데.”
“아니요. 무슨 소리예요. 그건 후회 안 해요.”
송지현이 말했다.
“저는 류 박사님이 좋았던 거지, 에이젠바이오가 좋았던 게 아니에요.”
“그래요? 좀 감동인데.”
“시키는 일 잘 해서 인정 받으면 예쁨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근데 싫어요. 저한텐 제가 하고 싶은 연구들이 있고, 우리 회사는 그걸 지원해주잖아요. 에이젠바이오에 가면 류 박사님이 하는 걸 해야 하는 거고.”
“캬. 자기만의 굳건한 연구 철학. 멋있으십니다.”
“까불지 말고 가서 일해요. 류 박사님이 니카라과 화산토 구해주신 덕에 우리 연구 진행할 수 있잖아요.”
“그거 말인데요. 송 박사님이 동정해서 골라낸 박테리아 중에 하나가 우라늄하고 세슘이랑 크롬, 테크니슘을 안정한 금속으로 환원시키는 성질이 있는 것 같아요.”
“진짜요?”
송지현이 화들짝 놀랐다.
“몇 번?”
그녀가 물었다.
“8번이랑 11번. 나머지는 다 방사능 넣었을 때 죽었는데 그 둘은 견뎌냈어요. 11번은 저항성만 있는 것 같고, 8번은 방사능을 제거하면서 오히려 증식하는 걸 보니 거기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는 것 같아요.”
“데이터 좀 봐요.”
송지현은 김수철과 함께 컴퓨터 앞으로 이동했다.
박테리아 배양액에 우라늄, 세슘, 크롬, 테크니슘을 각각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농도로 처리했다.
총 20 종류의 실험군에 반복수를 3개로 늘렸으니 60개의 데이터에 대한 통계 처리 값이었다.
“와, 대박!”
송지현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가장 높은 농도의 크롬에서만 박테리아의 양이 처음과 같이 유지되었고, 나머지 실험군들에서는 모두 증식했다.
그리고 배양액 아래에는 아주 작은 결석들이 깔려있었는데, 이는 방사능 물질들이 환원되면서 배양액에 함께 넣어준 금속 이온들과 결합해 안정한 상태로 변한 것이었다.
“더 자세히 분석해봐야겠지만 맞을 거예요. 극한 환경의 미생물의 신비함은 진짜…… 상상 초월이에요.”
한 때는 지구상에 미생물이 백만 단위로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2016년에 로시 박사 (Kenneth J. Locey)와 레넌 박사 (Jay T. Lennon)는 두 가지 통계적인 기법으로 역산해서 지구상에 약 1조 개의 미생물 종이 존재할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약 99.999 퍼센트는 아직 인류가 제대로 동정하지 못한 종이다.
8번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요?”
김수철이 말했다.
“마이크로셀리제너?”
“발견자인 송 박사님 이름 넣을 생각은 없고요?”
“민망하게 그런 짓을 왜 해요. 그리고 아직 설레발 치지는 말죠. 몇 번 더 재확인이 필요하니까.”
“송 박사님 본인이 젤 신난 표정인데요?”
송지현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돌렸다.
“잘 되면 우리 이걸 일본으로 가져가서 후쿠시마에서 쓸 수 있는지 확인해봐요.”
그녀가 말했다.
***
“내년에 너 초등학교 갈래?”
류영준이 물었다.
“초등학교요?”
“가고 싶다며? 네가 아홉 살로 등록돼서 의무 교육 때문에 학교에 가기도 해야하고.”
“가면 뭘 배우나요?”
류영준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토끼 그림 일곱 개를 두고 토끼는 총 몇 마리인가요? 물어보는 그런 문제들.
“……아마 좀 충격적일 수도 있을 거다. 이런 걸 배워야 아는 건가 싶어서. 너한텐 너무 쉬울 거야.”
“그래요? 저는 오히려 잘 못할까봐 걱정인데요.”
“뭐가?”
“저는 당신 덕분에 상당히 많이 인간적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몇 개의 감정들은 없습니다.”
로잘린이 말했다.
“예를 들어서 저는 슬픔 같은 걸 느껴본 적이 없어요. 울어본 적도 없고. 저한테 눈물은 안구의 건조함을 조절하기 위해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단백질과 염이 포함된 수용액일 뿐입니다.”
“흠.”
“제가 사람들하고 섞일 자신이 별로 없어요.”
“괜찮아. 잘 할 거야.”
류영준은 로잘린을 가볍게 안아주었다.
“너 옷이나 좀 사자.”
“옷?”
“지금 이거 하나밖에 없잖아.”
류영준은 로잘린이 입고 있던 티셔츠 자락을 흔들었다.
“류새이가 입던 거 있잖아요?”
“새이 옷 말고 새 거 사자.”
류영준이 말했다.
“학교는 언제 가요?”
“넌 초등학교 다닌 기록이 없어서 새로 입학해야하는데, 아직 9월이니 반 년은 더 있어야 해. 내년 3월부터 들어갈 거야.”
“에잇.”
로잘린은 지루한 듯 몸을 꼬았다.
“그때까지는 나하고 놀자.”
류영준이 로잘린의 코를 톡 치며 말했다.
***
10월이 코앞이다.
스웨덴의 왕실 과학 한림원은 매우 바빴다.
다시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4관왕.”
스웨덴 왕실 과학 한림원의 프레데릭 박사는 난처한 듯 선정 자료를 매만졌다.
그 괴물 같은 천재 과학자가 기어이 후보로 올라간 네 분야 모두 독식해버렸다.
마리 퀴리, 라이너스 폴링, 존 바딕, 프레데릭 생어. 네 사람이 노벨상을 두 번 받은 과학자로 명성이 드높은데, 그들조차도 같은 해에 두 개를 동시 수상한 건 아니다.
하지만 류영준은 네 개 분야 동시 수상이다. 이 초유의 사태는 전혀 상상도 못한 문제를 만들었다.
노벨상은 차례로 발표된 후에, 같은 날에 시상한다. 그런데 생리의학상과 화학상, 물리학상은 스웨덴의 과학한림원에서 수여하고,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의 국회에서 수여한다.
류영준이 같은 시각에 두 군데를 찾아갈 순 없으니 노르웨이 노벨 평화위원회 측과 상의해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워낙 전통과 권위가 강한 상이다보니 기존에 굳어진 규칙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스웨덴도 노르웨이도 장소나 시각을 양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