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1
나 혼자 S급 소환수 11화
서머너 선발 프로그램 (3)
촤르륵!
다음 날 아침.
2차 최종 합격자 명단을 확인한 심사위원이 정면을 바라봤다.
정면에는 50명의 지망생이 긴장 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제 하루에 걸쳐 총 50경기를 진행했고, 이제 마지막 테스트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
“처음에 공지했다시피, 마지막 3차 테스트는…… 던전 탐험이 될 것입니다.”
심사위원의 선언에 지망생들이 전부 침을 꿀꺽 삼켰다.
말로만 듣던 던전에 직접 들어간다는 사실에 긴장한 것이다.
‘귀여운 것들.’
반면에 팔짱을 낀 진도윤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작해야 들어간다는 던전이 F급이기에 더욱 그랬다.
F급 던전은 말 그대로 기초 중의 기초.
서머너 마스터에겐 어린애들 놀이터와 같은 수준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쉽게 깰 정도의 난이도는 아니다.
던전은 아무래도 던전이니까.
‘그래, 모름지기 시험은 이래야지!’
진도윤은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머너는 탁상공론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무조건 실전경험은 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팀은 각 10명씩 총 다섯 팀으로 나뉘게 될 것이며, 팀별로 좋은 성적을 낸 두 명에게는 F급 서머너 등록증이 주어질 것입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저, 저기요.”
지망생 중 하나가 손을 들고 질문한 것은 그때였다.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하는 게 과도하게 긴장한 듯했다.
“네, 말씀하세요.”
“호, 혹시 죽을 수도 있는 건가요?”
‘세상에.’
지망생의 물음에 진도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상이 많이 좋아지긴 했나 보다.’
그가 살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던전에 들어가는 데 혹시 죽을 수도 있냐니.
모든 이들이 F급 소환수를 길들여 당장 생겨난 던전을 틀어막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우던 게 서머너였다.
‘저런 정신머리로 쯧쯧.’
속으로 혀를 차는 진도윤과 달리 심사위원은 친절히 답했다.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팀별로 C급 서머너가 한 명씩 파견될 것이고 혹시 도중에 포기하고 싶으시면 그분께 따로 말씀드리면 되겠습니다.”
“휴, 감사합니다.”
“시험 포기자들은 던전이 클리어될 때까지, 후방에서 대기하셔야 하며, 모든 지망생분들은 본인의 소환수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3차 시험은 2차 시험과 달리 실전이다.
그렇기에 소환수 대전처럼 몬스터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각자가 가진 소환수를 활용해야 했다.
‘나도 뀨웅이를 꺼내야겠구나.’
다른 F급 소환수를 구매해 키울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동료들의 봉인을 풀기 위해선 데몰리션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제한 시간 같은 것도 있나요?”
또 다른 지망생이 물었다.
“던전 클리어는 약 하루에서 이틀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식수는 제공되지 않으며, 그곳에서의 생존 수단은 여러분 각자가 알아서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히엑?”
지망생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던전에서의 생존은 서머너의 기본 소양과도 같습니다. 그 정도도 알아보지 않고 지원한 것은 아니겠죠?”
‘고렇지, 고렇지.’
진도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미궁에서 먹은 몬스터 고기만 수백 트럭이 넘을 거다.
만약, 생존 대책이 없었다면?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객사했겠지.
‘나쁘지 않네.’
후배들이 어떤 식으로 배우고 있는지 분위기 좀 봐달라던 유준태의 말.
진도윤의 평은 쏘쏘였다.
1차는 심사위원들의 압박 질문으로 몬스터에 대한 이론이 얼마나 깊은지 테스트했고-
2차는 각 몬스터의 상성과 컨트롤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마지막 3차는 던전에 대한 실전 경험 테스트까지.
보기보다 꽤나 알차게 구성된 프로그램이었다.
“자, 그럼 팀을 나누는 즉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서머너 선발 프로그램의 마지막 테스트가 시작했다.
* * *
진도윤의 팀이 들어갈 던전은 경기도 양평군 덕평리라는 오지에 위치해 있었다.
