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96)
제196화
21화 : 마족
쿠구구궁!
하늘을 향해 검은 점이 치솟는다.
검은 점에서는 지금까지 느껴 본 적 없는 사악한 마력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흑마법사들은 검은 점 아래에서 소환의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조딘은 다섯 개의 서클을 회전시키며 극한까지 암흑 마나를 쥐어짰다.
“우리들의 주인! 마족이시여! 당신의 종이 이렇게 간청합니다! 저희의 생명을 대가로! 당신에게 제약을 벗어날 힘을!”
우우웅!
“커헉…….”
“억…….”
“대, 대의를 위해…….”
흑마법사들이 차례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쓰러진 흑마법사들은 마치 생기를 빨아 먹힌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졌다.
“큭…….”
조딘의 몸도 크게 휘청였다.
마도구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듯이 게걸스럽게 암흑 마나와 생명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조딘은 이를 악물며 생명을 불태웠다.
이것은 전부 대의를 위해서!
“이 더러워진 세상을 정화하기 위하여!! 마족이시여!! 강림하소서!”
조딘의 생명력도 결국 마도구가 전부 흡수했다.
흑마법사들이 전부 쓰러지자 전장에서 날뛰던 언데드도 힘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저건 설마…….”
에이든의 얼굴이 이쪽 세계로 넘어와서 처음으로 경악으로 물들었다.
저 검은 점.
그리고 제물로 바쳐진 흑마법사까지!
‘멸악의 기사’에서 나왔던 에피소드의 모습과 완전히 똑같았다.
“마족 소환!? 저런 미친놈들…….”
그 과정이 완전히 똑같았다.
궁지에 몰린 흑마법사들이 주인공 일행을 상대하기 위해 소환했었다.
그때는 300명이 넘는 흑마법사가 제물로 바쳐져서 귀족급 마족을 소환했었다.
‘그때 주인공도 힘들게 잡았었는데…….’
제물의 숫자를 생각하면 원작에서 나왔던 마족은 아닐 터.
하지만 마족이라는 것이 문제다.
마족은 전투의 종족.
오로지 싸우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존재로 하급 마족이라고 해도 거의 재앙급으로 취급된다.
우우우웅!!
검은 점이 크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검은 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마력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둠이 주변을 잠식한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존재감과 더불어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한 존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악의를 빚어 만든 두 개의 뿔.
죽음이 담긴 붉은 눈동자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송두리째 뽑혀 나갈 거 같았다.
거대한 존재감에 기사들은 석화 광선이라도 맞은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그때, 마족이 움직였다.
-흐음~ 중간계의 이 달콤한 냄새~ 아주 좋군,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의 강림이지?
마족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마계의 문이 봉인된 이후로 이런 식으로 넘어오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중간계의 바람은 마계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수했다.
-좋긴 하군, 하지만 그렇게 오래 유지할 순 없나?
불완전한 강림이다.
힘도 제약을 받고 있어 본신의 힘을 전부 사용할 수 없었다.
강림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한 시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날뛰기엔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
마족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둠이 짙어진다.
“히, 히이익……!”
마족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는 공포에 질린 기사가 주저앉은 상태로 두려움에 찬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기사를 마족은 불쾌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벌레 같은 인간이군.
다음 순간.
공포에 질렸던 기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박살 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족은 자신의 손에 묻은 인간의 피를 뱀처럼 긴 혓바닥으로 핥으며 웃었다.
-역시 마수의 피보다 인간의 피가 훨씬 맛있는 법이지…… 아주 좋군…… 좋아…….
마족은 다른 인간들을 보며 히죽-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 얼마 만의 식사인가.
자신을 강림시킨 존재의 소원도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의 전멸이었다.
굳이 따라줄 필요는 없지만, 오랜만에 중간계의 공기를 맡아서 그런가?
아니면 천 년 만에 짜릿한 피 맛을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기분이 좋았다.
-좋지, 나를 강림시켜 준 대가로 그 정도의 소원은 들어줘야겠지.
마족의 몸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마력이 쉴 틈 없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공포에 떨고 있는 인간들을 보며 마력을 터트렸다.
-인간이여! 절망을 맛봐라! 내가 너희들의 절망이다!!
* * *
태양이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어둠이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이 느껴진다.
론트는 거친 숨을 토했다.
