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60
나 혼자 무한 보급! 160화
“오빠아아아!”
느닷없는 상황에 모두가 망연자실 해 있던 와중.
은비의 쩌렁쩌렁한 고함이 요새를 울렸다.
“아, 안 돼…… 이건 아냐. 오빠가, 오빠가……?!”
“은비야. 일단 진정해!”
“진정하긴 뭘 진정해! 언니는 이 판국에 뭐 그리 태평한 거고?!” 그나마 냉정한 예진의 제지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날듯이 풀쩍 뛰어오른 은비가 단박 에 민수 옆에 내려앉았다.
“오빠, 오빠! 구라지? 또 사기치는 거지? 응?”
“여기까지 잘 해놓고 인제 와서 뭔 자살이야! 오빠 그런 사람 아니잖 아! 응?!”
피투성이가 된 민수의 시신을 허겁 지겁 끌어안는다.
손을 잡고, 눈꺼풀을 뒤집고, 급한 마음에 뺨까지 때린다.
하지만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 올 리 없었다.
가슴의 휑한 구멍에서 솟구치다 잠 잠해지는 핏줄기.
차게 식어가는 그의 시체를 내려다 보며 은비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 얼 거렸다.
“이게 뭐야……
나한테, 우리한테 그랬잖아.
반드시 살아서 이 ‘게임’의 끝까지 갈 거라고.
이 ‘게임’ 처음 시작한 놈 두들겨 패줄 거라고.
“이게 뭐냐고……
그런데 인제 와서 이러기야?
겨우 저 회귀자를 이기지 못해서 공개 자살이라고?
오빠 이런 사람이었어? 오빠 이렇 게 약한 사람이었어?
“이게 대체, 대체 뭐냔 말이
……?!”
콰아앙!
넋나간 중얼거림을 끊은 것은 폭음 이었다.
빛과 함께 은비의 옆에 추락하듯 착지한 카일.
만만치 않게 혼란스러운 얼굴로 그 가 은비를 향해 저벅저벅 다가왔다.
“비켜라. 서은비.”
“김민수의 시체를 살펴보겠다. 그 놈이 정말 죽었는지 확인해야 해.”
혼란을 숨기지 못하는 나직한 목소 리.
하지만 그 목소리에도 은비는 묵묵 히 침묵을 지킬 뿐.
가느다란 은비의 손가락이 옆에 내 려놓은 검을 불끈 쥐었다.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시커멓고 찐득한 마기.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카일이 한층 다급하게 재촉했다.
“어서 비키라고 했다. 정 말을 듣 지 않을 경우 강제로 집행하겠다.”
“빌어먹을. 통하질 않는군. 정신 차 려라. 보급관 김민수가 겨우 이런 일 때문에 자살할 리가 없……
“……너.” “ 뭐?”
콰아아아아! 순식간에 은비의 전신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했다.
온몸을 타고, 피부를 뚫고, 옷을 찢어버릴 기세로 뿜어지는 마기.
눈에서 시커먼 눈물 같은 마기를 뿜어내며 은비가 절규했다.
“너, 너어! 너어어어어! 죽일 거다. 죽일 거다! 이 개자식아!”
“서은비! 정신 차려! 너 지금 이성 을 잃었……?!”
“뭘 확인하겠다는 거야! 민수 오빠 죽었어! 시체라고! 이젠 더 나올 피 도 없어!” 몸부림치며 눈을 부릅뜨자 전신의 마기가 뭉쳐지며 날을 세웠다.
의형강기 (意形降氣).
검을 초월하여 스스로의 의지로 강 기를 형상화하는 경기.
시커먼 마기의 검 그 자체가 된 은비가 카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너, 너, 너만큼은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죽여다가 갈기갈기 찢어버 리겠다!”
“말도 안 돼……! 김민수가, 김민 수가 죽어? 겨우 15층에서?!”
