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56
나 혼자 무한 보급! 056화
무엇을 바라는가. 무엇을 해야 하 는가.
스스로도 자문해 본 적 없던 질문 이었지만.
이미 대답은 내 안에서 나와 있었 다.
“너희들의 주인은 어디에 있지?”
“너희들이 왕이라 부르는 그자.” 늑대 떼들과 함께 산맥을 넘기 무 섭게.
가장 먼저 한 것은 인간 병사들을 윽박지르는 것이었다.
머리를 처박고 벌벌 떠는 인간 병 사들.
나라 이름이 셀만 왕국이었나 뭐였 나.
물론 이름이야 어찌 됐건, 그저 지 금은 꼴도 보기 싫었다.
“저, 저기…… 나, 남쪽으로 내려가 면 큰 도시가……!”
“꺼져.”
“사, 살려주시는 겁니까?”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래주지.”
혐오가 극에 달하니 살의조차 들지 않았다.
인간을 마주하고도 미움도 슬픔도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주인님의 복수와 상관도 없 는 이들.
이런 시답잖은 것들을 붙잡고 있을 시간조차도 없었다.
그저 한 시라도 빨리 주인님의 복 수를 달성하고 싶었을 뿐.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기도 버려두고 도망치는 인간 병 사들을 등진 채.
나는 다시금 왕이 있는 곳으로 향 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우리를 막지 않았다.
아니, 우리를 막을 엄두조차도 내 지 못 했다.
산맥을 새카맣게 덮으며 내려오는 늑대들의 군세.
세상을 먹어치울 그 기세 앞에선 그저 모두가 겁에 질려 도망갈 뿐.
“마, 마왕…… 마왕이다……!”
“천 년 만에 부활한 마왕…… 아 아, 주여. 어찌하여 지금 이때……!” 세상이 나를 일컫기를 마왕이라 하 였다.
몰락한 마신이 남긴 마지막 악의의 조각이라 하였다.
또한 나를 일컫기를 여왕이라 하였 다.
늑대들을 지배하는 여왕이니 늑대 여왕이라 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으로 부르건.
내게 어떤 생각을 갖건 상관없었 다.
애초에 복수에 무슨 이름이 필요하 단 말인가.
행위에, 마음에 타인의 의미 따위 가 중요하단 말인가.
“ 왔다.”
그렇게 한 달 넘게 온 땅을 검게 물들이며.
미친 것처럼 달리던 끝에 드디어 그곳에 다다랐다.
인간 왕국의 수도를 보는 것은 처 음이었다.
높게 솟은 첨탑. 구름처럼 몰려 있 는 병사들.
저곳에 그가 있다.
나의 주인님을 죽이라 한 그 인간.
인간들의 왕. 인간들의 주인.
“먹 어치 워라.”
무려 한 달 만에 늑대들에게 명령 을 내렸다.
그간 참고 있던 굶주림을 일거에 폭발시키듯.
침을 뚝뚝 홀리며 늑대들이 일제히 수도를 덮쳤다.
“미, 미친! 수가 너무 많아!”
“마법사! 마법사는 뭐하는가! 저기 마왕이 있…… 케흑!” “후, 후퇴해라! 더는 여기 있다 간…… 아아아아악!”
그래도 왕을 지키는 이들이랍시고 준비는 잘 해둔 것 같았다.
하나 같이 번쩍번쩍한 갑옷에 좋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마법사들도 많았고, 듣도 보도 못한 무기들도 가득 쌓여 있었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무기보다, 마법사들보다, 온 갖 진기한 무기류보다.
나와 함께하는 늑대들이 훨씬 많 고, 또한 훨씬 강했으니.
“어억 J”
“커허 억!”
늑대들의 돌진이 인간들의 성을 무 너뜨렸다.
덤벼드는 병사들은 모두 늑대들의 한 끼 식사가 되었다.
드높았던 군기는 늑대들의 발길질 에 짓밟히고.
깊은 해자는 늑대들의 시체로 메워 건넜다.
천 년 만에 부활한 마왕.
