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39
“황제 폐하께서는 답변을 해주셨습니까?”
“···양왕의 방해로 황제 폐하와 독대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황도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요한을 몰아내기 위해 일종의 군사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황제인 정무제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무제의 허락 없이 반란을 일으키는 건 안 그래도 적은 성공 가능성을 더 줄이게 만들 터.
하여 어떻게든 정무제의 재가를 받고자 하였다.
“여기서 더 시간을 허비했다간 양왕이 완전히 정권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민심까지 장악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요한이 단순히 군사적인 능력만 출중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섭정왕이라는 그 알량한 명분 하나로 순식간에 정권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자 사람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군사적인 능력 이상으로 정치적인 능력도 출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민심이라.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습니까? 그자는 도이(섬 오랑캐)일 뿐이지 않습니까.”
“양왕을 누가 오랑캐라 생각하겠습니까. 양왕이 대규모 군사라도 끌고 와 점령군 행세를 했다면 모를까, 그는 겨우 300명의 군사만 데리고 왔을 뿐입니다.”
황도주로선 사실 이것이 가장 두려웠다.
적지나 다를 게 없는 복경에 겨우 군사 300명만 데리고 오는 바로 그 대범함이 말이다.
요한이 수만 명의 흑기군을 동원하였다면 황도주는 오히려 반색하였을 것이다.
흑기군은 명성이 높은 만큼 남명의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주는 존재였다.
그런 흑기군이 수만 명이나 남명에 상륙한다면 사람들은 침략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러지 않았고 오직 정략만으로 정권을 장악하였다.
물론 그 정략에 엄청난 인정(뇌물)이 동원되었지만, 그건 눈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민심이 이반될 여지도 없다고 봐야 했다.
“우리에게 시간은 얼마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내달 안에는 승부를 봐야 합니다.”
“군대를 준비하란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복경에 주둔한 흑기군의 수는 겨우 300. 이 정도라면 승산은 있습니다.”
이미 많은 장수가 요한의 뇌물을 받고 그의 수족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황제의 허락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요한의 수족이 되지 않은 장수들도 황도주와 뜻을 함께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즉, 황도주가 동원할 수 있는 군대는 많아 봤자 수천에 불과할 거라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황도주는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요한을 지키는 흑기군의 수는 고작 300명뿐.
지금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여겨졌다.
‘황제 폐하께서도 우리의 결단을 이해해 주실 것이다.’
정무제는 어차피 5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였다.
하여 황도주는 정무제의 허락을 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일단 반란부터 일으키기로 하였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황도주가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였다.
놀랍게도 이런 시기에 요한이 그를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하였다.
“양왕이 왜 나를?”
황도주는 당황하였으나, 요한의 초대를 거절하지는 않았다.
괜히 의심을 쌓아봤자,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허어.’
약속한 날짜가 돼서 요한의 저택으로 향한 황도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요한의 저택은 한때 남명 최고의 권신이었던 정지룡의 대저택이었다.
그가 양왕이 되었을 때, 같이 물려받은 자산 중 하나였다.
‘폐허가 되었다고 들었거늘, 이리도 바뀔 줄이야. 심지어 그때보다 더 넓어진 거 같지 않은가.’
황도주는 저택의 외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지룡의 대저택은 남명에서 가장 호화롭고 웅장한 건축물 중 하나였으며, 그 규모는 궁궐보다 거대하였다.
이 저택을 방문한 사람은 절로 압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황도주는 예외였다.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저택의 정문을 지났다.
저택 내부에는 흑기군 복장을 한 이들이 여럿 보였는데, 하나같이 삼엄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지요.”
근위대 소속의 병사가 그에게 한 건물로 안내해 주었다.
본관은커녕 많고 많은 별관 중 하나였다.
아마 손님이 잠시 대기하는 그런 용도의 건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용도의 건물조차 무척이나 호화롭기 그지없었다.
길게 뻗은 대리석 복도.
복도 양쪽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기둥과 화려한 벽화가 장식되어 있었다.
천장에는 복잡한 패턴이 그려져 있었는데, 색깔이 금색이었다.
마치 금을 덧칠한 것처럼 보였다.
복도를 지나 도착한 대기실은 더욱 화려하였다.
넓은 실내에는 값비싼 가구와 예술품으로 채워져 있으며 비단도 흔하게 보였다.
“양왕의 재력이 실로 무시무시하구나.”
황도주는 혀를 내둘렀다.
범인이라면 절로 압도될 수밖에 없을 거 같았다.
물론 황도주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경각심만 느낄 뿐, 요한의 재력에 압도되지는 않았다.
***
노왕과 당왕의 설득이 끝났고 사족들조차 요한의 지위를 인정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요한에 반하는 세력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황도주의 당파였다.
“예부상서. 선황 폐하의 마지막 명령을 어기실 생각인가?”
요한은 전통적인 남명의 방식으로 지어진 연못의 정자에서 황도주를 맞이하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선황 폐하의 뜻에 따르지 않고 나를 실각시키려 하냐는 말이다.”
그의 말에 황도주는 대답 대신 침묵을 선택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그의 표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요한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여 요한은 황도주의 포커페이스를 깨기 위해 더 자극적인 말을 내뱉었다.