“네놈 때문이잖아! 네놈만 나타나 지 않았어도 오빠가 이렇게 될 일은 없었어!”
꽈르르르릉!
은비의 몸을 빌린 마기의 검이 카 일과 함께 요새를 휩쓸었다.
단 일격이었지만 그 위력은 도저히 일격이라 할 수 없다.
요새 동쪽의 성벽이 마기의 휘말려 통째로 뭉개져 버렸다.
“일어나! 일어나, 이 개새끼야! 어 디서 편하게 죽으려 들어!”
“이건 김민수의 계략이야! 전부 다 놈한테 속고 있는 거라고!”
“이 새끼가 자꾸 개소리를 지 껄…… 컥!”
재차 외치려던 은비의 입에서 시커 먼 선지피가 토해졌다.
자세를 무너뜨린 채 그 자리에 털 썩 주저앉는 은비.
상황은 모르지만 적어도 가만 내버 려둘 수는 없다.
가까스로 제정신을 찾은 카일이 불 꽃의 주먹을 들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군! 의형강기를 다룰 정도면 나도 마냥 무시할 수 없……
“은비한테서 그 더러운 손 치워! 쓰레기 자식아!”
찌유우우웅!
악에 받친 예진의 외침과 함께 붉 은 레이저가 카일을 강타했다.
카일의 몸을 집어삼키는 시뻘겋고 굵은 레이저.
지글지글 달궈진 정령열상포를 거 둔 예진이 엘레나에게 외쳤다.
“엘레나! 정령열상포 언제든 재사 용할 수 있게 준비해 주세요!”
“아, 알았어요!”
“병운 씨는 은비 빨리 회수해 주세 요! 저러다가 애 잡게 생겼어!”
“넵 누님!”
“태준 씨도 프로즌 스톰 대기! 전 포대 방향전환! 직사 모드로 전환해 서 회귀자를 노려라!”
정신없이 떨어지는 예진의 지시 밑 에서 모두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 다.
재빨리 이프리트를 추가 소환하는 엘레나.
허겁지겁 달려가 은비의 뒷덜미를 낚아채는 병운.
태준의 프로즌 스톰이 카일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순간, 예진이 외쳤다.
“사격!”
꽈과과과광!
직사 모드로 전환한 박격포들의 포 격이 카일에게 집중됐다.
살아남은 십 수 개 포대의 집중포 격이니 위력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망연자실해 주저앉은 카일을 휩쓸 어버리는 대폭발을 살핀 후.
병운이 데리고 온 은비를 붙잡은 예진이 말했다.
“은비야. 퇴각하자.”
“퇴…… 각……?” “자세한 건 가서 설명해 줄게. 퇴 각해야 해. 이것도 다 작전이야.”
이상한 점이라면 한두 개가 아니 다.
그 이상한 점들을 이어붙이면 하나 의 결과가 돌출된다.
그리고 그 결과에 의하면, 우린 여 기 있어선 안 된다.
최대한 빨리 퇴각해서 병력을 온존 하고 추가 작전을 준비해야 한다.
“언니 믿어. 돌아가면 다 설명해 줄 테니까.”
“안, 돼…… 오빠, 복수…… “아파도 조금만 참아! 전원 사격 중지! 퇴각한다!”
은비를 들쳐 업은 예진의 외침에 포대의 사격이 멈췄다.
어리둥절한 시선들을 무시한 채 예 진이 다시 한번 외쳤다.
“장비 챙겨서 퇴각한다! 퇴각 지점 은 엘리베이터! 이대로 지상으로 돌 아간다!”
“지, 지금 대체 무슨 소릴……?!”
“빨리 퇴각하라고! 우린 진 거야! 그냥 그렇게 알아!”
가히 히스테리에 가까운 예진의 고 함.
묻고 싶은 건 많지만 저 서슬 퍼 런 기세 앞에선 의문조차 나오지 않 았다.
뭐에 데인 양, 허둥지등 장비를 챙 겨 요새를 나서는 플레이어들.
