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03
“너 이 자식!”
사제들이 다시 포위망을 좁히는 가운데 이루키를 노려보며 아미달이 이를 갈았다.
“진짜로 된단 말이야. 이, 씨……!”
사제의 신성력이 동시에 가해지고, 잠시 후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루키는 고개를 돌렸다.
“시로네는?”
엠블럼을 하늘에 띄운 사탄교의 간부 3명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전도사 엘카가 야훼의 마음을 거울로 살폈다.
‘전도하면 대박인데.’
야훼가 사탄교에 들어와 준다면 그 시점에서 이념 전쟁은 끝나는 것이었다.
‘뭘 원하지? 같이 놀자고.’
그녀의 거울에 비친 시로네는 슬픈 얼굴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진짜 가증스럽네.’
이러면 꼭 내가 천하의 죽일 여자 같잖아.
“하여튼 나를…….”
분노의 눈을 치켜뜬 그녀가 야훼를 비추고 있는 거울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나쁜 마족으로 만들어요!”
와장창 거울이 깨지면서 현실의 시로네의 마음에 강력한 충격이 밀려들었다.
“크으으으!”
사탄교의 장로 유프라푸스가 마리트가 수집한 마기를 창처럼 길게 만들었다.
“엠블럼의 창.”
핏물처럼 불길한 검붉은 빛을 띤 창이 시로네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핸드 오브 갓이 가로막았으나, 빛의 손바닥 중심이 펑 하고 뚫리고 말았다.
엘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리는 카타콤이다.’
야훼 암살 조직.
‘마류는 마기와 달라. 이것은 네가 사랑하는 인간의 감정으로 이루어진 무기. 따라서…….’
야훼가 마음에서 도려낸 마魔와 달리 미라클 스트림을 치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탄교의 신도 수는 대략 3천만 명.’
시로네의 울티마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혼자서 받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카타콤의 수장 기요르기가 야훼와의 정면 대결을 포기하고 사탄교를 세운 이유였다.
‘제길!’
시로네는 빛의속도로 엠블럼의 창이 날아오는 찰나의 순간을 경험했다.
‘왜?’
악의 통합은 이토록 쉬운 것일까.
생명을 불태우며 노력해도, 단 1명의 인간조차 울티마로 끌어올 수 없는데.
‘어째서?’
악은 거대한 흐름으로 뭉치는가?
정답을 찾을 시간조차 없이 엠블럼의 창이 시로네의 옆구리를 찔렀다.
유프라푸스가 괴성을 내질렀다.
“우오오오!”
짜릿한 쾌감이 그의 정신마저 날리려는 그때 시로네가 창을 붙잡았다.
“아직 멀었어.”
기요르기의 전략은 탁월했으나, 고작 3천만 명으로 헥사는 깨지지 않는다.
“이야아아!”
창을 붙잡은 시로네의 몸에서 아가페의 빛이 흐르더니 창대를 타고 흘렀다.
엘카는 깨진 거울을 살폈다.
“어?”
빛이 액체처럼 부풀더니 거대한 섬광으로 폭발하며 그녀의 얼굴을 휩쓸었다.
“끄아아아아!”
눈, 코, 입이 전부 녹아내린 그녀가 두 팔을 허우적거리고, 시로네가 소리쳤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옆구리에 박힌 엠블럼의 창이 깨지자 핸드 오브 갓이 새롭게 탄생했다.
엘카가 땅을 기며 소리쳤다.
“막시무스!”
외침을 들은 막시무스가 어깨를 흠칫하더니 그녀의 지시를 떠올렸다.
-세이나를 전도하면…….
최고의 쾌락을 선사한다고 했었다.
“대, 대사제님.”
막시무스의 눈빛이 변하자 반신반의했던 세이나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세이나, 나는…….”
에덴의 방어막을 지났다고 해도 참회를 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가오지 마세요!”
성검 아스타시아에 손을 가져다 댔으나 성스러운 푸른 빛은 흐르지 않았다.
‘신성력을 잃었어. 이대로는 싸울 수 없어.’
엘카가 재차 소리쳤다.
“그녀를 붙잡아!”
동시에 눈을 부릅뜬 막시무스가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세이나!”
죽음을 각오한 눈빛을 본 순간, 세이나는 차마 검을 뽑을 수 없었다.
“미안하다.”
그녀의 발 앞에 무릎을 꿇은 막시무스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했다.
“악마에게 굴복하고 말았어. 신의 이름을 더럽힌 죄인의 목을 베어 다오.”
엘카가 원통한 듯 땅을 내리쳤다.
“아아악! 짜증 나! 이런 씨……!”
핸드 오브 갓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와 엘카의 몸을 쿵 하고 짓이겼다.
에덴이 소리쳤다.
“세이나! 피해!”
가까운 곳에 쓰러져 있던 어둠의 왕 굴탄이 양자화를 발동해 그녀에게 날아갔다.
“네이드!”
이루키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권사 마리트가 사제에게 지시를 내렸다.
“달려들어!”
뇌신의 심판을 두려워하던 사제들의 다리가 강제적으로 움직이는 순간.
“으아아! 안 돼!”
수십 개의 벼락이 허공을 긁듯 동시에 떨어지고, 빠바박 소리를 내며 시체가 폭발했다.
