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ctious Disease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IC 공략 (3)
딸깍-! 부웅- 부우우웅-
전차 내부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APU(보조 동력원)의 가스터빈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우우웅- 티딕- 티딕- 틱-!
APU의 발전기가 돌자, 전차 내부의 전기·전자 계통에 차례대로 전원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기어부터 조작해야 하나……? 어? 이건 뭐지?”
조종석 좌측에는 전차 구동 방법에 대한 매뉴얼이 제법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전시 상황이 아닌 만큼, 교육 용도로 붙여 둔 조작 매뉴얼을 그대로 둔 것 같았다.
시동과 조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조작 매뉴얼까지 더해지니 K-600 전차 시동에는 문제 될 게 없었다.
꽈악- 딸칵-!
꾸욱- 부아아아아앙-!
매뉴얼에 적힌 대로 기어를 중립에 두고, 스로틀 밸브를 최소 출력 범위 맞춘 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전차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예열에 필요한 시간은 10분.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전차 엔진이 충분히 데워질 때까지는 이곳에 서서 기다려야 했다.
엔진이 예열되는 동안 외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차 상부 해치로 이동했다.
벌떡- 타다닥-
두리번- 두리번-
사방으로 연결된 페리스코프(잠망경, periscope)를 통해 외부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전차 엔진음에 반응하여 몰려드는 감염자는 없는 것 같았다.
1분…… 2분…… 3분…… 10분.
체감상 10시간은 흐른 것 같은 10분이 지났다.
타닥- 툭-!
꽈악-!
전진 기어를 넣은 후, 엑셀을 조작하자 전차가 엄청난 굉음을 내뿜으며 앞으로 이동했다.
우우우우웅- 끼리리리릭-
끼리릭- 끼리릭-
처음 조작해 보는 전차였지만, 조작에는 크게 어려울 건 없었다.
그저, 일반 자동차와는 다른 구조의 구동계를 가진 만큼 조작과 변속 감각이 생소할 뿐.
IC 공략을 위한 다음 단계를 진행할 차례.
전차를 이용해 유휴부지로 진입하는 길을 뚫어야 했다.
현재 내가 조종 중인 전차는 ‘K-600 장애물 개척 전차’.
명칭 그대로 장애물을 개척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차인 만큼, 전차에는 이런저런 여러 기능이 달려 있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은 ‘지뢰 제거 쟁기’와 ‘굴삭팔’이었다.
전방을 V 모양으로 파헤치면서 지나갈 수 있는 ‘지뢰 제거 쟁기’는 고속도로 위에 방치된 차량을 좌우로 밀어내면서 이동하기에 충분했다.
‘굴삭팔’은 건설현장에 흔히 사용되는 굴삭기의 기능을 전차에 부착시켜 놓은 것으로 버킷과 파쇄기를 교체하며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었다.
위이이이잉-
끼리릭- 끼리릭-
쿠구구구구궁-
1,200마력으로 고속도로 위에 방치된 자동차들을 밀어내며 전진하는 전차의 위력은 굉장했다.
“오! 완전 대박인데? 아아, 이럴 게 아니라 철민 아저씨한테 무전을 보내야지.”
아마도 요새에서는 내 무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치지직- 여기는 김태경. IC 동쪽 방향 유인 성공. 현재 K-600 전차를 획득하여 IC로 이동 중이다. 요새에 대기 중인 운송팀은 출발하기 바란다. 오버.] [치직- 알겠다. 바로 출발하겠다. 오버-]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철민 아저씨의 들뜬 목소리.
애타게 기다리던 소식인 만큼, 1단계(감염자 유인) 성공이 굉장히 기쁜 모양이었다.
철컹- 콰가가가각-
끼리릭- 끼리릭-
끊임없이 자동차들을 밀어내며 전진하는 전차.
1000m…… 900m…… 300m…… 200m…… 100m.
빠르진 않지만, 꾸준한 속도로 IC에 가까워졌다.
