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60
“신민이라면 당연히 율법에 따라야 하는 거 아냐? 자기들 마음대로 도망쳐 놓고 이제 와 자유가 어떻다느니 죽을 권리라느니, 그런 말로 포장한다고 당신들 삶이 더 나아지기라도 한다는 거야? 이래서 노르는 마음에 들지 않아.”
레나가 말렸다.
“그만해, 언니. 이단하고 싸워 봤자 결과는 똑같잖아.”
카냐도 알고 있었다. 율법을 기준으로 대칭점에 서 있는 그들하고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드락은 기왕 판이 벌어진 김에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오랜 연옥 생활을 하면서 그도 쌓인 게 많았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너희가 옳다고 생각해?”
“당연하지! 우리는 달라! 연옥에 나온 것도 천국에서는 엘릭서 따위를 쓰지 않기 때문이야. 물건만 구하면 샤마인으로 돌아갈 거고 그곳에서 신의 보호를 받으며 평생 행복하게 살 거라고!”
“그런 식으로 포장할 필요 없어. 너 또한 그저 영생에 목마른 피조물일 뿐이잖아?”
카냐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여태까지 불경스러운 대화에도 가만히 있었던 건 용납할 수 있는 선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드락은 방금 그 선을 까마득히 넘어 버리고 말았다.
“당신, 아무리 이단이라도 그런 말은 용서 못 해. 이 자리에서 해치워 버릴 수도 있어.”
“언니, 하지 마.”
카냐는 동생의 손을 뿌리치고 아크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가드락은 담담하게, 어떤 의미로는 동정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다면 너는 어째서 나를 찾아온 거지? 아니, 노르의 쉼터에서 무엇을 구하려고 하는 거지?”
아크를 겨누고 있는 카냐의 어깨가 움찔했다.
“말하지 않아도 뻔하지. 조만간 네 가족 중에서 누군가가 일화의 술을 받는 거지? 그래서 너는 노르의 약을 사러 이곳에 나온 거고.”
아크의 조준점이 흔들렸다. 이 거리에서 손잡이를 놓으면 발사체를 막을 방도는 없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쏘지 못했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뭐가, 뭐가 나빠? 부모님을 생각하는 게 뭐가 나쁘냔 말이야! 이건 율법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잖아! 난 그저…… 그저 우리 엄마가……!”
여자의 눈물에 약한 건 하늘의 남자도 마찬가지인지라 가드락의 감정이 누그러졌다. 한때는 그도 신민이었다. 그렇기에 카냐의 기분이 어떨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레나가 언니를 끌어안으며 가드락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언니는…….”
“알아. 이단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어. 메카족은 가족 간의 유대감이 강하지. 답지 않게 흥분해 버렸나 보군. 다 이 상처 때문이야.”
가드락은 머쓱하게 복부의 상처를 살폈다. 근육이 베였을 뿐 장기는 무사했다. 문제는 출혈량인데, 심하지는 않았지만 지혈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드락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노르인은 물건에 감정을 싣지는 않으니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거야. 다만 엘릭서는 꽤 필요할 거야. 노르인의 장사 수완은 뛰어나거든.”
카냐가 눈물을 닦으며 씩씩하게 말했다.
“흥, 그건 걱정하지 마. 1년 동안 충분히 모았으니까.”
멀어지는 가드락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어렸다.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시로네는 기분이 울적했다. 많은 말이 생소했고 감정이 폭발한 동기도 불분명했지만 이곳 또한 절대 가치가 지배하는 곳은 아니었다.
일화의 술은 무엇일까? 라는 정말로 신일까? 이곳은 천국인가, 아니면 또 다른 세상일 뿐인가?
이 여정이 끝나면 모든 해답을 안고 돌아갈 수 있을까?
4. 율법의 역전 (6)
가드락은 멀지 않은 곳에서 원하던 장소를 찾아냈다.
계곡이 침강하여 균열이 일어난 곳이었다.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틈이었는데, 그 틈새를 따라 한 줄기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여기를 봐라.”
가드락이 섬광의 중심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만 유독 빛이 뭉쳐 있었다. 눈송이처럼 보송보송했는데, 자세히 관찰하면 빛의 알갱이들이 맴도는 게 보였다.
시로네는 그것을 들여다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빛의 성질상 자연적으로 입자가 뭉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노르인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가드락은 특이한 현상이라는 걸 강조하듯 양손으로 빛의 입자를 감싸며 말했다.
“여기에만 유독 빛이 모이는 게 보이지?”
“네. 하지만 어떻게 이게 가능하죠?”
