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59
에이미가 테스를, 시로네가 리안을 붙잡았다. 카니스와 아린도 각각 카냐와 레나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는 사이 추격대는 지척까지 도달해 있었다.
선두의 케르고인이 말 위에서 검을 치켜들었다. 은빛 장검이 시로네의 머리를 향해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시로네 일행의 몸이 섬광으로 변해 솟구쳤다.
가드락과 클로브는 하마터면 마법이 풀릴 뻔했다.
빛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빛으로 변해 버리다니. 게다가 메카족까지 동시에 이동시키는 건 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소한 인간의 기준에서는 그랬다.
“어, 어떻게 자연의 힘을 빌리지 않고 빛의 마법을?”
고대 마법은 반드시 속성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건 빛이었다.
빛은 미약하고 넓게 퍼진 힘이다. 따라서 자연의 힘을 빌리는 고대 마법이라고 해도 빛을 집중시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따른다.
노르인이 빛의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경우는 빛이 모이는 장소인 샤이닝 스폿이 있을 때뿐이었다.
클로브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순간 이동으로 순식간에 높이를 따라잡은 시로네 일행은 자신이 생각하던 하찮고 무능한 모조인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시로네의 샤이닝 마법을 봤을 때도 그저 어딘가에 있는 샤이닝 스폿에서 빛을 옮겨 온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저들은 몸에서 빛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가 아는 한, 천국에서 빛을 다루는 존재는 라를 제외하고 단 하나의 위상뿐이었다.
노르인의 감정을 읽은 아린이 정신 채널에 전했다.
-노르인들은 순간 이동 마법을 모르나 봐.
에이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당연한 거 아냐? 광자화 이론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마법 역사상 최고의 발견 중 하나니까. 땅의 나라의 천재들을 우습게 보면 큰코다치지.
에이미는 땅의 나라에서 태어난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하늘의 케르고도 만만치는 않은 상대였다. 외중력을 이용해 절벽을 수직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에이미는 수평으로 엎드려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갈겼다.
내리꽂히는 화염의 창을 포착한 추격대가 좌우로 나뉘었다. 절벽을 크게 우회한 그들이 더욱 속도를 높이며 시로네 일행과 거리를 좁혔다.
-쳇! 되게 끈질기네!
-내가 해 볼게.
아린이 촉수를 뻗어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했다.
대부분의 추격대가 저항했으나 한 명이 걸려들었다. 아린에게 지배당한 전사가 동료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자 추격의 전열이 흐트러졌다.
“이런 멍청한 자식들!”
절벽 아래에서 지켜보던 대장이 콧잔등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절벽을 향해 포효를 터뜨렸다.
스키마 기술인 하울링이었다.
“아우우우우우우!”
절벽을 타고 퍼지는 하울링의 반향음이 마법사들의 정신을 강타하자 노르인의 에이오스가 풀려 버리고 말았다.
시로네는 집중력을 발휘해 버텨 냈다. 에텔라의 파마의 함성처럼 정신 자체를 흔드는 기술이었다.
시로네는 추락하는 가드락에게 순간 이동을 시전했다. 그의 몸을 붙잡는 것과 동시에 에이미가 날아와 클로브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광자화 마법을 시전하여 관성을 초기화시켰다. 시로네가 리안과 가드락을 데리고 내려앉자 이어서 친구들이 속속들이 지상에 도착했다.
“제길! 언제나 하울링이 문제야. 노르는 케르고랑 상성이 안 맞는다고.”
체면을 구긴 가드락이 변명을 했다. 그러고 보면 스승과 제자가 아예 다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의아했다. 똑같이 하울링에 당했는데 시로네 일행이 멀쩡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이, 어째서 너희는 괜찮은 거지?”
가끔은 순진하게 물어보는 게 더 짜증 날 때가 있다. 카니스가 그런 마음을 담아 퉁명스럽게 말했다.
“괜찮을 리가 있냐? 머리 울려 죽겠는데.”
“그런데 어떻게 마법을 시전한 거야?”