“최근 장수들과의 만남이 잦더군. 나를 실각시키는 것을 넘어, 아예 내 목숨을 노리려는 것인가?”
당연하겠지만,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요한의 태도에 황도주는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도주가 꾸미는 일은 사실상 역모나 마찬가지였다.
비밀리에 세력을 모아 요한의 권력을 빼앗고 정권을 찬탈할 계획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계획이 실행되기도 전에 당사자인 요한에게 발각되었으니 평정심이 뛰어난 황도주도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양왕 전하.”
요한은 픽 웃었다.
애써 평정을 가장하였지만 요한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그가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이.
하지만 요한은 더 추궁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양왕이라. 나를 섭정왕이라 부르지 않는군.”
“···송구합니다.’
“나를 섭정왕으로 인정하고 나의 당여가 되는 것이 어떻겠나? 우리의 인연도 상당히 깊다고 말할 수 있는데 말이야.”
요한은 황도주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10여 년 전, 청나라와의 전쟁 와중에 황도주가 전당이란 요새에 고립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요한이 장강으로 함대를 끌고 와서 그를 구원해주었던 것이다.
만약 요한의 개입이 없었다면 황도주는 반드시 죽었을 것이니, 황도주에게 있어 요한은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여라니, 같은 남명의 신하로서 어찌 편을 나눌 수 있겠습니까?”
“그래?”
황도주의 단호한 대답에 요한은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사실 요한은 생명의 은인이란 구실을 평생 사용할 수는 없으리란 걸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애초에 황도주가 목숨의 위협을 받았던 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결과물이었다.
즉, 자신의 목숨보다 나라의 존망을 더 중요시 하는 충신이었기에 생명의 은인이란 구실도 오래 써먹을 수는 없었다.
요한은 등 뒤로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여섯 명의 근위대 병사가 갑자기 무언가를 들고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황도주는 그 모습을 보고 움찔하였는데, 자신을 죽이려는 것으로 착각한 거 같았다.
물론 요한은 황도주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자리에서’ 죽일 생각이 없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 이것이 무엇입니까?”
“보면 모르겠나? 은이다. 예부상서를 설득하기 위해 준비했지.”
“······!”
6개의 상자에 나눠서 들어있는 은은 100만 냥이 넘었다.
남명 같은 부유한 국가에서도 100만 냥은 천문학적인 돈이었다.
그런데 요한은 그렇게 엄청난 돈을 겨우 한 명을 포섭하는 것에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뇌물을 한 푼도 받지 않은 황도주였기에, 그만큼 통 크게 주려는 것이었다.
***
“100만 냥을 준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단호한 거절을 받을 줄이야.”
요한은 혀를 찼다.
“아마 그자는 200만 냥을 주어도 전하의 당여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300만 냥이라면?”
“그자에게 그 정도의 가치가 있겠습니까? 100만 냥도 이미 과한데 말입니다.”
하국상의 그 같은 말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황도주가 아무리 영향력 높은 조정 대신이라고 해도 엄밀히 따지면 일개 개인에 불과하였다.
친왕들처럼 대규모 사병을 동원할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아마 곧 반란을 일으키려 들 것이야. 내가 모든 걸 알고 있는 걸 확인했으니 말이야.”
요한으로선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괜히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게 뭐가 있을까.
어차피 겪어야 할 반란이라면 빨리 끝내는 게 나은 일이었다.
“숙청은 어느 선까지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일단 근황파는 확실하게 박멸해야겠지.”
“정성공의 세력도 제거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굳이 그들까지 건드리고 싶지는 않군. 오국이 괜히 우리와 전쟁을 벌이려 든다면, 청나라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야.”
두 사람은 마치 황도주의 반란이 실패로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이들이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봤다면 굉장히 오만하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요한은 오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면에서 철저한 사람으로 이미 반란 대비도 완전히 끝낸 상태였다.
‘황도주의 반란쯤은 시작과 동시에 실패로 끝이 나겠지. 바로 내분에 의해서 말이야.’
***
황도주가 일으키려는 거사는 요한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무려 오천.
요한의 목숨을 노리기 위해 무려 오천의 장정을 모았다.
이제 이 오천의 장정을 가지고 요한의 저택을 쳐들어가기만 하면 거사는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남명의 모든 권력은 요한이 가지고 있었으니, 요한만 붙잡으면 거사가 성공한 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미, 미안하오.”
“은이 그리도 좋았습니까? 고작 은 몇 푼 때문에 오랑캐에게 나라를 팔려는 것입니까!”
하지만 오천의 장정을 모두 집결하고 야밤을 틈타 요한의 저택으로 이동하려고 할 때, 갑자기 같은 편인 줄 알았던 풍석범이라는 노장군이 검을 뽑고는 황도주를 인질로 잡았다.
그와 동시에 풍석범의 직속 병사들이 나타나서는 지휘부를 장악하였다.
“나는 배신한 것이 아니오.”
“배신이 아니라니. 그럼 지금 왜 저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겁니까.”
“처음부터 나는 섭정왕의 사람이었소. 거의 5년 전부터 말이오.”
“······!”
풍석범의 말을 들은 황도주는 질린 표정을 짓고 말았다.
‘사람이 철저해도 이렇게까지 철저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