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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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를 함락시키다.
포모사(대만) 식민 정부의 지원 요청을 받은 VOC 이사회는 다급히 회의를 열었다.
“프랑수아 카롱 총독이 이리도 무능할 줄은 몰랐습니다.”
“총독보다는 전투에서 패배한 피터 분이란 자가 문제 아닙니까?”
“그 피터 분을 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이 프랑수아 카롱 총독입니다.”
그들은 카롱 총독과 피터 분 선장을 비난하는 것으로 회의를 시작하였다.
물론 대만에서 그랬던 것처럼 누구의 책임인지를 가릴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처벌을 내리면 그만이었으니.
“어쨌든,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입니다. 일단 지금은 서둘러 포모사를 지켜야 합니다. 마침 군대도 준비되어있지 않습니까?”
카롱 총독은 비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여, 지원군이 오려면 최소 2개월은 필요할 것으로 여겼다.
사실 원래라면 그의 판단이 맞았을 것이다.
아무리 네덜란드가 이 지역에서 열강이라 칭해도 될 정도의 국가라지만, 전체 군사는 1만 정도에 불과하였다.
그마저도 전부 아시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상태.
그렇다고 바타비아를 지키는 군대를 대만으로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였다.
바타비아는 불과 십수 년 전 술탄 아궁이 이끄는 수만의 대군에 포위당할 정도로 불안정한 곳이었다.
그렇기에 대만을 도우려면 새로운 병력을 모집해야 하는데 아무리 네덜란드라도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타비아는 한 달 이내 대만으로 군대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었다.
마침 그들이 군대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 됩니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 좋은 기회를 날릴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마닐라를 점령하는 게 먼저입니다!”
“맞습니다! 현재 마닐라의 해군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뉴스페인의 지원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지금의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바타비아가 술탄 아궁이라는 무슬람의 공격을 받은 것처럼, 마닐라 역시 쿠다라트라는 무슬람의 공격을 받았다.
물론 이 같은 무슬람의 공격보다 뼈아픈 것은 같은 유럽 국가인 네덜란드의 견제였다.
대만을 집어삼킨 네덜란드는 중국과 마닐라를 오가는 무역선을 마구잡이로 약탈하였다.
이 같은 네덜란드의 견제로 마닐라는 날이 갈수록 쇠퇴하였다.
“그래서 포모사를 포기하겠다는 말이오?”
“···그, 그건.”
“마닐라도 중요하지만 포모사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오. 포모사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고!”
대만의 진정한 가치란, 중국 본토로 향하는 발판이란 점이었다.
중국 본토에 거점을 두는 걸 최종 목표로 삼은 VOC였기에 대만의 가치는 그 어떤 곳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반드시 포모사를 지켜야 하오. 포모사를 빼앗으려는 상대가 바로 그 해적왕이라면 더더욱 말이오!”
VOC 이사회는 마닐라 침공과 대만 방어이라는 선택지를 두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들이 내린 결론은 대만을 수호하는 것이었다.
새로 얻을 식민지보다 이미 얻은 식민지를 지키는 게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만을 지키기로 한 VOC가 대만으로 보낼 군대는 27척의 함선과 800명의 전투병이었다.
***
흑기군이 진격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타이오완에 머물던 상인들은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
도망치느냐, 아니면 계속 항구에 머무느냐.
대부분은 요새로든, 아니면 배를 타서든 도망치는 것을 선택하였다.
타이오완의 상인들은 요한이 누군지 몰랐다.
당연히 그가 이끄는 흑기군이 어떤 집단인지도 알지 못하였다.
그저 흑기군의 주 구성원이 대만의 토착 원주민이라는 뜬소문이 어디선가 들려올 뿐이었다.
그리고 그 뜬소문을 들은 상인들은 흑기군을 해적이나 도적 같은 약탈자 무리로 인식하였다.
약탈자가 도시를 점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상인은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모든 재산을 챙겨서 타이오완을 벗어났다.
하지만 일본 상인, 무토 헤이가쿠는 달랐다.
그는 도망치는 대신 오히려 네덜란드 상인이 보유한 점포를 값싸게 사들였다.
‘곧 이곳의 지배자가 바뀌게 될 터. 그러면 나에게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대만의, 그리고 타이오완의 모든 부는 네덜란드가 독점하였다.
중국 상인이나 일본 상인들은 그저 상행위로 약간의 이익을 볼 뿐이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타이오완을 통치하는 이가 VOC였으니, 네덜란드인들이 부를 독점할 수밖에.