협회에서 최근에 발견한 F급 던전으로 유심히 살펴보고 골랐단다.
“자, 도착했습니다.”
비포장도로에 대형 버스가 멈춰 섰고, 안쪽에서 총 11명의 인원이 내렸다.
이번에 심사위원을 맡은 C급 서머너 유민정.
그리고 진도윤을 포함한 10명의 지망생들이었다.
“흐으, 나 긴장돼. 어떡해.”
“던전에 들어가서 클리어 못 하면 그곳에 영영 갇히는 거라던데.”
“정말 들어가면 몬스터들이 막 달려드는 거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호들갑을 떠는 지망생들.
그런 그들을 유민정이 통제하기 시작했다.
“각자 소환수 꺼내주세요. 지금, 이 순간부터 여러분들의 모든 행동이 평가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그녀의 통제에 각자 소환수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상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F급 소환수들이 대다수였다.
“데몰리션, 너도 오랜만에 바깥 공기 좀 마셔봐라.”
“뀨우웅!”
시커먼 작은 도마뱀이 펑- 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진도윤의 다리에 비비적댄다.
“내 다리에 꿀이라도 발라놨냐?”
“뀨웅! 뀨웅!”
아직도 적응 안 되는 데몰리션의 모습에 한숨을 쉰 진도윤은 친밀도 수치를 바라봤다.
‘친밀도는 아직도 3.’
대충 보기엔 데몰리션이 진도윤에게 엄청난 호감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친밀도는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수치다.
살갑게 대하는 몬스터가 친밀도가 0일 수도 있는 거고 띠꺼운 몬스터가 친밀도가 100일 수도 있는 거다.
‘대표적으로 피닉스가 그랬지.’
녀석의 마음을 얻는 데 꽤 고생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어쨌든 소환수의 친밀도는 굉장히 중요하다.
높을수록 통제가 쉬워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스킬 초월’이 이루어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스킬 초월.’
모든 소환수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평소 전투 방식과 몬스터의 잠재 능력에 따라 그 스킬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리고 그 스킬의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스킬 초월’이라 한다.
“와, 이 소환수 봐. 얘도 F급 맞아요?”
“완전 귀여워.”
주변 지망생 중 몇몇이 데몰리션을 보고 감탄했다.
진도윤은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얘 본 모습을 봐라.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자자, 이제 소란은 그만 떨고 집중해 주세요. 바로 앞에 던전이 있습니다.”
유민정이 다시 풀어진 긴장감을 동여맸다.
“아무리 F급 던전이라 해도 방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풀어진 모습도 평가에 반영되는 점 유의해 주세요.”
“넵!”
“네, 심사위원님.”
“자,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유민정이 익숙하다는 듯 먼저 던전을 향해 발을 뻗었다.
지망생들 역시 그녀를 따라 우르르 몰려들어 갔다.
3차 테스트의 시작이었다.
* * *
[띠링!] [F급 던전 ‘슬라임 지대’를 발견하셨습니다.] [시간제한 – 120일]굉장히 습기가 가득하고 질척거리는 곳이었다.
무언가 으스스한 느낌에 지망생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에 들어온 후, 잠깐 대기하면 임무가 도착할 겁니다.”
그녀의 설명에 맞추어, 메시지가 도착했다.
[임무가 도착합니다.] [임무 – 최종 목적지에 있는 ‘질퍽이’(★★)를 처리하세요.] [깊은 산속, 고여 있던 웅덩이들이 뭉쳤습니다. 그곳에서 탄생한 끔찍한 혼종들이 대지를 썩히고 식물들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더러운 슬라임들을 처리하여 자연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주세요.]지망생들은 임무를 읽기 바빴고 유민정은 말없이 뒤로 빠져 그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 누구 하나 먼저 나서지 못했다.
그게 당연했다.
던전은 팀플레이니까.
던전에서의 팀은 굉장히 중요하다.
함께 전략을 짜고 합심해서 임무를 클리어해야 한다.
