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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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을 자축하다.
일국의 태사인 정지룡은 무척이나 바빴다.
가문의 대소사에 일일이 관여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여 가문의 대소사를 다른 이에게 맡겼다.
정지아가 바로 그 적임자였다.
참고로 일본에서 살던 정성공을 설득하여 복주로 데려온 것도 바로 정지아였다.
그는 가문 내에서 총관이란 직책을 맡고 있었다.
정씨 가문에서만 통용되는 직책이지만, 남명에선 누구도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만큼 정씨 가문의 위세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이곳이 대만인가.’
정지아는 감탄한 기색으로 안평을 훑어보았다.
안평은 생기 넘치는 도시였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상인들과 광동성과 복건성에서 건너온 본성인, 대만에 원래부터 거주하던 토착 원주민들로 안산인해를 이루었다.
‘곳곳에서 새로 건물을 짓고 있군. 저 건물들이 다 완공되면 수만 명도 수용할 수 있겠어.’
요한은 정지룡으로부터 50만 냥의 거금을 투자받았다.
그리고 요한은 정은지를 시켜 도시 개발에 이 자금의 일부를 사용하게 하였다.
그가 장강에 있는 동안, 정은지는 도시의 규모를 크게 키웠다.
안평의 외각에 집을 짓고 도시를 넓혔으며 창고와 숙박 시설 등을 보수하였다.
10만 냥에 가까운 투자로 도시는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였다.
일자리가 넘쳐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대만 각지의 본성인과 원주민들 덕에 안평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
“단순히 군사 지휘 능력만 출중한 것이 아니라는 건가.”
정지아는 안평의 발전상을 보고 기가 질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재작년에 안평을 온 적이 있었다.
네덜란드가 통치하던 시절의 안평은 지금의 안평보다 훨씬 조용한 도시였다.
도시가 시끄러워졌다는 말은 그만큼 더 번화해졌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그리고 이는 요한 개인의 통치 능력이 VOC의 통치 능력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했다.
‘형님의 말이 맞았어. 요한은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될 자야.’
하긴,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보여줬던 활약상만 봐도 요한은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될 자인 걸 알 수 있었다.
***
“이건 또 무슨 술이야?”
“맥주라고 하더군! 색목인들이 주로 마시는 술이라나?”
“무슨 술인 게 알게 뭐야! 일단 마시자고! 하하하!”
요한은 연회를 크게 베풀어 모두가 즐길 수 있게 하였다.
한때 포로였던 항병 출신의 병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크크, 처음 포로로 잡혔을 때는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안간힘 써서 도망치려고 했었다니!”
“이 비겁한 놈. 도망치려 했었냐? 난 그래도 열심히 싸웠었는데!”
“바보 같네. 질 게 뻔한 전투를 뭣 하러 열심히 싸워? 상대는 김요한 장군이잖아!”
“적장이 김요한 장군인 줄 누가 알았나?”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누가 잘났는지 따지는 것이었다.
항병들 사이에서도 나름대로 서열이 있었다.
언제 항복했는지 항병들 사이에서는 꽤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요한과 싸우고 나서 항복했는지, 아니면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했는지 그것에 관해서도 내가 잘 났네, 네가 멍청하네, 열심히 떠들어댔다.
“뭐 과거 이야기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어차피 우리는 지금 다 김요한 장군의 병사들인 걸!”
“그건 맞지! 난 차라리 지금이 좋다니까? 김요한 장군이 아니었으면 청나라에 의해 강제로 전장에 끌려갈 뻔했잖아?”
“전장에 가는 건 좋다 이거야. 제대로 된 대우를 해줘야지! 동북의 그 오랑캐 놈들은 밥도 제대로 안 먹여주고 무작정 싸우라고만 한다니까!”
“김요한 장군은 다른 것도 다 마음에 들지만, 밥 잘 주는 게 가장 좋아. 내 인생에 오늘처럼 고기를 마음껏 뜯어본 날이 없어!”
