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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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으로.
“형님, 요한과의 이야기는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 가문에서 투자한 50만 냥을 보전하기로 약속하였고, 또한 조정의 관직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다행이군. 앞으로도 청나라가 우리를 무시할 일은 없겠어.”
정지아의 보고를 들은 정지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한의 명성은 대륙 전역에 널리 퍼졌다.
그 유명한 도르곤조차 요한을 두려워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그리고 요한은 정지룡의 사위였다.
어찌 보면 정씨 가문의 가장 가치 높은 보물이었던 것.
하지만 정작 요한과 정지룡의 관계는 정성공의 돌발 행동으로 깨질 뻔하였다.
50만 냥을 잃는 것은 상관없었다.
그보다는 청나라의 보복이 두려웠다.
요한이 정지룡의 사람이 아니라는 게 밝혀진다면 청나라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른 요청은 없었느냐?”
“요한 측에서 따로 요청한 것은 없었습니다.”
“군량이든, 화약이든 부족한 거 투성이일 텐데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니.”
정지룡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요한이 필리핀 정복을 꾀한다면 반드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거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 도움을 빌미로 정씨 가문의 영향력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었다.
군사적으로는 요한을 어찌할 수 없으니, 경제권만큼은 확실하게 장악하려고 했던 것.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요한은 그에게 어떤 것도 요청하지 않았다.
‘설마 내게 받은 은자 50만 냥으로 군수 물자를 사들이려는 건가? 50만 냥이 아무리 거금이어도 한계가 있을 텐데?’
만약 그런 거라면 요한이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전쟁이 언제 끝날 줄 알고 벌써 은자를 다 써먹는단 말인가?
설령 전쟁이 계획대로 풀린다 해도 여분의 은자는 반드시 필요하였다.
점령지를 안정시키려면 은자가 있어야 했으니까.
‘전쟁이 장기화되고 요한에게 여분의 은자가 없다는 게 확인된다면, 요한이 세우게 될 왕국에 우리 정씨 가문의 지분을 절반 이상으로 늘릴 수 있겠군.’
자금의 여유가 있을 때 도움을 받는 것과 여유가 없을 때 도움을 받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정지룡은 요한이 여유가 없을 때 도움을 줌으로써, 대만과 필리핀의 모든 이권을 독차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
정지아로부터 요한과의 협상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정지룡은 융무제에게 요한을 참장으로 임명해달라고 요구하였다.
말이 요구지, 사실상 강요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작 용무제는 한 술 더 뜨는 짓을 하였는데, 요한을 참장보다 더 높은 계급으로 임명한 것이다.
“총병관이라니. 허···.”
정지룡은 헛웃음을 지었다.
융무제가 임명한 총병관이란 직책은 무관직 중에서 최고로 높은 직책이었다.
명나라였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었다.
일개 야인, 그것도 조선 출신의 장수를 총병관으로 삼는다니.
하지만 명나라는 이미 망한 이후였다.
그리고 남명은 도적 출신이든, 해적 출신이든, 힘세고 돈 있으면 가리지 않고 높은 관직을 주었다.
조선 출신이라고 차별할 이유가 없었다.
정지룡도 이에 대해서 반대할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요한은 그의 사위였고, 가까스로 우호적인 관계가 된 상태였다.
요한의 직책이 높아지면 대만으로 보낼 정성공 역시 직책을 높일 수 있었기에 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이러다 번왕으로 삼으려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융무제라면 그럴 것도 같았다.
요한을 자신의 신하로 만들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줄 기세였으니까.
일각에서는 융무제가 요한을 양자로 들여서 황태자로 삼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물론 제아무리 융무제라도 그런 미친 짓을 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런다고 요한이 충성을 바칠 리도 없는데 말이야.’
정지룡은 요한의 야망을 일찌감치 눈치챘다.
요한은 마치 과거의 그를 보는 거 같았다.
아니, 객관적으로 보면 과거의 그보다 대단하였다.