“정이라는 거지. 이곳에 빛의 정이 깃들인 거야.”
“그러니까…… 정이라는 것이 빛을 모으고 있단 얘기인가요?”
“아니. 빛이 오랫동안 머물렀기 때문에 정이 깃들이게 된 것이지. 정이라는 건 어디에나 깃들일 수 있어. 바람에도, 물에도, 심지어는 생각에도 깃들일 수 있지. 물론 그 생각이 유구한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시로네는 마정석과 비슷한 개념이 아닌가 싶었다.
아주 오랫동안 어떤 성질이 고이게 되면 거기에 대한 개념이 실체화되는 현상이었다.
“정이 한곳에 오래 깃들이면 정령이 되지. 정령이란 그러니까…… 활동성을 가진 정을 말하는 거야. 게다가 인간과 계약도 할 수가 있어. 빛의 정령과 계약을 하게 되면 언제 어디서나 빛의 힘을 끌어다 쓸 수가 있지. 하지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야.”
시로네가 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 빛도 언젠가는 정령이 되겠네요?”
“하하, 그렇겠지. 천 년 정도면 되지 않으려나? 그사이에 소멸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천 년.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보다 월등히 길었다. 아마도 어떤 성질이 정이 되는 기간도 비슷할 것이다. 정령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어쨌거나 이곳을 통해서 노르의 쉼터로 갈 수 있어. 전부 이쪽으로 모여 봐.”
“공간이 협소한데 몇 사람은 반대편으로 넘어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그러고 보니 땅의 나라의 마법은 반경이 넓지 않더군. 우리는 빛의 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규모를 키울 수 있어. 이런 식이지.”
가드락은 빛의 뭉치를 움켜쥐었다. 주먹이 황금빛으로 물들더니 어깨까지 타고 올라왔다.
조만간 몸 전체에 빛이 퍼질 듯했다.
자연의 힘은 무한하므로, 그 힘을 빌리는 인간은 얼마든지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시간은 꽤나 걸리는 듯했다.
한참이 지나도 빛이 어깨를 넘지 못하자 가드락의 눈에 의문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이상하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보통은 5분 정도면 충분한데.”
“스승님, 빛의 정이 약해진 건 아닐까요?”
“그럴 리가. 3일 전에도 문제없이 해냈어. 정의 기운이 변하려면 최소한 수백 년은 걸려. 아니면 어떤 요인이 정의 기운을 약화시키고 있든가.”
“하지만 그럴 리는 없잖아요. 이곳은 하나의 율법만 존재하니까. 그래서 우리도 중간 거점으로 삼는 거고요.”
클로브의 말에서 가드락은 깨달았다. 망상일 수도 있지만, 유일한 정답을 놔두고 다른 요인을 찾는 것은 더 큰 망상이었다.
“설마……! 하지만 어째서?”
빛의 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땅이, 마침내 계곡 전체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뒤흔들렸다.
“왜 그래요? 뭐가 잘못된 거예요?”
“빨리 여기서 나가! 율법 소용돌이 뱀이다! 정이 흐트러지고 있어!”
절벽이 붕괴되면 압사였기에 시로네 일행은 계곡의 틈새를 급하게 빠져나왔다.
밖에서 바라보니 주변 일대가 전부 흔들리고 있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어떤 존재든지 간에 가까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주위를 살펴봐도 뱀처럼 생긴 것은 보이지 않았다.
“젠장! 어디지? 어디서 오는 거야?”
리안이 대검을 뽑아 들고 시로네의 앞을 막아섰다.
마법사들도 대형을 짜고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테스가 감각을 집중시켜 주변을 탐색했다. 좌측의 떨림과 우측의 떨림이 다르다. 놈은 우측의 모퉁이를 돌고 있다.
중심을 잡고 서 있기 힘들 만큼 땅이 떨리자 테스는 비로소 이상함을 느꼈다. 감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이 정도의 떨림이라면 이미 눈앞에 나타나야 정상이었다.
“저, 저기다!”
시로네가 놀란 표정으로 가리켰다.
3미터 떨어진 바위에 앙증맞도록 작고 하얀 생물체가 네 다리로 엎드려 있었다.
아니, 이것을 과연 생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눈도 코도 입도 존재하지 않았다. 외형은 도롱뇽을 닮았는데 표면이 옥으로 깎은 듯 미끈했다.
이렇게 하얀 생물체는 평생 동안 본 적이 없었다.
“뭐야? 이게 소용돌이 뱀?”
“그쪽이 아니야!”
