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33
청나라와 조약을 맺기 직전, 김육은 결국 관직에서 물러났다.
관직에 물러난 그는 어떤 경우에도 정사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가 만든 당파인 한당이 산당에 의해 밀려나는 조짐이 보이는데도 그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였다.
하지만 오직 하나,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는 계속해서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결국 이렇게 끝이 났나.”
정묘년과 병자년의 복수에 성공하였고 만주라는 거대한 영토까지 얻어냈다.
이 사실에 조선인 모두가 열광하였으나, 김육은 달랐다.
전쟁에 이긴 것은 물론 기쁜 일이었다.
영토를 얻은 것 역시 기뻐할 일이었고.
‘문제는 너무 많은 영토를 얻었고, 너무 많은 원한을 샀다는 점이다.’
다다익선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만주는 조선이 경영하기에 너무도 거대한 땅이었다.
면적만 봐도 조선 전체 면적보다 4배 이상 컸다.
다행히 그 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가 적었으나, 반대로 인구가 적다는 건 그만큼 영토를 개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만약 조선이 예전처럼 인구가 많았다면 만주를 경영했을 때, 실보다 득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조선은 집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구가 대두국으로 유출된 상황이었다.
만주 전체를 개발하기엔 인구가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개발하지 않고 땅을 놀려둔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되었다.
이 땅의 주인이었던 청나라가 만주를 되찾고자 설욕전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김육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과연 조선은 청나라에게서 만주라는 거대한 영토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지켜낼 수는 있겠지. 대두국에게 많은 것을 내준다면 말이다.’
대두국을 떠올리자 김육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은 이번에 일어난 전쟁의 최대 수혜자를 조선이라 말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겨우 10만이 조금 안 되는 병력을 동원하였던 조선은 가장 거대한 영토를 얻어냈다.
남명의 경우, 오국이니 서국이니 내전의 씨앗만 잔뜩 만들었으니 득보다 실이 훨씬 컸다.
청나라야 굳이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김육이 생각하기에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조선이 아닌, 대두국이었다.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대두국은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남명에서야 상당한 기반을 가지고 있었을지 몰라도, 청나라에서든 조선에서든 이방인에 가까웠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되면서 대두국은 나라의 귀빈이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자가 되었다.
한마디로 대두국이 주도하는 질서가 생겨난 셈이었다.
이제 조선은 대두국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빚이 쌓일 대로 쌓인 데다, 그들이 교역을 중단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받아야 할 대출이나 투자도 상당하였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김육은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를 대두국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만주는 사실상 대두국에게 양보해서라도 조선의 땅은 지켜야 할 텐데, 전하께서 어렵게 얻은 만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게 걱정이구나.’
김육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만주를 무리하게 개발하려다가 만주에 이어 조선 반도의 이권까지 대두국에게 내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 언젠가 닥칠 미래처럼 여겨졌다.
가난한 조선은 만주를 경영할 재정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의지할 곳은 대두국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
청나라는 현재 조선과의 전쟁은 중단하였으나, 정성공이 세운 오국과의 전쟁은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사실 청나라 내부에서는 종전의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었다.
곳곳에서 반란의 조짐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다 나라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종족이 멸망하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생겨났다.
조선에게 만주를 빼앗긴 상황이었으니, 그런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오보이는 모든 요구를 무시하고 전쟁을 이어 나갔다.
“이대로 영토를 빼앗긴 채 전쟁을 멈추라는 말이냐! 강소성은 우리의 영토다.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진짜 그들의 영토는 만주였지만, 오보이는 강소성과 하남성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두 성의 인구가 만주 전체의 인구보다 몇 배는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청나라의 모든 전력을 끌어모아 오국이 점령한 두 개의 성을 되찾기 위해 전력을 다하였다.
물론 의지만으로 정예군인 오군을 꺾어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전쟁은 점점 장기전으로 흘러갔고 산동성 경계에서 일진일퇴를 반복할 뿐이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종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심지어 청의 황제인 순치제가 전쟁 중단을 명령할 정도였다.
물론 오보이는 순치제의 명령이라고 무조건 따라줄 사람은 아니었다.
순치제는 기본적으로 담이 약한 사람이었다.
도르곤의 권력을 네 명이서 나눠 가졌을 때야 숙사하를 상대로 제 목소리를 냈었지만, 네 명의 권력이 다시 하나로 합쳐진 지금은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오보이는 ‘만주 최고의 전사’라는 별명답게 외형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기골이 장대하고 우락부락한 오보이가 막강한 권력까지 가졌으니 기가 약한 순치제로선 도저히 오보이를 통제할 수 없었다.
이렇게 여론은 물론이고 황제의 명령까지 무시한 채 오보이가 남벌을 강행하였다.
하지만 그때였다.
누군가가 이런 오보이를 직접 접견하여 종전을 요구하였다.
“섭정공, 아국은 휴전이 필요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민심을 완전히 잃게 될 겁니다.”
황제의 말까지 무시하며 전쟁을 이어갔던 오보이였다.
그런 그가 일개 ‘한족’의 말을 듣고는 고민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오보이를 찾은 인물은 일개 한족이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왕작을, 그것도 무려 복건왕이란 왕작을 가진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대두국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소?”
오보이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복건왕 정지룡에게 그 같이 되물었다.