일권 아저씨와 내가 감염자들을 성공적으로 유인한 덕분인지, IC 주변에서는 감염자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없었다.
제대로 운신하기 어려운 감염자들 몇몇만이 IC 곳곳에 낙오되어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고속도로 서쪽에서 보이는 거대한 불길.
일권 아저씨 역시 방치된 유조차를 이용해 감염자들을 태우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서쪽으로 1.2km 정도 떨어진 위치였었나?’
일권 아저씨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 감염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높게 솟구친 불길 속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수천 명의 감염자가 빠져나간 IC는 그야말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다.
휘익-
끼리릭- 끼리릭-
콰가가가각- 콰앙- 끼기기기기긱-
방치된 자동차들이 가득한 IC에는 전차가 이동하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IC 유휴부지와 요새로 이어지는 길목을 전차로 뚫는 사이, 요새에서 출발한 5T 트럭과 2.5T 트럭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아아아앙- 부우우우웅-
철민 아저씨가 모는 트럭의 조수석에는 감염자 유인을 성공적으로 마친 일권 아저씨가 탑승하고 있었다.
이 기세대로 남동쪽 유휴부지 진입로를 뚫으면 2단계 계획까지 완료되는 셈이었다.
국도에서 회전 차로로 분기되는 지점.
트럭이 진입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였다.
끼리릭- 끼리릭-
콰앙- 콰앙-! 쾅-!
전차는 따로 도로가 필요 없는 만큼, 과감하게 회전 차로를 가로질러 철민 아저씨와 민수가 운전하는 트럭들로 향했다.
가드레일 정도는 탱크를 막지 못했다.
게다가 유휴부지 내부의 태양광 발전 패널을 미리 분해하여 한곳에 모아 둔 만큼, 전차로 유휴부지를 관통하는 것에 문제 될 일도 없었다.
애당초 계획은 요새에서 지게차를 끌고 와 트럭의 진입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전차를 얻은 이상 빠르고 과감하게 일을 저질러 볼 생각이었다.
끼리릭- 끼리릭- 끼리릭-
쾅-! 쾅-! 쾅-! 콰앙-!
회전 차로를 가로질러 민수가 타고 있는 트럭 앞에 도착하니, 전차가 지나온 길이 곧바로 회전 차로로 이어졌다.
철컥- 끼이이익-!
전차 조종석의 해치를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태경아, 고생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네, 전 멀쩡해요! 일권 아저씨는요?”
“일권 아우도 멀쩡해.”
“제가 지나온 길 따라가시면, 남동쪽 유휴부지로 이어져요! 제가 나머지 세 군데에 길을 뚫어 둘게요. 남동쪽 패널 먼저 챙겨 주세요.”
“그래, 알았다. 조심해라 태경아!”
“네! 얼마 없긴 해도, 감염자들이 곳곳에 남아 있으니까 작업할 때 조심하세요!”
부아아아아아앙-!
끼리릭- 끼리릭-
전차의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남서쪽에 자리한 유휴부지로 향했다.
일권 아저씨와 민수가 함께 있는 이상, 몇 없는 감염자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끼리릭- 끼리릭-
콰앙- 콰가가가각-
해치를 열고 전차를 운전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육중한 전차의 궤도 굴러가는 소리와 엔진음을 바로 듣는 만큼, 조금 더 세밀하게 전차를 운용할 수 있었다.
도로를 나누는 중앙 분리대를 부수고, 도로를 틀어막고 있는 자동차들을 밀치면서 유휴부지를 향해 전진했다.
“와~! 대박이다!”
31,700cc의 엔진에서 나오는 1,200마력의 출력은 길바닥에 방치된 자동차들을 마치 휴지 조각 치우듯 좌우로 가볍게 밀어 버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끼리릭- 끼리릭-
끼리릭- 끼리릭-
콰앙- 쾅-! 콰앙-!
