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요한은 바로 출발하지 않고 안평을 시찰하기로 하였다.
“와아아아.”
“국왕 전하 만세!”
근위대 병사들과 함께 안평의 대로를 가로지르니 여기저기서 환호가 들려왔다.
꼭 그의 인기가 아니더라도 말을 탄 그의 모습은 함성이 절로 나올 만큼 멋있었다.
“언제 봐도 잘생기셨군!”
“병사들을 봐. 평범한 흑기군과는 조금 달라 보이는데?”
“아마 근위대일 거야. 흑기군보다 훨씬 강한 군대지. 전장에서는 거의 무적의 군대라고.”
대로를 지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시민들은 한마디씩 하였다.
그의 인기를 증명하듯, 대부분은 긍정적인 이야기였다.
근위대를 칭찬하는 말도 많이 들려왔다.
엄정한 군기를 보이는 근위대의 모습은 무척 듬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쯧, 일이 급한데 길을 저리 막으면 어쩌라는 건지.”
“왕의 행차잖아. 불편해도 자네가 참게.”
다만 좋은 소리만 들리는 것은 아니었다.
요한은 청각이 무척 뛰어났는데 그의 귀로 자신을 흉보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길을 막으니 불편하다는 그런 소리부터, 전장에 안 있고 왜 여기 있냐는 소리까지.
그 불평이 의외로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요한으로선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요한이 그동안 별다른 걱정 없이 친정에 나설 수 있었던 건, 민심을 장악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시든, 농촌이든, 어디를 가도 그를 환영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대만에서는 특히 그러했다.
네덜란드라는 압제자로부터 자유를 되찾게 해준 해방자였기 때문이다.
‘수도를 이전한다는 소식 때문인가?’
대북에 새로운 수도를 세우고 있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공사 규모가 규모다 보니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던 것.
그래서 요한은 안평의 민심이 이반한 이유를 대북에 있다고 의심하였다.
안평 사람들은 대두국의 수도에 산다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안평이 더는 수도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안평 사람들로선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또 어디랑 전쟁하려나?”
“우리 왕이 전쟁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지. 전쟁만 잘해서 문제지만.”
“그렇게 전투를 잘하면 빨리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나 끝내서 거지들을 내쫓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때 그의 귀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 덕에 요한은 안평 시민들이 어떤 이유로 불만을 가지는지 알게 되었다.
피난민 때문이었다.
도시에 넘쳐나는 피난민들로 인해 치안률이 낮아졌고 품삯은 낮아졌다.
안평 시민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치에 조금 더 신경 쓰기는 해야겠군.’
요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
***
붉은 광장을 지나 북쪽으로 향하자, 그곳에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 보였다.
평범한 건물과는 사뭇 다른 양식이었다.
대장간처럼 보이는 건물도 있었고 공장처럼 보이는 건물도 있었다.
이 일대는 다름 아닌, 요한이 안평을 점령하고 조성한 상업 지구였다.
그리고 요한이 소유한 각종 공장도 바로 이곳에 있었다.
요한이 이곳에 온 이유도 그 공장들을 시찰하기 위함이었다.
“하찮은 종, 심당수가 전하를 뵙습니다!”
가장 먼저 향한 건물은 바로 도자기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안평서가자기’란 이름을 가진 공장이었는데, 요한의 재산을 늘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유럽에서 채색자기가 워낙 인기라서 수익률이 높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수익률이 더 높아질 예정이지.’
요한은 속으로 그 생각을 하며, 안평서가자기의 책임자인 심당수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서양식으로 인사하는 심당수였지만, 그는 사실 조선인이었다.
정확히는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 온 도공 출신이었는데, 사쓰마 번과의 전쟁을 통해 그를 대만으로 데려왔다.
사쓰마 번에서 도조라 불릴 정도로 명성이 높은 자였기에 실력도 출중하였다.
중국 출신의 도공들도 그를 인정하고 자신의 상관으로 인정할 정도였다.
“바로 보고 싶은데.”
“여기 있습니다.”
“이건가? 뼈를 넣어서 만든 도자기가?”
심당수가 찻잔 하나를 건네주었다.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채색이 새겨진 찻잔이었는데, 요한은 그 찻잔을 보고 눈을 빛냈다.
찻잔을 보는 순간 느꼈다.
이 찻잔은 유럽 왕실이 사용한다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 거라고.
그만큼 품질 면에서 고급스러웠던 것이다.
“품질은 기존 찻잔과 거의 차이가 없는데?”
“그렇습니다. 품질은 그대로인데 생산 가격은 확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강도가 강하고 전통 자기에 비해 가볍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싸고, 가볍고, 단단해졌다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다 좋아졌다는 뜻이니, 요한은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원재료인 소뼈가 비싸진다면 나중에는 생산 가격이 기존 자기보다 높아질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뭐, 언젠가 그렇게 되기는 할 것이다.
당장은 소뼈를 사용할 곳이 별로 없어 값싸게 사들일 수 있었지만, 원래 소는 비싼 동물이었다.
대만은 목축업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기에 아마 소뼈를 중국에서 사들여야 할 것인데, 나중에는 오히려 기존 자기보다 생산 가격이 오르게 될 거 같았다.
하지만 요한은 이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차피 그는 이 골회자기를 일종의 프리미엄 도자기로 만들 계획이었다.
목축업도 앞으로 크게 키울 것이니, 원재료를 구하는 것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리라.
“앞으로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군.”
“예, 유럽인들은 금을 좋아하니, 여기서 금장식을 추가한다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을 듯합니다.”
심당수는 일본에서 네덜란드인들을 자주 상대하였기에 유럽인의 취향을 잘 알았다.