‘저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저건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시시각각 죽음이 몰려오는 거 같은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
검 끝이 떨려왔다.
‘떨고 있는 건가? 내가?’
힘을 뺄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해서 긴장이 느슨해지면 영혼까지 송두리째 뽑혀 나갈 거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저건 같은 생물이 아니었다.
살의와 악의를 빚어서 만든 존재.
저 흉악한 마력은 마수의 것과는 격이 달랐다.
‘두 개의 뿔, 붉은 눈동자에 검은 피부까지…… 설마…….’
“마족인가…….”
마족.
고대 역사서에서 본 적이 있었다.
마계라는 차원에 살고 있는, 오로지 전투만을 위해 만들어진 전투의 종족!
거기서 나온 것과 외형이 흡사했다.
“실존했던 건가?”
마족은 요정과 마찬가지로 책이나 그런 곳에서 나올 뿐이었지 실물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론트…… 저거 설마 마족이야?”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공주님, 절대 제 뒤에서 나오시면 안 됩니다.”
“알겠어…… 그런데 괜찮겠지?”
“…….”
론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마족에게서 느껴지는 흉악한 기운은 익스퍼트 최상급에 도달한 론트조차 섬뜩할 정도였다.
방심하면 죽는다.
저건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군대가 필요했다.
왕국에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마탑과 신전에 지원을 요청해서 모두가 합심해야만 저놈을 무찌를 수 있었다.
‘저건 인간이 이길 수 없는 그런 존재다…….’
그 누가 저 어둠에 대항할 수 있을까?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포식자 앞에 선 피식자처럼 말이다.
모두가 그렇게 굳었다.
모두의 시간이 정지한 그런 상황.
타다다닥!
딱 한 명만이 악의를 품은 어둠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오로지 한 명.
모두가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 한 명은 살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론트는 앞으로 달려가는 그 등을 보며 경외를 담아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에이든…… 사론톤…….”
* * *
‘시간이 없어.’
에이든은 마족을 향해 달렸다.
마족은 강하다.
다른 종족과는 다르게 오로지 싸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전투의 종족.
‘주인공 일행이 싸운 마족은 상급 마족이었어, 하지만 그 마족을 소환하기 위해서 제물도 많이 바치고 의식도 오래 했지.’
만약 그놈이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무조건 필패였다.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놈은 아니다.
제물이라고 해 봤자 고작 수십 명이고, 의식도 마도구를 이용한 간단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중급이다.’
주인공 일행이 상대했던 마족보다 등급이 낮은 중급 마족이다.
물론, 중급이라도 마족은 마족.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놈을 이기려면 최소한 론트와 같은 기사가 열 명은 모여야 할지도 모른다.
‘알폰스는?’
알폰스는 마족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력으로부터 기사들을 지키고 있었다.
손을 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해야 해.’
신성 지대의 효과는 고작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신성 지대는 한번 사용하면 24시간이라는 쿨타임을 가지게 된다.
그러니 이 30분 안에 놈을 죽여야 했다.
“사유지 탑 소환! 버프 부여 탑 소환!”
쿠구구구궁!
전장에 거대한 탑이 높게 치솟았다.
“버프 부여! 신체 능력 상승!!”
[신체 능력 상승 버프를 선택하셨습니다.] [5,000골드를 소모하셨습니다.] [버프가 부여됩니다.] [이 효과는 24시간 유지됩니다.]지금 에이든에게 남은 골드는 고작 598골드!
말 그대로 지금 전 재산을 털어 넣은 셈이었다.
“후웁…….”
버프를 받은 에이든은 엄청난 속도로 마족과의 거리를 좁혔다.
‘아스트로 스텝! 아스트랄 블레이드!’
우우우웅!
에이든의 검에 불투명한 색의 요력이 맺혔다.
-호오, 인간인가? 이 마력의 폭풍 속에서 움직이다니. 제법이구나.
중급 마족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설마 자신의 마력 속에서 움직이는 인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마족은 마력을 뭉쳐 검을 만들었다.
오랜만의 중간계 나들이니까 적당히 놀아 볼 생각이었다.
카가가강!
검과 검이 부딪쳤다.
동시에 검 사이에서 강한 스파크가 튀었다.
마력과 요력의 충돌!