요한의 부대에 합류한 항병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요한은 사기의 중요성을 알았다.
게임에서도 사기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가장 신경 쓴 것이 식사 문제였다.
육류를 최대한 보급하였고, 단백질이 없으면 밥이라도 많이 먹였다.
아마 밥 많이 먹기로 유명한 조선인들도 별로 불만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밥을 잘 챙겨주는데다 월급까지 주었으니 항병들의 사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또 전쟁이 일어났으면 좋겠군. 그러면 그때도 이렇게 거창한 연회가 열릴 거 아니야?”
“곧 여송에서 전쟁이 있을 거라니 그걸 기대해봐야지.”
“후후, 그때는 나도 제대로 활약해서 장교가 되고 말겠어.”
어찌나 사기가 높은지, 오히려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랄 정도였다.
***
한창 들뜬 분위기 속, 요한은 각 부대의 지휘관들을 불렀다.
앞으로 함께 할 동료였기에 서로 인사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쪽은 마투스다. 내가 가장 신뢰하는 장수지. 현재는 흑기군에서 참모총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다.”
“참모총장이라. 시랑 참모총장의 직책과 같은 직책이군요. 근데 참모총장의 참모가 제가 생각하는 그 참모가 맞습니까?”
진정은 마투스의 얼굴을 보고 의외라는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마투스는 비록 다른 인종의 사내였으나, 생긴 것만 봐서는 맹장처럼 보였다.
그러니 진정은 요한의 소개에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편 다른 이들도 마투스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들은 마투스의 직책보다는 ‘내가 가장 신뢰하는 장수’라는 요한의 소개를 더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들어본 적이 있는 자다. 남안후께서 아끼던 오번병이 분명 그런 이름이었지, 아마?’
‘이자도 꽤 강해 보이는군! 흑기군이라고 했나? 카우종이란 사내도 그렇고, 강해 보이는 사내가 정말 많아!’
시랑과 황소가 속으로 그 같은 생각을 하며 마투스와 인사를 나누었다.
마투스는 오랜 중국 생활로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하여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해군 참모총장이라. 그쪽도 참모총장이군. 수군 도독이라 생각하면 되는 건가.”
“장군께서도 비슷하게 비유하셨소. 물론 나로서는 왜 수군 도독이란 명칭을 놔두고 새로운 직책을 만드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요.”
“나는 육지에서 싸울 텐데, 앞으로 해군의 협력을 잘 부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 앞으로 잘해봅시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요한은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서로 기 싸움이라도 하면 피곤했을 텐데, 다행히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영역이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그런 듯하였다.
시랑은 해군이고, 마투스는 육군이었으니.
‘뭐, 예산이 적다면 한정된 예산을 두고 서로 싸우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대만에서는 그럴 일이 없겠어.’
넘쳐나는 게 예산이었다.
육군 같은 경우, 대만의 모든 장정을 다 징집하여 군인으로 만드는 게 가능할 정도였다.
해군은 남는 인력이 없을 정도로 모든 인력이 전부 전함에 배치된 상태였고 말이다.
“여송을 정복하려면 반드시 양군이 협력해야 하니, 지금 같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도록.”
“예!”
“우선 술부터 마시지. 처음 보는 사내들이 친해지려면 이 술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
마투스는 피식 웃었고, 시랑과 황소도 호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각하. 복주에서 손님이 왔습니다.”
한 병사가 요한에게 다가와서는 작게 속삭였다.
“누가 왔는데?”
“남안후의 아우인 정지아 총관입니다.”
요한은 눈을 크게 떴다.
남안후의 아우, 즉 정지룡의 동생이 왔다는 말을 들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 남안후께서 새로운 전령을 보냈다는군. 무려 정씨 가문의 일원을 말이야.”
병사가 전한 이야기를 전해주자, 다들 당혹해 하였다.
가장 당혹스러워 한 것은 역시 시랑이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연회를 즐기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그의 얼굴에선 웃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암울한 분위기를 풍겼었다.