그 압도적인 군세를 막을 이는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짓밟고, 유린하 고, 무너뜨리며.
끝도 없는 포식의 물결로 왕성을 들이받던 끝에.
“네가 왕이냐?”
드디어 내 앞에 이 모든 일의 원 흉이 끌려왔다.
엉망이 된 붉은 망토에 피로 물든 초췌한 얼굴.
그 모습을 마주한 순간 갑자기 식 도가 꽉 찬 듯 답답해졌다.
“네가 왕이냐고 물었어.”
“……대체 왜 이러는 거냐?”
막연하게 상상하던 심술궂고 흉폭 한 인상은 어디에도 없었다.
말쑥한 회색 수염. 피로가 감도는 살짝 처진 인상.
내게 고기를 챙겨주던 마을 푸줏간 아저씨와도 비슷한 얼굴.
너무 평범한 그 모습에 오히려 내 가 다 아연해지고 말았다.
“왜 이러는 거냐고?”
“우리 백성들을 해하지 않고 여기 까지 당도했다 들었다. 적어도 천 년 전의 마왕처럼 무책임한 살육과
정복을 바라는 건 아닐 터.”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이냐? 원한 이 있다면 풀어주겠다. 바라는 게 있다면 들어주겠다. 내 목숨으로 끝 날 일이라면 얼마든지 그리 하여도 좋다. 그러니……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 다.
난 네가 차라리 악당이길 바랐어.
사악하고 탐욕스럽고 타협의 여지 없는 악당이라서.
네 목을 시원하게 뜯어버릴 수 있 길 바랐어.
“무엇이든 바람을 이루어줄 터이 니, 이제 이쯤 하지 않겠나?”
그런데 이게 뭐야.
당신은 뭔데 그렇게 의연하고, 뭔 데 그렇게 덤덤한데?
울부짖어. 살고 싶다고 빌라고.
추하게 바닥을 빌면서 박박 기라 고!
그렇게 착한 척이나 하는 녀석이, 어째서 내 주인님한테는……?!
“내 목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 가도 좋다. 바라는 게 있다면 다 가 져가라. 그 대신 나 외의 백성들에 게 해를 끼치지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악!”
비명을 지르며 놈의 머리통을 후려 갈겼다.
후련한 와드득 소리와 함께 머리가 등 쪽으로 휙 돌아간다.
보나마나 즉사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아악! 아악} 아아아악! 아아악! 아 아아아아아악!”
미친 듯이 놈의 시체를 짓밟기 시 작했다.
머리통을 깨부수고, 심장을 짓이기 고, 내장을 헤집고.
팔다리를 끊고, 뼈를 부수고, 텅 빈 몸속을 뒤집고.
“아악, 아아악…… 하악, 하악 ……!”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된 분풀이는 한참이나 지나서야 끝났다.
하늘에서 나를 책망하듯 노려보는 둥근 달.
주변에서 들려오는 건 허기로 가득 한 늑대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눈앞에는 형체조차 남지 않 은 원수의 시체.
한참이나 헐떡대던 가쁜 숨이 조금 은 가라앉고 나서야.
비로소 비실비실 주저앉은 나는 손 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게 뭐야……
세상을 불태우고 싶었던 것도 아니 고.
그렇다고 인간들을 지배하고 싶었 던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착한 주인님의 복수를 하 고 싶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를 모함한 이들 에게 정당한 결과를 보여주고 싶어 서.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여기 까지 온 것인데.
“이게 뭐냐고……
그렇게 복수하고, 뭐가 달라졌나?
속 시원하게 나쁜 놈들을 응징이라 도 할 수 있었나?
결국, 찝찝한 기분으로 시체에 분 풀이한 게 전부가 아닌가?
그리고 이런다고 뭐가 해결되나?
인간들의 나라는 망했고, 세상은 이미 뒤집혔다.
내 곁에 남은 건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 늑대뿐.
“이게 뭐냔 말이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심지어 마음조차 편해지지 않았는 데.
이미 흘러간 일은 돌이킬 수조차도 없는데.