이런 그가 골회자기라는 사기적인 기술까지 얻었으니 앞으로의 성공은 정해진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명청 전쟁으로 중국의 도자기 산업이 크게 쇠퇴한 상태다.’
도자기 산업의 경쟁자는 중국과 일본이었다.
그 중 일본은 요한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어 이미 도자기 산업이 많이 죽었다.
다른 경쟁자인 중국 같은 경우는 알아서 자멸하였다.
전쟁으로 도공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아예 전장으로 끌려가기도 하였다.
물론 여전히 중국의 도자기 산업은 그 규모가 대단하였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유럽의 시장을 노린다면 대두국의 도자기 산업은 그 기세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는 일이지.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유럽인들에게 도자기를 팔 수 없으니까.’
요한은 남명 정부로부터 얻은 세 개의 도시, 마카오와 샤먼, 천주의 관세를 크게 올릴 생각이었다.
안평의 관세는 사실상 10%였는데, 세 개의 도시는 최소 20%까지 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대두국의 주요 도시인 안평과 마닐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중국은 워낙 살 물건이 많아서 관세가 비싸도 유럽 상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영국 상인들이 요한을 애타게 찾는 이유도 바로 그 중국 시장이 누구의 손에 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골회자기는 100냥 이상의 가격으로 팔 계획이니, 앞으로 품질에 신경 써주도록.”
“…명심하겠습니다.”
100냥이란 말에 심당수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요한이 생각하기에 100냥도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었다.
아마 골회자기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다면 그 가격이 얼마가 됐건 유럽 상인들은 사지 못해 안달날 것이다.
***
안평서가자기 시찰이 끝나자 요한은 다음 장소로 향하였다.
이번에 향한 곳은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동아시아 최초의 맥주 양조장이지.’
양조장에 가자 요한은 양조장의 책임자로부터 잔 하나를 건네받았다.
잔에는 노란색 음료가 가득 들어있었다.
이것이 바로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생산한 안평 맥주였다.
“크으!”
요한은 소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술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나마 마시는 것이 맥주였다.
하지만 17세기에 와서 마신 맥주들은 유럽 선원들이 물처럼 마시는 김빠진 맥주들 뿐이었다.
유럽에서 싣고 온 맥주였으니 당연히 그 맛은 형편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요한은 그동안 의도치 않게 금주하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양조장을 만들 당위성은 충분하였다.
다른 산업에 비교하면 수익을 크게 기도하기 어렵다 해도 결국 그의 만족도가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참고로 양조장을 만들기 위해 요한은 밀농사와 보리농사도 크게 지었다.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맛이 기가 막히는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자네들도 마셔보게.”
요한이 근위대 장교들에게 맥주를 건네주었다.
장교들은 근무 중인데도 사양하지 않고 요한이 건네준 맥주를 마셨다.
“음.”
“…맛있습니다. 이것이 서역의 술이군요.”
어쩐지 반응이 밍밍하였다.
이들의 반응만 봐도 맥주 양조장으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 같았다.
‘뭐, 내가 즐기는 술이란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때는 맥주를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겠지.’
장교들의 반응이 살짝 아쉬웠지만, 요한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애초에 지금 만들어진 맥주들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 맛이 그리 좋지 않았다.
요한이 맛있게 마신 것은 어디까지나 오랜만에 마시는 진짜 맥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벌써 이 정도의 맛을 내는 맥주가 만들어졌다면 미래는 기대해도 좋을 거 같았다.
***
‘역시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단 말이지.’
상업 지구를 돌아다니며 요한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요한이 대만을 장악한 후 대만의 산업은 크게 발전하였다.
중국에서 공인을 불러와 도자기를 비롯하여 여러 상품을 생산하였다.
총기 같은 경우는 이미 자체 생산하고 있을 정도였다.
또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단향을 키워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한이 생각하기에 아직 대만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앞으로 대두국에서 주력으로 키워야 하는 산업은 유리와 제지, 그리고 직물이다.”
왕실 상단 소속의 상인들이 요한의 말을 경청하였다.
대부분은 정씨 일족 출신의 상인들이었다.
원래 그들은 자립심이 강했으나, 요한의 신화적인 성공을 보고 왕실 상단에 뼈를 묻기로 하였다.
자체적인 상단을 만드는 것보다 왕실 상단의 행수가 되는 것이 훨씬 더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직물인데, 새로운 방적기가 필요하다.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하는 혁신적인 방적기가 말이야.”
요한이 원하는 방적기는 바로 제니 방적기였다.
산업 혁명의 신호탄이라고도 불리는 방적기가 바로 이 제니 방적기였다.
한 사람이 한 번에 8가닥의 실을 뽑을 수 있었는데, 이는 효율이 8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중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인구가 적은 대두국이었기에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면 효율로 압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도자기나 유리처럼 명나라에서 크게 쇠퇴한 산업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명나라 시대에 크게 발전했던 유리 기술은 청나라로 인해 도자기 이상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상태였다.
유리 수요는 여전히 넘쳐흘렀으니, 유리를 본격적으로 생산한다면 이 역시 무역 적자를 해소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화폐도 만들어야겠지.’
은행은 이미 있었다.
또한 은행의 신뢰도도 충분히 확보한 상태.
국고를 늘리고 관련 기술만 확보된다면 화폐를 찍어내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였다.
‘제철소도 필요하다.’
강철의 필요성이야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안보적 차원도 안보적 차원이지만, 제철소를 만들면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역시 조선소인가? 유럽이나 신대륙까지 항해할 수 있는 범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원양 항해를 하기에는 복선만으로 부족하였다.
서양식 범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