남서쪽 유휴부지에 이어 북서쪽과 북동쪽에 자리한 유휴부지까지 진입로를 확보하는 데는 불과 이십 분 남짓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남동쪽 유휴부지에서 태양광 발전 패널을 잔뜩 실은 2.5T 트럭과 5T 트럭이 요새로 향했다.
끼리릭- 끼리릭-
끼이이익- 철컥-!
IC 남동쪽 유휴부지 입구에 전차를 세워 둔 뒤, 조종석의 해치를 닫았다.
작전 시행 이틀 전에 발견한 군 행렬.
군 행렬을 뒤지면서 쓸 만한 것들을 K-600 전차와 K-711 트럭에 나눠 실어 두었다.
일부 탄약과 물자들을 K-600 전차 내부에 실어 뒀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군용 무기와 물자들은 행렬 후미의 K-711 트럭에 챙겨 두었다.
군 행렬의 후미의 물자 운송 차량.
군용 화기(火器)와 전투식량 같은 쓸 만한 군용 물자들을 추려 K-711 트럭 한 대에 전부 실어 뒀기 때문에 반드시 가져와야만 했다.
빠르게 다녀올 계획인 만큼, 등에 멘 가방은 전차 내부에 남겨 뒀다.
가볍게 다녀오기 위해 최소한의 무기만 소지했다.
활과 화살 가방, 그리고 작업용 조끼에 남은 수류탄 2발.
타박- 타박- 타박-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전차로 뚫어 둔 길을 따라 뛰기만 하면 되었기에 감염자들을 유인할 때보다는 힘이 적게 들었다.
후욱- 후욱- 후욱-
타박- 타박- 타박-
규칙적인 호흡과 보폭.
100m…… 200m…… 300m…… 900m…… 1000m.
달리는 도중에 간간이 출몰하는 감염자들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동쪽으로 지나간 감염자 무리에서 낙오된 존재들인 만큼, 대부분 사지가 멀쩡하지 않거나 몸이 불에 반쯤 타 버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기적어기적 쫓아오는 감염자들을 피해 1km를 무사히 달려, 군 행렬에 도착했다.
행렬이 끝나는 지점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는 검붉은 불길이 지금까지도 고속도로 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칠흑같이 새카만 연기를 모락모락 내뿜으면서 말이다.
“열기가 대단하네…….”
제법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불길의 열기가 여기까지 닿는 것만 같았다.
“아, 이러고 있을 게 아니지!”
철컥- 끼익-!
유용한 물자들을 골라서 챙겨 뒀던 K-711 트럭에 올라탔다.
시동 장치를 ‘ON’으로 바꾸자마자 연료 펌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딸칵- 위이이이이잉-!
힘들게 배터리를 교환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티디딕- 티디딕-
부아아아아아아앙-!
힘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엔진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질- 질- 질-
자동차 엔진음에 반응하여 다가오는 감염자.
하지만,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스윽- 구구구구구국-
피잉- 콰직-!
땅바닥을 기어 오는 감염자의 머리에 화살을 박아 넣었다.
겨울철이니만큼, 엔진에 충분한 예열을 시켜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빨리 요새로 돌아가 짐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했다.
“실린더 벽에 엔진 오일 몇 번 칠했으면 됐지!”
꾸욱- 부아앙아아앙-!
짐을 잔뜩 실은 육중한 군용트럭이 고속도로 위를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미 K-600 전차로 뚫어 둔 길을 달리면 되는 만큼, 운전하는 데 어려울 것은 없었다.
부아아아앙- 부아앙-
퍼억- 콰직-!
곳곳에서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는 감염자들.
어차피 피할 공간도 없었고, 튼튼함을 자랑하는 군용트럭이니만큼 피해갈 생각도 없었기에 도로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족족 깔아뭉개고 지나쳤다.
IC를 향해 정신없이 트럭을 운전하던 중, 요란하게 흔들리는 사이드 미러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언뜻언뜻 보이는 것 같았다.
달- 달- 달- 달-
“뭐지……?”
사이드 미러를 통해 보이는 검붉은 불길 속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새카만 무언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