“그냥 참고 하는 거지. 이 정도로 흔들릴 수준이면 어디 가서 마법사라고 하지 마.”
자연의 힘을 빌리는 노르인과 달리 땅의 나라의 마법은 전지와 전능을 결합시키는 상태로 발현된다. 고대 마법보다 까다로운 방식인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비효율적으로 가다듬은 집중력이 오히려 그들의 정신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냈다.
또한 시로네 일행에는 특수 능력자들이 많았다.
정신력에 특화되어 있는 아린에게 정신 방어는 전공이었고 에이미는 홍안의 능력으로 아예 면역이었다. 게다가 시로네는 내구력만 놓고 보자면 홍안의 효과와 맞먹는다고 알려진 금강불괴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클로브는 개울에 얼굴을 처박은 채로 착지했다. 그러다가 화가 난 표정으로 일어서서 에이미를 돌아보았다.
“너! 네가 감히 나를 처박아?”
에이미의 건방진 태도를 더는 용납할 수 없었다. 성질은 고약하지만 그것 또한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서 참고 있었는데 모조인 따위가 머리끝까지 기어오르고 있었다.
“절대로 가만두지……!”
클로브는 오싹함을 느끼고 말을 멈췄다.
에이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또한 추격대를 노려보는 표정에서는 귀신처럼 한기가 느껴졌다.
에이미가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말했다.
“전투 중에는 건드리지 마라. 어리광은 이따가 받아 줄 테니까.”
클로브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케르고 추격대가 맹수처럼 눈을 번뜩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클로브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했다.
“다 끝났어. 우린 잡히고 말 거야. 그리고 죽을 때까지 고문을 당할 거라고…….”
“작전 짜는 데 방해하지 말고 안 싸울 거면 들어와.”
기세에서 이겨도 전세가 불리할 판에 약한 모습을 보여서 어쩌자는 것인가?
에이미가 클로브의 뒷고대를 붙잡고 끌어당기자 다리에 힘이 풀린 클로브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번만큼은 가드락도 제자를 챙길 정신이 아닌지 신경 쓰지 않고 에이미에게 물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시간에 맞추기는 한 것 같아요. 시로네, 다 끝났어?”
“응. 아슬아슬했어.”
가드락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무슨 소리야? 뭐가 끝나?”
시로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스피릿 존이 사방식의 타깃형에서 휘어진 형태로 하늘에 닿아 있었다. 독자적인 형태였기에 변형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시로네는 손을 대지 않고 모두에게 광자화 마법을 걸었다. 건널 수 없는 다리의 절벽에서 목숨을 거는 대가로 깨달았던 마법인 매스 텔레포트였다.
“빨리 잡아! 또다시 도망칠 생각이다!”
추격대의 대장이 부하들을 돌진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하울링을 내질렀다.
굉음이 시로네 일행을 휩쓸었다. 가드락과 클로브가 인상을 찡그렸지만 금강불괴는 흔들리지 않았다. 마르샤의 음향 대포에 비하면 소음도 아니었다.
시로네는 적들의 전의를 무너뜨리듯 태연하게 대장을 지켜보다가 매스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굵직한 섬광이 일행을 쓸어 담아 스피릿 존이 닿아 있는 절벽의 꼭대기로 퍼 올렸다.
“젠장! 하울링이 통하지 않다니!”
추격대의 대장이 씩씩거리며 이를 갈았다.
4. 율법의 역전 (5)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하울링이 문제가 아니었다. 거대한 섬광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마법은 본 적이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저것들은 누구야?”
추격의 전문가 두 사람이 시로네 일행의 자취를 쫓기 시작했다. 한 명은 개처럼 코를 킁킁거렸고 다른 한 명은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혀를 빼낸 상태였다.
후각을 이용하는 남자가 항복 선언을 했다.
“대장님, 바람이 막혔습니다. 쫓을 수가 없습니다.”
미각을 이용하는 남자는 조금 더 버텼다. 혀를 턱 끝까지 내린 그가 흰자가 보이는 눈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미각으로는 잡힙니다. 저쪽입니다.”
