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14)
제214화
14화 : 끔찍한 상상
“레일라가 깨어났다고……?”
“네.”
“……어떻게…….”
어두운 방 안.
그 안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검은 로브를 입은 이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이는 부하의 보고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중독에서 어떻게 깨어났지? 그게 가능한가?’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레이첼 님. 몇 번이나 확인해 봤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몇 번이나 확인하지 않았던가.
거기에 중독되면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치료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흑마법사들도 몇 번이나 연구를 해봤지만,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었다.
신전, 마탑에서조차 포기할 정도였었다.
‘그런데 그걸 치료했다고?’
“어떻게 치료한 거지?”
“……에이든 사론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부하의 입에서 에이든의 이름이 나오지 레이첼은 예쁜 얼굴을 강하게 구겼다.
에이든 사론톤.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에이든 사론톤이 어떻게 알고?”
“듣기로는 레이던 백작이 칼리바이 숲에 대한 정보를 듣고 찾아간 거 같습니다.”
“칼리바이 숲…… 그렇다면 그럴 수 있겠군.”
레이첼은 한숨이 깊은 한숨이 나왔다.
사실 레일라를 그렇게 만든 건 흑마법사의 계획 중 하나였다.
목표는 레이던 백작이 가지고 있는 마도구였다.
계획에 필요한 마도구를 찾는 과정에서 레이던 백작이 그것을 입수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몇 번이나 그에게 접촉해서 그 마도구를 회수하려고 했었지만, 계속 실패했다.
레이던 백작은 자신이 손에 넣은 마도구를 다시 내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획을 바꿔서 레일라를 노렸다.
‘딸을 위해서라면 마도구를 내놓겠지.’
그가 평소 딸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으니 그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적당히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레이던 백작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적당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고 했었다.
한데 에이든 때문에 계획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귀찮게 되었군…….”
그 마도구는 계획을 위해서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세워놨던 계획은 엉망이 될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이 사실은 스승님이 아신다면?’
몸이 떨려왔다.
스승은 아무리 제자라고 할지라도 실수에는 엄격했다.
거기에 이번 계획에는 3년이라는 시간을 소모했다.
실패했다는 게 알려진다면 돌아가는 즉시 어떤 벌을 받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레이첼 님…… 어떻게 할까요.”
“…….”
레이첼은 생각에 잠겼다.
더는 뒤로 미룰 수 없었다.
어떻게든 마도구를 손에 넣어서 실수를 만회해야만 했다.
‘어쩔 수 없군.’
“공격 준비를 해라.”
“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칼리바이 숲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지금은…….”
칼리바이 숲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신전과 마탑 그리고 왕실에서도 흑마법사를 주시하고 있었다.
위에서도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다. 그 마도구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
알고 있다.
이번 계획이 실패하면 돌아가는 즉시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흑마법사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에 레이첼은 총대를 메기로 했다.
“준비해라. 책임은 내가 지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부하는 공격 준비를 위해서 방을 나갔다.
백작가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해야만 했다.
쉽지 않을 터.
그렇다고 해서 뒤로 물러설 순 없었다.
“에이든 사론톤…….”
레이첼은 자신의 위대한 계획을 방해한 에이든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그놈 때문에 실패한 계획이 도대체 몇 개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위에서 놈의 이름은 금기였다.
만약 실수로라도 에이든 이름을 말하면.
‘에이든 사론톤…… 에이든 사론톤! 그 빌어먹을 놈 때문에! 내가! 내가!! 어…… 어어억!!’
‘에이든!! 죽인다…… 죽인다! 죽이고 말 거야!!’
‘아아악! 내가 그놈 때문에 몇 년을 고생해서 세운 계획이!!!’
‘그놈은 전생자가 분명해…… 전생에 내 원수였던 게 분명하다고…… 그러니까 이러는 거겠지? 그렇지?’
에이든은 지금 흑마법사들 사이에서는 훌륭한 저혈압 치료제로 쓰이고 있었다.
심할 경우 고혈압으로 죽는 최초의 흑마법사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번엔 절대 안 된다…….”