그 충격이 어찌나 강했는지 격돌로 인해 생긴 충격파가 주변에 있던 기사들을 날려 보낼 정도였다.
파지직.
-……이건 설마…….
중급 마족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한번 검을 맞대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내 마력이 밀리고 있다고? 말도 안 되는…….’
눈앞에 있는 인간은 강하긴 하지만, 자신을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력이 밀리고 있다.
이건 힘의 차이가 아닌 그저 격의 차이일 뿐이었다.
요력이 마력보다 더 높은 격의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격이 낮은 마력이 밀리고 있을 뿐이었다.
으드득…….
-네놈!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요정의 후예구나!
파아아앙!
중급 마족을 중심으로 거대한 마력이 폭발했다.
아스트로 스텝을 밟은 에이든은 뒤로 물러서는 것과 동시에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우우우웅!
영약을 잘 먹어서 그런가?
무장지대의 효과도 있고, 신성 지대와 여러 버프를 바른 에이든은 이전보다 몸이 가벼웠다.
거기에 이번에 새로 얻은 반지도 효과가 좋았다.
“아스트로 소드!”
서걱!
평소의 50%의 위력이다.
위력이 떨어지더라도 검술의 시전 속도가 이전보다는 확실히 빨랐다.
에이든은 곧바로 지면을 박찼다.
‘빨리 끝낸다.’
에이든의 신형이 엿가락처럼 늘어나더니 공격을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카강! 캉!
에이든의 검과 마족의 검이 서로 뒤엉키면서 공격을 주고받았다.
막고 쳐내고 피하고.
오로지 상대를 죽이기 위한 공격만이 서슴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급 마족은 이를 악물었다.
-놈!! 빌어먹을 요정의 후예가! 다시 우리들의 대업을 방해하려고 하는 것이냐!!
중급 마족의 거친 포효에 에이든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대업? 다시라고?’
원작을 읽은 에이든은 마족의 목표를 잘 알고 있었다.
마족의 목표는 중간계를 마계로 만드는 것.
‘멸악의 기사’의 메인 에피소드는 그런 음모를 막기 위한 여행이었다.
흑마법사는 그런 마족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만든 장기 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대업은 알겠는데…… 다시라고?’
놈은 말했다.
요정의 후예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요정과 관련된 일이라는 건데…….’
그럼 이들을 막았던 사람은 천 년 전, 요정들의 왕 레오스라는 말이 된다.
‘그럼 천 년 전 왕이 싸웠던 어둠은…… 마족이라는 건가?’
-노오오옴!!!
중급 마족의 기세가 더 거칠어졌다.
에이든은 이를 악물며 공격을 맞받아치고 있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검과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요력이 깎여 나갔다.
아무리 요력이 마력보다 격이 높다고 해도 그것을 다루는 에이든의 수준이 아직 마족보다 낮았다.
마족의 공격은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매섭기 짝이 없었다.
그때였다.
[신성 지대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신성 지대는 24시간 후, 사용이 가능합니다.] [신성 지대가 무장지대로 바뀝니다.]“……!”
설상가상으로 신성 지대의 효과까지 끝나 버렸다.
덕분에 마족에게 가해지던 디버프는 사라지고, 에이든을 돕던 버프도 사라졌다.
카가강!
빠직!
악재가 겹쳤다.
아단에게 뜯은 검이 마족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박살이 나고 말았다.
신성 지대도 사라지고.
무기까지 잃었다.
“커헉!”
마족의 마지막 공격을 가까스로 막긴 했지만, 그 충격에 에이든은 바닥을 뒹굴었다.
갑옷조차 없었다면 그대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중급 마족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지긋지긋한 요정의 후예. 인간치고는 제법이긴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중급 마족은 에이든을 마무리하기 위해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영주님!”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알폰스가 다급히 그를 돕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알폰스가 움직이기도 전에 중급 마족의 검이 먼저 휘둘러졌기 때문이다.
“아, 안 돼!!”
중급 마족의 검은 금방이라도 에이든의 목숨을 앗아 가려고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푹!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줄기의 섬광이 에이든과 마족 사이를 가르며 지면에 꽂혔다.
강렬한 신성력을 뿜어대고 있는 한 자루의 검.
동시에 에이든의 눈앞에 메시지 창이 날아왔다.
[이건 빚이다.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