가드락의 외침에 시로네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시야가 열리면서 마침내 놈을 볼 수 있었다.
계곡에 소용돌이 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절벽의 전체를 채울 만큼 거대한 그림자였다.
시로네는 다시 바위로 눈을 돌렸다. 도롱뇽을 닮은 생물체의 몸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몸에서 내는 빛으로 그림자를 키우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절벽에서 튀어나온 그림자가 거대한 입가를 찢으며 날아들고 있었다.
어둠의 장막이 시야를 차단했다. 워낙에 상식을 뛰어넘는 크기라서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시로네 일행이 캄캄한 어둠 속에 갇히는 순간 계곡의 틈새에서 지켜보고 있던 가드락이 소리쳤다.
“위험해!”
시로네의 광폭이 작렬했다.
빛이 퍼지는 순간 모두는 깨달았다, 날카로운 그림자 갈퀴가 코앞까지 접근해 있었다는 사실을.
조금만 늦었어도 살점이 떨어져 나갔을 상황이었다.
키아아아아아!
광폭에 찢겨 나간 소용돌이 뱀이 비명을 질렀다.
아마도 하비스트와 같은 기재일 것이다. 입이 없는 생물체에게 소리 기관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정신을 차렸을 때 모두의 눈에 소용돌이 뱀의 그림자가 태풍의 구름처럼 밀려 나가는 게 보였다.
1차 공격을 막은 건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사냥감이 소용돌이 뱀의 첫 번째 공격에서 목숨을 잃고 만다. 암흑에 가둔 상태에서 무언가를 하는 까닭에 공격이 들어오는 것조차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에이미가 식은땀을 닦으며 물었다.
“대체 저게 뭐지? 생물이야, 아니야? 저 도롱뇽처럼 생긴 게 조종하고 있는 거야?”
가드락이 계곡의 틈새에서 빠져나오며 말했다.
“아니, 소용돌이 뱀의 실체는 그림자다. 본체는 없어. 바위에 서 있는 건 소용돌이 뱀의 그림자가 만들어 낸 ‘화신’에 지나지 않아.”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본체가 있어야 그림자도 있는 거죠!”
“그건 나도 몰라. 우리는 이런 걸 ‘율법의 역전’이라고 부르지. 저건 천외종이야. 어디에서 넘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세계는 절대로 아닐 거야.”
소용돌이 뱀은 선뜻 다가오지 못했다. 여태까지 해치웠던 인간 중에 빛을 발산하는 존재는 없었으니 경계하는 게 당연했다.
화신의 몸이 빛나자 그림자가 더욱 커졌다. 야생 짐승이 적 앞에서 과시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시로네는 그 사실에서 깨달았다. 어쩌면 이곳은 자신의 무덤이 아닐지도 모른다.
“들짐승과 비슷한 것 같아.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흔한 포식자가 아니었을까? 고양이나 쥐 같은. 피라미드 최상위 생물이라면 저런 방어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을 거야.”
“고양이? 쥐? 너는 지금 농담이 나오니?”
모두가 하고 싶었던 말을 카냐가 대표로 했다. 하지만 시로네 외에도 그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카니스였다.
그는 경이로운 눈으로 소용돌이 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로 존재했구나, 어둠이 빛을 지배하는 세계가.’
율법의 역전. 아케인의 쪽지에 적힌 내용은 사실이었다.
“시로네의 말이 맞아. 정말로 규칙이 역전된 세계라면 모든 생물이 그림자로 존재한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소용돌이 뱀이라고 해서 딱히 강한 건 아니었을 거야. 물론 이곳에서는 상황이 다르지만.”
가드락은 계곡의 틈새를 살폈다.
예상대로 소용돌이 뱀의 율법이 발동한 탓에 빛의 정이 약해져 있었다.
이 상태로 탈출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포기할 때는 아니었다. 시로네가 선보였던 빛의 파동이 소용돌이 뱀을 물러서게 할 만큼 강력했기 때문이다.
“어이, 위기는 넘겼지만 긴장해. 놈의 약점은 빛이야. 그래서 낮에는 활동을 하지 않지. 어째서 율법이 어긋났는지는 모르지만 빛의 마법을 이용하면 승산이 있어.”
시로네는 하비스트와의 일전을 떠올렸다. 그 전투에서 얻은 사실은, 어둠에게 충격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핵심은 에너지의 총량이었다.
시로네가 포톤 캐논을 시전하자 8개의 광자가 좌우측에 불규칙한 포지션으로 태어났다.
8개의 섬광이 소용돌이 뱀에 모조리 처박혔다. 끔찍한 비명 소리가 터졌다.