하지만 그 당연하게 느껴졌던 일이 이제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네덜란드인이 아닌, ‘조선인’이 대만을 통치하게 될 테니까.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릴 필요는 없지. 내가 직접 그 기회를 만들면 돼.’
만약 요한이 중국인이라면 그에게 기회가 없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헤이가쿠는 요한이 조선 출신이란 사실을 알았기에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여겼다.
“네가 꼭 해줘야 한다. 마이코.”
“맡겨주세요. 반드시 그를 제 남자로 만들게요.”
일본 상인은 유녀(매춘부)를 곧잘 활용하였다.
유녀가 주 수입원인 경우도 많았다.
헤이가쿠 역시 어디를 갈 때든 유녀를 대동하였다.
꼭 유녀를 팔지 않아도 이런저런 곳에서 쓸모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남자라면 마이코에게 빠질 수밖에 없을 거다!’
헤이가쿠는 대만의 새로운 권력자가 될 요한에게 마이코를 소개할 생각이었다.
마이코는 일본뿐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될 정도의 미녀였다.
심지어 나이도 14살밖에 안 될 정도로 어렸다.
요한이 남자라면 반드시 마이코에게 빠질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정작 마이코는 요한이 아닌, 다른 이의 눈에 먼저 들어갔다.
얼굴에 이상한 그림을 문신한 흑기군 병사의 눈에 들어간 것인데, 그자는 마이코가 마음에 들었는지 대뜸 말을 걸었다.
물론 대화가 통할 리 없었고, 흑기군 병사는 이내 말 대신 행동을 선택하였다.
그 행동은 강간이었다.
놀랍게도 대로 한복판에서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마이코의 옷이 강제로 벗겨지며 겁탈당하려 할 때, 헤이가쿠가 다급히 나섰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 아이는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아이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후회하고 말았다.
“컥!”
문신의 사내는 헤이가쿠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뭐라고 소리치더니 마구 그를 폭행하였던 것이다.
‘제기랄! 화란인들의 말이 맞았잖아! 흑기군이 진짜 야만인이었을 줄이야!’
이 순간 헤이가쿠는 타이오완을 떠나지 않은 걸 후회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상인들도 마음의 결심을 내렸다.
타이오완을 떠나자고.
하지만 그때였다.
“뭐하는 짓이냐!”
갑자기 웬 거한이 나타나서 흑기군 병사에게 뭐라고 소리쳤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외형의 사내였는데, 흑기군 병사와 같은 부족 출신인지 서로 말이 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퍽!
흑기군 병사와 잠시 대화를 나누던 거한은 이내 흑기군 병사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
주먹에 담긴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쓰러진 병사는 그대로 기절하였다.
그렇게 병사를 쓰러뜨린 거한은 헤이가쿠에게 다가와서는 이같이 말하였다.
“오늘 입은 피해는 확실하게 보상해주지. 물론 저놈도 확실하게 처벌할 것이다.”
헤이가쿠는 그런 거한을 보며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상황을 지켜보던 상인들도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일본어였다.
조금 전까지 대만 원주민의 언어를 사용하던 사내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구사하였다.
“태형 30대를 선고한다!”
더 놀라운 것은 후속 조치였다.
사내는 범죄를 저지른 흑기군 병사에게 엄벌을 내렸는데 그 과정을 모든 이가 보게 하였다.
병사들의 사기가 낮아질 수 있는 일인데도 그는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저자가 흑기군의 수장인가 보지?”
“호오, 적어도 흑기군의 수장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거 같군.”
“이러면 타이오완을 떠나지 않아도 되겠는데?”
상인들은 거한의 사내, 요한을 보며 그와 같이 속닥거렸다.
그리고 요한에게 직접 정중한 사과를 받은 헤이가쿠는 아예 이런 생각까지 하였다.
‘내 생각이 맞았어! 김요한 장군은 내가 가진 모든 걸 걸어도 될 사람이다!’
***
시찰을 마치고 부대로 돌아온 요한은 작게 혀를 찼다.
‘역시 병력이 많아지니 통제가 쉽지 않네.’
아무리 그라도 삼천이나 되는 숫자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였다.
하물며 그 말고는 제대로 된 장교가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그나마 기존의 흑기군은 그의 통제에 잘 따라주었지만 새로 합류한 이천 명의 군사는 아니었다.
일본 상인을 폭행한 일은 약과로 느껴질 정도로 이런저런 사고를 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장교를 키우긴 해야 할 텐데···.’