피와 내장으로 가려진 시야 속에서 막시무스는 신성력을 뿜어냈다.
“물러가라, 이 악마야! 컥!”
성검 아스타시아가 등 뒤에서부터 막시무스의 배를 뚫고 튀어나왔다.
“아, 아아…….”
대사제를 찌른 세이나는 검의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물러섰다.
“어, 어째서 내가?”
굴탄이 그녀의 마음을 만지고 있었다.
‘심상공예.’
막시무스를 찌르게 해서 마음의 장벽을 낮춘 그가 손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허어어억!”
마음의 형태가 변하면서 세이나의 두 눈에 붉은빛의 기운이 감돌았다.
“……사탄이시여.”
‘됐다.’
세이나를 전도했다.
굴탄이 그녀와 함께 땅 밑으로 사라지자마자 네이드의 전격이 강타했다.
“제길! 놓쳤어!”
시공간을 무시하는 이동이라 그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추적할 수 없었다.
시로네가 튀어 나갔다.
“미카!”
-네. 좌표 39398749…….
공간을 점프하듯 움직이는 굴탄의 좌표를 초상감이 시로네에게 전달했다.
‘복잡하다. 추적을 피할 생각이야.’
동서남북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던 굴탄이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크크크, 이 정도면 절대로 못 쫓아…….”
시로네가 오고 있었다.
“으아아아! 으아아아!”
깜짝 놀란 굴탄이 공간을 점프했으나 미카는 그의 좌표를 놓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세이나를 노린 거야. 교황청의 진실을 폭로할 수 없게 하려고.’
“오지 마! 제발! 한 번만!”
시로네가 소리쳤다.
“거기 서!”
기요르기는 악마의 바이블을 소리 내어 읽었다.
“신께서 가라사대, 아그리파야, 어찌하여 슬피 울고 있느냐? 아그리파가 말하기를, 제가 사랑하는 여인이 형제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아그리파 전도서 3장.
“길을 잃은 어린양이여, 질투와 원망을 멀리하라. 형제를 죽이고 형수를 빼앗거라.”
아그리파는.
“형제를 죽이면 사람들이 저를 비난할 것입니다. 형수를 취하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신께서 말하기를.
“이제 형제의 것이 모두 네 것이 되었으니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늦은 밤 형수를 땅에 묻어도 되리라.”
아그리파는 무릎을 꿇고.
“두렵습니다. 위선자들이 저를 감옥에 가둘까 두렵습니다. 목을 자를까 두렵습니다.”
“내가 함께하리니, 너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으리라. 무엇이든 빼앗아 가져오너라. 살인자들의 안식처…….”
턱, 악마의 바이블이 닫혔다.
“멜키두에.”
“잡았……!”
시로네의 손이 닿기 직전, 굴탄과 세이나가 붉은 광채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뭐야?”
양자화 능력이 아니었다.
“미카.”
-없습니다.
‘없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세상에 없어요. 좌표로 특정되는 위상 공간을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히든 코드. 하지만 내가 알기로 이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만들려면…….’
시로네의 미간이 구겨졌다.
“기요르기.”
야훼의 마魔였다.
율법 전쟁 (1)
살인자의 안식처, 멜키두.
카타콤의 간부들, 마류의 신도들이 도착한 곳에 기요르기가 서 있었다.
“이게 전부인가?”
장로 유프라푸스가 말했다.
“엘카와 아미달이 사망했어. 이제 카타콤도 4명밖에 남지 않았군.”
권사 마리트가 말했다.
“그래도 엠블럼의 위력은 확인했어. 조금만 더 버티면 야훼를 죽일 수 있겠지.”
기요르기가 악마의 바이블을 내리며 말했다.
“아니, 이곳에서 끝낸다.”
굴탄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린 꽁지가 빠져라 도망쳐야 돼요. 사탄교를 확장시켜야죠.”
“야훼가 간파한 이상 전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그리고 무엇보다…… 도망칠 수 없어.”
그건 사실이었다.
“내 양자적 움직임을 따라잡았다. 야훼 녀석, 시공간을 초월한 탐지 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요르기의 말도 이해가 되지만, 굴탄에게는 본질적인 의문이 남아 있었다.
“정말 그런 겁니까?”
“무슨 뜻이지?”
“기요르기 씨는 야훼의 마魔에서 태어난 마족이지요. 하지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야훼에 대한 적의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혹시…….”
기요르기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이 굴탄을 포함한 모두를 벌벌 떨게 했다.
“굴탄, 말을 조심해라.”
“네…… 네.”
카타콤 간부들은 모두 사단장급이지만 이 순간 서열이 정해진 기분이었다.
“너희들의 생각은 필요 없어. 마족 중에서 오직 나만이 야훼를 이해하고 있다.”
마리트가 저자세를 취했다.
“기요르기 씨를 믿어요. 모든 일이 당신이 예측한 대로 되고 있으니까요.”
“……세이나를 데려와.”
카타콤의 간부들은 기요르기가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참으로 이상한 마족이다.’
높은 경지에 오른 인간일수록 이면 세계의 마는 오히려 보잘것없는 법이다.
‘하지만 기요르기 씨는 특별한 경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