에이미는 파이어볼을 퍼부었다. 불꽃에도 빛이 있으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소용돌이 뱀의 그림자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그것은 개미가 코끼리에 올라타 피부를 꼬집는 정도의 충격에 불과했다. 솔직히 반칙이라 생각할 정도로 거대한 그림자였다.
카니스의 마법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어둠의 권능으로 공격을 해 봤지만 오히려 힘을 흡수당하고 있었다.
동일 속성 간의 승패는 완력으로 판가름 난다.
소용돌이 뱀보다 더 큰 어둠을 지배할 수 없다면 먹히는 건 자신이었다.
시로네는 친구들의 무리를 이탈했다. 또다시 놈의 장막이 감싼다면 그때는 정말로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름답게 소용돌이 뱀은 공간을 크게 회전하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옆구리에 포톤 캐논을 처박자 고통에 몸부림치더니 시로네를 추격했다.
소용돌이 뱀이 방향을 급격히 틀자 거대한 꼬리가 에이미 일행 쪽으로 휘어져 들어왔다.
클로브가 머리를 부여잡고 악을 질렀다.
“으아아아! 온다!”
에이미는 파이어 미스트를 펼쳤다. 불의 연기가 모두를 보호했으나 이 정도로는 꼬리를 태울 수 없었다.
빗자루로 쓸어 내듯 꼬리가 일행을 날려 버리려는 순간 에이미는 파이어 월까지 추가로 시전했다.
꼬리에 불이 붙었다. 그러자 궤적은 바뀌지 않았다.
에이미는 입술을 깨물며 화력을 높였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자리를 지킬 생각이었다.
에이미의 몸통으로 날아들던 꼬리가 갑자기 멀어지면서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불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소용돌이 뱀이 몸을 내뺀 것이다.
“시로네!”
에이미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소리쳤다.
소용돌이 뱀이 턱을 벌려 시로네를 덥석 집어삼켰다. 동시에 광폭이 폭발하면서 뱀의 얼굴이 터져 나갔다.
포톤 캐논의 고속 연사가 작렬했다.
에이미가 계산하기에 분당 이백 발은 될 듯했다. 스피드 건 시험에서 교내 최고 기록을 세운 시로네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수치였다.
연사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자의 섬광이 되어 그림자를 반대편 벽까지 밀어 버렸다.
광자에서 질량을 제외시킨 것이다.
충격력이 제로라서 그림자를 찢어 낼 수는 없지만 섬광은 조금씩 놈의 몸통을 파먹으며 들어갔다.
“저게 도대체 무슨 마법이야? 말도 안 돼! 저런 게 가능할 리가 없어!”
아군이 이기는 건 좋은 일이지만, 클로브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당황스러운 건 카냐와 레나도 마찬가지였다.
메카족과 달리 노르인은 혼자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저런 건 천국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소용돌이 뱀과 혼자서 맞서 싸우는 광경은 경이로움이었다.
무엇보다 이기고 있다. 벽에 달라붙어 몸부림치는 소용돌이 뱀을 보자 전율이 느껴졌다.
시로네의 섬광이 적색으로 물들어 갔다.
포톤 캐논에서 광자 출력으로, 여기에서 더욱 에너지 준위를 높이면 단일 파장의 레이저로 압축이 된다.
소용돌이 뱀이 그림자의 영역을 수복시키며 레이저를 밀어붙였으나 그조차도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흩어져 버렸다.
키아아아아아!
사나운 포효였다.
소용돌이 뱀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원래의 세계에서 놈은 최하위 포식자였다. 그러다가 이상한 터널을 통과하여 천국으로 넘어온 것이 무려 1만 년 전이었다.
천적이 없는 이곳에서 진화는 불가능했고, 그저 안락하게 지내 왔다.
하지만 지금 그 안락함이 깨지려 하고 있다. 여태까지 재미 삼아 찢어발겼던 하찮은 인간에게.
4. 율법의 역전 (7)
소용돌이 뱀은 그림자를 수십 가닥으로 분화시켜 시로네를 공격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촉수 공격에 시로네는 무방비 상태였다.
그 순간 레이저가 산란하며 여러 줄기로 퍼져 나갔다.
에너지를 분산시켜 각개전투로 파괴시키는 전략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초당 대미지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거인의 허벅지보다 두꺼운 그림자들이 시로네의 지척까지 밀려들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조만간 시로네의 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한 가닥의 촉수가 에너지의 축적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다. 이어서 모든 촉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폭발이 본체인 몸통까지 밀고 들어왔다.