대장은 후발대가 도착하자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 후각의 전문가가 가리킨 방향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어차피 벽 하나를 넘었을 뿐이야! 멀리 가지는 못했다! 추격하라!”
“끼랴랴랴랴!”
추격대가 괴조음을 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로부터 1분 후.
시로네 일행이 섬광을 타고 원래의 장소에 내려왔다.
케르고의 탐색 능력을 역이용하자는 시로네의 제안이었다.
이미 이곳에는 냄새가 배어 있기에 탐색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들이 되돌아오는 건 모든 지점을 점검하고 난 뒤가 될 것이다.
가드락은 다시 클로브의 부축을 받았다. 그리고 계곡의 깊숙한 틈새를 가리키며 말했다.
“덕분에 살았군. 당분간은 마주칠 일이 없을 테지. 이쪽으로 가 보자고. 길이 있을 거야.”
에이미가 못 미덥다는 듯 물었다.
“대체 노르의 쉼터는 어디예요? 얼마나 더 가야 되죠?”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너희는 어떻게 빛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거지? 공기에서 추출하는 건가?”
“우린 그런 방법 안 써요. 갑자기 그건 왜요?”
“노르의 쉼터로 이동하려면 빛이 모이는 곳이 필요해. 너희가 시전한 마법과 비슷하지만 훨씬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지. 어쨌거나 나를 믿고 따라와. 조금만 더 가면 샤이닝 스폿이 있으니까.”
아마도 가드락이 얘기한 마법은 공간 이동일 것이다. 빛이 모이는 곳에서 광자의 힘을 빌려 노르의 쉼터로 한 번에 날아가는 방식인 듯했다.
좋은 선택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설령 추격자가 안내인을 죽여도 노르의 쉼터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노르인의 사고방식은 확실히 마법사다웠다. 그런 자들이 모여 있는 곳. 과연 노르의 쉼터는 어떤 곳일까?
작은 설렘을 안고 시로네는 계곡의 틈을 따라 반대편으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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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에 숨은 거지?”
추격대의 대장은 심각했다. 벌써 20분째 주위를 살피는데도 놈들의 냄새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정찰조 한 무리가 말을 타고 달려왔다. 눈빛부터 실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없습니다. 마루 계곡에도, 부채 개울에서도 진입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젠장! 다 잡은 것들을 놓치다니!”
“그런데 대장님,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와 싸울 때 어떤 방법으로 탈출한 것일까요? 분명 그곳은 노르인이 말하는 빛이 집중되는 지역도 아니었는데요.”
대장도 그것을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가 아는 한 노르에서 저런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없다. 천외종일 수도 있지만 인간과 흡사한 구석이 많았다.
올해로 벌써 400년째 이단 사냥을 하는 그는 오래된 역사에서 힌트를 떠올렸다.
“설마…… 땅의 인간인가?”
대장의 눈에 예리한 빛이 어렸다. 만약 땅의 인간이라면 추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메카는 아는 것을 파고들고 노르는 모르는 것을 파고든다. 하지만 케르고는 신을 파고들며, 그렇기에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신민이었다.
땅의 인간은 모조인 같은 게 아니었다. 적어도 케르고인에게는 율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변수였다.
“추격을 중단하라. 샤마인으로 돌아간다. 보고가 먼저다.”
추적대의 대장을 따라 부하들이 말 머리를 돌렸다.
그 순간 갑자기 땅에서 진동이 전해졌다.
대수롭지 않게 주위를 살피던 모두는 진동이 점차 강해지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노르인이 계곡을 중간 거점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하나의 율법만 피하면 어떤 위해도 당하지 않는 청정 지대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 진동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소용돌이 뱀이 출몰한다는 얘기는 역사에도 기록되지 않은 사건이었다.
“율법이…… 어긋나고 있다.”
강풍이 몰아치면서 20명의 시야에 검은 장막이 쳐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이어진 것은 절규와 비명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외침 소리가 사라져 갔다.
어둠이 걷히고, 햇살이 내려와 차가운 계곡을 비췄다. 붉은 개울 위에 수천 개의 살점이 떠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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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마인?”