이런다고 그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주, 주인님……
주인님. 지금 어디 있어?
당장 나를 불러줘.
예전처럼 머리를 쓰다듬고, 한껏 뒹굴며 놀아줘.
나는 당신의 행복한 사냥개.
당신이 이름을 불러주면 그걸로 족 한 사냥개.
당신이 없으면 단 한 시도 살 수 없는.
그저 당신 옆을 맴돌 뿐이었던 사 냥개.
“주인님…… 나, 나……!”
지금 당신의 개가 이렇게 슬퍼하는 데.
그저 여기 서서 하염없이 당신을 찾고 있는데.
왜 더는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거야?
정말로 날 버리고 영영 떠나버린 거야?
난 그저 당신 대신이라도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 당신의 향기 없인 그조차도 공허한 발악이었을 뿐.
“나, 어디로 가야 해……?”
당신이 없다면.
당신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면.
“나, 나는…… 난, 아무것도……!”
“아니.”
그때.
달빛만이 어스름한 검은 폐허 위 에.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지.”
아무런 예고도 전조도 없이.
그것이 나타났다.
“그런 건 하기 나름이니까. 포기하 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재도전한다 면…… 언젠가는 가능해지지 않겠 어?”
“너……?”
“판테온-38520. 도그마 명, 늑대 여왕.”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아이도 어른도 아니고.
인간도 짐승도 아닌.
“혹시 지금부터 ‘게임’ 한 번 해볼 생각 없어?”
존재 자체가 모순으로 가득한 그 것.
나를 이 반복되는 ‘밤’으로 끌어들 인 그것이.
[퀘스트 로그 재생 종료] [플레이어 토큰 3000개가 지급되었 습니다.] [모든 퀘스트 로그를 회수하셨습니다.] [플레이어 토큰 5000개가 지급되었 습니다.]
* 氷 *
厂전사여!」
번쩍 눈을 뜬 순간, 어마어마한 두 통이 느껴졌다.
당장 이마를 꿰뚫어버릴 기세로 날 아오는 손톱 한 줄기.
잽싸게 단검을 뽑아 든 민수가 얼 른 손톱을 쳐서 튕겨버렸다.
“칵!”
“허잇챠!”
이전과는 확실히 손맛이 달랐다.
간단하게 자세를 무너뜨리며 비틀 거리는 마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왼손에 권총을 들어 그녀에게 갈겼다.
탄환이 꽂힐 때마다 마녀의 신체에 푸른 파문이 번지고.
온몸을 비틀어대며 마녀가 고통스 러운 신음을 토해냈다.
“캬악! 캬아앗!”
“야이 씨……
생각도 못 한 반응에 오히려 민수 가 놀라버렸다.
수정탑을 전부 파괴했으니 약해질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낙폭이 좀 지나치게 크다.
설마 권총만 맞아도 아프다고 난리 를 쳐댈 정도라니.
‘혼 블래스터 썼다간 진짜 죽을지 도 모르겠는데.’
잠깐 망설이던 끝에 단검을 허리춤 에 집어넣었다.
그 와중에 정신 차린 마녀가 이쪽 을 무섭게 노려보며 울음을 흘리고 있었다.
물론 함부로 덤벼들지는 않고 있었 다.
하긴 권총 총알맛이 좀 매콤하긴 하겠지.
조금이나마 자신감이 돌아온 얼굴 로 민수가 말했다.
‘■샤그룬. 마녀는 내가 처리하지. 늑대들 쪽을 부탁한다.」
‘■괜찮겠나?J
‘■네가 여기 있는게 더 안 괜찮지.
보면 모르겠나?J
민수의 고갯짓이 몰려드는 늑대들 을 가리켰다.
그야말로 사면을 채우며 달려오는 늑대들의 파도.
그 한복판에서 플레이어들이 한창 악전고투를 펼치고 있었다.
“와, 진짜 끝이 없네! 이것들 진짜 다 죽일 수는 있는 거야?!”
“은비야! 조심해라! 아무리 약해졌 어도 이빨 어디 안 간다!”