레이첼의 눈빛이 음산하게 가라앉았다.
그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이번 계획은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했다.
반드시.
* * *
“딸아! 몸은 괜찮은 거니?”
“네, 저는 괜찮아요. 아빠.”
“괜찮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나는 네가 다시 깨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정말…… 정말 다행이야!”
레이던 백작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다시는 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두 번 다시는 듣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아빠’라는 단어가 오늘따라 가슴을 강하게 울렸다.
“흑흑…….”
“아이참, 아빠, 왜 그렇게 울어요?”
“크흡…… 너무 좋아서 그렇단다…… 다시는 너를 못 볼 줄 알았어.”
“에이~ 제가 아빠를 두고 어딜 가겠어요!”
레일라는 부드럽게 레이던 백작을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줬다.
레이던 백작은 한참 눈물을 흘렸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녀가 눈을 뜨고 다시 아빠라고 불러주는 것을 기다려 왔었다.
그리고 오늘 그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일어나자마자 왜 갑자기 움직인 거니? 사라졌다는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아니…… 그냥 몸을 좀 움직이고 싶었어요.”
평범한 사람이 3년 동안 누워만 있었다면 절대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일라는 달랐다.
레이던 백작이 온갖 마도구를 구해 와서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서 애쓰지 않았던가.
그 마도구가 요력 중독은 해결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몸 상태를 호전시키기엔 충분했다.
그 마도구 덕분에 그녀는 3년 만에 깨어나자마자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저를 도와주셨다고 들었어요.”
“아, 네.”
레일라는 에이든을 보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아뇨.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정당한 거래였으니 그렇게 감사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잖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때.
레일라의 시선이 에이든의 뒤쪽에 서 있는 한스에게 향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한스의 근육에 시선이 꽂혔다.
“저분의 이름은 어떻게…….”
“…….”
“혹시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레일라의 질문에 한스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에이든이 눈짓하자 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한스라고 합니다. 헤스티아 영지의 경비대 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어머! 경비대 대장을 맡고 있다고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네요!”
“후훗,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울끈불끈.
레일라의 반응에 한스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면서 포징을 취했다.
포징을 취하자, 한스의 대흉근이 격하게 움직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흉근이 맙소사…….”
레일라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태어나서 저토록 완벽한 근육은 처음 봤다.
너무나도 아름답다.
잔뜩 성난 승모근이 어깨까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대흉근은 날아오는 화살쯤은 간단하게 튕겨낼 정도로 강인해 보였다.
저 복근은 어떤가?
빨래하다가 오히려 빨래가 찢어질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나도 완벽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저 가슴 근육을 느끼면서 잠들고 싶다…….’
만져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런 레일라를 보며 레이던 백작은 살짝 당황한 듯 물었다.
“레일라…….”
“…….”
“레, 레일라?”
“왜요? 아빠?”
“혹시 어디가 아픈 거니?”
“아뇨, 안 아파요.”
“그런데 왜…… 분명 정신을 잃기 전에는 근육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 않았니?”
레이던 백작의 기억에는 레일라의 취향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한데, 깨어나고 나니 갑자기 근육에 눈이 돌아갔다.
“혹시 그 부작용으로…….”
“아니에요.”
“응?”
“저 원래 근육 좋아했어요.”
“하지만 중독으로 쓰러지기 전에는…….”
“참았죠.”
“…….”
“하지만 제가 쓰러지고 나서 깨달은 게 있어요.”
“뭘 깨달았는데……?”
“참아도 죽으면 의미 없다는 것을요.”
레일라는 지금까지 자신의 취향을 감추고 다녔다.
그래야만 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독으로 쓰러지고 3년 동안 잠들어 있었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깨달았다.
참아 봤자 죽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참으면 손해다!’
그에 그녀는 이제 당당하게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기로 했다.
“그럼 정신을 잃기 전에 가끔씩 기사들의 훈련을 구경했던 건…… 나를 보는 게 아니라…….”
“아빠는 핑계고. 기사들 근육 구경하러 간 거였죠.”