그들의 최후미에는 피투성이가 된 은비를 업은 예진이 따라붙었다.
“빨리! 빨리! 빨리 움직여! 더 빨 리!”
곳곳에서 커지는 수군거림. 악에 받친 예진의 고함.
그렇게 조금 전까지의 승기가 무색 하게 광명시 플레이어들은 요새를 나섰다.
이미 백화대 플레이어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전멸한 뒤.
퇴각하는 그들의 발목을 잡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폭력이 휩쓸고 지나 가, 폐허가 된 요새 구석에서.
“……후우. 갔나?”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누군 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옅은 녹색의 머리카락.
등에서 파닥거리는 무지개색의 얇 은 날개 두 장.
투덜대며 두리번거리던 그 요정, 알리아가 카일을 발견했다.
‘넋이 나갔군.’
저 멀리 폐허 속에 널브러진 카일 의 모습.
멍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의 표정은 석상처럼 공허했다.
물론 동정심 따위는 요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런 집중포격을 얻어맞고 살아 있 는 놈을 왜 동정한단 말인가.
날개를 퍼덕거린 알리아가 가뿐하 게 요새 위에 착지했다.
“아. 망할. 좀 칼로 하면 덧나나?”
“차라리 할복을 하지. 총상은 자상 보다 복구하기 힘든데. 적어도 200 일분은 필요하겠어.”
피투성이 한복판에 널브러진 민수 의 시체.
빛을 잃고 풀린 그의 동공을 들여 다보며 투덜거린 알리아가 그를 일 으켜 세웠다.
피가 많이 빠져서 그런지 생각보단 무게가 가벼웠다.
이 정도면 짧은 거리 정도는 날아 서 갈 수도 있을 거다.
단단히 그를 안아 든 알리아가 자 세를 낮춘 채 중얼거렸다.
“좀만 참아라. 10분 내로 복구해 줄 테니.”
펄럭이며 가뿐히 떠오른 알리아의 몸.
시체를 안아 든 요정의 뒷모습이 미궁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휘우.”
그렇게 요새가 버려지고 약 30분 후. 무너진 잔해를 헤치며 나타난 그림 자가 작게 한숨을 토했다.
“살벌하게도 해먹으셨네. 예진 씨 도 맘 독하게 먹었구만.”
“하긴 얼이라도 빼놓으려면 이 정 도는 해야겠지만…… 왕웨이 씨? 표 정 왜 그래요?”
“바, 방금 그거…… 뭐였습니까?”
턱을 덜덜 떨던 왕웨이가 질린 눈 으로 민수를 돌아봤다.
얼굴이 쏙 닮은 거야 뭐 그러려니 할 수 있다.
당장 이 사람도 물약으로 남의 얼 굴 빌려 쓰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사람이 자기 가슴팍에 대고 방아쇠 당기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피가 무슨 분수처럼 콸콸 솟구치 던데…… 주, 죽은 거 아니죠? 아 니, 그보다 사람이긴 합니까? 사실 켄지가 만든 인형이라던가 그런 거 아닙니까?”
“아뇨. 사람 맞아요.”
“사, 사람……!”
“하지만 저래도 되는 사람이죠.” 이쪽도 생목숨 버리라고 윽박지를 생각은 없었다.
다행히도 우리 쪽에는 저게 가능한 플레이어가 있었고.
다소 실례를 무릅쓰고 조금 독특한 작전을 세웠을 뿐.
‘그래도 설마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을 줄이야.’
역시 그때 무리한 보람이 있었군.
이러니까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 다는 거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얼 른 표정을 바로 했다.
“뭐, 그쪽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는……
저 멀리 위치한 성벽이었던 폐허.
그 위에 카일의 몸뚱이가 실 끊어 진 연 마냥 널브러져 있었다.
미동은 고사하고 눈도 깜짝 안 하 는 모습.
저것만 보면 시체가 따로 없다.