“거리 벌리세요! 이젠 투창이나 화 살도 잘 먹힙니다! 안전거리 유지하 세요!”
“쿠오! 쿠오오오오! 쿠오쿠오!”
칼과 철퇴를 휘두르고 창을 내지르 고 화살에 팔매질까지 해대며 저항 하는 플레이어들과 오크들.
비록 늑대들이 대단히 많이 약해지 긴 했지만, 그래도 머릿수가 워낙 많으니 이쪽도 그에 맞춰 대응해야 했다.
厂너랑 내가 마녀 한 명에만 달라 붙어 있는 건 낭비다. 내 걱정은 말 고 전사들을 도와라.」
「……알았다! 무훈이 함께하기 를!」
굳게 고개를 끄덕인 샤그룬이 늑대 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전차 같은 기세로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대여섯 마리씩 두 동강 난 늑대들 이 허공으로 솟구쳐올랐다.
r 하하하하하! 전사들은 보아라! 샤그룬이 여-기-있-다-아-!」
[샤그룬이 전투 함성을 사용했습니다!] [샤그룬과 주변 전사 계열 우군의 전투력이 150% 향상됩니다!]‘오케이. 걱정할 필요 없겠네.’ 전투 함성 발동 메시지를 확인하고 도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이쪽을 경계하며 손톱을 세 우고 있는 마녀.
그 모습을 뚱하니 마주 바라보던 중, 마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결국 수정탑을……
“혹시 이게 몇 번째인지 기억하 나?”
말을 자르고 들어온 민수의 질문.
잠깐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마녀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윽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부릅떴다.
“뭐, 뭐……?!”
“미안한데 나도 좀 알아버렸거든. 네 가 뭘 하다 왔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 지. 누구랑 만났는지, 뭐 그런 거.”
“그, 그걸 어떻게……?!”
“내가 좀 축캐라서. 아무튼 보니까 대충 견적이 나오는데.”
텅 빈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민수 가 말을 이었다.
“이 ‘게임’에서 이기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그것에 혹해서 ‘게임’에 참 가했지만 결국 너는 패배했고, 그 결 과 무한히 반복되는 이 시나리오에 갇혀 버린 키 플레이어가 되었다.”
“이게 이 ‘게임’의 대가. 이기면 무 언가를 얻지만, 진다면 시나리오에 갇힌다. 그리고……
그 보상이 뭔지는, 이제 알 수 있 다.
민수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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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주인을 살려 달라. 그걸 바 라고 이 ‘게임’에 뛰어든 거지?”
휘이익!
대답은 말이 아닌 손톱으로 돌아왔다. 얼굴을 꿰어버릴 기세로 날아오는 손톱.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젖혀 피한 민 수가 마녀의 턱주가리에 대고 방아 쇠를 당겼다.
“칵!”
“그래. 사정 딱하긴 하네. 하긴 이 런 ‘게임’에 제 발로 휘말려 들었는 데 사연 하나쯤 없겠어?”
“카아악! 이, 이이……!”
“근데 네 사정은 네 사정이고.”
연달아 방아쇠를 당기며 마녀를 몰 아붙였다.
혼비백산해서 물러서는 마녀를 노 려보며.
민수가 비어 있던 오른손을 옆으로 뻗었다.
“난 이딴 X망겜 스토리 따위에 관 심 없거든.”
“뭐……?”
“사연은 둘째 치고 팩트만 짚고 넘 어가자고. 넌 졌고, 앞으로 가망 없 는 거지?” 대답은 필요 없었다.
반문 따윈 들을 생각조차 없었다.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 에게도.
모두가 만족할 제3의 선택지가 있 으니까.
“오늘 트롤링 좀 해보자.”
그와 동시에 민수의 손에 잡히는 천사의 눈물.
깜짝 놀란 마녀의 시선 따윈 나 몰라라 한 채.
“꾹 참아. 좀 아플 거다!”
있는 힘껏.
민수가 그 바늘 끝을 목덜미에 쑤 셔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