시로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카냐는 말을 짧게 했음을 깨닫고 설명을 덧붙였다. 천국 외의 사람들을 처음 접하다 보니 가끔씩 그들이 땅의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천국에서도 신민이 사는 구역이야. 제1천이라고도 하지.”
“제1천이라. 첫 번째 하늘이라는 건가?”
그 질문에는 가드락이 대답했다. 이단인 그는 천국을 설명하는 데 카냐보다 부담이 덜했다.
“천국은 제1천부터 제7천까지 7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 그중에서 신민이 사는 곳을 샤마인이라고 부르지.”
시로네는 하늘에서 보았던 풍경을 떠올렸다.
거대한 원형의 성벽 안에 파이처럼 쪼개어진 6개의 구역과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또 하나의 구역.
가드락이 말한 7개의 하늘은 그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샤마인에 모든 종족이 모여 사는 건가요?”
“그렇지. 생활권은 다르지만 제1천에 사는 건 똑같아. 케르고도 얌전하게 지내지. 신민은 기본적으로 율법의 보호를 받으니까. 하지만 연옥은 치외신권이야. 그래서 천국의 율법이 적용되지 않아. 이곳에서 생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대체 이곳에 얼마나 많은 종족이 살고 있는 거죠?”
“연옥까지 포함하면 수도 없지. 천외종이라고 해서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생물도 많아. 너희가 상대했다던 독각귀도 천외종이지. 하지만 신의 율법을 지키는 신민은 아직까지는 세 종족뿐이야.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서 천국의 근간을 이루지. 노르는 탐험을 좋아하고, 메카는 탐구를 좋아해.”
“그러면 케르고는 무엇을 좋아하죠?”
가드락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놈들은 신을 좋아하지.”
“가드락! 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카냐가 쏘아붙였지만 가드락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단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그를 지배하는 율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신을 버린 대가로 고통스러운 삶을 얻었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의지였다.
“케르고인은 투쟁을 좋아해. 그들의 역할은 사냥이야. 그래서 유일하게 연옥의 출입을 허가받은 종족이지. 물론 당사자들은 이상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야.”
이번만큼은 카냐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 종족이야. 거인의 능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들이 거인이 되는 건 아니잖아. 율법을 지키는 자의 흉내를 내고 있는 걸 보면 짜증 나.”
“그런데 율법이라는 게 뭐예요?”
처음에 율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는 대로 해석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원래의 세계하고는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것 같았다.
카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율법이 뭔지 몰라? 땅의 나라에는 율법이 없어?”
“아니, 있기는 한데, 그러니까 그걸 꼭 지켜야 하는 거야?”
“당연하지. 율법이란 위대한 라의 의지야. 그 의지에 반하는 자는 존재할 수가 없고. 그러니까 율법이라고 하는 거야.”
시로네가 답답한 듯 양손을 벌리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율법을 어기고 있잖아?”
카냐가 더 답답한 듯 성질을 냈다.
“그래서 연옥에서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 거잖아!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너라면 이런 곳에서 평생을 살고 싶겠니?”
연옥을 비하하는 말에 클로브가 받아쳤다.
“흥, 못 살 건 또 뭐야? 그런 좁아터진 곳에서 평생을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아, 그러니? 그럼 어디 잘 살아 봐. 평생 케르고에게 이단 사냥이나 당하면서.”
클로브가 쏘아붙이려는 순간 가드락이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지. 어쨌거나 우리는 율법을 거스른 자. 그래서 연옥으로 쫓겨났지만 아무렴 어떤가? 적어도 우리는 자유를 얻었어.”
“어째서 그게 자유라는 거죠? 그냥 공포잖아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언제 죽을지 모르지. 그럼에도 죽을 권리는 나에게 있어.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
카냐의 표정이 굳었다.
신민은 영생을 얻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죽음은 민감한 문제였다. 특히나 이단의 입에서 죽을 권리라는 말이 나왔다는 건 천국에 대한 조롱이었다.
카냐가 분을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