“……기사들이 다쳤을 때 손수 치료해 준 건…….”
“그때가 아니면 언제 기사들의 완벽한 근육을 만져 보겠어요.”
레이던 백작은 알 수 없는 강한 두통을 느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설마 딸에게 저런 취향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근육이라니…….
“후후후…… 아가씨께서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으시군요! 후우웁!”
“어머 어머! 저 등 근육 좀 봐요! 마치 악마가 웃고 있는 것처럼 너무나도 완벽한 등이라니!”
“하하하!!”
한스는 뭐가 그리 좋은지 포징을 취하면서 자신의 모든 근육을 한껏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레이던 백작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딸아.”
“네.”
“조금 진정하는 게 어떻니?”
“마도구 수집하고 밤새 그거 보면서 좋아하시는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니시잖아요.”
“…….”
“예전에 보니까 마도구에 이름까지 붙이면서……. ‘오오……. 이 아름다운 자태를 봐라. 헤나야……. 너는 정말…….’ 하면서 좋아하셨잖아요.”
“아니……. 그건…….”
“그래서 엄마한테 등짝 맞으셨던 건 생각 안 하시나 봐요?”
“크흐흐흠!!”
압도적인 딜교의 손해.
괜히 뭐라고 말 한마디 했다가 호되게 두들겨 맞았다.
“아빠. 그리고 제 방에 마도구가 많이 늘어난 거 같은데…….”
“그건 너를 위해…….”
“제 치료와는 상관없이 이상한 것도 있던데요?”
“…….”
“또, 또 이상한 수집욕 발동해서 모으고 있죠? 진짜 엄마가 이걸 봤으면 뭐라고 하셨을지…….”
“왜 자꾸 엄마 이야기를 하니…….”
“아무튼! 저는 이제 솔직하게 살기로 했어요!”
뜬금없는 딸의 근밍아웃에 레이던 백작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었다.
취향은 존중해 줘야 하겠지만.
‘저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너무 난해한 취향이라 이해가 힘들었다.
‘저러다가 혹시 근육질 남자랑 결혼하는 거 아니야?’
순간, 그는 머릿속으로 결혼하는 레일라를 떠올렸다.
대상은 한스였다.
둘이 행복한 결혼을 하고 손자 혹은 손녀를 낳게 되었다.
사랑하는 딸이 낳은 혈육.
누구라도 예뻐해 줄 자신이 있었다.
다만.
“콜록…….”
보인다.
보통 막 태어난 아이는 말랑말랑해야 하는데 품에 안는 순간 묘하게 딱딱할 것 같다.
아기의 배에 복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보다는 단백질부터 찾을 거 같았다.
“아, 안 된다!”
“아빠?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 아니다…… 그, 그런 게 아니야!!”
너무나도 끔찍한 상상이었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상상!
레이던 백작은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이 했던 상상을 간신히 털어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구나…… 그래서 몸은 괜찮은 거지?”
“네! 괜찮아요. 컨디션도 좋고. 일어나자마자 좋은 걸 봐서 그런지 기분도 좋아요!”
“……그거참 다행이구나…….”
레이던 백작은 그래도 딸이 깨어났다는 것을 위안 삼았다.
미래의 일을 지금 당장 고민해도 의미 없었다.
“영주님.”
그때였다.
심부름 나갔던 집사가 문을 열고 다급히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영주님께서 시키신 걸 조사했습니다.”
“알아냈나?”
레이던 백작이 집사에게 시켰던 심부름은 요력이 깃든 마도구를 판 상인을 알아 오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됐지?”
“없어졌습니다.”
“뭐?”
“그 마도구를 팔았던 상인…… 3년 전에 사라져서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분명 그 상인은 제법 큰 상단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요력이 깃든 마도구를 팔았던 상인은 큰 상단도 가지고 있어서 믿고 마도구를 산 것이다.
한데, 그 상단도 사라졌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레이던 백작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싸늘한 뱀의 시선 같은 것이 느껴진다.
자신이 한없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뱀의 끔찍한 시선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