21살의 정지룡은 요한과 비교하면 형편없었으니까.
어쨌거나, 요한만큼은 아니어도 화려한 과거를 가진 정지룡은 확신하고 있었다.
요한은 반드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려 들 것이란 사실을.
그렇기에 그는 융무제가 하는 짓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물론 요한을 후계자로 삼고 싶은 건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정지룡은 쓴웃음을 짓고는 자신의 장남을 불렀다.
“삼아(정성공).”
“예, 아버지.”
“이번이 너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다.”
“···아버지께서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정성공의 모습을 정지룡은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가 정성공을 요한의 곁으로 보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요한과의 동맹 강화.
정성공이 활약하면 활약할수록 요한과의 관계도 더 좋아질 수밖에 없으리라.
다른 하나는 대만 내에 정씨 가문의 영향력을 늘리는 것이었다.
크게 바라지는 않고 요한이 함부로 정지룡을 배신할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면 충분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이유는···.
“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 항우도 최후는 결국 전장이었지.”
“······!”
요한이 사망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었다.
***
정성공이 탄 정씨 함대가 안평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 요한은 부두로 마중을 나갔다.
“형님, 대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사실 요한은 정성공보다 정성공이 데려온 500명의 오번병을 더 반겼다.
아니나 다를까.
500명의 오번병은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흑기군과 기 싸움을 벌인 것인데, 기세만 봐도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고맙다. 죄인인 나를 환영해줘서.”
“죄인이라니요. 형님이 왜 죄인입니까.”
요한이라고 정성공이 이러는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공식선상에서 그를 나무라서는 안 됐다.
그가 장강에서 벌인 일은 어디까지나 정지룡의 명령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적어도 세간에는 그렇게 알려졌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정성공의 사과를 받아줄 수 없었다.
“너에게, 아니 이제 너라고 불러서도 안 되지. 총병관이니까.”
요한은 눈을 크게 떴다.
총병관이라니.
설마 이렇게 높은 직책을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였다.
‘남명이 개판이긴 하구나. 참장도 엄청난데 총병관이라니?’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명나라 시절이었다면 황자나 지방 총독 정도 되어야 총병관이 될 수 있었다.
남명에서도 총병관 이상의 직위를 가진 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요한이 총병관이 된다는 말은, 설령 정지룡의 위세가 없다 해도 그를 무시할 수 있는 이는 적어도 남명 안에선 없을 것이란 사실을 의미하였다.
“앞으로 총병 각하라 부르겠습니다. 각하께서도 부디 저를 편히 대해주십시오.”
정성공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공손한 목소리로 그와 같이 말하였다.
“허억!”
“자, 장군!”
요한보다 정성공의 측근들이 더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들 역시 정성공이 요한에게 저리 깍듯한 태도를 보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사실상 남명의 황태자나 다를 게 없던 정성공이었다.
그의 측근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고개 드십시오, 형님. 제가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랐어도 형님과 저의 관계가 달라질 리 없지 않습니까.”
“다른 곳도 아니고 군문입니다. 군율을 위해서도 위계 질서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상호 존중하는 쪽으로 갑시다. 그리고 사석에서는 계속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요한은 그리 말하고는 요새 방향을 가리켰다.
“연회를 준비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감사합니다.”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는 정성공의 모습이 무척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썩 나쁘지만은 않은데?’
요한은 20대 초반의 정성공에게 예의를 갖출 때마다 현타를 느끼곤 했었다.
아바타의 나이야 18살이고 남명에선 20살이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진짜 그의 나이는 서른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는 정성공에게 깍듯이 대하지 않아도 됐다.
아니, 오히려 하대해도 괜찮았다.
전장으로 가기만 하면 정성공은 그의 부하가 될 테니까.
물론 완전히 아랫사람으로 취급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
정성공까지 대만에 도착했으니 더는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요한은 곧바로 흑기군과 해군의 주요 지휘관을 불러 출정을 선포하였다.
“출정은 사흘 뒤다.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충!”