“이미 대두국은 도와줄 만큼 도와주지 않았습니까?”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것이오?”
그러자 정지룡은 대두국을 옹호하듯 이렇게 말하였다.
너무 많은 자금을 빌려줬고, 대두국 역시 전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기에 더 도와줄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정지룡이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그는 청나라 사람이 아닌, 대두국의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기야, 그의 사위가 대두국의 왕이었으니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 정지룡을 보며 오보이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도르곤이 가졌던 권력에 버금가는 권력을 얻었건만, 정작 대두국의 꼭두각시일 뿐이라니.’
오보이가 무리하게 전쟁을 이어 나가는 이유는 단순하였다.
장강 이북의 땅을 되찾지 않는다면 결국 요한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만주는 조선에게 빼앗겼고 하남성과 강소성은 오국이란 신생 국가에게 빼앗겼다.
사실 만주야 경제력이든, 군사력이든 큰 이점을 주는 지역은 아니었다.
만주는 만주족의 고향이자, 만약을 대비한 도피처일 뿐이었다.
오히려 하남성과 강소성을 빼앗긴 것이 더 뼈아팠다.
두 성은 인구가 밀집한 지역이었고 경제력이나 곡식 생산량도 좋은 편에 속하는 지역이었다.
사실상 청나라의 국력 3할 이상을 손실 본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나라의 힘만으로 남명과 오국의 공세를 이겨내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남명과 오국을 상대하려면 대두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대두국의 지원을 받다 보면 그는 사실상 대두국의 꼭두각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정지룡의 입지를 생각하면 이미 그렇게 되어가는 중이기도 했고 말이다.
‘···답답하군. 도저히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하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었다.
지금으로서 유일한 방법은 정지룡의 지분을 인정하고 청나라의 권력을 나눠 갖는 것이었다.
비록 정지룡에 의해 대두국의 자본 침투가 시작될 테지만, 그러다 결국에는 대두국이 청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될 테지만, 오보이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두국과 협조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
“드디어 모든 전쟁이 끝났구나.”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장관들이 허리를 숙이며 경하의 말을 하자 요한은 피식 웃었다.
“축하를 받으0니 마치 아국이 전쟁에서 이긴 것처럼 느껴지는군.”
“사실상 아국도 승전국이지 않습니까? 배상금까지 받아냈으니 말입니다.”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군.”
요한은 청나라와 남명, 그리고 청나라와 오국 간의 평화 협정을 중재하였다.
그 과정에서 대두국과 청나라 간의 평화 협정도 맺었는데, 이때 배상금을 비롯하여 각종 이권을 얻어냈다.
물론 청나라에게만 이권을 얻어낸 것이 아니었다.
오국에게는 물론이고, 남명과 조선, 그리고 서국에게도 이권을 얻어냈다.
‘벌써 이긴 기분이군. 우리의 진짜 전쟁은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태인데 말이야.’
중국에서의 전쟁은 모두 끝이 났다.
하지만 대두국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었다.
물론 군사력을 두고 다투는 그런 전쟁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요한이 준비하는 전쟁은 어찌 보면, 무력을 사용하는 전쟁보다 더 중요한 전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명과 청나라, 그리고 조선까지.
이렇게 세 나라의 경제력을 장악할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났으니 예정된 일을 해야겠지. 우선,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이번에 얻은 도시에다 항구를 건설하는 일이다.”
각 국가에 건설될 항구는 대두국의 전초 기지가 될 것이었다.
대두국에서 생산될 각종 물품이 이 전초 기지를 통해 삼국에 퍼져나갈 것이리라.
“각 도시에 어느 정도의 자본을 투자해야 할 거 같은가?”
“남명으로부터 받은 복건성과 광동서의 도시에는 이미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서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만주의 대련항이나 여순항, 그리고 청으로부터 얻은 등주항에는 최소 500만 원(50만 냥)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도시 당 500만 원이라면, 세 개의 도시에 투자할 자본은 총 1,500만 원이었다.
큰돈이라면 큰돈이고 작은 돈이라면 작은 돈이었다.
하지만 천주나 샤먼, 마카오 등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번에 투자하는 비용은 무척이나 적게 느껴졌다.
관세만으로도 한 해에 최소 1,0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각 도시의 가치는 단순히 관세 수입이 전부는 아니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중국 진출의 전초 기지로 활용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였다.
“도시와 항구를 세우고 난 다음에 할 일은 섬유 시장을 장악하는 일이다.”
소주와 항주 일대는 본래 비단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물론 두 도시 말고도 중국에는 비단을 생산하는 지역이 대단히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장강 이북에서의 비단 생산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안 그래도 천계령으로 비단 시장은 크게 위축되어 있었는데, 전쟁까지 터지자 비단 기술자들이 전부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대두국의 상인들이 나타나 비단 기술자들을 대두국으로 초빙하였다.
수십 냥에 달하는 은자를 급료로 약속하자 비단 기술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두국으로의 이민을 선택하였다.
지금의 청나라는 비단 생산력이 전무해진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여 요한은 청나라가 다시 비단 기술을 되찾기 전에 청나라의 비단 시장을 장악하고자 하였다.
다만 “섬유 시장을 장악하겠다”라는 말을 괜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비단 시장뿐만이 아니라, 섬유 시장 전체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