실제로 자신을 죄인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그래서일까?
정지룡의 동생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
“그새 거물이 되었구나, 요한.”
“전령으로 오신 거 아닙니까? 그렇게 말을 편하게 하면 서로 좋을 게 없을 텐데요?”
요한은 상대가 정지룡의 동생이란 사실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정지아를 보자마자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런 요한의 태도에 시랑과 황소는 무척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정지아의 반응이었다.
정지아는 쓴웃음을 짓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요한에게 사과하였다.
“뜻하지 않게 무례를 범했구려. 조카사위라는 이유로 내가 너무 편히 대하였소. 그 사이 위치가 많이 변했는데도 말이요.”
시랑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그 정지아였다.
정지룡의 아우로 정씨 가문 내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정지아가 요한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는 시랑에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거 같은 큰 충격을 느끼게 하였다.
하지만 정작 시랑을 놀라게 한 요한은 태연하기만 하였다.
마치 정지아가 사과할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 더 사과할 것이 있지 않습니까? 마신이라는 자가 아주 재미난 짓을 벌이려고 했던데···.”
“···그에 대해서도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소. 분명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남안후께서도 장군께 미안한 마음을 품고 계시오.”
요한은 픽 웃었다.
오해라니.
되지도 않는 변명이었다.
“그런데, 시랑 참모총장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시랑이라. 이 친구를 어떻게 하냐니? 그런 건 어찌하여 묻는 것이오?”
“시랑 참모총장을 처벌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꿀꺽.
요한이 정지아를 향해 시랑의 처분에 대해 묻자, 장본인인 시랑은 긴장한 표정으로 정지아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정지아 역시 그런 시랑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치자 시랑은 고개를 푹 숙였다.
대역죄를 짓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얼굴에는 죄책감으로 가득해 보였다.
정지아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런 시랑을 바라보더니, 이내 요한에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였다.
“처벌이라니. 시랑은 남안후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였을 뿐인데, 어찌 시랑을 처벌할 거라고 생각하시오?”
요한은 정지아의 말을 듣고 잠깐 침묵하였다.
그러다가 이내 픽 웃었다.
‘시랑의 배신을 아예 없던 일로 하겠다? 장강에서의 일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선언한 모양이군.’
역시 상인 출신답게 정지룡은 자존심 대신 실리를 선택하였다.
배신자를 응징하여 자기만족 하는 것보다 배신자를 살려주는 대가로 명예를 얻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정지룡의 선택은 요한에게도 손해가 아니었다.
비록 자신의 공이 정지룡의 공으로 바뀌게 되겠지만, 공 따위는 처음부터 탐낸 적이 없는 그였다.
정지룡과 충돌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니 요한으로선 좋은 게 좋은 거였다.
“그나저나 시랑 참모총장이라. 처음 듣는 직책까지 내린 걸 보면 완전히 장군의 사람으로 만든 모양이구려.”
요한은 그 말에 부정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였다.
정지아는 그런 요한을 보고 쓴웃음을 짓더니, 색다른 제안을 꺼냈다.
“이왕 시랑을 장군의 사람으로 만든 거, 한 사람 더 받아줄 수 없겠소?”
“전 아무나 다 받아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인재를 추천해주시면 받아줄 의향이 있습니다.”
“내가 추천하려는 자는 인재 중의 인재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인재를 추천해주면 요한이야 손해 볼 건 없었다.
물론 정지아의 사람, 정확히는 정지룡의 사람이 그의 휘하에 들어오는 게 조금 거북하긴 했지만 말이다.
“추천하려는 인재가 누군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바로 내 조카인 정삼(정성공)이를 장군이 거두어 주었으면 좋겠소. 이왕이면 여송(필리핀)정복 때도 데려가 주면 더 좋을 것이오.”
그 같은 정지아의 말에 요한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성공을 필리핀에 데려가라고?’
정성공은 정지룡의 후계자였다.
사실상 후계자를 요한에게 맡긴다는 의미였으니 요한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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