그리고 그날 밤.
정은지가 그의 침실을 찾아왔다.
“상공, 저 아무래도 상공의 아이를 가진 거 같아요.”
요한의 품에 안긴 정은지가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요한은 눈을 크게 떴다.
정성공에게 총병관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놀랐다.
“정말이냐?”
끄덕.
요한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임신이라니.
이렇게 반가운 소식이 또 있을까 싶었다.
“만약 여기 있는 게 아들이라면 내 반드시 이 아이를 왕으로 만들어주겠다.”
요한은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선언하였다.
정은지는 그 말을 듣고는 많이 놀랐는지, 눈을 깜빡거렸다.
“···왕이요?”
“그래. 왕!”
사실 개인적인 호오를 따지면 요한은 딸이 더 좋았다.
딸이 더 예쁘니까.
하지만 그는 마운트 앤 세이버를 고인물이 될 때까지 하자, 왜 중세 귀족들이 그토록 아들을 선호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정통성 있는 후계자의 존재는 본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였다.
만약 중년이 될 때까지 정통성 있는 후계자를 얻지 못했다면?
아무리 막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어도 그 권력을 지키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요한은 아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대뜸 왕으로 삼는다고 선언할 정도로 말이다.
‘뭐, 번왕의 자리는 얼마든지 줄 수 있지.’
그는 자신의 후계자가 아닌, 왕으로 만들어준다고 하였다.
왕국을 세우는 것으로 만족할 요한이 아니었다.
요한은 대만, 필리핀, 해남도 그 외에 여러 동남아 영토가 포함된 해양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어쩌면 남명의 영토를 추가로 얻게 될 수도 있었고.
아무튼, 거대한 제국을 건설할 요한이었기에 자식에게 왕의 자리를 주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물론 능력이 뛰어나다면 당연히 그의 후계자로 삼아 제국을 잇게 할 것이고 말이다.
***
“우리가 왜 네덜란드란 나라와 싸우기 위해 필리핀으로 원정을 가는지 의문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출정식 당일.
요한은 연단 위에 올라, 수천 명의 병사 앞에서 연설하기 시작하였다.
“의문을 느끼는 자들은 과거를 떠올려라! 우리 모두 네덜란드의 침략을 받았다! 우리의 가족들, 우리의 이웃들, 우리의 친구들이 그들의 압제 속에서 고통받았다! 그들은 우리의 자유를 박탈하고, 우리의 토지를 빼앗으려 하였다!”
네덜란드는 압제자였다.
그들은 대만을 식민지로 삼아 대만 사람들을 노예처럼 다루었다.
이는 본성인이고, 대만 원주민이고 가리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압제에 우리는 절대로 굴하지 않았다. 우리의 땅, 우리의 가치,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해 굳건히 맞서 싸웠다!”
요한이 내뱉은 조선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병사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들은 마치 요한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의 힘을, 그리고 우리의 위대한 정신을! 이제 우리는 새롭게 알게 된 힘을 다시 사용해야 한다. 바로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정성공도 요한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통역관이 요한의 연설을 통역하고 있었는데, 정성공은 연설을 듣는 내내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분명히 이 자리에 없었는데도, 요한의 연설을 들으니 피가 끓는 기분이 드는군.’
감휘와 진택, 주전빈 역시 그와 다르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는 필리핀을 위해 싸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네덜란드인들이 우리에게 한 것과 같은 피해를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줄 것이며, 그들의 삶을 보호해줄 것이다!”
“와아아아아!”
요한의 연설이 끝이 나자, 병사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이번 연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네덜란드와 같은 침략자가 아니었다.
압제자도 아니었다.
자유와 평화를 전해주는 해방군이었다!
“자유와 평화라···. 요한이 일으키는 전쟁이 이렇게 위대한 전쟁이었을 줄이야. 단순히 영토를 노린 전쟁이 아니라는 건가.”
정성공은 그렇게 감탄하더니, 이내 흑기군 병사들과 함께 열렬한 함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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