천하의 서머너 마스터도 혼자였다면 절대 미궁에서 그토록 오랜 기간을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다.
‘어디 한번 쭉 볼까?’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은 진도윤은 굳이 나서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리드했겠지만 이곳은 애들 놀이터.
굳이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흠, 뚝심 있는 녀석 어디 없나?’
대부분 지망생들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껏 열심히 설명해 주던 유민정이 입을 싹 닫았기 때문.
갑작스럽게 너희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니
“…….”
그렇게 10분 정도를 기다렸다.
그러나 결국, 진도윤이 찾는 독기어린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뀨웅~”
데몰리션이 기다리기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내뱉었다.
“그래, 데몰리션아. 참 답답하지?”
“뀨웅! 뀨웅!”
고개를 끄덕이는 데몰리션.
순식간에 지망생들의 이목이 진도윤에게로 쏠렸다.
“서머너 지망생이라는 것들이 고작 F급 던전에서 눈치나 보고 말이야.”
“뀨웅!”
기다리기 지루해진 진도윤은 본인이 먼저 일어나 스타트를 끊기로 했다.
계속 이곳에 앉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본인 스타일도 아니었고.
“그, 그쪽은 무슨 방안이라도 있으세요?”
미끼를 던지자 바로 떡밥을 물어버렸다.
떡밥을 문 물고기는 단발머리의 여성이었다.
“방안? 방안이 어딨어, 일단 부딪쳐보고 안되면 그때 가서 상의해 봐야지. 다들 꿀 먹은 벙어리마냥.”
그와 동시에 어둠 속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데몰리션 역시 뒤뚱거리며 뒤따랐다.
“어, 어디 가세요?”
“어딜 가긴, 놀러 왔어? 지금 평가 중인데 몬스터 잡아야지.”
“혼자 가면 위험할 텐데……!”
“그럼 따라오든가.”
시크한 진도윤의 말에 고민하는 단발머리.
결국, 쭈뼛거리며 따라나섰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사람에게 붙는 게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거란 판단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유민정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하필, 선배 심사위원이 주의 깊게 보라던 남자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퍼스트 스타트 점수. 가산점 10점.’
쉬고 있던 유민정도 일어섰다.
자신은 지망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
그녀 역시 말없이 따라 걸어갔다.
“뭐야, 방금 그 말은. 혼자 잘났다는 듯이. 재수 없게.”
남은 지망생 중 하나가 투덜거렸다.
안경을 쓴 비교적 통통해 보이는 남성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저분 그때 풀 개구리로 파이어 엘리멘탈 잡았던 분 아니에요?”
“하, 컨트롤 좀 한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것 마냥 깝치는 것 같은데.”
“지금 그것보단, 심사위원님이 만류하지 않는 거 보니 우리도 따라가야 할 것 같은데요?”
“그쵸. 지금은 불평하고 있을 때가 아니죠.”
“…….”
불만을 토로하던 녀석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본인 말에 공감해 주는 자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가죠!”
“그래요!”
“그럴까요?”
진도윤의 움직임에 용기를 얻은 지망생들 역시 본인의 소환수를 앞세워 걸어 나갔다.
‘제기랄 연놈들.’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안경잽이도 어쩔 수 없이 따라붙었다.
* * *
철퍽!
데몰리션의 앞발이 슬라임의 몸통을 후려쳤다.
휘잉! 철퍼억!
그 후, 그대로 몸을 한 바퀴 돌려 꼬리를 휘두르는 데몰리션.
옆에 있던 슬라임 역시 잔혹하게 터져 나갔다.
“뀨웅! 뀨웅!”
선두에 선 진도윤은 데몰리션을 기량껏 사용했다.
‘레벨업이나 해야지.’
저번 D급 던전은 불법이라 마음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합법이다.
게다가 데몰리션이 큰 무리를 하지 않고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야, 뭐야. F급 던전. 생각보다 쉽잖아?”
“우리도 해볼 만한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망생들도 본인의 소환수를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그러느라 던전 입구를 감싸는 검은 오오라를 그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