가장 쉬운 방법은 남명에서 군 경력을 가진 장교들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 방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도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만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인구가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군 지휘관까지 중국인으로 채운다면 그가 세울 왕국은 중국인들의 나라가 될 것이리라.
그래서 요한은 조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사관학교를 만들어 대만 원주민을 장교로 적극 양성하는 동시에 외국의 용병을 활용하는 길이었다.
‘일단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이 문제인데···. 역시 공성전을 시작하는 게 좋겠지? 그래야 병사들이 사고를 덜 칠 테니까.’
***
아직 그는 질란디아 요새를 점령하지 못했다.
그저 멀리서 포위만 한 채, 요새를 고립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중이었다.
사실 그는 이 상황만 계속 유지해도 금방 요새를 점령할 수 있다고 여겼다.
요새의 상태는 누가 봐도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다.
“오늘도 다섯 명의 네덜란드 병사가 투항하였다.”
“이번에도 흑인 병사인가?”
“그렇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탈영병이 나오는 것만 봐도 요새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흑인 병사가 대략 100명이라고 했지? 그들이 전부 투항한다면, 적의 병력은 확 줄어들겠어.”
“병력도 병력이지만 사기가 많이 낮아질 거다.”
하루에 몇 명씩 꾸준히 탈영병이 나오는 상황.
그래서 요한은 요새를 고립하는 것에만 집중하였으나, 탈영병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더군다나 흑기군 내에서 사고 치는 이들도 늘어났기에 본격적인 공성전을 감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모두 삽을 들어라!”
“삽이요? 저희 지금 성을 공격하러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성을 공격하는데 무기 같은 건 필요 없다. 대포 사거리 바깥에서 땅을 파기만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물론 본격적인 공성전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성벽으로 돌격시켜 피를 볼 생각은 없었다.
꼭 성벽으로 올려보내지 않아도 됐다.
그가 원하는 것은 성벽을 넘는 것이 아닌, 적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참호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아니나 다를까.
흑기군의 병사들이 참호를 파며 요새 근처까지 접근해 오자 적군의 사기가 요동을 치기 시작하였다.
탈영병도 다시 늘어 하루에 열 명 가까이 흑기군으로 합류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곧 항복하겠는데?’
요한이 그 같은 생각을 할 때, 새로운 군대가 전장에 합류하였다.
바로 아슬라미에가 이끄는 일천의 군대였다.
“와아아아아!”
“아군이다! 형제의 군대야!”
흑기군은 대두국 전사들의 등장에 함성을 내질렀다.
반면 질란디아 요새에서는 절망에 찬 한숨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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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의 병력이 새로 합류하는 모습을 본 VOC 병사들은 마음이 꺾이는 것을 느꼈다.
안 그래도 적의 숫자는 그들보다 6배나 많았었다.
그런데 여기서 일천의 군대가 더 합류했으니 이제 병력 차이는 8배로 늘어났다.
“각하!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백기를 든다면 누구도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카롱 총독은 속으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흑기군이 참호를 파기 전부터, 아니 요새 근처에 나타나기 전부터 그는 항복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가 생각했을 때, 승산이 없는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말의 양심.
그 일말의 양심 때문에 항복을 주저하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선교사, 길버투스 하파르트는 꺾이지 않는 의지로 이같이 말하였다.
“하나님께선 이겨낼 수 있는 시련만 안겨주십니다. 하나님의 종인 우리는 반드시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카롱 총독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길버투스 하파르트 때문에라도 그는 항복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비겁자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길버투스 하파르트도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바, 바다를 보십시오! 엄청난 수의 배가 바다를 뒤덮고 있습니다!”
“허억! 저게 뭐야!”
“해적왕의 군대입니다!”
“바타비아의 지원군이 아니라, 적의 지원군이란 말인가!”
바다에 족히 100척은 넘어 보이는 선박이 새로 등장하였다.
안타깝게도 그 배는 중국 배였다.
그것도 ‘鄭’이라는 한자가 적힌 깃발을 단 배였는데, 저 한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VOC 관계자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정지룡의 정을 뜻하는 한자였기 때문이다.
“백기를 거시오. 승산이 없는 전쟁을 멈추고, 저들과 협상하겠소.”
새로운 적군이 바다에서 등장하자 카롱 총독은 더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길버투스 하파르트도 더는 항전을 주장하지 못하였다.
바다까지 막힌 이상, 항전해봤자 개죽음을 당할 뿐이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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