조심스럽게 상황을 살피며 민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자. 회귀자. 이제 네가 아는 미래 는 전부 망가졌다.’
놈이 흘린 발언 일체를 조합하여 몇 가지 가정을 세웠다.
스스로 밝히길 이번 회차는 3회차.
그리고 이전 2회차는 모두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둘 다 미궁의 끝까지는 다다랐던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전 회차의 나에게 가로막혀 회귀했다는 설정이겠지.’
즉, 일단 마지막 순간까지는 내가 살아 있었다는 의미.
그렇기에 그 점을 역이용하여 함정 을 팠다.
‘눈앞에서 김민수는 죽었다. 이제 네가 미궁의 끝에 다다르는 걸 막을 녀석은 없어.’
하지만 조금 전 죽음을 가장한 김 민수는 가짜.
진짜 김민수는 바로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회귀자 입장에선 치명적인 착각이 자 위기.
그리고 이 시나리오가 정말 클리어 확률 0%라면.
“뭔가 반드시 액션을 취하겠지.”
“ 네?”
“조용히. 놈이 들을 수도 있어요.”
얼른 입가에 손을 대자 기겁한 왕 웨이가 입을 꽉 다물었다.
조심스럽게 늘어져 있는 카일에게 다가가는 두 남자.
마른 입술을 살짝 축인 민수가 언 성을 높였다.
“형님. 살아계십니까?”
한 걸음 다가가며 외친다.
대답이 없다.
“남준이입니다. 첸즈하오 형님? 살 아계신 거 맞죠?”
다시 한 걸음 다가가며 묻는다.
여전히 반응은 없다.
“형님. 백화대는 저희 빼고 다 전 멸했습니다.”
“형님 없으면 저희 이 이상 진행 못 합니다. 형님?”
몇 번을 연거푸 물어도 대답이 없 는 카일.
그사이 어느덧 두 남자는 끊어진 카일의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무섭게 부릅뜬 눈에서는 동공이 풀 려 있었다.
설마 진짜 죽은 건가 싶었지만, 목 을 짚어보니 맥은 뛰고 있다. 고개를 저은 민수가 그의 목에서 손가락을 떼었다.
“기절한 건가? 눈만 보면 완전 죽 은 사람인데.”
“어쩌죠‘?”
“일단 좀 기다려보죠. 맥은 뛰고 있으니까 아마 곧 일어날……
꿈틀!
그때, 굳게 닫혀있던 카일의 입이 열렸다.
“특정 불가 변수를 확인.”
“?!”
“변수 코드 077-9. 플레이어 : 보 급관의 조기 사망. 사망 원인 코드 2. 자살.”
깜짝 놀라서 후다닥 물러나는 민 수
여전히 동공 풀린 눈으로 카일의 입에서 딱딱한 보고가 이어졌다.
“시험 변수 시뮬레이션 1회 실시. 시뮬레이션 개시까지 5초.”
“시뮬…… 뭐?!”
“3. 2. 1…… 실패. 대응책 발견 불가. 정규 변수 대응 시뮬레이션으 로 작업 이행. 시뮬레이션 5회. 5회 안에서 대응책 미발견 시 특정 변수 대응 시뮬레이션으로 이행.”
“이 새끼 설마 지금 시…… 컥!” 다급하게 외치기 직전, 어마어마한 두통이 머리를 엄습했다.
역천의 무학을 썼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격통.
두개골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고통 에 머리를 부여잡은 민수가 절규했 다.
“아아아아악!”
[칭호 아카라트의 적자(펴子) 효과 발동!] [시나리오가 변경되었다!]갑자기 반말로 변해 버린 메시지 창.
[확인된 오류 : 이
[이제부터 그대가 보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진실’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익숙한 메시지 창.
[퀘스트 로그를 재생한다.]
“새끼가, 뭔대…… 반말지거리 그와 함께, 민수의 의식이 어둠 속 으로 고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